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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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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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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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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4,559

작성
18.04.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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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54
추천
160
글자
11쪽

< #3. 상경회령부 4 >

DUMMY

"하하하하하"


겸이는 갑자기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장걸은 새빨개진 얼굴을 참지 못하고 대련을 위한 준비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완안명은 저 버릇없는 사내가 저리 웃을 정도로 장걸을 우습게 보는지 궁금증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 그만하게!"


나직이 창이가 겸이를 꾸짖지만, 겸이는 이제 눈물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형···. 형님, 제가 생각해도 그리 도발하는 게 좋은 수는 아닙니다."


창이라면 병적으로 싫어하는 류마저 형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겸이는 겨우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웃음을 참기 시작했다.


"아······. 이건 아닌데···. 류야. 망했다. 손뼈가 어긋났나 봐. 창을 못 쥐겠다."


무릎 꿇은 모두의 눈이 겸이를 향했다. 아닌 게 아니라 티는 잘 나지 않았지만, 살며시 부은 손이 보이자 모두 좌절하기 시작했다.


"이···. 이 모자란 녀석. 이렇게 일이 벌어지는데 어찌하려고?"


창이가 나직하게 겸이를 꾸짖자, 겸이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그 덕분에 도련님 목이 붙어있는 거요. 그만합시다. 류야······. 내가 이런 상황에서 왜 웃었는지 아느냐?"


"모···. 모르겠습니다. 어쩌죠? 형님."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이 겸이의 스물다섯 인생을 말이야. 어리기 그지없는 네놈에게 맡겨야 한다니 말이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야."


"무···. 무슨 말씀을?"


"바로 이런 말이지···. 통해야 하는데···. 그러려고 바짝 화를 돋우건대······."


겸이는 정중히 고개를 조아리며 완안명에게 고하기 시작했다. 완안명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주변을 치우며 무기를 점검하던 장걸에게는 곤욕스럽고 짜증 나는 표정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좌승상 나리, 그래도 무를 겨루는 자리인데······. 재미없게도 빨리 끝나버리면 좌승상께 죄가 될 것 같습니다."


"......."


완안명은 더 말해보라는 듯이 살며시 고개를 움직였고, 눈만 살짝 들고 눈치를 보던 겸이는 말을 계속 이었다.


"그래서···. 저에게 조금씩 무예를 배우는 동생 녀석이 얕은 재주를 부려야 좀 후끈하게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허···. 허 참···. 장걸아. 네 녀석이 이렇게나 얕보였구나."


완안명의 말에 장걸이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탁자를 팔로 내리쳤다. 향이 은은하게 피어났을 하얀 측백 탁자가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다. 상판이 갈라지며 먼지가 피어올랐고 장걸은 자신의 분노가 이렇다는 듯이 힘을 주어 눌러 다리까지 조각내버렸다.


"이 녀석, 화를 참지 못하고 내 앞에서 무슨 경거망동이냐?“


완안명의 호통에도 장걸의 표정은 바뀌지 않고 겸이와 류를 번갈아 노려볼 뿐이었다.


”좋다. 단, 네 동생 놈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다면 다음엔 네놈 차례다. 장걸아. 이 녀석부터 곤죽을 만들어 분을 풀 거라.“


완안명의 중재로 결국 류가 나서게 되었다. 장걸은 연습용으로 쌓여있는 무기들을 가리키며 고르라 했고, 자신은 단단하기 그지없는 흑단으로 되어있는 유성추를 하나 골랐다.


언월도를 잘 쓰는 장걸로서는 나무창을 잡는 게 맞았지만, 일부러 흑단 유성추를 고른 이유는 완안명의 말대로 곤죽을 만들어 버리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손잡이와 둥그런 머리 부분만 나무로 되어있지 연결 부분은 강철 고리로 연결되어 튼튼했다. 이 고리를 길게 잡아 목을 졸라버릴까? 아니면 이 튼튼하고 둥근 부분으로 녀석의 머리를 움푹 박살을 내버릴까?


부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유려하게 도는 유성추가 위협적이었다.


