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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님의 서재입니다.

암흑대제, 현대에 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정현™
작품등록일 :
2013.10.06 04:10
최근연재일 :
2014.02.05 17: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24,478
추천수 :
3,352
글자수 :
45,118

작성
14.01.29 19:26
조회
6,962
추천
232
글자
7쪽

4. 인연의 시작.

DUMMY

‘아, 그냥 갈걸.’

“아저씨.”

이상구는 남자가 머뭇거리자 다시 한 번 더 구원을 요청했지만 윤일중의 다리에 한 번 더 걷어차이고 말았다.

“닥쳐.”

“컥.”

이상구가 배를 부여잡고 뒹굴었다.

“상구야.”

남자는 안타까웠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내가 경찰 불러올게.”

술이 깨는 걸 느끼며 남자는 뒤돌아서 달렸다.

“씨바. 이 새끼 빨리 털어.”

윤일중이 고함을 지르자 고명한과 최장국이 이상구에게 달려들어 거칠게 쌕을 잡아당겼다.

“안 돼.”

이상구는 쌕을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만, 해.”

어눌한 말소리와 함께 시커먼 그림자가 계단을 밟으며 올라왔다.

“이건 또 뭐야.”

고명한과 최장국은 순간, 멈칫했고 윤일중은 짜증이 나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만, 해.”

어눌한 말을 하며 계단 위로 올라온 그림자에게서 짙은 어둠이 깃들어진 음울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이 새끼는 뭐야?”

윤일중은 갑자기 등장한 남자를 기분이 나쁜 듯 노려보았다.

남루한 옷차림에 키는 180이 넘는 20대 중반의 남자는 눈빛이 깊고 서늘했다. 그리고 그는 한 손에 낡은 책 1권을 들고 있었다.

“그만, 해.”

남자는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뿐 인 것 같았다.

“어쭈. 뭘 그만 해.”

남자가 시선을 돌리자 눈이 마주친 윤일중은 순간적으로 서늘한 기분이 들면서 가슴이 덜컥했다.

‘뭐 저런 눈빛이 다 있어.’

하지만 꼬붕 격인 고명한과 최장국이 보고 있는 데 겁을 먹을 수는 없었다.

“야, 너 뭐야? 죽고 싶어.”

윤일중이 남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어디서 굴러온 거지새끼인지 모르지만 선빵을 먹이면 끝이야.’

남자와의 첫 대면에 순간적으로 가슴이 서늘해졌지만 마른 체형에 살이 쏙 빠진 얼굴이 만만해보였다. 그래서 윤일중은 일부러 고함을 지르며 용기를 내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

하지만 남자는 죽고 싶은 모양이었다. 꺼지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승처럼 서있었다.

“이 새끼가 정말.”

윤일중은 천천히 다가서는 척하다가 한걸음에 달려가서 주먹을 날렸다.

“죽어.”

고함을 지르며 날린 주먹은 제법 매섭게 남자의 관자놀이를 노렸지만 목표물을 맞히지 못했다.

‘이런 쓰벌.’

윤일중은 속으로 욕을 하며 이를 악물고 다시 자세를 잡고서 남자를 노려보았다.

“어쭈, 싸움 좀 한 다 이거지.”

윤일중은 복싱 스텝을 천천히 밟으며 남자를 노렸다.

“내가 이래봬도 체육관 관장에게서 프로로 전향하라는 말까지 들었던 몸이야.”

윤일중은 겨우 1달을 다닌 복싱 체육관에서 배운 실력을 뽐내며 남자의 주위를 돌았다.

“쨉쨉쨉.”

윤일중이 가볍게 주먹을 날렸지만 남자는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그래, 지금이다.’

윤일중은 아까는 우연히 남자가 피했다고 생각하고는 훅을 날리며 달려들었다.

쉭.

주먹이 날카롭게 남자의 얼굴을 노리고 들어갔고 남자는 여전히 석상처럼 서있기만 했다.

‘됐어.’

윤일중은 주먹에 실린 파워에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세상일은 끝까지 가봐야 하는 법이었다.

