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늙은아들의 헛간입니다.

표지

내시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늙은아들
작품등록일 :
2015.09.12 00:03
최근연재일 :
2016.01.09 16:51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292
추천수 :
39
글자수 :
33,955

작성
15.09.18 23:33
조회
580
추천
5
글자
11쪽

황도로

DUMMY

극심한 고통으로 기절한 우진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사람이 아닌, 우진의 음식을 먹던 커다란 들개였다. 익숙한 냄새에 이끌려 오다보니 우진을 보게 된 것이다. 우진에게 다가온 개는 우진의 주변을 서성이다가 마을을 향해 달렸다. 마을에 도착한 개는 사람들 앞에서 크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개의 등장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개가 그들의 생각에 이유없이 짖어대자 조금씩 물러서다가 개가 자신들로부터 물러서고 다시 짖고, 물러서고 다시 짖고를 반복하자 개가 자신들을 부르고 있음을 깨달은 사람이 나왔다. 그리고 개는 자신을 따라나서는 사람이 생기자 더 크게 짖고 더 멀리 떨어지고 다시 짖고를 반복했다.


“아이고, 우진아. 아이고, 이놈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야. 아이고, 아이고.”


결국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집으로 옮겨진 우진을 끌어안고 우진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큰 소리로 통곡을 했다. 우진의 하의는 우진의 피로 흥건히 젖어있었고, 사람들이 보기에도 우진에게 큰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급히 다른 사람들에게 불려온 의원의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멀쩡했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고자가 되었으니 아비의 심정이 오죽할까.


금순이가 황궁으로 보내지고 실의에 빠져있던 우진이 그나마 개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생각했는데, 상상도 못한 끔찍한 일이 벌어졌으니……. 하늘이 도와 목숨은 건졌다지만, 하늘의 도움도 거기까지였다. 목숨은 남겨두는 대신 다른 것을 가져가 버린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의원에게 줄 진료비는 어떻게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우진의 상처를 치료하고 상한 몸을 보하기 위한 약값은 우진의 집의 사정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사정을 빤히 아는 의원도 며칠의 말미를 주었지만 그 시간으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었다.


사방에 돈을 빌리려 해보았지만, 사정이야 다들 거기가 거기인 상황에서 우진의 아버지가 빌릴 수 있는 돈은 정말 몇 푼 되지 않았다. 그나마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을 의원에게 주고 사정사정 하여 기일을 다시 늦출 수 있었던 것도, 의원이 크게 마음을 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시 기일은 다가오고 돈은 없고, 고민에 빠져있을 때, 한 상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진의 집에 찾아왔다.


상인은 우진의 아버지에게 우진을 자신이 데려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원에게 줄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사례금으로 주겠다는 약속까지 하며, 가지고 온 돈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렇지 않아도 가난한 살림에 딸린 입만 한 둘이 아닌 우진의 아버지 입장에서 상인의 제안은 정말로 유혹적인 제안이었다. 그래도 차마 아들을 팔아넘길 수 없어 고민하던 그는 마지막으로 상인에게 무슨 이유로 자신의 아들을 원하는지 물어보았다.


“내시로 만들 생각이오. 어차피 그런 일을 겪었으니, 할 수 있는 일도 없지 않소?”


상인의 말에 우진의 아버지는 정말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려서 우진과 비슷한 사고를 당한 아이들을 가르쳐서 내시로 만든다는 소문은 그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부모가 얼마나 모자라기에 자식이 그런 꼴을 당하게 하냐고 비웃었는데, 이제보니 자신이 바로 그 모자란 부모가 되게 생긴 판이었다. 우진을 보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우진의 아버지가 고민하고 있을 때, 상인과 아버지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우진이 밖으로 나왔다.


“아버지, 저 이 아저씨 따라갈게요.”


“이 정신 나간 놈아! 어딘 줄 알고 따라간단 말이냐!”


보낼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우진이 스스로 가겠다고 말을 하자, 우진의 아버지는 우진을 보낼 수가 없었다.


“빚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가능하겠소?”


“그걸 당신이 왜 신경 쓴단 말이오? 이건 우리 집안일이니, 외부인인 당신은 신경 쓰지 마시오. 아니, 썩 꺼지지 않는다면 경을 칠 줄 아시오!”


“아버지.”


“이놈이, 그래도! 어서 방으로 들어가지 못해! 가긴 어딜 간다고!”


우진의 아버지는 화를 내 보았지만, 이미 자신이 상인의 제안에 반쯤은 넘어갔다는 것을 부인 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럴 마음이 없었다면 상인이 처음 제안을 꺼냈을 때, 그를 두들겨 패서라도 쫓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자신이 그럴 마음이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것을 알기에 일부러 화를 내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차피 돈을 못 갚으면, 형들이 하인으로 팔려가야 하잖아요. 그냥 제가 갈게요. 가게 해주세요.”


“이놈이!”


“아버지, 보내 주세요.”


“아이고, 이놈아, 아이고. 네가 가긴 어딜 간다는 말이냐, 너를 어찌 보낸단 말이냐. 아이고, 아이고.”


결국 우진의 아버지는 우진을 끌어안고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자신이 못나서 일어난 일인 것처럼 그는 목 놓아 울었다. 어미가 죽고, 혼자 겉돌던 아이였다. 그때는 그저 새로 들인 새어머니가 어색하여 그런 것이라 생각하여 넘어갔는데, 이제는 아예 집에서 떠나게 된 처지였다.


