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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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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4.12 21:20
조회
10,045
추천
159
글자
8쪽

< #2. 서경 11 >

DUMMY

먼저 들어선 겸이의 눈에는 정원 한편에 세 명의 병사들이 쓰러져있는 게 보였다.


늦은 식사를 받아들던 중이었던지 앞에는 널브러진 소반과 밥그릇 등이 보였다. 모두 등 뒤에서 칼을 맞았다.


"적은 최소 세 명 이상이다. 저항도 못 해보고 죽었으니 말이다."


겸이의 말에 다른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긴장한 표정으로 좌우를 살폈다. 사람이 죽어있는데도 조용했다.


조심스레 소리를 죽이며 발걸음을 내딛던 겸이의 귀에 자그마한 비명이 들려왔다. 내실이 있는 쪽이었다.


말도 없이 달리기 시작한 겸이와 그 동료들은 소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고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왜······. 왜 그러는 거예요?"


벌벌 떠는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불이 켜진 채 문이 열려있는 내실을 향해 겸이는 뛰어들었다. 곧 눈에 피범벅이 된 광경이 들어왔다.


목이 잘린 유수와 그 곁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부인. 검을 든 채 내려다보는 괴한들.


연두가 그 앞을 두 팔을 벌려 막고 있었다.


"멈춰라! 이놈들!"


겸이의 고함에 녀석 중 하나가 고개를 돌렸다.


그를 바라본 겸이는 머리를 얻어 맞은 듯 멍해졌다. 겸이가 잠시 주춤거리는 사이에 그는 얼굴에 잔인한 표정을 지으며 들었던 검을 내리쳐 연두의 어깻죽지를 갈랐다.


피가 눈보라 휘몰아치듯 방을 가득 메우며 터져 나왔다.


"이제야. 왔는가? 겸이?"


막쇠는 웃으며 겸이에 인사를 건넸다.


술잔을 나눌 때 사람좋게 빙긋 웃기만 하던, 좋아하는 무예 얘기가 나오면 열정으로 눈을 번쩍이던 그가 아니었다. 지금에야 느꼈다. 그의 얼굴을 가로지르는 검상이 더욱 그를 야비하고 흉측하게 느끼게 한다는걸 말이다. 입가에 띄고 있는 저 미소는 야비하고 잔인한 웃음이었다.


분노에 찬 겸이가 달려들다 옆에서 질러오는 창에 몸을 뒤로 물렸다. 어느새 마당 주변에는 복면한 괴한들이 늘어서 있었다.


수는 모두 열 명이 넘었다. 모두 창과 검을 들고 날렵하게 겸이 일행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리게. 마저 마무리하고 놀아주지."


"네, 이놈! 이 배신자!"


막쇠는 다시 검을 들고 눈물을 흘리며 울고만 있는 부인을 향해 다가갔다. 겸이는 막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가 두 명의 괴한이 붙잡자 어쩔 수 없이 상대하느라 더 나가지 못했다.


막쇠의 검이 하늘로 들린 순간, 갑자기 붕 거리는 커다란 소리가 검이 부딪치는 소리를 뚫고 들려왔다.


사람 머리보다 큰 커다란 도끼가 빙글거리며 날아가 문을 부수고 막쇠 곁 괴한의 가슴팍에 꽂혔다. 몸에 두꺼운 날을 맞은 괴한은 힘에 밀리며 벽에 부딪혔고, 무지막지하게 회전하는 힘은 결국 녀석의 가슴을 가르고 벽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싸움이 한창 벌어지는 커다란 마당을 거구가 가로지른다.


괴한 하나가 부러진 칼날로 그의 옆구리를 찔렀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고 괴한의 목을 졸라 울대를 조각내버린다.


피를 토하며 무릎 꿇고 쓰러진 녀석의 머리를, 커다란 발로 짓밟아 터트린다.


눈에서 불꽃이 일렁인다. 산원의 앞길을 막을 자는 이곳에 없었다.




***



"연월 아가씨는 건드리지 마라!"