”무엇 하느냐? 어서 나와라.“


완안명의 호통에 주춤거리던 류도 어쩔 수 없이 일어섰다. 그리고 안채에 있던 소명도 재미있는 구경을 보기 위해 아버지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입가를 베일로 가렸지만 예쁜 눈매는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



”류야. 부담 갖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라. 그러면 우린 살 수 있다.“


겸이는 무릎 꿇은 자세였지만 팔짱을 낀 채 웃으며 얘기했다. 속으로 떨리기는 매양 같았지만, 동생에게 부담을 주는 건 오히려 끓는 물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 생각한 것이다.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 가능하다면 최선을 다해야지. 그러려고 매일 연습을 거듭한 게 아니냐?“


겸이는 알고 있다. 매일 술독에 빠져 비틀거리며 마당에 나서면 땀에 흠뻑 젖은 채 연습을 하는 류의 모습을 말이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조용히 숨어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겁먹지 말고 한발만 더 내디뎌라. 그러면 살 것이다.’


막쇠가 류에게 지껄였던 헛소리를 되뇌던 모습을 말이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을 하던 모습을 말이다. 적의 말임에도 강해질 수 있다면 따른다. 그게 이 류 녀석의 장점이다. 겸이는 도저히 못 할 일이지만 말이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강할 수도 있지······. 우리 류 녀석이 말이야.’


겸이는 자신의 목숨을 류에게 거는 게 그리 나쁘지는 않을 거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다만 자기가 나서는 게 확실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말이다.


”저는 이것으로 하겠습니다.“


연습용 무기가 가득 걸려있는 대에서 류는 단창으로 보이는 나무 막대를 골랐다. 두툼하기는 했지만, 창의 모양상 가늘고 길었다. 장걸이 휘두르는 유성추에 걸리면 단박에 박살 날 것처럼 보였다.


”단창이라면 쌍으로 쓰는 게 정석이지. 하나 더 집어라.“


금의 풍습상 단창을 쓰는 경우가 드물어 완안명은 웃었다. 어떻게 보면 유행에 맞지 않는 무기가 아닌가? 무예를 한다는 시정잡배들이 행패 부릴 때나 들고 다닌다는 인식이 컸다.


”아니요. 아직 창은 다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건 긴 검입니다.“


두 손으로 맞잡은 류는 그렇게 말했다. 태도도 흔히 사용하지는 않지만, 전쟁터에서는 가끔 쓰였다. 적의 기병을 상대하기 위한 보병의 몇 안 되는 무기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송은 커다란 방패로 버티면서 뒤에서 태도와 삼지창으로 공격하는 전법을 자주 썼기에 알고 있었다.


‘후···. 흠···. 고려인이라 들었는데···. 송하고도 연관이 있는 건가? 뭐지?’


”보통 무예를 잘 알면 하나에 집중하기는 하나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기 전에는 이것저것 여러 가지도 겪어보지. 그런데 넌 그조차도 안되는 실력이란 말이냐?“


완안명은 혀를 찼다. 지금은 머리를 쓰는 일을 하지만 본디 말을 타고 활을 쏘고 사냥감의 목에 창을 꽂는 여진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다.


이 형제는 도대체 알 수 없는 얘기만 해대며 계속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완안명의 물음에 이 작은 체구의 소년은 부끄러운 듯 대답을 했고 더 속이 터질 뿐이었다.


”형님이 매일 술에 빠지셔서 혼자 연습을 하다 보니 배울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장걸을 열 받게 하는지 이 소년은 잘 모르는 게 틀림없었다. 얼마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저리 대꾸하는가.


류가 맞잡은 단창 아니 목검을 들고 앞으로 나와 자세를 취하자 장걸의 유성추는 더 흉악한 소리를 내며 공중을 휘돌았다. 시작 전이었지만 류의 발 부근을 거칠게 지나치며 흙을 한 움큼 파버리기까지 했다.


완안명이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시작하라는 의미. 그와 동시에 팽팽히 노려보던 둘이 움직였다.


막을 수밖에 없는 궤도로 류의 왼쪽 어깨를 노리며 무거운 소리와 함께 유성추가 떨어졌다. 뒤로 물러서지 않으면 받아낼 수밖에 없고 받아낸다면 분명 부러질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류는 뒤로 물러났지만, 눈은 끝까지 유성추의 궤도를 놓치지 않았다. 감아 들여 다시 밀어낼 때 달려들 생각이었다.


