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정현™ 님의 서재입니다.

암흑대제, 현대에 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정현™
작품등록일 :
2013.10.06 04:10
최근연재일 :
2014.02.05 17: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24,474
추천수 :
3,352
글자수 :
45,118

작성
14.02.02 18:01
조회
6,140
추천
218
글자
7쪽

5. 이름을 얻다.

DUMMY

“하나 둘 셋을 세면 너는 여자의 머리를 내리쳐. 나는 가방을 낚아챌 테니까.”

“알았어. 하루 이틀 해보는 일도 아닌데.”

두 남자는 발걸음을 천천히 하며 여자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놈의 손에는 스패너가 들려있었다.

“오늘은 허탕을 치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마지막에 하나 걸려들었어.”

“명품가방을 들고 있기에 좀 사는 줄 알았더니 이런 곳으로 들어오고. 영 예상 밖이야.”

“딱 보니 술집 년인데 저런 년들이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지. 큭큭큭, 몸 팔아서 번 돈 우리가 잘 쓰겠어.”

“작업하기도 딱 좋아. 가로등도 희미하고 인적도 없고. 저 년이 제 죽을 줄도 모르고 기어들어가는 거지, 뭐.”

“그냥 두드리고 가방만 가지고 가기에는 아쉬운 데.”

한 놈이 여자의 엉덩이를 보며 침을 흘렸다.

“관둬. 그러다가 괜히 일만 커져. 우리 일은 속전속결인 걸 잊었어.”

일명 퍽치기는 취객의 뒤통수에 한 방 먹이고 지갑이나 가방을 탈취해서 그대로 토끼는 범죄였다.

“알았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조심해. 괜한 욕심까지 부렸다가 쇠고랑 차는 수가 있다.”

“그만 해라. 알아들었으니까.”

두 놈은 제법 프로의 냄새가 났다.

“저기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시작이다. 어두고 사람도 없는 게 딱이야.”

“콜.”

“자, 일하러 가자.”

두 놈의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고 여자는 천지분간도 하지 못하고 어두운 골목 안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뒤를 따라잡은 한 놈이 스패너를 들어 여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에고.”

순간 여자는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스텝이 꼬이면서 앞으로 넘어졌고 스패너는 허공을 휘둘러 맞혔다.

“이런 제길.”

스패너를 들고 있는 놈이 욕을 하며 재차 스패너로 내리치려하자 따라온 다른 놈이 먼저 여자의 가방을 낚아챘다.

“악.”

여자는 갑작스러운 봉변에 비명을 지르며 가방을 꽉 잡았다. 대한민국의 젊은 여자들에게 명품가방은 목숨 그 자체였다. 술에 취한 여자치고는 너무나 힘에 세서 놈은 가방을 빼앗지 못하고 힘만 주었다.

“이거 봐, 이년아.”

“안 돼.”

여자는 목숨보다 더 소중한 명품가방을 잡고 늘어졌고 놈은 여자의 엄청난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

“야, 죽여.”

가방을 빼앗지 못하자 놈은 동료에게 고함을 질렀고 스패너를 들고 있는 놈은 있는 힘을 다해 내리쳤다.

“악.”

여자는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자에게 이러면 안 되지.”

김탄이 어느 새 나타나 스패너를 내리치던 놈의 팔을 잡아채서는 그대로 꺾어버렸다.

“끄악.”

스패너를 들고 있는 왼 팔이 뒤로 90도 꺾이더니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뚝.

“너, 뭐야.”

가방 줄을 움켜지고 있던 놈은 깜짝 놀라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여자를 괴롭히는 놈들은 소인배 중에서도 최하급이다.”

김탄의 차가운 눈길을 받은 놈은 저도 모르게 뒤로 기어가면서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씨바. 무슨 알아듣지도 못하는 개 소리를 하는 거야.”

놈에게 김탄이 내뱉는 말은 무협영화에서나 듣던 말이었다.

김탄은 잡고 있는 놈을 내던지며 말했다.

“꺼져.”

확실한 한국말 한 마디에 놈은 팔이 뒤로 꺾인 채 기절한 동료를 질질 끌고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무슨 일이야.”

“어디서 또 술 먹고 싸움질이라도 난 거야.”

“하여간에 동네 잠잠한 날이 없어.”

따닥따닥 붙어있는 매미 집 같은 집들에서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괜찮아요?”

김탄은 길바닥에 엎어져있는 여자를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도, 도와줘서, 고, 고마워요.”

