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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님의 서재입니다.

암흑대제, 현대에 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정현™
작품등록일 :
2013.10.06 04:10
최근연재일 :
2014.02.05 17: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24,475
추천수 :
3,352
글자수 :
45,118

작성
14.02.01 16:29
조회
7,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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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글자
7쪽

5. 이름을 얻다.

DUMMY

5. 이름을 얻다.




“큭큭큭. 상구 자식, 제 동생한테 한 대 얻어맞고 기절을 하다니.”

옆집 아저씨가 키득거리며 ‘이슬 한 방울’ 소주를 종이컵에 부어 마셨다.

“좋다. 어이, 거기도 한 잔 하지.”

남자는 익숙한 주향(술 냄새)에 저도 모르게 손이 갔다. 라면냄새처럼 거리에서 익숙하게 맡아왔던 주향이었다.

“자, 한 잔 하세.”

남자와 잔을 서로 나눈 옆집 아저씨가 남자를 보며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하지 않았네. 내 이름은 김혁이야. 멋있지. 흐흐흐, 원래 이름은 따로 있고 내 예명이야. 그대 이름은 뭐지?”

옆집 아저씨는 한 잔 더 따라주며 물었지만 남자는 대답 없이 소주를 마셨다.

“아차차, 자네는 우리말을 모른다고 했지. 내가 실수했네. 그래도 인연이 깊어 이렇게 한 지붕 아래에서 몸을 누이게 되었는데 부를 이름이라도 있어야지.”

옆집 아저씨, 김혁은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남자를 보며 히죽 웃었다.

“김탄은 어때? 나는 김혁, 그대는 김탄. 서로 형제 같고 좋잖아.”

자기 마음대로 남자의 이름을 정한 김혁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어이, 김탄. 한 잔 해.”

남자는 김혁의 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자신을 가리키며 김탄이라고 자꾸 말하는 걸 보고는 눈치를 챌 수가 있었다.

‘김탄, 왜 나를 김탄이라고 부르는 걸까. 내 이름이라도 되나? 이름? 그렇지, 나는 지금 이름도 모르지. 그래서 내 이름을 지어주는 건가. 김탄. 입에는 달라붙는데.’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은연중에 자신을 소개할 뭔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다. 하지만 아무 것이나 가져다 붙여서는 안 된다는 거부감이 있어 그동안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김탄. 나를 지칭하는 이름이라는 게 필요는 하겠지.’

남자는 거부하지 않고 연신 히죽거리며 잔을 권하는 김혁을 쳐다보며 잔을 받았다.

‘나쁜 사람은 아니다. 줏대가 없고 눈치를 살피는 나쁜 버릇이 있어 그렇지 선함이 살아있는 사람이다. 오늘은 운이 좋군. 지금까지와는 달리 선한 사람을 3명씩이나 만나고.’

이상구와 이상미 남매 그리고 옆집 아저씨 김혁까지 인연이 닿았다는 게 아주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 같았다.

남자는 받은 술잔을 비우고는 소주병을 쳐다보았다.

‘이 술, 왠지 중독성이 있다.’

처음에는 후각을 거슬리는 휘발성 냄새가 났지만 거듭 마실수록 입에 달라붙었다. 남자는 소주병을 들어서 상표가 붙어있는 부분을 보았다.

‘희석식 소주.’

남자는 한자들을 해석했다.

‘묽게 만든 사른 술? 재미있는 술 이름이군.’

김탄이라는 예명을 가지게 된 남자는 술에 대한 친밀함이 느껴졌다. 거부감이 들지 않고 오래 된 벗처럼 정겹게 보였다.

“이슬 한 방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자 가장 싼 술이기도 하지. 그리고 우리 같은 서민의 마음을 살살 다스려주는 뭐랄까 그래, 위로해주는 존재야. 하하하, 내가 한 말이지만 멋있는데. 자, 마셔.”

김혁은 스스로 만족해하며 새 병을 따서 따라주었고 김탄은 말없이 받아마셨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김혁의 진지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보디랭귀지와 눈치로 대충 의사소통을 하며 밤을 보냈다.

“으으, 술을 너무 마셨어...... 나, 잔다. 김탄.”

김혁은 앉은 채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고 김탄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남자는 말짱한 눈으로 쓰러진 김혁을 쳐다보았다.

“술이 약하군.”

아직 따지 않은 술병이 남아있었고 오징어 다리도 몇 개 남아있었다. 남자는 술병과 오징어 다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낡은 2층 주택의 옥탑 방은 경치 하나는 좋았다.

