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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님의 서재입니다.

암흑대제, 현대에 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정현™
작품등록일 :
2013.10.06 04:10
최근연재일 :
2014.02.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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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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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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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세상으로.

DUMMY

“더러운 놈들.”

감 조장은 고개를 돌려 외면을 하고는 아직도 들고 있는 보드카를 마셨다.

대략 30여 명이 넘는 남녀노소들이 갑판 위로 올라와서는 제각각 토악질을 하고 바람을 쏘이며 거친 숨을 돌리고 있었다.

“휴, 이제 살겠다.”

“흑흑흑, 죽는 줄 알았어.”

“여기는 어디야?”

남루한 옷차림에 모두들 퀭한 눈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악취가 진동을 했다. 하지만 거센 바람을 맞자 이제 살 것 같다며 인상이 누그러지고 있었다.

“젠장, 청도에서 스시나 먹으면서 칭다오 맥주를 마시고 있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팔자야.”

감 조장은 욕을 하며 연신 보드카를 마셨다.

그때였다.

“어, 저기 사람이 있어.”

난간을 잡고 토악질을 하던 사람들이 바다를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

“뭐야. 망망대해 어디에 사람이 있다고 지랄이야.”

감 조장이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선원들도 이구동성으로 고함을 질렀다.

“사람이다.”

“시체인 것 같은데.”

선장이 달려가서 보더니 역시 고함을 질렀다.

“사람이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감 조장이 투덜거리며 난간으로 갔다가 놀랐다.

‘사람이 맞잖아.’

벌거벗은 남자가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쿵.

“배에 부딪혔어.”

“끌어올려.”

사람들과 선원들이 여기저기서 고함을 지르자 감 조장이 더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시체를 왜 끌어올려. 놔 둬.”

사람들과 선원들이 감 조장을 쳐다보았다.

“재수 없게 시체를 왜 배에 올려. 그냥 가.”

선원들이 선장을 쳐다보았다.

“선장님, 바다에서 시체를 발견하고 그냥 내버려두면 재수가 없는데...... 어떡할까요?”

산동성의 선원들 사이에는 그런 미신이 있었다. 바다에서 시체를 발견하면 끌어 올려서 염을 하고 향을 피우고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풍습이었다.

“젠장. 감 조장, 대충 수습하고 다시 보내면 돼. 안 그러면 재수가 없어.”

감 조장이 눈을 흘기고는 어쩔 수 없다며 말을 했다.

“마음대로 해.”

감 조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선원들이 갈고리를 가져와서는 사람을 끌어당겼다.

“관에 들어있어.”

“무슨 관이 이렇게 투명해.”

“얼음 아냐?”

선원들이 신기하다며 쳐다보는 사이로 사람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경을 했다.

“어, 차가.”

“손이 얼어붙겠어.”

유리관을 만지던 선원들이 깜짝 놀라며 움찔거렸다.

“10분 지났다. 집어넣어.”

감 조장이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하자 선원들이 사람들을 다시 밀어 넣었다.

“들어가.”

“잠시만 요. 아이들이 지쳐서 그러니 잠시만 더......”

“씨바, 말 많네. 그냥 처넣어.”

감 조장이 신경질을 막 내자 선원들이 강제적으로 사람들을 배 밑의 선실로 몰아넣었다.

“조선족 놈들은 조금만 잘 해줘도 기어올라.”

감 조장은 마지막 남은 보드카를 입에 털어 넣었다.

“이 새끼도 얼른 처리해.”

감 조장이 투명한 유리관을 발로 차자 그때까지 튼튼하게 잘 있던 유리관에 금이 쫙 갔다.

“어라, 뭐 이래.”

감 조장이 놀라서 쳐다보자 유리관이 박살이 나고 안에 들어있던 벌거벗은 남자가 갑판 위에 그대로 드러났다.

“어떤 놈들이 시체를 이따위로 처리한 거야. 우리 같으면 그냥 돌덩이에 매달아서 버리는데. 그러면 깔끔하잖아. 이렇게 떠오를 이유도 없고.”

감 조장이 남자를 발로 툭 찼다. 그러자 남자가 옆으로 구르며 목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어라, 이건 뭐야?”

감 조장의 눈이 반짝거렸다.

“보석 같은데?”

선장도 눈이 반짝 빛났다.

“그렇지?”

감 조장이 남자의 목을 더듬더니 이내 희색을 띠며 말했다.

“이거 다이아몬드 아냐?”

가느다란 금속 줄에 어린 아이 눈만 한 보석이 달려있었다.

“호, 재수야.”

