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늙은아들의 헛간입니다.

내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늙은아들
작품등록일 :
2015.09.12 00:03
최근연재일 :
2016.01.09 16:5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771
추천수 :
39
글자수 :
33,955

작성
16.01.07 17:57
조회
381
추천
1
글자
9쪽

재생원(4)

DUMMY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재생원을 나간 장질과 부을평이 다시 돌아온 것은 거의 해가 저물어 갈 때쯤이었다. 장원으로 들어오고 다시 문을 닫아건 장질은 아이들을 비롯하여 부을평과 가도근까지 입원식을 치렀던 그 건물로 불러 모았다.


“이제부터 봉근의 의식을 치를 것이다.”


그러면서 장질은 아이들에 이제부터 할 것이 무슨 의식인지 설명해주었다. 장질이 말한 봉근의 의식이란 환관이 되기에 앞서서 남성의 상징을 항아리에 넣고 봉인하여, 가지고 태어난 성을 버림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의하고 천지신명에게 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환관이 되기 위한 수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재생원에 오기 전부터 자신들이 장차 무엇이 될 것인지 알고 있었던 아이들은 별 저항감이 없었다. 오히려 우진은 입원식을 제외하고 딱히 이렇다고 할 만한 것들이 없었기에 약간은 조바심도 느끼고 있었던 터라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봉근식이 오히려 기쁘기까지 했다. 우금석과 오두도 우진처럼 봉근식을 반기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회피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봉근식을 진행함에 있어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장질이 봉근의 의식을 시작했음을 천지신명에 고하고, 부을평이 아이들의 앞에 아이들의 머리만한 크기의 작고 하얀 항아리를 내려놓았다. 백가장에서 가져온 물건이 바로 그것이었다. 항아리에 삼분지 일정도 소금을 채우고, 장질은 다시 아이들에게 항아리 안에 잘려나간 그들의 남근을 넣으라고 말을 했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었다. 우진은 말할 것도 없고, 우금석이나 오두 모두 사고로 기능을 상실한 것이지, 잘라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다시 부을평이 나섰다.


부을평이 조심스럽게 품에 꺼낸 것은 나무를 깎아 만든 남자아이의 성기처럼 보이는 물건이었다. 부을평은 그것을 하나씩 아이들의 손에 쥐어주고 직접 항아리에 넣도록 했다.


“똑똑히 기억해 두어라. 이제부터 너희들의 것이다. 너희들의 것은 잘렸고, 바로 그 항아리 안에 넣는 것이다. 너희들은 이제 남성이 아닌 것이다. 그것을 넣는 순간, 그 전까지의 너희들은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알겠느냐?”


기껏 봉근의 의식이라 하면서 나무로 만든 가짜를 넣는 모양새가 우습기도 했지만, 진지한 장질로 인해 아이들도 진지하게 나뭇조각을 항아리에 넣을 수 있었다. 심약했던 오두는 겁에 질린 것인지, 긴장을 한 것인지 눈물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에 나뭇조각을 항아리에 넣자, 부을평은 다시 항아리에 소금을 채웠다. 그리고 부을평이 할 일을 마치고 물러서자 장질은 항아리에서 약간의 소금을 꺼내어 아이들의 머리 위에 흩뿌렸다.


“비록 이것이 너희들을 것을 대신한다고 하지만, 너희들은 이것을 정말 너희들의 것처럼 여겨야 한다.”


장질은 말을 마치고 직접 항아리의 뚜껑을 닫아주고, 나무상자에 넣어 보관하도록 했다. 그리고 봉근의 의식을 지낸 곳에서 하룻밤을 머물도록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내일 아침 날이 밝아 밖으로 나올 때면 그 전까지의 너희들은 죽고, 새로운 너희들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전까지는 의식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며, 의식이 끝나기 전까지 너희를 낳아주신 부모와 가족들에게 감사와 작별의 마음을 가지도록 하여라.”