산원의 외침이 쩌렁쩌렁 마당에 울려 퍼지자 싸움은 잠시 중단됐다. 저벅저벅 걷는 산원의 기세에 싸우던 이들이 살며시 거리를 벌려 길을 텄다.


"오···. 부인 이름이 연월이었던가?"


막쇠의 이죽거림에 정신이 퍼뜩 든 부인이 외쳤다. 절박한 목소리였다.


"오라버니! 아이들이 후원에 감금되어 있습니다. 어서 아이들만이라도!"


하지만 산원의 두 눈은 막쇠와 마주친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증오로 불타오르는 눈빛이 반, 제발 그녀를 살려달라는 애원의 눈빛이 반이었다.


돌아보지도 않고 산원은 입만 열어 겸이에 말했다.


"후원이다. 시간 끌지 말고 아기씨들을 챙겨라. 바보 녀석아."


"쳇, 말이 쉽지. 저 녀석은 만만치 않수~다. 으으오오옷"


겸이는 내려쳐 누르는 적의 창을 밀어젖히고 무릎을 꿇으며 돌았다. 창은 겸이의 허리에 매달린 듯 빙글 돌아 녀석의 배를 갈랐다. 겸이를 따라 들어왔던 철기들 중 하나는 목숨을 잃었지만 남은 셋은 팽팽하게 맞서고들 있었다.


"잠깐만 버텨라. 다녀올 테니"


앞을 막으려는 적에게 극을 휘둘러 물러나게 하고는 재빨리 발을 디뎌 후원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철기중 한명이 무리해서라도 그를 막았다. 그는 지금 셋을 상대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모두 둘이상을 상대하고 있어 돕기가 힘들었다.


'젠장, 버텨보슈. 녀석은 만만치 않소이다. 늙어서라도 호강해야지. 그리 죽으면 아깝잖소.'


막쇠와 술을 마시며, 연이에게 말을 가르치며, 제집 드나들듯이 드나들던 후원인데 낯설다. 예전 연이를 밀어버린 실수를 했던 문에 도착하자, 심호흡을 다시 한번 크게 들이켰다.


문을 걷어차고 들어선 겸이의 눈에는 입마개를 한 채 무릎 꿇려 묶인 소년, 소녀가 보였다. 창이와 연이였다. 그들의 뒤에는 험상궂은 사내 둘이 칼을 든 채 서 있었다. 겸이를 보자마자 둘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병신들, 제일 약한 녀석들이구먼"


머리 높이 대도를 들어 내리찍으려는 녀석의 이마에 극의 날 끝을 박아넣고 힘껏 밀어버리자 녀석은 뒤로 밀리며 쓰러졌다.


뚫린 구멍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고 뒤이었던 녀석은 기세에 놀라 몸을 돌리다 등에 날을 맞았다.


"병신 녀석. 등을 보이고 죽느냐?"


겸이의 고함과 함께 다시 빛난 극의 날은 녀석의 목을 멀리 날려버렸다.


"괜찮으시죠?"


겸이는 창을 땅에 꽂고 급히 창이와 연이의 손목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창이는 풀리자마자 바닥에 떨어진 검을 들고 내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고함을 지르며 무턱대고 달리기 시작한 창이를 미처 붙잡지 못하고 놓치자 겸이도 급히 일어서 창을 들고 창이를 뒤따랐다.


"서십시오. 아직 위험합니다."




***



류는 마음을 굳혔다. 말에서 한쪽 발을 들어 살포시 땅에 내렸다.


"뭐 하는 거냐? 류야!"


"들어갈 겁니다. 도와야 합니다."


장 씨는 한껏 혼을 내며 어린아이들이 끼어들 곳이 아니라 하려 했으나 류의 눈을 보며 마음을 접었다.


꼭 제 아비의 눈빛이다. 절대 흔들리지 않는 그런 옹고집 같은 눈빛.


장 씨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활을 든 채 류를 따라 문을 들어섰다. 류는 점점 어두운 문안 쪽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꼈다.


