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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수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함영(含英)
작품등록일 :
2013.12.07 04:07
최근연재일 :
2014.05.05 10:57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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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395
추천수 :
14,056
글자수 :
284,284

작성
14.03.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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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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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글자
11쪽

7장. 천하수호관(天下守護官)(1)

DUMMY

7장. 천하수호관(天下守護官).


다음날 아침.

객잔 주인은 혁진이 있는 마구간에 찾아왔다.

“죄송합니다. 몰래 가져올 수 있는 건 이런 것 뿐 이라….”

육포 따위의 건량을 내어놓은 주인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혁진은 그의 정성에 진심으로 감사해했다.

“힘내십시오. 무운을 빕니다!”

웃으며 손을 흔드는 객잔 주인의 모습에 혁진과 아현은 기분이 좋아졌다. 건량이나마 먹고 나니 힘이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갈까요.”

“네.”

혁진이 먼저 나가고 머리와 옷매무새를 다듬은 아현이 그 뒤를 따랐다. 골목을 빠져나와 혁진과 아현이 대로에 나서 걷기를 잠시.

혁진은 사람들이 슬금슬금 자신들을 피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현의 외모에 홀려 멍하니 쳐다보는 자들도 있었지만 이내 아낙네의 손에 귀가 붙들려 집안으로 사라져갔다.

‘이 정도인가.’

쓴웃음을 지은 혁진은 아현과 함께 성 밖으로 빠져나왔다.

혜공산 아래의 산문이 첫 번째 집합 장소였다.

혁진과 아현이 늦게 간 것이 아닌데도 산문 앞은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득시글거렸다.

“설마, 이 사람들 전부가 기재는 아니겠지.”

“네, 가족이나 호위대거나…그렇겠죠.”

“그럼 저 호위대들은 따라 올라가지 못하겠군요.”

“네.”

“아현 소저, 기뻐하셔도 좋아요.”

“어떤 게요?”

“여기 있는 수많은 사람 중에 소저만이, 같이 올라갈 수 있는 호위를 가지신거니까요.”

“추 소협….”

아현은 혁진의 마음씀씀이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때 산문 앞의 단상 위로 한 무사가 올라왔다.

십자로 교차된 칼에 용이 그러져 있는 문양. 무위관 소속의 무사가 분명했다.

그가 징을 번쩍 들어 올리자 아현이 말했다.

“알고 계시죠? 징 소리가 세 번 울리기 전까지 들어가야 해요. 그렇지 못하면 입관할 수 없어요.”

“네. 지금 보니 첫 번째 시험이나 마찬가지군요.”

혁진은 산문 위로 펼쳐진 수백 개의 계단을 보았다. 초인적인 체력이나 상당한 경공술이 없다면 어떻게든 올라가는 무리일 정도로 높아 보였다.

조금이라도 거리를 좁혀야 했으니 혁진과 아현이 입구 가까이로 붙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처음에는 길을 비켜주지 않으려 했던 이들도 혁진이라는 걸 알아채곤 슬슬 물러나기 시작했다.

혁진과 아현이 맨 앞에 도달했을 땐, 세 명의 사내가 서 있을 뿐이었다.

혁진은 그들의 뒷모습과 가지고 있는 기질로 칠대세가의 대공자들 임을 파악했다.

중앙의 사내를 좌우로 나머지 두 명이 서있었다. 개중 왼쪽에 금장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검을 찬 사내가 말했다.

“간밤에 잠은 잘 잤나? 신경 좀 썼는데.”

“…아아, 덕분에.”

혁진은 그가 회목대가의 대규 공자라는 것을 알아채고 맞받아쳤다. 학사풍의 사내는 정유고, 가운데에 큰 칼을 찬 사내는 곡진일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대규는 혁진을 보며 피식 웃곤 옆의 아현을 보고 말했다.