여자는 여전히 겁에 질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남자가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여자는 김탄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내미는 손을 잡고 일어났다.

미니스커트가 찢어져서 팬티가 다 보였고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하이힐은 저만치 나가 떨어져있었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여자는 차림새를 바로 할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김탄이 민망했다.

“어머.”

뒤늦게 자신의 몰골을 확인한 여자가 당황하며 얼른 옷을 추슬렀지만 찢어진 치마는 어떡할 도리가 없었다.

“아, 재수 없어. 저 새끼들은 어디서 나타난 거야. 퍽치기도 봐가면서 해야지. 이런 동네에 뭐 먹을 거 있다고 기어들어온 거야.”

여자는 언제 그런 험한 일을 당했느냐며 하이힐을 주어 신으면서 투덜거렸다.

“이 빽이 얼마짜린데. 에고, 아가 괜찮아? 하마터면 너랑 강제로 이별할 뻔 했어.”

여자는 자신의 안위보다 명품가방이 무사한 게 너무 좋았다.

“고마워요.”

여자는 찢어진 치마를 한 손으로 잡고서 김탄에게 인사를 했다.

“중국분이세요? 어디 사세요? 새로 이사 오셨어요?”

여자는 김탄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속사포처럼 물었지만 김탄은 겨우 한 마디만 알아들었다.

‘내가 살던 나라가 중국이 확실한가보다. 내가 말만 하면 중국 사람이냐고 묻고 조선족이냐고 묻는 걸 보면. 그러면 나는 중국에서 온 조선족인가?’

남자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고개만 끄떡였다. 가타부타 상황을 설명할 필요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렇구나. 어쩐지 쿵푸를 잘 하더라. 호호호, 혹시 소림사 출신?”

여자는 중국 사람이면 무조건 쿵푸를 잘 하는 줄 알고 있었다. 마치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가 태권도 유단자 인줄 아는 외국인들처럼.

쿵푸.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처음으로 나왔다. 김탄은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끄떡이며 입안에서 쿵푸를 중얼거렸다.

“저를 구해준 구세주를 그냥 보내드릴 수가 없죠. 자, 우리 집에 가요. 내가 술 한 잔 대접할게요.”

여자는 스스럼없이 김탄의 손을 잡고 앞장을 서서 걸어갔다.

‘어, 왜 이러지.’

김탄은 김혁이 자고 있는 옥탑 방으로 다시 가려고 했지만 여자의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거리에서 쪽잠을 자다가 열흘 만에 처음으로 이상구의 방에 들어가서 느꼈던 온기 같다.’

색욕이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어머, 너......”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흐트러진 차림새로 처음 보는 남자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친구를 보며 여자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어머, 영애야. 아직 안자고 있었네. 호호호, 여기는, 음...... 뭐라고 해야지.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고 있었데.”

영애라는 여자가 김탄을 보며 말했다.

“이름이 뭐에요? 참, 못 알아듣지. 이.름.”

보디랭귀지를 동원하자 김탄은 자신의 이름을 물어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말했다. 김혁이 지어준 이름을.

“김탄.”


작가의말

연휴의 마지막 날이네요.

푹 쉬시고

내일을 맞이합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암흑대제, 현대에 가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출간합니다. +1 14.02.22 1,152 0 -
공지 주 5회 연재는 꼭 지키겠습니다. +4 13.11.29 7,144 0 -
14 5. 이름을 얻다. +7 14.02.05 6,625 214 7쪽
13 5. 이름을 얻다. +5 14.02.03 5,969 210 7쪽
» 5. 이름을 얻다. +7 14.02.02 6,141 218 7쪽
11 5. 이름을 얻다. +9 14.02.01 7,537 231 7쪽
10 4. 인연의 시작. +7 14.01.30 6,829 221 10쪽
9 4. 인연의 시작. +1 14.01.29 6,962 232 7쪽
8 4. 인연의 시작. +4 14.01.28 7,496 217 8쪽
7 3. 홀로 남겨지다. +1 13.12.06 7,605 232 9쪽
6 3. 홀로 남겨지다. +2 13.11.29 8,325 254 7쪽
5 2 세상으로. +10 13.11.16 8,995 275 7쪽
4 2. 세상으로. +9 13.11.14 9,845 274 12쪽
3 2. 세상으로. +7 13.11.11 10,812 281 6쪽
2 1.북해빙궁 +4 13.11.10 12,064 278 7쪽
1 프롤로그 +5 13.11.01 11,723 215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