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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아들
작품등록일 :
2015.09.12 00:03
최근연재일 :
2016.01.09 16:5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773
추천수 :
39
글자수 :
33,955

작성
15.09.12 00:05
조회
690
추천
8
글자
10쪽

두 아이

DUMMY

장우진은 장씨 집안의 일곱째였다. 위로는 형만 다섯, 누이가 하나. 밑으로도 남동생이 하나, 여동생이 둘. 그리고 함께 사는 아버지는 장우진의 친아버지였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어머니는, 장우진의 동생을 낳다가, 죽어서 태어난 동생과 함께 뒷산에 묻혔고, 아버지는 계절이 바뀌기도 전에 세 번째 부인을 맏이 하였다.


친 어머니가 죽고, 새 어머니가 들어온 뒤, 그렇지 않아도 배다른 형들과 누이에게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장우진은 그렇게 완전한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오빠는 누구야?”


“나? 그러는 넌 누군데?”


“난 양금순. 새로 이사 왔어. 오빠는 어디 살아?”


그리고 그런 장우진의 외로움을 달래준 것은 마을에 새로 흘러들어 온 양금순이란 여자아이였다. 어린 나이에도 곱디고운 얼굴을 한 금순이는 어머니가 기녀였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제대로 일도 하지 못하는 가난뱅이에 불구라는 이유로, 마을에서 심한 배척을 받았고, 집에서 외톨이가 된 장우진과 마을에서 외톨이인 금순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오빠, 많이 아프지?”


“괜찮아, 하나도 안 아퍼.”


“피이, 거짓말.”


“으갸갸갹! 그렇게 누르지 마!”


“하나도 안 아프다며?”


아이들은 부모들이 하는 것을 보고 커가기 마련, 마을의 어른들에게 배척을 받는 금순은 곧 아이들에게도 배척을 받았고, 아이들은 때론, 어른들 보다 더욱 잔인해질 수도 있었다.


눈을 뜨고, 가족들의 눈치를 받으며 구석에서 아침을 해결한 장우진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언제나 금순의 집이었다. 제대로 된 일거리를 구하기도 힘들고, 몸조차 불편한 금순의 아버지가 택한 길은 술을 마시고 세상을 향해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에는 언제나 금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우진은 금순의 아버지가 아직 잠에서 깨기 전, 그녀와 함께 산이며, 들이며 함께 돌아다녔다.


“오늘은 강에서 물고기라도 잡아 줄까?”


최근들어 마을에 무슨 심각한 이야기가 도는 듯 했지만, 우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어린 우진이 알기엔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그저 금순에 대한 마을 아이들의 괴롭힘이 줄었다는 것이 마냥 좋은 우진이었다.


보잘것없는 낚시 실력이긴 하지만, 강에서 물고기를 낚아 금순이와 함께 구워먹을 생각으로 우진은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금순의 집으로 향했다. 금순이는 언제나처럼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자신이 집에서 숨겨온 주먹밥을 맛있게 먹을 것이다. 물론 금순은 언제나 반쪽을 건네주겠지만, 우직은 한 번도 그 주먹밥을 먹은 적이 없었다.


“아! 어죽을 끓이면 되겠다!”


주먹밥이 있으니 물고기를 낚아 어죽을 끓이면 금순과 나눠먹기도 좋을 것 같았다. 어죽을 끓이기 위해 필요한 그릇이며, 냄새를 잡기위한 재료까지 필요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우진은 그런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금순과 어죽을 먹을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우진의 허술한 꿈은 금순의 집에 도착하는 순간 산산이 깨져버렸다.


“금순아!”


“오빠! 오빠!”


“아저씨! 아저씨가 누군데 금순이를 데려가려고 하는 거예요!”


우진이 금순의 집에 도착해보니 처음 보는 사내가 금순이를 끌고 가려고 하고 있었다. 우진은 깜짝 놀라 사내에게 달려들었지만 어린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사내에게 달려들었던 우진은 사내의 발길질 한번에 나뒹굴고 말았다.


“오빠, 우진 오빠!”


금순은 우진의 그런 모습을 보자 더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사내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여린 소녀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나마 사내는 무슨 이유에선지 금순에겐 쉽사리 손을 쓰려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리고 쓰러져있던 우진은 금순의 울부짖는 소리에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지만, 이번에는 금순의 아버지에게 제지당했다. 남은 팔로 우진의 입을 틀어막은 금순의 아비는 자신의 딸을 억지로 끌고가는 사내를 향해 비굴한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헤헤, 그냥 마을 꼬맙니다. 대인 같이 귀하신 분께서 손을 쓰실 가치도 없는 버러지 같은 녀석입지요.”


