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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수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함영(含英)
작품등록일 :
2013.12.07 04:07
최근연재일 :
2014.05.05 10:57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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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401
추천수 :
14,056
글자수 :
284,284

작성
14.04.16 14:38
조회
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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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글자
10쪽

16장. 사사(師事)(2)

DUMMY

“아이고, 소협. 뭘 이런 걸 다.”

접수관의 호들갑에 혁진은 쓰게 웃었다.

아현의 말이 맞았다.

은자 열 냥짜리 전표를 꺼내들기가 무섭게 접수관은 넙죽 받아들더니 맨 뒤에 쓰여 있던 혁진의 이름을 찢어 버렸다. 그리고 맨 앞 쪽의 빈 공간에 보란 듯이 이름을 써두는 것이 아닌가.

“제가 특별히 맨 앞 차례로 옮겨드렸습니다. 약 두시진 후 정도면 만경각주님을 만나 뵐 수 있을 것입니다.”

“하하, 그래요.”

혁진은 하늘을 보고 한 숨을 내쉬었다.

전표 한 장에 스무날이 두 시진으로 바뀌다니.

허리가 부러져라 구부리는 접수관의 모습에 혁진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고 말았다.

그 놈의 돈이 뭔지. 사람이 저리 달라지는가 싶었다.

사십 냥이면? 정말 당장 동역을 만나 배우는 것도 가능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허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현이 준 소중한 돈을 한 순간에 태반이나 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 전부를 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이런 여인을 어찌 지키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했다. 만경추 동역에게서 뿐만 아니라 여러 스승들을 찾아 가리지 않고 배울 생각을 굳혔다.

이리저리 혁진의 눈치를 보던 접수관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소협. 기다리기 무료하실 텐데 잠시 어디 다녀오시는 건 어떠하실는지요?”

“그렇지 않아도 먼저 가볼 곳이 있었는데…정보각은 어디에 있습니까?”

혁진은 아현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아현과 호위무사들을 습격한 괴한들. 자신의 사부를 죽인 정체불명의 자들 역시.

애초에 무위관을 목적으로 둔 이유 중 그 부분이 가장 컸으니까. 그들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 이 정보각이니 반드시 가야만 했다.

“아니, 거긴 어쩐 일로….”

“음, 개인적인 일이라….”

“하하. 알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으셔도 다 통하는 법이지요! 역시, 소협께서도 여인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정보각주님의 미색이야말로 천하일절에 모자람이 없으시지요. 아는 사내들은 다 안답니다.”

“…뭐 그렇다 칩시다. 그래서 어디라고요?”

“저한테 물어보신 걸 천운이라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접수관은 혁진에게 가까이 다가와 손으로 입을 가린 뒤 은근한 어조로 소근 거렸다.

“아마도 이 시간이면 연화정(蓮花亭) 근처에 계실 확률이 높습니다.”

“고맙습니다.”

여유로 주어진 시간은 단 두시진 뿐.

혁진은 빨리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보각의 위치는 천보서고에서 파악해두었지만 연화정이란 곳에 있을 줄이야.

혁진은 정보각주 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런 곳에 가 있는 이유가 뭔가 생각해보았지만 거의 도착할 때 까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기껏 낸 결론이라고는 단순히 격무에 지친 머리를 쉬기 위해서인가 하고 생각했을 무렵.

“아…?”

혁진은 계단을 오른 끝에 보이는 연화정의 모습에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는 연화정 앞에 모여 노는 수많은 어린 아이들의 모습 때문이었지만.

“웬 애들이지.”

스무 명은 족히 넘을 것 같은 아이들이 사방에 퍼져 놀고 있었다.

흙장난 하는 아이들도 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칼싸움을 하고 있었다. 고작 오륙 세 쯤 되었을까 싶었는데 휘두르는 검의 움직임이 그 나이 때 치고는 제법이었다.

혁진은 직감적으로 이들이 무가의 자식임을 깨달았다. 무위관 내에서도 부부의 연을 맺은 자들이 있을 테니, 그들의 자식들을 모아 맡아주는 곳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혁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미령의 얼굴을 모르니 정보각주일 법한 사람을 찾아야했는데 보모들도 없는지 온통 애들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 더 나이 든 아이들이 동생들을 돌보고 있다고 할까.

애들이 애들을 돌보는 모습에 혁진은 접수관이 자신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해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혁진은 연화정을 중심으로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것 보다 직접 발로 뛰어 찾는 것이 훨씬 나을 듯 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정보각주로 보이는 여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접수관이 그렇게 칭찬할 정도로 뛰어난 미색이라면 눈에 확 띄어야 정상일 텐데. 혁진은 자신의 눈이 너무 높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혁진은 결국 성과도 없이 연화정 앞으로 돌아왔다.

조미령이 혹시나 여기 있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일 수도 있으니까. 기다릴 바에야 혁진은 그나마 가장 머리가 커 보이는 소녀에게로 다가가 물어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십 사, 오세 쯤 되었을까.

