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129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4.17 22:25
조회
8,269
추천
163
글자
8쪽

< #3. 상경회령부 7 >

DUMMY

시끄러운 하루가 지났다.


좌승상은 병사를 보내어, 집에 남아있던 식솔들을 데려오게 했다. 웃으며 대회전까지 편의를 봐주려 한 것이라 했지만 인질일 뿐이었다.


얘기를 들은 장인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살았으니 다행이라며 구석에 쭈그러져 있는 창이에게 차가운 눈빛을 선물했다.


별채에는 여러 사람이 이미 자리를 틀고 있어 끌려온 식솔들은 남녀로만 갈려 커다란 방 두 채에 기거하게 됐고, 창이는 독방을 달라고 요청하다가 좌승상 수하들의 비웃음만 보고 말았다.


"그래서, 대회에 나가서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거지?"


"재미는 있을 거 같아요. 뭐 이번 일만 마무리해주고 슬슬 떠나기로 하죠. 저 철부지 도련님이 원하는 대로 연은 이어질 테니······. 할 만큼 한 거 아닌가요?"


둘의 술자리에 조용히 류가 와서 앉았다. 장 씨는 붕대를 감은 류의 손을 매만지며 울먹였다. 겨우 눈물을 참던 장 씨에게 겸이는 팅팅 붙은 손을 내밀었다.


"아이고···. 이 녀석들. 둘 다 이게 뭐냐. 내가 죽어서 어떻게 산원 나리를 뵈냐? 이게 뭐야···."


한참을 훌쩍이던 장씨가 겨우 눈물을 멈추자 겸이가 웃으며 얘기를 했다.


"사내가 좀 다칠 수도 있죠. 그래도 간만에 뭔가 해볼 생각에 즐겁기도 합니다. 하하하하"


한껏 웃으며 술을 병째 들이키는 겸이를 보고 류와 장 씨는 고개를 저었다. 이 싸움꾼이 간만에 불이 붙었구나 하며 말이다.


"그래도 형님, 고려 제일의 기수에 창잡이라 하신 건 괜히 좌승상에 바람만 넣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다 결과가 안 좋으면 오히려 해코지할까 걱정입니다."


류의 말에 겸이가 정색하며 얼굴빛을 바꿨다.


"뭐······. 뭐라······? 내 생각에 딱 맞는 말인데······. 넌 그렇게 생각 안 하느냐?"


"아···. 아니.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겸이의 정색에 당황한 류는 차마 대꾸도 하지 못하고 말을 흐렸지만 그게 오히려 더 겸이에 불을 붙였다.


"아니···. 생각해봐라. 내가 지금까지 무패에 목을 날려버린 녀석이 얼마더냐? 그중에는 이름 있는 녀석들도 많았고 말이야······."


계속되는 겸이의 말은 점점 언성이 높아졌고, 급기야 좀 지나자 분을 못 이겨 바닥을 내려치기까지 했다. 그럴수록 류는 죄송스러운 표정이었고 장 씨는 말리지 못했다.


결국, 류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고, 계속 그렇지 않느냐라며 추궁하는 겸이 때문에 좌불안석인 채로 술자리를 마쳤다.


"젠장······. 동생 하나······. 겨우 키웠더니······. 이젠 형을 무시해! 건방진 녀석······."


코를 골며 아주 생생하게 욕을 하는 겸이 때문에 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밖을 보니 달이 예쁘게 떴다.


별채를 빠져나와 정원으로 나섰다. 보초를 서던 병사는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봤지만 도망칠 기색이 없자 그냥 놔뒀다. 자신들의 대장과 한판 겨루던 모습이 눈에 선했기에 호의적이었다.


정원은 아직도 다 정리되지 못하고 어지럽혀져 있었다. 조왕의 말이 짓밟은 꽃밭은 짓뭉개진 풀과 꽃을 들어냈지만, 아직 다른 것을 심지 못했다. 그래서 맨땅을 흉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부서졌던 무기 거치대는 새 걸로 바뀌어 있었고 다가간 류는 다시 단창 하나를 뽑아 검처럼 잡았다.


"거리가 문제다. 너무 길어지면 검의 놀림이 이상해지고 너무 짧으면 적과의 간격이 멀어진다. 그래서······."


그래서 낙엽 베기를 열심히 익혔지만, 장걸과 같이 경험 많은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마 예전 막쇠도 자신의 기술이라 놀란 것도 있었겠지만 결국 애송이라 우습게 봐준 덕에 통한 게 아니었을까?


류는 주변을 살펴 적당한 크기의 돌을 찾았다. 이제는 피가 멈춘 손에서 붕대를 풀어 돌과 창끝을 같이 여며 묶었다.


그리고는 다시 배운 기본 동작부터 하나하나 되새기며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땀 흘리며 내려치기를 하는 류의 눈에 누군가 들어왔다.




***



나풀거리는 하얀 겉옷을 어깨에 걸친 소명이었다.


잠을 자다 깨서 나왔는지 편안한 복장에 단지 어깨를 감쌀 겉옷만 걸친 것이다.


달빛만 의지한 어두운 밤에 그녀의 발걸음은 하얀 날갯짓하는 나비같이 아름다웠다.


류는 내려치기를 하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숙였다.


보지 않아도 그녀의 다가옴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향취가 류의 코를 간지럽혔기 때문이다.


'향인가? 아니다. 그냥 체취일 뿐인데······. 역시 왕이 좋아할 만한 절색이구나.'


잠시 상념에 빠져든 류에게 소명이 말을 걸었다.


"낮에는 고마웠다. 그래 손은 어떠냐?"