겪어보니 두렵지 않다. 아비와 형이 어둠에 삼켜져 사라져버릴까 두렵다고 하지 말자.


따라 들어가 데리고 나오면 될 것을······. 무어가 걱정이더냐?


걷는 발이 점점 빨라지자 콩닥거리던 심장 소리는 점점 느려졌다. 이젠 두렵지 않다. 눈앞에 머리가 잘려나가 쓰러진 시체를 봐도 담담했다.


예상했던 일이니까······.


쨍그랑거리는 검끼리 부딪치는 소리에도 흠칫 놀라 몸을 움츠리지 않는다.


있을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류는 검집에서 검을 뽑고 달려나가다 우뚝 서버렸다. 예상 못 했던 일이다. 피투성이가 된 막쇠가 검을 들고 서 있었다. 바닥에는 아버지가 쓰러져 기어가려 했다. 하지만 무표정한 표정으로 막쇠는 검을 아버지의 허벅지에 꽂아버렸다.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아버지가 뻗친 손끝에는 유수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무르팍에는 유수의 머리 없는 시체를 안고서 말이다.


"으아아아악"


류는 달려나갔다.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스승이 아니라 적이다.


아버지의 갑옷 위 목을 노리고 검을 들어 찌르려 한다. 바람처럼 세상이 흘러간다. 모든 게 천천히 바뀐다.


하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다.


더 낮게, 쓰러질 듯이 위태롭게 몸을 숙여서, 적을 향해 땅 위를 스치듯이 달린다.


뒤로 돌아간 검을 향해 손을 있는 힘껏 당긴다. 허리를 돌리며 끊어져라. 힘을 준다.


단 한 검에 모든 걸 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 작성자
    Lv.77 이진진
    작성일
    18.04.12 21:27
    No. 1

    쩝 복선이라면 복선이 뻔하긴 했죠 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9 화자(話者)
    작성일
    18.04.12 21:45
    No. 2

    다음에는 철렁하는 글을 써야지. 독자님들이 헉하게 말이야..아암.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태극산수
    작성일
    18.04.19 14:20
    No. 3

    오~ 청출어람 청어람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9 화자(話者)
    작성일
    18.04.19 18:07
    No. 4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얘기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기드래곤
    작성일
    18.04.30 10:02
    No. 5

    세상에 나쁜 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9 화자(話者)
    작성일
    18.04.30 11:33
    No. 6

    자신의 생각이 달랐던거죠. 나쁘다고만 할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몸을 나누던 여자를 죽인거는...아. 쓰레기구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옳은말
    작성일
    18.05.22 16:02
    No. 7

    막쇠를 그냥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혹은 무시당하던 무인들의 처우를 개선을 위해 싸우는 무사 정도로 표현했으면 깔끔했을텐데, 이번화에서 막쇠를 너무 개새끼로 만들어 놓으셨네요. 연두를 베고, 비열한 웃음을 띄고...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9 화자(話者)
    작성일
    18.05.22 21:49
    No. 8

    하..좀 악역도 멋있게 만들어야했는데. 표현이 약했습니다. 다만 믿었던 사람이 이리 나쁜 사람이었다니? 이런 충격을 받는 용도로 만들다가 과했다 생각합니다. 다만 죽으며 한 말을 보면 그리 나쁜 인간이지만은 않았다는 복선이 좀 있을거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대체퓨전
    작성일
    18.06.08 05:23
    No. 9

    산원 이야 호구다 죽여버리고 싶다
    지 자식들 생각을 해야돼는데 유수부인 어떻게 구할생각만 하냐
    부모 자격도 없는놈 류가 불쌍하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9 화자(話者)
    작성일
    18.06.08 08:42
    No. 10

    아마 충과 애를 헷갈려하는거겠죠. 요즘 기준으로는 최악입니다. 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sa****
    작성일
    18.08.07 23:54
    No. 11

    자세가 왠지 바람의 검심의 켄신이 생각난다는.. 영상의 폐해인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9 화자(話者)
    작성일
    18.08.08 09:08
    No. 12

    영...영상의 폐해일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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