“영축윤가의 금지옥엽 꼴이 엉망이군. 어때? 영축윤가의 상권이 미치지 않는 곳에 하루 있어본 소감이.”

“제 아무리 봉황금침이라 할지라도 마음이 불편하면 소용없는 법이지요. 한낱 마구간이라도 마음이 편하면 그만이에요.”

“하, 마구간에서 잤다는 소리를 잘도 지껄이는군.”

대규의 빈정거림에 혁진이 그를 쏘아보았다. 대규는 혁진의 눈빛을 정면으로 받아치더니 피식 웃었다.

“아, 그리고. 네놈. 우리 애들을 건드린 대가, 평생에 걸쳐 받도록 해주마. 기대해라.”

데엥-!

“입관(入關)!!”

“자, 가자.”

“예, 공자.”

진일을 선두로 세 사람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별 힘도 들이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데 눈 깜짝 할 사이에 몇 계단씩을 올라가고 있었다.

혁진은 제 할 말만 다하고 올라가버리는 대규의 등을 보며 이를 갈았다. 무위관 생활이 쉬울 거라곤 생각 안했지만 시작부터 꼬인 느낌이었다.

혁진은 부딪쳐서 풀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 뒤 아현과 함께 올라가기 시작했다.

양 옆의 나무들이 빽빽한 가운데, 회백색의 돌로 만들어진 수천 개의 계단은 험난한 인생의 외길과도 같았다.

수십 명이 옆을 스쳐가는 동안, 혁진과 아현도 어느덧 중반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혁진은 전혀 힘들지 않았지만 옆을 보니 아현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아보였다. 정신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내버려두었다간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괜찮아요? 조금 쉬었다 가죠.”

“아, 네.”

아현은 제자리에 서서 숨을 골랐다.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본 혁진의 눈에 압도적인 빠르기로 올라가는 세 사람이 보였다.

뚜렷이 보이는 호화스러운 옷차림을 보니 진일과 대규, 정유가 분명해 보였다.

혁진은 저들에게 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현의 체력이 너무 부족한 상태였다. 그녀가 숨 고르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하아. 조금만, 하아. 더 가면 될 것 같네요. 우리 힘내요.”

“네. 가죠!”

힘차게 소리치며 출발한 덕일까. 두 사람은 비교적 빨리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혹시나 싶어 혁진이 문득 뒤를 돌아보니,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앞을 보니 진일들은 물론이거니와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문 앞에 거의 다다른 상태.

그때 어디선가 댕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현은 흐르는 땀을 닦다가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두 번째 징소리에요.”

아현은 이를 악물고 계단을 오르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혁진은 꽤나 놀라 위로 올라가는 아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마지막 계단에 걸터앉아 있는 진일이 보였다.

진일의 눈빛에는 가진 자의 오만함이 가득했다.

얼마나 발버둥 치는지 지켜보겠다는 듯한 흥미로운 시선.

자신보다 못한 자를 깔아뭉개는 자의 눈빛.

혁진은 아현의 옆에 붙어서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자, 조금만 더 힘내요. 저 망할 자식들 내가 본때를 보여 줄 테니까. 여기서 포기하면 안돼요.”

혁진의 마음을 읽었을까? 아현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 미소에 속이 타들어갔다.

그녀라고 어찌 빨리 올라가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아현의 체력으로는 이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힘에 버거운 난제였다.

바로 그 때.

“도와드리지요.”

아현의 바로 앞에서 진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보통 수준은 훨씬 상회하는 무인이라고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고작 서너 장 떨어진 거리에 올 때 까지 알아채지 못할 줄은 알지 못했다.

혁진이 당황하는 동안 어느새 다가온 진일은 아현을 보고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저 위까지 단번에 끌어드리겠습니다.”

아현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진일의 커다란 손이 흔들려 보일 정도로 너무 힘들어 머리가 어지러웠으니까, 숨을 몰아쉬며 진일을 올려보았다.