감 조장이 목걸이를 잡아채고는 눈알이 희번덕거렸다.

“제법 돈이 되겠는걸.”

감 조장이 희희낙락하는 사이에 선원들이 바다를 보며 말했다.

“선장님, 얼음이 다 녹고 있습니다.”

선장이 달려가서 보자 사방에 널려있던 빙하 같은 얼음덩이들이 거의 다 녹고 있었다.

“허, 거참. 신기하네.”

하지만 신기한 일은 더 있었다.

“선장님, 이 시체, 아니 사람이 살아있습니다.”

염을 하려던 선원들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뭐야?”

선장이 달려와서는 눈을 크게 뜨고 침을 삼켰다.

“시체가 아니었어?”

벌거벗은 남자의 몸에 온기가 일어나더니 피부색이 점점 살아나는 것이었다.

“숨도 쉬는데요?”

선원 한 명이 남지의 입에 귀를 대더니 말했다.

“기분이다. 선실에 처박아 둬. 인천에 풀어주지.”

감 조장이 물끄러미 내려 보더니 한 마디 했다.

“옷이나 입혀.”

선장이 예사롭지 않은 반응에 조심스레 말했다.


문이 열리자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시체가 아니니까 어디 처박아둬.”

선원들이 남자를 컴컴한 선실에 던지며 말하고는 문을 닫았다.

쿵.

남자는 짐짝처럼 처박히며 선실에 던져졌고 10평도 안 되는 좁은 선실에 갇힌 사람들은 남자를 지켜보기만 했다.

“엄마, 저 아저씨 살아있어?”

이제 5살쯤 된 여자아이가 다가가려하자 엄마가 얼른 막았다.

“안 돼.”

“왜?”

“그냥......”

“불쌍하잖아.”

“그래도 안 돼.”

엄마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선원들이 걸레로 쓰던 옷을 입고 있는 남자는 차디찬 바닥에 던져진 채 그렇게 오래도록 있었다.


+++


‘여기가 어디지?’

남자는 유리관이 깨지는 순간 이미 정신이 들어있었다. 다만 몸을 움직일만한 여력이 없었다. 마치 큰 수술을 받고 마취에서 깨어나기 전의 환자처럼 의식이 몽롱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남자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혀가 굳어있었고 입이 열리지가 않았다.

‘도와줘.’

남자는 자신을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지 않자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 힘으로 할 수는 없는가.’

남자는 온 몸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육체는 너무 무거웠고 손가락 하나 까딱일 힘이 없었다.

‘목이 탄다. 누가 물이라도 좀.’

남자는 안간 힘을 쓰며 사람들을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눈을 마주치려하지 않았다.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거야.’

화가 났다.

도움이 필요한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현실이 너무도 야속했고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동시에 살기가 일어났다.

‘다 죽여 버리고 싶다.’

그때였다.

“아저씨, 괜찮아?”

여자아이 하나가 다가왔다.

“어디 아픈 거야?”

엄마가 잠이 든 틈을 이용해 여자아이가 온 것이다.

‘물을 좀 주렴.’

남자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안 들었다.

“물을 줄까?”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여자아이가 물었다.

‘그래, 부탁이다.’

남자는 억지로 힘을 쓰며 겨우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알아챘는지 엄마에게 가서 낡은 물통을 가지고 왔다.

“여기 물이야.”

뚜껑을 열어서 남자의 입에 가져다대었다.

“마셔.”

여자아이는 똑똑했다. 물통을 비스듬히 기울이자 물이 흐르며 남자의 입을 적셨다.

흡흡흡.

남자는 모든 힘을 입술과 목에 집중시켜서 흐르는 물을 빨아들였다.

‘아, 이렇게 맛있는 물이 있을 수 있나.’

남자는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물을 마셔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물을 쪽쪽 빨았다.

“아, 따가.”

물통을 부어주던 여자아이는 가시에 찔린 것처럼 움찔거렸다.

“아저씨, 몸에 이게 뭐야?”

여자아이는 남자의 목 근처에 박혀있는 작은 침들을 발견하고는 만졌다.

‘몰라.’

남자는 물을 빨아먹기에 바빴다.

“가시에 찔리면 얼마나 아픈 데. 내가 뽑아줄게.”

여자아이는 한 손으로는 물통을 들고 있고 한 손으로는 더듬어서 남자의 목 근처에 있는 침들을 뽑아주었다. 그러자 남자는 움직일 수 없는 목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움직인다.’

남자는 더 큰 힘으로 물을 빨아먹으면서 목을 뒤척였다. 그리고 갈라터질 것 같던 목구멍이 충분히 적시자 힘을 주어서 말을 했다.