여인으로서의 향기를 마악 갖추기 시작할 법한 소녀는 혁진이 다가가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혁진은 크면 사내 여럿 울리고도 남을 소녀의 미모에 감탄했다.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참지 못하고 소녀에게 물었다.

“아가, 미안한데. 혹시 조미령이란 분을 아니? 어른들이 정보각주님이라고 불렀을 텐데….”

“나를 왜 찾지?”

“아니, 여기 계시다고 해서 왔….”

“나를 왜 찾느냐고 물었는데.”

“…죄송합니다, 선배님. 초면의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혁진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허리를 깊이 숙였다. 자신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붉게 물들어 있을게 안 봐도 뻔했다.

“뭐, 되었다. 하루 이틀 있는 일도 아니니, 용서하지. 고개를 들어라.”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래,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아는 놈은 몇 되지 않을 텐데. 용케 알아냈구나. 너는 누구냐?”

“저는 하령성에서 온 추혁진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초청장을 받고 무위관에 입관하게 되었습니다. 선배님의 여가시간을 방해 한 점 송구스럽습니다.”

“용건은?”

“예, 개인적으로 은원이 얽힌 일이 있어, 그 흉수를 찾고자 함입니다.”

“흉수라. 정보각이라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보군.”

“예.”

“…흉수의 흔적 같은 것이 남은 게 있나?”

“여기 있습니다.”

혁진은 품에서 뒤척거리는 끼약이를 안정시키며 검은 옷 조각을 꺼내어 내밀었다.

조미령은 소녀다운 얼굴에 꽤나 심각한 빛을 띄워 올리며 옷 조각을 받아들었다.

옷 조각에 알 수 없는 붉은 표식이 그어져 있는 것을 흠 하고 잠시 보더니 이내 돌려주었다.

“…아시겠습니까?”

“먼저 한 가지. 세간의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게 있어. 정보각이 세상의 모든 일들을 다 알고 있는 줄 알아. 무슨 말인지 알지?”

“아….”

혁진은 허탈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 최고의 정보집단인 무위관의 정보각이라면 당연히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태만했던 것일까.

혁진이 입을 닫고 있자 조미령이 한참 입다가 말했다.

“정보각이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건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분명한건 모르는 부분도 존재한다는 거야. 안타깝지만 네가 원하는 부분은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지. 미안하군.”

“아닙니다. 갑자기 불쑥 찾아와서…죄송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시간이 좀 걸려도 괜찮다면 내가 한 번 알아보지.”

“그래만 주신다면,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혁진은 조미령에게 깊이 고개를 숙인 뒤 연화정을 떠나갔다. 조미령은 그런 혁진의 뒷모습을 나지막이 응시했다.

“후우.”

조미령은 놀고 있는 아이들을 지나쳐 연화정의 정자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정자 아래로 무위관의 넓은 전경이 펼쳐져 있어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조미령의 뒤엔 언제 나타난 것인지 그녀와 비슷한 또래의 소녀가 엇갈려 앉아 있었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꼽혀 있는 꽃 한 송이랄까.

조미령의 옆에 앉은 소녀가 킥킥 거리며 웃었다.

“어머, 연기 잘하는 걸? 무위관에서 쫓겨나가면 유랑극단에 들어가셔도 되겠어.”

“닥쳐, 흔적이나 남기는 머저리 주제에. 묘재라는 이름이 아깝다.”

조미령이 던진 검은 옷조각이 허공을 날았다. 묘재는 흐응 하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것을 쏘아보다 천천히 받아들었다.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네. 이렇게 적당히 흔적을 남겨주는 건, 일부러 한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이게 의도된 거라고? 무엇 때문에?”

“추혁진 저놈이 무위관에 오게 해야 하니까.”

묘재의 손에서 푸른 불길이 일어나더니 화륵 하고 옷 조각을 태워버렸다. 조미령은 깜짝 놀란 기색을 애써 숨기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저 놈, 오늘은 그냥 돌아갔지만 분명 다시 찾아올 텐데.”

“글쎄에에? 어쩔까나. 비령서고에도 들어갔었다지?”

“그래. 저런 놈이 파고들면 정말 귀찮아 질 거야. 그 전에 없애버려야 할 텐데.”

“푸훗, 벌써부터 겁먹으면 곤란한 걸. 이제 겨우 예비계획 단계인데….”

묘재의 말에 조미령은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그 동안 묘재가 해온 일들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이게 겨우 예비계획들이라면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것인지 자신으로도 짐작이 가질 않았다.

‘경천군께서는 어째서 이런 것들과 손을 잡으신 거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오래 전 경천군이 했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고 생각 될 때 묘재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이제 슬슬 다음 계획을 실행해 보실까.”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이 읽으시고 늘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많이 기다리셨.....죠^^;;

창작의 산고는 개인적인 일이지만, 기다리셨던 분들께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저는 다음 분량을 준비하러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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