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늙은아들의 헛간입니다.

표지

내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늙은아들
작품등록일 :
2015.09.12 00:03
최근연재일 :
2016.01.09 16:5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275
추천수 :
39
글자수 :
33,955

작성
15.10.03 20:10
조회
434
추천
4
글자
10쪽

재생원(2)

DUMMY

오랜 여행의 피로와 긴장이 풀어져서 일까? 아이들은 다음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을 잤고, 우진이 배고픔에 가장 먼저 잠에서 깨어났다.


“오. 그래, 일어났어?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았고?”


마당을 쓸고 있던 재생원주는 문을 열고 나오는 우진에게 말을 건넸다. 잠시 쭈뼛거리던 우진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급히 마당으로 내려갔다.


“마당 쓰는 건 제가 할게요.”


“아하하, 아니다.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으니, 가서 나머지 아이들도 깨워라.”


재생원주에 말에 우진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아직까지 침을 흘리며 자고 있는 두 아이를 깨웠다.


“금석아, 오두야. 일어나.”


우진이 부르는 소리에 두 아이는 눈을 비비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졸린지 앉은 상태에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벌써 낮이라고. 얼른 일어나.”


그리고 우진의 채근하는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사방이 환할 대로 환해져 있었다. 그때서야 자신들이 늦잠을 잤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은 다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이놈들. 잘 잤느냐?”


“예, 예.”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재생원주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이제 겨우 재생원에서의 둘째 날이 시작된 아이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오냐, 오냐. 잘 잤다니 다행이구나. 도근아, 도근아.”


재생원주가 부르는 소리에 건물들 사이에서 도근이 나타났다.


“아이들이 일어났으니, 목욕부터 시켜야겠다.”


재생원주의 말에 도근은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도근을 따라가거라. 배가 고프겠지만, 오늘은 목욕부터 먼저 하자꾸나.”


재생원주의 말처럼 한참을 자고 일어났기에 배도 고팠지만, 누구의 말이라고 거역할까? 긴장한 아이들은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처럼 손짓하는 도근을 따라가서 긴 여행으로 더러워진 몸을 씻었고, 도근은 데워진 물을 나르고, 아이들의 몸을 씻겨주며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서 커다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하하, 이렇게 보니 다들 헌헌장부가 따로 없구나.”


재생원주의 말처럼 묵은 때를 벗겨내고 허름한 옷까지 조금 크기는 하지만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아이들의 모습은 재생원에 도착할 때보다 확실히 보기가 좋았다.


“그래, 이제 너희들은 재생원의 사람들이 되었으니 선대 원주님들과 선배님들에게 인사를 올리는 입원식을 하자.”


아이들이 목욕을 하는 동안 재생원주는 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복장까지 새로 갖춘 재생원주는 아이들을 데리고 재생원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작은 건물로 들어갔다.


재생원주가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간 건물에는 수십 개에 달하는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관을 매만진 재생원주는 향로에 향을 올리고 절을 두 번 한 뒤 축사를 읊기 시작했다.


“선대 재생원주님들, 선배님들. 오늘 이렇게 재생원에 세 명의 원생들이 들어왔습니다. 부디 이 아이들이 무탈하도록 굽어 살피시고, 장생원의 이름이 이어나가도록 기원하나이다.”


는 식의, 간단하고 별 다를 것 없는 축사였지만, 장생원주는 사뭇 진지한 태도로 입원식을 계속해나갔다.


“한 명씩 나와서 선대 분들께 이름을 밝히어라.”


장생원주의 말에 아이들이 우물쭈물하자 도근이 슬쩍 아이들 중에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키가 컸던 우진을 슬쩍 밀었다.


“이리 와서 먼저 이름을 고하고, 술을 따라라.”


우진은 장생원주가 시키는 대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빈 잔에 술을 채워 위패 앞에 높았다.


“내 호령에 맞춰서 절을 하여라. 일 배.”


도합 아홉 번의 절. 그리고 이어서 금석과 오두도 아홉 번의 절을 했다. 그리고 장생원주는 다시 술을 올리고는 세 명의 아이를 위한 축사를 읊는 것으로 입원식을 끝마쳤다.


입원식을 마치고 이제 장생원주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기 위해 장소를 옮기려 할 때 잘생긴 한 명의 사내가 조심스레 장생원을 가로지르다가 도근의 눈에 띄었다.


“어? 으, 을평이다, 을평이. 에헤헤, 을평아, 아, 안녕?”


을평이라 불린 사내는 필사적으로 손짓을 하며 도근의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도근이 먼저 말을 했고, 장생원주에게도 들키고 말았다.


“네 이놈!”


을평에게 빠르게 다가간 장생원주는 그대로 그의 정강이를 걷어 차버렸고, 을평은 자신의 정강이를 부여잡고 한발로 통통 튀어 다니다가 넘어지더니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죽는 소리를 했다.


그러나 장생원주는 그렇게 땅바닥을 굴러다니는 을평을 몇 번이고 걷어찼고, 별로 아파보이지 않았음에도 을평은 장생원주가 자신을 걷어찰 때마다 하늘이 무너지도록 비명을 질렀다. 오직 도근만이 을평이 걱정되는지 안절부절못하다가 재생원주를 다급히 말렸다.


“워, 원주님. 그, 그만. 그러다 을평이 죽는다. 을평이 죽는다.”