“다...... 른 침들...... 도 뽑아...... 줘.”

“어라, 아저씨 괜찮은 거야?”

남자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재미있다며 남자의 몸 위로 기어 올라가서는 몸에 막혀있는 작은 침들을 뽑아주었다.

‘된다.’

어깨가 움직이고 양 팔이 차례대로 자유로워졌다. 그러자 남자는 여자아이와 함께 온몸에 박혀있는 침들을 두 손으로 뽑았다.

쾅.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후레시 불빛이 선실을 비추었다.

“괜찮은 년이 있던데.”

감 조장이 후레시를 비추며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맨 앞에 있던 남자가 일어나려고하자 감 조장이 차버렸다.

“크윽.”

“너 말고 여자가 필요하다고.”

감 조장이 후레시를 비추다가 멈추었다.

“크크크, 여기 있었네.”

후레시가 멈춘 곳은 여자아이의 엄마였다.

“나랑 가자.”

감 조장이 뛰어 들어와서는 여자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꺄악.”

여자가 고함을 질렀지만 감 조장의 힘은 강했다.

“엄마.”

여자아이가 깜짝 놀라서는 한달음에 여자에게 안겼다.

“제발 놔주세요.”

여자가 사정을 했지만 감 조장은 이미 술에 취하고 여자에게 눈이 먼 한 마리 짐승이었다.

“씨발, 네 년이 필요하다고.”

감 조장은 말리는 선실의 남자들은 줘 패고 억지로 여자를 끌고 나갔다.

“엄마.”

여자아이가 품에 매달려 울자 감 조장이 억지로 떼어내서는 던져버렸다.

“이건 또 뭐야.”

“아악, 엄마.”

“경아.”

여자가 기겁을 하며 빠져나가려하자 감 조장이 주먹으로 뺨을 때렸다.

“이년아, 네 딸년 죽이기 전에 가만히 있어.”

감 조장은 인정사정이 없었다.

“제발 제 아이만은. 흑흑흑.”

여자는 딸을 죽인다는 감 조장의 협박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내 말만 잘 들으면 네 딸년도 살려주고 네 년도 살려준다니까.”

감 조장은 여자의 가슴을 주무르며 짐승 같은 웃음을 흘렸다.

“가자. 내가 잘 해준다고.”

감 조장이 여자를 끌고 나가는데도 선실에 갇힌 남자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엄마......”

바닥에 팽개쳐진 여자아이는 손을 뻗으며 엄마를 찾았지만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그냥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개보다 못한 새끼.”

나지막하면서도 으스스한 목소리가 선실에 울려 퍼졌다.

“어떤 새끼야.”

여자를 끌고 나가려던 감 조장이 뒤를 돌아보며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어떤 새끼가 감히 욕을 하는 거야.”

감 조장이 한 손으로 여자를 안고 한 손으로 후레시를 비추며 말했다. 그리고 후레시가 한 곳에 머물렀다.

“너냐?”

감 조장이 피식거렸다.

걸레 같은 옷을 입은 남자가 상체를 일으켰다.

“여자를 놔줘라.”

“이 새끼가.”

“아니면 너는 죽는다.”

“허허허.”

감 조장은 허탈하게 웃었다.

“너 정말 미쳤구나.”

감 조장이 여자의 손목을 놓고 말했다.

“뒈질래?”

남자는 그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이 새끼가 죽은 놈을 구해줬더니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어디서 정의의 사도 흉내를 내는 거야.”

감 조장이 천천히 다가서며 주먹을 쥐었다.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감 조장은 상체를 일으킨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퍽.

정확하게 남자의 관자놀이에 주먹이 박혔다.

“큭......“

주먹을 맞은 남자가 아니라 주먹을 날린 감 조장이 주먹을 감싸며 폴짝폴짝 뛰었다.

“이 새끼가.”

감 조장은 쪽 팔려하며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죽을힘을 다해 주먹을 십여 차례 날렸다.

‘아이고, 내 주먹아.’

감 조장은 떨어져서는 주먹을 호호 불었다.

‘넌 죽었어.’

감 조장은 남자가 나가떨어졌을 걸라고 생각하고는 쳐다보았다.

“허걱.”

남자는 멀쩡했다. 오히려 이제는 몸을 일으켜서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다 때렸냐?”

남자는 몸이 시원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몸은 다시 차가워졌다.

“이, 이 새끼가.”

감 조장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서 겨누었다.

“회를 쳐주마.”

감 조장은 나이프가 손에 들리자 안심이 되었다. 청도에서 알아주는 칼잡이로 통하는 감 조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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