말을 마친 장질은 부을평과 가도근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문을 닫고 안에는 아이들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어른들이 전부 나가고 위패로 가득한 을씨년스러운 방에 자신들끼리만 남자, 조금씩 눈물을 흘리던 오두는 이내 조금씩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사고로 큰 상처를 입고 가족과 떨어져 먼 곳까지 온 것만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었다. 재생원에 도착하여 친절하고 편안한 재생원 사람들의 보살핌에 조금이나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을 때에 행해진 봉근식은 차원이 다른 무게감으로 아이들을 짓눌렀다. 우금석도 오두처럼 눈물을 보이진 않았지만, 잔뜩 굳은 얼굴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고, 우진이 울고 있는 오두를 달래주기 시작하자, 결국 우금석도 우진에게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결국 세 아이는 울다 지쳐, 또 달래다가 지쳐서 잠에 들었고, 밖에 조용히 서 있던 장질과 다른 두 사람도 그제야 안심하고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날이 밝았음에도 아무도 아이들을 먼저 깨우지 않았다. 그저 밖에 서서 조용히 아이들이 문을 열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날이 밝고 기다리기를 한참. 마침내 오두가 가장 먼저 눈을 떴고, 잠에서 깬 오두는 처음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더니 아직 잠에서 일어나지 못한 우진과 우금석을 깨웠다.


오두가 깨우는 소리에 잠에서 깬 우진과 우금석도 처음에는 잠에서 덜 깬 것인지 멍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전 날 밤의 일이 기억이 난 것인지, 다시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날이 밝았으니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은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장질이 밖으로 나와야만 의식이 끝난다고 했던 말을, 아이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룻밤의 시간은 아이들이 어렴풋하게나마 각오를 다질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문을 열고 나가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나가자.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


“응, 나 배고파.”


결국 참다못한 우진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하자, 오두도 맞장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우금석도 결심을 굳힌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갈 때는 나가더라도, 챙길 건 챙겨야지. 아무리 진짜 떨어진 몸이라고 해도, 흘리고 다닐 수는 없잖아.”


그리고는 바닥에 놓여있는 항아리를 챙기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두 아이도 부리나케 항아리를 챙기기 시작했다. 비록 나뭇조각으로 만든 가짜를 넣은 항아리지만 우금석의 말처럼 흘리고 다닐 물건이 아니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것이 누구 꺼지?”


그리고 오두의 한 마디에 아이들은 다른 고민을 해야 했다. 그리고 갑자기 우진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형, 뭐가 그렇게 웃겨?”


“크크크, 그럼 안 웃기냐? 이게 우리 고추라는데 우린 알아보지도 못하잖아. 크크크. 이 고추가 네 고추냐? 아니면 저 고추가 네 고추냐? 네 고추가 아니면 내 고춘가? 진짜 웃기잖아. 그리고 떨어진 몸이라니, 난 아직 달려 있거든? 볼래? 보여줄까?”


우진이 하는 말이나, 그가 하는 행동이 우습거나 재밌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평소라면 그저 코웃음이나 치고 넘어갈 일이었지만, 잔뜩 굳어 있던 아이들에게는 달랐던 모양이었다. 결국 아이들은 항아리를 들고 웃으며, 이 항아리가 더 하얗다면서 자기 것이라고 한다던가, 이 항아리가 더 무거우니 자기 것이라고 우기며 떠들기 시작했다.


밖에서 기다리던 장질도 안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나오자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는 굳은 얼굴을 풀고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렸다. 그의 오랜 경험으로 미루어 아이들이 저렇게 웃고 떠들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였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아이들이 서로 항아리를 하나씩 나눠 들고 밖으로 나오자, 장질은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주었다. 장질이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다시 눈물이 핑 돌았지만,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두가 약간의 눈물을 흘린 것이 아이들이 흘린 눈물의 전부였다.


“이것으로 모든 의식이 끝이 났다. 이제 너희들은 한날한시에 태어난 형제들이나 다름없으니, 서로 아끼고 보살피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받쳐주며 지내도록 해라.”


아이들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와 항아리를 종이로 감싸고 끈으로 묶은 이후에 상자에 넣고, 이름까지 써서 나눠준 장질은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따듯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고,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15.12.01 358 0 -
9 재생원(5) 16.01.09 439 1 8쪽
» 재생원(4) 16.01.07 382 1 9쪽
7 재생원(3) 16.01.02 408 1 11쪽
6 재생원(2) 15.10.03 469 4 10쪽
5 재생원 15.09.25 535 4 8쪽
4 황도로 15.09.18 635 5 11쪽
3 붉은 길 +1 15.09.13 489 7 8쪽
2 두 아이 15.09.12 690 8 10쪽
1 서장 +3 15.09.12 722 8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