새하얀 반달이 밤하늘에 두둥실 떠있었고 그 주위로 구름 몇 송이가 떠다녔다. 바람은 6월의 마지막을 알리는 듯 약간 더웠고 어디서 오물 냄새가 흘러나왔다.

“그리 살기 좋은 곳은 아니지만 왠지 익숙한 느낌은 든다. 내가 살던 곳도 이런 곳이었을까.”

지난 열흘 동안 많은 곳을 떠돌아다녔지만 여기처럼 안락한 기분이 드는 곳은 처음이었다.

“높군.”

밤하늘을 가리는 바벨 탑 같은 거대하고 높은 건물들이 무수히 솟아있었다. 대한민국의 최상위 1%가 살고 있다는 강남의 요지였다. 8차선 도로를 기준으로 한 쪽은 최상위 1%가 살고 있었고 그 반대쪽은 최하위 1%에 속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이러니한 곳이 서울 한복판에 존재했다.

김탄은 소주병을 따서 입에 대고 천천히 마셨다.

“속이 후끈해지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다. 나는 주정뱅이였던가. 술이 이렇게 달콤하다니.”

대한민국에 소주예찬론자가 한 명 더 탄생할 것 같았다.

“정착할 곳이 필요하다. 더 이상 떠돌아다녀봤자 내 자신이 누구인지, 뭘 하던 사람인지 알 수는 없다. 거지취급만 당할 뿐이야.”

김탄은 다시 소주를 마시고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었다.

“언제까지 기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선은 여기서 안정을 취하고 내 자신을 찾아가는 일을 진행하자. 이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신세를 질 수밖에.”

김탄은 새하얀 반달을 똑바로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게 낮보다는 밤이 좋고 태양보다는 달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힘이 생겨나는 것도 같고.”

김탄은 오래토록 반달을 쳐다보며 소주를 마셨다.

“아, 지가 사장이면 다야. 2차 안 간다는데 왜 지랄이야.”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 1명이 비틀거리며 좁은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내가 술 따르고 웃음 판다고 몸까지 파는 여잔 줄 알아. 나는 그런 창녀가 아니란 말이야. 어디서 2차 가라 마라야. 나 장옥경이 비록 돈 번다고 술집에 나가지만 지조가 있는 여자야.”

술에 만취한 여자는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고함을 지르다가 횡설수설했다.

“이 나라는 밤만 되면 저런 사람들로 넘쳐나는 무척이나 특이한 곳이야.”

번화가이던 변두리이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술집들이 있었고 남자건 여자건 어리던 나이가 들었던 취객들은 넘쳐났다. 그리고 남자, 김탄은 이미 익숙하게 그런 모습들을 여러 번 보았다.

여자의 주정을 지켜보던 김탄이 눈썹을 찡그렸다.

“위험한데.”

비틀거리는 여자의 뒤를 따르는 수상한 남자 2명이 눈에 뜨인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아무 것도 모르는 듯 했고 주위는 어둡고 음침했다. 한 마디로 범죄가 발생하기에 최적의 여건이 형성되어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은밀히 뒤를 따르던 두 남자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김탄은 망설이지 않고 옥상난간을 한 손으로 잡고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작가의말

설 연휴에도 빠지지 않고 연재를 한다고 큰 소리를 쳤는데

어제는 그만 너무 바빠서 연재를 못했어요.

하루종일 컴 앞에 앉을 시간도 없었고

나중에는 너무 지쳐서 시간이 나도 컴을 켤 생각도 못했습니다.

명절은 솔직히...... 피곤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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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5. 이름을 얻다. +7 14.02.02 6,141 218 7쪽
» 5. 이름을 얻다. +9 14.02.01 7,538 231 7쪽
10 4. 인연의 시작. +7 14.01.30 6,829 221 10쪽
9 4. 인연의 시작. +1 14.01.29 6,962 232 7쪽
8 4. 인연의 시작. +4 14.01.28 7,496 217 8쪽
7 3. 홀로 남겨지다. +1 13.12.06 7,605 232 9쪽
6 3. 홀로 남겨지다. +2 13.11.29 8,325 254 7쪽
5 2 세상으로. +10 13.11.16 8,995 275 7쪽
4 2. 세상으로. +9 13.11.14 9,845 274 12쪽
3 2. 세상으로. +7 13.11.11 10,812 28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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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5 13.11.01 11,723 21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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