그리고 금순의 아버지는 우진을 향해 윽박질렀다.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아, 금순이가 좋은 곳으로 가는 참인데, 감히 어디서 초를 치려고 하느냐! 내 그간 정을 봐서 이번 한 번만 봐줄 터이니, 한 번만 더 행패를 부렸다가는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우진은 자신의 위에 올라타다시피 한 그를 떨쳐내려 하였지만, 아이의 힘으로 그를 떨쳐낼수도 없었다. 그저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는 발끝이며 손끝으로 땅을 차며 울분을 표하고, 흙을 집어 주변에 뿌리는 것이 우진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년아! 여태껏 먹여주고 재워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기에 이리 난리를 피우는 게야! 좋은 곳으로 가는 거라니까, 좋은 곳으로! 우리 같은 천것들은 평생 한 번 볼 수도 없는 곳으로 가는 게야! 그런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시는 은인 같으신 분들이신데 지랄 그만 떨고 얼른 따라가지 못해!”


“오빠! 오빠! 이거 놔요! 오빠!”


금순의 아버지가 우진을 내리누르고 있는 사이, 금순은 사내들의 손에 이끌려 조금씩 우진에게서 멀어져갔다. 우진이 금순을 위해 가져온 주먹밥은 이미 오래전 사내들의 발에 밟혀서 형체를 알아 볼 수도 없었다. 우진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금순이 끌려가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멀리서 금순이 울부짖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때까지, 마침내 소리마저 사라지고 금순의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우진이 금순이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 나갔을 때는, 이미 금순과 금순을 끌고 간 사내들의 흔적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우진이 금순의 집으로 달려갔을 때, 금순의 아버지는 울고 있었다. 우진은 비록 어린 나이긴 했지만, 그런 그의 모습이 참으로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우진은 그에게 달려들어 손이며 발을 써가며 그를 두들겨 댔지만, 그는 우진의 공격을 하나도 피하지 않고 모두 맞아주었다.


“금순이를 어디로 보냈어! 어디로 보냈냐고! 어디야, 어디!”


우진은 소리쳐 보았지만, 어린 우진도 그것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있었다. 어린 여아를 기루에 파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흔한, 그런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제 금순이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란 것은 우진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금순이 떠난, 금순이 없는, 금순의 집에서 울부짖던 우진은 힘없이 그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자 집에 있던 우진의 가족들은 이미 금순에 대한 소식을 들었는지 엉망이 된 채로 집에 들어선 우진을 아무 말 없이 받아주었다.


그리고 우진은 집에서 놀라운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기루에 팔렸다는 우진의 추측과는 달리 금순은 황궁으로 보내졌다고 했다. 궁녀가 될 아이를 궁으로 보내라는 명이 내려왔고, 우진과 금순이 사는 마을에서도 한 명의 여아를 황궁으로 보내야 했다. 딸을 궁녀로 바친 집에는 약간의 하사금이 내려온다는 말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딸을 바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떻게 죽어나갈지 모르는 곳이 황궁이다. 아무리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 백성들이라고 하지만, 그런 곳으로 딸을 죽으라고 보낼 수는 없었다. 오히려 관리들이 그렇지 않다며 설득을 해봐도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관리들이 설득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딸을 숨기기 급급했고, 남의 딸을 보내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선택된 것이 금순이였다.


금순의 아버지도 자신의 딸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황궁이 소문처럼 위험하기만 한 곳은 아니란 곳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소문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는 곳이란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가 그녀를 황궁으로 보내기로 한 것은 적어도 그 곳에서는 굶지 않을 테니까. 금순의 어미는 오랜 기녀 생활로 몸이 망가져 일찍 죽었고, 자신은 불편한 몸이라 제대로 일도 하지 못했고, 오랫동안 술을 가까이해 자신이 느끼기에도 그다지 남은 생이 길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까지 떠나고 나면, 홀로 남은 금순의 삶은…….


아무튼 금순이 황궁에 궁녀로 보내졌다는 말을 듣는 순간, 우진은 눈앞이 깜깜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루라고 해도 이제 다시 금순을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인데, 황궁이라니, 황궁이라니. 어린 우진에게 황궁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곳이었다.


그리고 우진의 가족들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진 우진을 들쳐업고, 마을에 있는 유일한 의원을 급히 찾아야 했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가족들에게도 마음을 닫았다가, 다행히 금순이란 여아를 만나 안정을 되찾은 아이였다. 그런데 그랬던 아이가 금순이 황궁으로 보내진 충격에 쓰러졌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의원에 도착한 우진은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미 한번 마음을 닫았던 아이는 다시 마음을 닫고 말았다.


금순이가 황궁으로 떠난 날, 우진은 마음까지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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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붉은 길 +1 15.09.13 489 7 8쪽
» 두 아이 15.09.12 691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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