우진의 아버지가 우진을 끌어안고 통곡을 하고, 상인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는 듯, 느긋하게 그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진의 아버지의 통곡이 멈추자, 상인은 굵고 낮은 목소리로 그를 다시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니 설득이기보다는 우진의 아버지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행동에 가까웠다.


“차라리 이런 곳에서 농사나 지으며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곳이 좋을 것이오. 최소한 그곳에서는 먹고 입고 잘 곳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데다가, 글을 가르쳐주는 것은 물론, 교육이 끝나면 황궁으로 들어가 황궁의 일을 맡게 될 것이오. 말단의 환관도 어지간한 농부보다 많은 월봉을 받으며, 큰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장차 나이가 들면 비슷한 사정의 아이를 데려와 양자로 삼아 집안의 대를 이을 수도 있거니와,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황도에서 고래 등 같은 기와집에서 수많은 하인들을 턱짓만으로 부리며 살수도 있소.”


물론 상인의 말처럼 그런 수준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하늘의 도움, 거기에 목숨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이 포함되어야 하겠지만, 그런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인이 말하지 않았다고 해도, 우진의 아버지도 멍청이는 아니었다. 정말 그런 황금빛 미래가 보장되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들을 내시로 만들려고 할 테고, 일부러 자신들을 찾아와 돈까지 줘가며 우진을 달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말을 상인은 아무런 주저함 없이 말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살아남은 아이가 몇이나 될 것이라 보시오?”


확실히 상인의 대답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의 말 전부를 믿기는 힘들었지만, 그의 어조나 태도, 목소리 등등. 적어도 자신에게 숨기는 것은 있는 것 같았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우진의 아버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사이, 그의 품에서 벗어난 우진이 상인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제가 따라가면 돈을 주신다고 하셨죠?”


당돌한 우진의 태도에 상인의 입 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제법 강단이 있는 아이가 아닌가? 어쩌면 정말로 자신이 말한 자리까지 올라갈 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상인은 바로 돈 주머니를 주지 않고, 우진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아들을 말릴 수도, 그렇다고 찬성 할 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지금 말리지 않는 다는 것은 그도 내심 승낙한 것과 마찬가지다.


“나흘 뒤에 오겠소. 필요한 것들은 전부 이쪽에서 준비할 테니, 아이와 작별인사라도 나누고, 먹고 싶어 하는 것들이라도 배불리 먹여두시오.”


우진에게 돈이 든 주머니를 쥐어주며, 상인은 우진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결국 그도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룬 상인은 흡족한 미소를 짓고 우진의 집을 떠났다.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우진의 아버지는 상인과 있었던 일을 말하며, 우진이 집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우진 과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상인에게 받은 돈에 관심을 보였다. 겉으로는 직접 드러내진 못했지만, 우진의 새 어머니는 우진이 없는 곳에서 우진의 아버지에게 얼마나 받았는지는 노골적으로 물어보기도 했다.


의원에게 돈을 갚으며 사정을 이야기하자, 의원은 안타까워하며, 우진에게 먹을 약과 상처에 바를 약을 무척이나 싼 값에 넘겨주었다. 그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돈을 받기는 했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가족과 해어져야 하는 아이에게 그 정도 선물은 해주고 싶었다.


상인이 말한 나흘 동안, 우진은 평생 먹었던 것보다 더 많은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우진의 아버지는 빚을 갚고 남은 돈의 일부를 쪼개 고기를 샀고, 고기의 대부분을 우진에게 먹였다. 이제 먼 길을 떠날 아들에게 베풀 수 있는 아버지의 마지막 정이라면 정이었다.


또, 우진이 결국 마을을 떠난 다는 소문이 퍼지자, 평소 우진을 괴롭히던 마을 아이들이 찾아와 우진에게 사과를 하고 갔다. 우진이 그렇게 된 것도 마치 자신들 때문인 것처럼 눈물을 보이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우진을 괴롭히던 아이들의 대장노릇을 하던 소년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나흘의 말미를 주고 간 상인은 그의 말대로 나흘 째 아침에 다시 우진의 집을 찾아왔다. 상인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이미 준비를 하고 있던 우진도 별 말은 하지 않고 그를 따라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의 마지막 인사를 받으며 금순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우진을 데려갔던 상인은 이내 다른 사람에게 우진을 넘기고, 또 그 사람도 다른 이에게 우진을 넘기고, 몇 번에 걸쳐서 이리 저리 사람을 옮겨 다닌 우진은 어느 샌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마차를 타고 이동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진은 알 수 있었다. 자신과 같은 마차를 탄 아이들도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15.12.01 310 0 -
9 재생원(5) 16.01.09 392 1 8쪽
8 재생원(4) 16.01.07 319 1 9쪽
7 재생원(3) 16.01.02 372 1 11쪽
6 재생원(2) 15.10.03 436 4 10쪽
5 재생원 15.09.25 491 4 8쪽
» 황도로 15.09.18 581 5 11쪽
3 붉은 길 +1 15.09.13 433 7 8쪽
2 두 아이 15.09.12 622 8 10쪽
1 서장 +3 15.09.12 647 8 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늙은아들'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