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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아들
작품등록일 :
2015.09.12 00:03
최근연재일 :
2016.01.09 16:5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276
추천수 :
39
글자수 :
33,955

작성
16.01.09 16:51
조회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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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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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재생원(5)

DUMMY

“헤에, 이 그림이 진짜 형이 그린 그림이에요?”


봉근의 의식이 끝나고 우진을 비롯한 아이들의 생활은 많이 바뀌었다. 물론 봉근식 전에도 잘해주긴 했지만, 약간의 거리감이 존재했다면 이후에는 완전한 한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생활의 변화는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때? 너도 배워 볼래?”


장질의 눈을 피해 재생원 밖에서만 그림을 그리던 부을평이었지만, 이제는 재생원 안에서도 아이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줄 정도가 되었다. 나라에서 나오는 약간의 돈으로는 아이들을 먹이는 것만으로도 부족할 지경이었으니, 재생원의 실질적인 돈줄인 부을평의 그림을 장질도 인정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 놈아, 그것도 그림이라고. 그릴 거면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야지!”


다만 여전히 부을평의 그림을 트집 잡는 것은 그만두지 않았다.


“미인도가 어때서요? 저한테 그려달라는 사람이 얼마나 줄을 섰는데요.”


“미인도도 미인도 나름이지!”


장질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부을평이 주로 그리는 그림은 미인도. 그것도 기녀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비록 궁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부을평도 재생원의 일원. 그의 그림이 유명한 이유 중에는, 여자를 가까이 할 수 없는 몸인 그의 양기가 그림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그리고 더 매력적으로 그려진다고 사람들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질도 그런 사정을 모르진 않았기 때문에 싫어했고, 장질은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 그림으로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물론 아이들에게도 장질과 부을평의 그런 말다툼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싫어해서 그렇게 말다툼을 하는 것이 아님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쯧쯧, 저런 건 그만 보고, 글공부나 마저 하자꾸나.”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환관이 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기초적인 글공부부터 시작해서, 간단한 의학, 산학에 요리는 물론이요, 무술까지 익혀야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사람은 수업을 시작한 장질이었지만, 가장 힘들게 한 사람은 바로 가도근이었다.


재생원 살림의 대부분을 도맡아 하고, 아이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려고 하는 가도근이었지만, 무술을 가르칠 때면 전혀 아이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처음에 가도근에게 무술을 배우라고 했을 때, 아이들은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루한 글공부보다 무술을 배운다는 말에 기대까지 했었지만, 그 기대는 수업에 들어가자마자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보다 못한 장질이 가도근을 말려보았지만, 무술과 관계되면 가도근에게 타협이란 없었다. 물론 몸을 움직이는 만큼 잘 먹어야 한다며 상이 더 풍족해졌지만, 처음에는 고된 수업을 마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을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달군 철을 때리면 단단해지듯,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어허! 우진아, 그것이 아니라 하지 않았느냐.”


“우, 우진아. 그, 그거 아니다. 조, 조금 더 빠르게. 거, 거기선 천천히.”


그러나 익숙해진다는 것과 잘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우금석과 오두도 학문이나 무술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우진은 두 아이에 비해서 성취가 모자랐다. 그리고 그럴수록 우진은 의기소침해졌다.


그나마 하루라도 빨리 궁에 들어가 금순을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결국 모자라는 재능은 노력으로 메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형, 안 자?”


“오두구나. 조금만 더 보다가 잘게. 내 걱정은 말고 너 먼저 자.”


“자고 싶어도 형이 불을 꺼야 자지.”


“너도 안 잤어? 미안하다, 금석아.”


“안 잔 게 아니라, 못 잔거라고. 에이, 원주님한테 말해서 방을 따로 쓰던가 해야지, 만날 형 때문에 이게 뭐야.”


“형, 왜 그래. 그러지마.”


“왜 그러긴.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업이 쉬운 것도 아닌데, 오두나 나는 뭐 안 피곤한가? 하다못해 잠은 좀 제대로 자야 할 것 아냐.”


쌓여있던 것이 많았던지 우금석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우진에게 평소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사이에 낀 오두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거렸다.


“밤이 늦었거늘, 어찌하여 자지 않고들 있느냐. 내일도 배울 것이 많으니 어서들 자야지.”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너무 컸던 것일까? 장질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하자,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인사했다.


“되었다, 되었어. 밤이 늦었거늘, 어찌하여 자지 않고 있는 것이냐?”


다시 한 번 아이들에게 물었던 장질은 이내 켜져 있는 등불과 펼쳐져있는 책을 보고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쯧쯧, 여태 자지 않고 책을 읽고 있던 것이냐?”


“예, 원주님. 그렇지 않아도 이제 자려고 했어요.”


“너무 조급해 할 것 없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니, 조급함에 방향을 잃으면 아니한 것만 못한 것이다. 네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지나치게 무리하여 몸을 상한다면 오히려 손해가 아니겠느냐?”


우진은 장질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금순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한 우진에게 자신을 걱정해주는 장질의 말도 제대로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장질도 우진의 표정을 보고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어린 우진으로서는 감정을 완전히 숨긴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튼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이만 자도록 하여라.”


결국 그날 우진은 장질의 명으로 억지로 잠을 청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장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우진을 따로 불러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만큼 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쉴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그만을 편애한다고 여길 법도 했지만, 우금석이나 오두나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우진이 해야 할 일들까지 일부 떠맡기는 했지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이 밝아져가는 그를 보고 있으니 두 아이도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장질이 우진에게 신경을 쓰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자신들이 편하기도 했으니 오히려 반기기까지 했다.


우진은 자신의 일까지 대신하는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장질의 가르침을 거절하지 않았다. 아니 거절 할 수 없었다.


금순아, 조금만 기다려. 오빠가 금방 갈게.


장질의 수업이 어렵고, 가도근의 수업이 힘겨울 때마다 우진은 그 말을 속으로 되네 이며, 힘을 내고 버텨낼 수 있었다.


재생원에서의 생활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전까지의 삶과 비교한다면 말로만 듣던 극락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우진은 그런 극락에서도 금순을 향한 그리움이 가시지를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금순이 보고 싶었다.


장질이나 부을평도 우진에게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가르치는 것만을 하는 우금석이나 오두와 달리 무엇이든 더 배우려드는 우진을 보면 그가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음을 쉽게 짐작 할 수 있었다. 그 사정이 무엇이든지 간에 우진이 포기하거나 뒤떨어지지 않고 열심히만 할 수 있다면 장질이나 부을평이나 굳이 캐묻거나 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우진이 너무 무리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재생원의 어른들의 가르침과 보살핌 속에서 우진은 금순을 향한 그리움을 가슴 속에 품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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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재생원(4) 16.01.07 318 1 9쪽
7 재생원(3) 16.01.02 372 1 11쪽
6 재생원(2) 15.10.03 435 4 10쪽
5 재생원 15.09.25 490 4 8쪽
4 황도로 15.09.18 578 5 11쪽
3 붉은 길 +1 15.09.13 431 7 8쪽
2 두 아이 15.09.12 620 8 10쪽
1 서장 +3 15.09.12 641 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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