발갛게 상기된 아현의 얼굴과 달리 진일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아현은 침을 삼켜 마른 목을 적시더니 메마른 입술을 간신히 달싹였다.

“괜찮습니다.”

진일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말에 깜짝 놀랐다.

자신의 손이 가진 의미가 단순히 힘든 걸 도와주겠는 것이 아님을 모르는 멍청이도 아닐 터인데.

물론 튕기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진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현의 괜찮다는 말은 단호한 거절이라는 것을.

허나 그렇다 해도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기에 두 번 권하려던 순간. 혁진이 아현의 앞을 막아서며 진일을 쏘아보았다.

“괜찮다고 한 것 같은데.”

“…뭐라고?”

진일은 아현과 자신 사이를 막아 선 사내를 쳐다보았다.

“하, 하하. 하하하!”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현도 그렇지만 정면으로 덤벼드는 사내 역시 아주 오랜만이었다. 신선한 충격이 몸을 감쌌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옛말이 딱이다.

진일은 입관하기 전 기세를 단번에 눌러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애병인 폭렬도를 뽑을 필요도 없었다.

진일은 내기를 끌어 모아 손에 담았다. 번쩍 든 오른손으로 단번에 머리를 내려치려던 찰나.

진일은 혁진이 아현을 앞으로 안아드는 것을 보았다. 헌데 어째서인지, 눈으로 똑똑히 보일 만큼 느린 동작인데도 그 것을 저지하려드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뭐지, 이건?’

진일은 당황했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진일에게 느껴진 이색적인 변화야 몰랐을 테다. 허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혁진이 아현을 안아드는 행동은 경악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으니까. 여인들은 얼굴을 붉혔고 사내들은 혁진을 부러운 눈으로 질시했다.

혁진은 아현을 안고 훌쩍 뛰어올랐다.

파앗-

혁진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사라져 진일은 깜짝 놀랐다.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려보았다.

어느새 혁진은 아현을 안은 채 수십 개의 계단 위를 뛰어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절대로 보통 수준의 경공이 아니었다.

혁진은 모두의 집중된 시선을 받으며 단숨에 계단의 정상 직전에 까지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에 힘껏 도약하여 몇 장 높이를 새처럼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모두가 입을 벌리고 쳐다보았다.

쿠웅-

혁진은 아현을 안은 채 땅바닥에 내려앉았다. 쭈그려 앉았다가 천천히 일어나는 혁진의 늠름한 모습에 사람들의 입은 다물어 질 줄을 몰랐다.

그 순간.

댕-하고 세 번째 징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혁진은 아현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혁진의 득의만만한 미소가 진일에게 향했다.

그러나 그 때, 혁진은 진일도 웃는 것 같다고 느꼈다.

대체 무슨 속셈인가 하고 혁진이 눈을 깜빡였을 땐 어느새 진일이 거의 몇 장 앞에 까지 이른 것이 아닌가.

실로 무서운 속도였다. 마치 발바닥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진일의 걸음걸이 주변으로 희미하게 어리는 불길들이 혁진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유와 대규가 혁진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 동안 진일은 태연하게 혁진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아직 마지막 징 소리의 미명이 다 스러지지도 않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진일을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들이 문 안으로 들어왔다. 지켜서고 있던 건장한 수문장들이 쿵 하고 큰 문을 닫았다.

정유가 진일 옆에 따라 붙으며 작게 웃었다.

“조금 급하셨나봅니다. 화인보(火印步)까지 쓰시다니.”

“자네가 지금 날 놀리는 건가?”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정유가 아니라며 실눈 웃음으로 무마했다.

진일은 혁진의 앞으로 다가왔다.

“제법이군. 이름이 뭐냐.”

“추혁진.”

“좋은 이름이군.”

진일은 혁진의 옆을 스쳐지나가며 말했다.

“감히 위에서 아래로 나를 내려다 본 것. 기억해두겠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많이 읽으시고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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