얼굴 앞을 아슬하게 지나 바닥을 향할 때 장걸은 몸을 돌려 유성추를 감기 시작했고 류는 몸을 앞으로 던지며 달려들었다.


‘한발만 더 내디뎌라.’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류의 눈에 장걸의 등이 보였다. 머리 위에서부터 내리치는 류의 검격은 빨랐다.


하지만 장걸도 무예에 출중한 자. 이리 애송이 형제들에게 놀림당할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유성추가 가장 큰 틈을 보이는 때를 이런 장걸이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처음 던질 때 더 빨리 휘두를 수 있었지만 느리게 던진 건 속임수였다. 처음 공격보다 돌아 던질 때가 더 빨랐다. 이 속임수에 얼마나 많은 녀석의 머리가 날아갔는지 모르더냐!


장걸은 류의 달려드는 발소리에 미소를 지었다. 분명 걸린다.


류는 장걸의 이격이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자, 당황했다. 몸을 돌릴 시간이 없다. 입술을 피가 터지라 깨문 류는 더 몸을 던졌다.


방법이 없을 때는 ‘한 발 더 나갈 수밖에···.’


장걸의 유성추가 완전히 돌아 류의 몸통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졌다. 분명히 이 유성추는 녀석을 맞출 거라 자신하던 장걸의 눈에 류가 들어오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더 밀고 들어오고 있으니 말이다. 속도가 붙기 전에 녀석은 한껏 거리를 좁혔다.


유성추와 검이 부딪쳤다. 끼익 소리를 내며 검의 나뭇결이 산산조각 갈라진다. 하지만 그 덕에 유성추가 미끄러지며 옆으로 비껴간다.


류는 반 토막이 난 나무 검을 놓치지 않은 채 장걸의 가슴을 향해 내질렀다. 손아귀는 찢어져 피가 터졌지만 말이다.


”검이 조각났지만, 날은 살아있다. 고로 인정한다.“


완안명이 흥분하여 고함을 질렀다.


장걸은 가슴에 닿을듯한 거리까지 나무토막이 다가오자 유성추를 놓아버리고 왼손으로 류의 손목을 감았다. 그리고 그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몸을 굽혀 놓은 손으로 류의 오른쪽 겨드랑이를 받치더니 몸을 잡아 던져버렸다.


류는 던져져 무기가 쌓여있던 나무 대를 부수며 떨어졌다.


먼지투성이인 채 일어섰지만, 아직 손에는 나무 검을 잡은 류였다. 그새 장걸은 다시 땅에 박혀버린 유성추의 손잡이를 잡아 들고 있었다.


”던져버려! 던져서 꽂는 거다!“


겸이가 외치자 류는 장걸을 향해 나뭇조각을 던졌다. 어찌 보면 무모한 방법이지만 몸에 맞기만 하면 검을 꽂았으니 이긴 거라 우겨볼 만하지 않은가?


빙글거리며 날아가는 나무토막을 장걸은 유성추로 세게 쳐냈다.


퍼억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조각조각 난 채 나뭇조각들이 흩어졌다. 산산조각이 나는 나뭇조각을 보며 창이와 달봉의 눈에는 좌절감이 가득했다.


흩어지던 나무조각 중 몇은 가득 힘을 받은 채 화살처럼 이곳저곳으로 날아들었다.


”꺄아악!“


그중 커다란 덩어리가 앉아있던 소명을 향해 날아갔다. 류는 비명에 놀라 손을 뻗어 나뭇조각을 막아버렸다.


손에 커다란 나뭇조각이 꽂혀 피가 터져 나왔다.


”괘···. 괜찮으냐? 소명아!“


완안명이 놀란 소명을 달래며 다친 곳이 없나 이곳저곳을 살폈다. 장걸은 자신 때문에 흥이 깨져버리자 당황해 어찌할 줄 모르고 서버렸고 류는 고통에도 꿋꿋이 참으며 손목을 잡아 지혈하고 있었다.


”이······. 이게 뭔 꼬락서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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