그제야 고개를 들고 쳐다볼 순간이 왔다.


형과 달리 숫기가 없는 류는 그저 어릴 때부터 친했던 연이를 빼고는 여자들과 말도 제대로 주고받지 못했다.


장 씨 아저씨는 그래서 언제나 한탄을 했다.


'난봉꾼인 저 녀석하고, 이놈하고 섞으면 적당할 텐데······. 어찌 형제가 이리 다를까'하고 말이다.


"예, 아가씨. 치료를 잘 받아 괜찮습니다."


한마디를 뱉는데 류는 가슴이 터질 듯 움직여 당황했다. 잠시 마주친 류의 눈에 비친 소명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더 가슴이 빠르게 뛴다.


살짝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아름답다. 말소리가 꼭 지저귀는 작은 새와 같아 귀까지 즐겁다.


그녀의 미소가 사라지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뀌었다.


류의 말과는 달리 손바닥에서는 다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붕대를 벗어 돌을 감싼 게 잘못한 일이었나보다.


열심히 수련하느라 다시 피가 흐르는지도 모른 류는 당황했다.


"젊다고 그렇게 몸을 막 굴리지 말아라. 어찌 인연이 이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대회만 잘 치러서 아버님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면 말이야······."


소명은 자신의 어깨에 덮었던 겉옷을 내려 소매를 뜯고 그것으로 류의 손을 감아주기 시작했다.


달빛이 아른거리는 새하얀 어깨를 본 류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너희들이 저지른 일도 덮고······. 원하는 일도 할 수 있도록 돕고······. 상도 내리도록 말씀드리마."


류의 손에 그녀의 하얀 손가락이 닿을 때 차가움이 느껴졌다. 한참 땀을 흘리던 류의 끈적이는 손이 왠지 그녀를 더럽히는 것 같아 미안했다.


"그러면 좀 쉬어라. 나은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되잖니···."


새의 지저귐은 끝났고, 나비는 날개를 펼쳐 펄럭이며 내당으로 사라졌다. 한동안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류는······. 그녀가 사라지고도 한참이나 서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음···. 녀석. 좋을 때군."


"오라버니, 류 오빠도 엉큼한 남정네였습니다. 얼굴 좀 보세요. 새빨개졌잖아요."


황홀한 기분이었던 류는 갑자기 나타난 겸이와 연이 때문에 산산조각이 나는 걸 느꼈다.


"어···. 형님, 연이야. 어떻게 여길······. 잠도 안 자고···."


"난 뒷간 가다가······. 그리고 연이는 잠이 안 온다고 밖을 돌아다니기에···. 만났지."


씨익 웃으며 겸이가 놀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연이는 뭐가 못마땅한지 옆에서 계속 겸이를 부추기고 있었다.


'오늘은 그냥 잠이나 잘걸···.'


겸이 형이 류의 목에 팔을 걸고 은근한 표정으로 '좋았어?'라고 묻기 시작하자···. 류는 잠자기는 글렀다는 걸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사, 기사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 #4. 태평루 7 > +12 18.04.23 7,032 139 13쪽
33 < #4. 태평루 6 > +5 18.04.23 7,002 133 13쪽
32 < #4. 태평루 5 > +7 18.04.22 7,046 144 13쪽
31 < #4. 태평루 4 > +7 18.04.22 7,233 150 13쪽
30 < #4. 태평루 3 > +8 18.04.21 7,363 139 13쪽
29 < #4. 태평루 2 > +14 18.04.21 7,654 146 15쪽
28 < #4. 태평루 1 > +13 18.04.20 7,986 140 13쪽
27 < #3. 상경회령부 12 > +6 18.04.20 7,921 150 16쪽
26 < #3. 상경회령부 11 > +5 18.04.19 7,866 167 17쪽
25 < #3. 상경회령부 10 > +8 18.04.19 7,934 172 17쪽
24 < #3. 상경회령부 9 > +17 18.04.18 7,934 159 9쪽
23 < #3. 상경회령부 8 > +2 18.04.18 8,059 178 10쪽
» < #3. 상경회령부 7 > +2 18.04.17 8,270 163 8쪽
21 < #3. 상경회령부 6 > +6 18.04.17 8,592 164 8쪽
20 < #3. 상경회령부 5 > +6 18.04.16 8,550 159 8쪽
19 < #3. 상경회령부 4 > +4 18.04.16 8,655 160 11쪽
18 < #3. 상경회령부 3 > +3 18.04.15 8,920 157 11쪽
17 < #3. 상경회령부 2 > +5 18.04.15 9,577 152 9쪽
16 < #3. 상경회령부 1 > +7 18.04.14 9,924 176 10쪽
15 < #2. 서경 14 > +17 18.04.14 9,695 172 11쪽
14 < #2. 서경 13 > +10 18.04.13 9,715 168 9쪽
13 < #2. 서경 12 > +12 18.04.13 9,851 185 8쪽
12 < #2. 서경 11 > +12 18.04.12 10,045 159 8쪽
11 < #2. 서경 10 > +3 18.04.12 10,295 151 8쪽
10 < #2. 서경 9 > +12 18.04.11 10,921 180 12쪽
9 < #2. 서경 8 > +11 18.04.11 11,451 186 12쪽
8 < #2. 서경 7 > +6 18.04.10 12,127 200 11쪽
7 < #2. 서경 6 > +9 18.04.10 13,012 214 12쪽
6 < #2. 서경 5 > +11 18.04.09 14,717 213 11쪽
5 < #2. 서경 4 > +11 18.04.09 16,559 24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