“헉.”

윤일중은 헛손질을 하고는 휘청거렸고 남자는 한 뼘 차이로 펀치를 피하고서는 윤일중의 다리를 살짝 걸었다.

쿵.

윤일중이 볼썽 사납게 넘어지고 말았다.

“일중아.”

고명한과 최장국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윤일중을 쳐다보았다. 그들에게 윤일중은 최소한 동네에서는 무적의 사나이였던 것이다.

“씨바, 뭐해. 저 새끼 죽여.”

윤일중은 아픔보다는 쪽팔림이 먼저였고 그래서 더욱 악에 바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알았어.”

고명한과 최장국은 양쪽에서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넌 죽었어.”

퍽퍽.

남자의 손이 어둠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고명한과 최장국은 이미 한 대씩 맞고 나가떨어졌다.

“으으으.”

“아이고 배야.”

두 놈은 턱과 배를 움켜잡고 누워서 뒹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윤일중은 눈이 확 돌아갔다.

“이 새끼가 죽으려고.”

벌떡 일어나서는 주머니에서 커터 칼을 꺼내서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탁.

남자가 번개처럼 윤일중의 손을 쳐서 커터 칼을 놓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 사이로 윤일중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만, 해.”

윤일중은 놀랍게도 두 발이 땅에서 떨어져서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컥컥컥.”

윤일중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사, 살려......”

남자는 손에 붙은 파리를 떨치는 것처럼 윤일중을 내팽개쳤다.

쿵.

땅바닥에 제대로 머리를 박은 윤일중은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마구 문질러댔다.

“꺼져.”

남자의 한 마디에 윤일중과 고명한과 최장국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쩔뚝거리며 달아났다.

이상구는 두 눈을 크게 뜨고는 놀란 채 달아나는 세 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고, 고맙습니다.”

이상구는 어색하게 인사를 했고 남자는 어눌하게 말을 했다.

“배, 고픕니다.”

이상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에 입을 크게 벌리고 멍하니 남자를 보고만 있었고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상구야. 괜찮아?”

경찰을 부르겠다며 도망을 쳤던 옆집 아저씨가 조용히 다시 돌아와서는 얼굴을 내밀었다.


이상구는 남자가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며 허겁지겁이라는 단어의 참뜻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남자는 정신을 놓고 라면을 먹고 있었다.

“1개 더 끓여 들일까요?”

남자는 이상구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대충 눈치를 긁고서는 고개를 끄떡였고 이상구는 다락방을 내려갔다.

“아주 맛있다. 지난번에 맡았던 그 냄새가 이 냄새였어.”

분식집 앞을 지나며 맡았던 너무나 인상이 깊었던 라면냄새였다. 먹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참고 참았었다.

후루룩.

남자는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마시고는 그릇을 내려놓았다.

“열흘 만에 먹는 음식인가?”

남자는 지난 열흘 동안 오로지 물만 마시며 살아왔었다.

“이 땅은 내가 살아왔던 곳이 아닌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곳은 이런 곳이 아니야.”

남자는 아주 단편적인 기억들 몇 가지만 떠올랐다.

“말도 다르고 옷차림이나 문물이 너무 다르다. 여기는 대체 어디고 나는 누구지.”

지난 열흘 내내 생각하고 고민하던 일이었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안개처럼 희미했다.

“라면 드세요.”

이상구가 이번에는 냄비 째로 들고 올라왔고 남자는 뜨거운 냄비를 맨손으로 받았다.

“그러다가 데어요.”

이상구가 놀라서 소리쳤지만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냄비를 작은 탁상에 올려놓고는 라면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아, 잘 먹었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남자는 라면을 폭풍흡입하고는 포만감에 젖었다.

‘대체 속에 거지가 들어앉은 거야.’

이상구는 남자의 식사량과 속도에 놀랐지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상구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속이 깊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알았던 것이다.


작가의말

설 연휴가 내일부터내요.

설 연휴에도 연재는 쭈욱 계속 됩니다.

즐거운 설 연휴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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