“이, 이놈이! 도근, 이놈아. 어서 놓지 못하겠느냐!”


도근이 자신을 안아들자 재생원주는 발을 버둥거리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초로의 노인인 그가 거구의 도근의 힘을 이겨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고, 두 사람이 그러는 사이, 아픈 척을 하던 을평은 일어나 우진들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들이 이번에 새로 들어온 원생들이냐?”


긴장한 모습으로 어른들을 보던 아이들은 을평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쯧쯧, 다른 곳 내버려두고 어쩌다가 이런 곳까지 왔냐?”


“뭬야! 이놈이! 도근이, 이놈! 어서 날 놓지 못할까!”


“아무튼 잘 지내보자. 난 부을평이다, 부을평.”


을평이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일일이 이름을 물어보는 동안, 결국 도근은 재생원주를 놓아 주었다. 더는 을평을 때리지 않겠다는 재생원주의 말이 먹힌 것이다.


“아야야! 원주님, 귀 떨어져요!”


“네 놈의 귀가 겨우 이정도로 떨어지겠냐? 대체 뭘 하다가 이제 기어 들어와! 오호라. 너, 또 기방에 다녀왔지?”


도근은 을평의 귀를 잡아당기는 재생원주를 말려야 할지, 아니면 그의 말처럼 때리지는 않으니 그냥 있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재생원주는 을평의 귀를 여전히 놓지 않은 채로 아이들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우진과 아이들은 주저하면서도 그 뒤를 따랐고, 도근도 아이들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니 을평은 잡혔던 귀를 쓰다듬고 있었고, 재생원주는 흐트러진 자신의 의관을 다듬고 있었다.


“에효. 지금 너희들이 본 저 녀석이 너희들의 선배인 부을평이다. 보고 배울 것이라고는 먹고 죽으려고 해도 없으니, 너희들도 절대 저 놈을 닮아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아,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금 재생원 먹여 살리는 사람이 전데,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재생원주는 을평의 항변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아이들의 이름과 나이 등을 물어보고, 절을 받고 덕담을 해주었다. 재생원주가 덕담을 할 때마다, 옆에서 을평이 딴죽을 걸었고, 재생원주는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던져 을평을 맞추는 신묘한 재주를 선보였다.


아이들의 소개가 끝나자 이번에는 재생원주의 차례였다.


“나는 장질이라고 한단다. 재생원의 11대 원주로, 우리 재생원의 역사는 무려 천무제 폐하께서 살아계셨을 때까지 올라간단다.”


장질은 아이들에게 재생원의 역사와 유래, 선대 재생원의 원주들, 대표적인 재생원 출신의 환관들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이때는 을평도 비교적 조용했는데, 그가 말이 없던 것이 아니라 장질의 명으로 도근이 아예 그의 입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장질의 설명은 길고도 지루했다. 대체 일곱 번째 재생원주가 낚시를 좋아했다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나마 그들의 선배라 할 수 있는 환관들의 이야기에서 우진이 조금 관심을 보인 정도였고, 장질의 길고긴 설명도 마침내 끝이 났다.


“다들 배가 고프겠구나. 밥이 준비되는 동안 재생원을 안내시켜주마.”


그리고 장질은 을평과 도근에게 식사를 준비시키고 아이들과 함께 재생원을 둘러봤다.


“형, 애들이 좋아 할 것 좀 있어?”


을평이 도근에게 조그마하게 묻자 도근은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재생원은 나라의 보조를 받는 곳이었다. 물론 환관을 교육시키는 대부분의 곳이 지원을 받았다. 모두가 맡은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고, 얼마나 많은 환관을 배출하느냐, 또 얼마나 많은 원생이 있느냐에 따라서 지원금이 달랐고, 재생원은 그런 이유로 거의 지원이 끊어진 상태였다. 물론 그 상태라고 해도 재생원 출신의 환관들의 기부금이 있던 시절이 있긴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지금은 모두 끊긴 상태. 을평의 말대로 현재 재생원이 버틸 수 있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을평의 공이었다.


“기다려. 가서 뭐라도 사오자. 원주님도 기다려 주시겠지.”


을평은 도근과 함께 시장에 가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군것질거리와 고기며 채소, 각종 생필품들을 잔뜩 사들였다. 그 모습에 도근은 을평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걱정 마, 걱정 마. 제법 두둑이 벌어왔으니까. 아, 저기 형이 좋아하는 경단 판다.”


그렇게 을평과 도근은 서로 입에 경단까지 하나 물고서 잔뜩 짐을 짊어지고 재생원으로 돌아왔다. 한참을 기다리던 장질도 그런 둘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도근이 내려놓은 짐들을 보고는 입을 다물어야 했고, 을평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 배고프겠다. 얼른 차려라.”


“예, 예. 조금만 기다리세요.”


장질은 휘파람을 불며 부엌으로 들어가는 을평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15.12.01 307 0 -
9 재생원(5) 16.01.09 391 1 8쪽
8 재생원(4) 16.01.07 318 1 9쪽
7 재생원(3) 16.01.02 372 1 11쪽
» 재생원(2) 15.10.03 435 4 10쪽
5 재생원 15.09.25 490 4 8쪽
4 황도로 15.09.18 578 5 11쪽
3 붉은 길 +1 15.09.13 431 7 8쪽
2 두 아이 15.09.12 620 8 10쪽
1 서장 +3 15.09.12 641 8 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늙은아들'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