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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지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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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지그
작품등록일 :
2013.10.0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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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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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70

작성
13.11.2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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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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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8쪽

chap 1. 사서

DUMMY

“후우... 결국 초과 근무라니...”


이 일을 시작한지 고작 오늘로 2일차. 그리고 2일만에 초과근무를 해버린 날이 오고야 말았다.


AD 1004. 7.24. 22:17


PJ127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였다. 오늘은 일요일. 일요일에 쉬지 못하고 일을 나와서 이렇게 화면위에 출력되는 깨알 같은 글씨나 보면서 정보를 처리하는 것도 힘든 일이였다. 물론 이건 예상을 하긴 한 거지만, 진짜 예상하지 못한 건 그 놈의 행사. 단지 노래만 부르면 끝날 줄 알았다.


‘젠장.... 귀빈 분들한테 한 분 한 분 인사해야 하는 지는 전혀 몰랐어... 아니, 애초에 그런 건 그냥 높으신 분들만 하면 되는 거 아니였나...’


원래는 단지 도서관에 음료수와 과자 먹으러 모인 아이들한테 그냥 이번에 새로 나온 그 ‘느끼하고 싫은 국민 가수’의 노래를 경력 4년차 이하, 25세 이하의 사서들이 합창해서 불러준 다음에, 라디오컴퍼스 중앙 도서관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찍혀있는 색 색의 풍선들을 한 명 한 명에게 나누어 주기만 하면 다 끝나는 일이였다. 그렇지만, 문제는,


'근데 왜 거기에 죄 하나 같이 높으신 인간들의 애들하고 그 부모들만 모여있냐 이거지...‘


물론 PJ127과는 다르게 다른 사서들은 그냥 ‘아, 오늘은 그냥 작년 보다 좀 더 많이 오셨구만...’하는 듯 한 반응이였지만, PJ127의 경우에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그 PJ127이 단지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저기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사서들의 노래를 듣고 웃고 떠드는 높은 어르신들의 자제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PJ127은 그 많은 귀빈들과 그 아이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면 될 줄 알았었지만, 문제는,


“PJ127? 내 아들?”


거기에는 정장을 쫙 빼입고 의자에 앉아서 의자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딱딱 거리면서 남은 한 손으로 위스키 잔을 들고 있는 PJ127의 아버지, 그리고, PJ127의 10살 어린 동생인 PJ128과 무슨 손장난 같은 걸 같이 하다가 말고 PJ127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든 어머니가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PJ127을 본 것과 동시에 많이 놀란 듯 싶었다.


그렇지만 두 사람보다도 먼저 당황한 것은 PJ127. 사서 시험에 통과하고 나서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기에, 그렇기에 아직 그들의 자식이 사서가 된 걸 아직도 모르고 있었던 두 분이였기에, 더욱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설명이 필요한 게, 어떤 부부의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 경우, 그의 부모에게 연락이 가기는 간다. 그렇지만,


문제는 굳이 그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이미 매일 마다, 아니, 매 분 마다 그 것 이상으로 중요한 메시지가 항상 쏟아질 정도로, PJ127의 부모는 높은 사람들이였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체적으로는 직접 메시지를 항상 확인하지 않고, 보통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따로 다른 방법으로 연락을 취하지 않는 이상에 PJ127의 부모들은 메시지를 일절 확인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의 메시지의 경우는 그들의 신변에 관련 된 것들도 꽤나 있기 때문에, 그들이 부리고 있는 집사 12명들에게는 일절 접근이 허락 되지 않는다.


따라서, 메시지를 확인 할 사람은 집안에서도 PJ127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 이렇게 3명 밖에 없지만, 전자의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보낸 사람이 재 연락하지 않는 이상에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으며, PJ127의 동생인 PJ128의 경우에는 이런 메시지를 대리로 확인하기에는 아직 나이가 너무 적다. 따라서, PJ127이 사서가 되었다는 메시지는 가족 중에 누구에게도 전달이 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집 나오고 나서 사실상 본가와의 연락은 완전히 끊어놓고 지내던 PJ127이 그의 부모에게 연락했을 가능성은 당연히 없고.


“결국 된게냐? 사서 한다더니만?”


시선을 마주치고 나서 처음으로 말을 꺼낸 것은 PJ127의 아버지, PJ678이였다. 다소 탐탁치는 않은 듯 한 게 말의 어조에서 딱 드러났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 말을 꺼내기가 정말 어려운 듯한 PJ127이였지만, 그래도 일단은 입을 떼서 말했다.


“아, 네 됐어요. 네...”


라고 말이다.


“어이, PJ127? 거기서 뭐하는 거야? 어서 이리 와서 다른 분들 한테 인사... 어? 아는 분들이야?”


PJ127이 자신들을 따라오지 않고, 아마 알고 있는 사람들하고 대화라도 하고 있다는 걸 파악한 모양인지, 다른 귀빈들과 한 분 한 분 씩 인사를 나누고 있는 다른 사서들이 PJ127에게 저쪽에서 큰 소리로 물어본다.


“아, 네... 곧 갈게요. 잠깐만요!”


“천천히 와!!”


그 모습을 보고는 탐탁치가 않은 건지, PJ678이 잠시 혀를 몇 번 차고, 손에 들고있던 위스키 잔을 입에 가져가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PJ127에게 물어본다.


“너, 정말 괜찮은 게냐? 아니, 대체 뭐가 모자라서 내 아들이 저 녀석들한테 존댓말을 하고 윗사람 취급을 해줘야 하는 게냐? 네 아버지가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이였더냐?”


잠시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무안 한 듯이 머리만 긁적이는 PJ127이였지만, 이내 머리카락을 긁던 손가락을 머리에서 떼고는,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눈을 제대로 뜬 다음에, 이번에는 좀 더 자신있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요. 아버지는 그런 분이 아니시죠. 하지만 말이예요, 적어도 저는 지금, 뭐 그래봤자 사서 된지 2일 밖에 안 됐지만, 그래도 앞으로가 정말 기대된다고요. 아버지가 굳이 막고 하셔도, 저는 이 일을 계속 해 나가고 싶어요.”


이미 싸움은 과거 집을 나가기 전에 많이도 했었기에, PJ678은 순간적으로 화가난 듯 위스키 잔을 머리위로 높이 들어올렸다가, 이내 내린다. 그리고는, 살짝 화가 난게 확실한 듯한 어조로 PJ127에게 말한다.


“그래, 원한다면 그렇게 하거라, 다만 말이다, 앞으로 너가 하는 일에는 더 이상 집안의 지원이 없을 것이니 그리 알도록 하거라."


심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PJ127의 어머니가 그의 남편을 흘겨본다. 그렇지만, PJ678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위스키잔을 다시 테이블에 놓고는 다시 말을 이어간다.


"내가 널 대학에 보내고, 그렇게 정성들여서 키워준건 네가 우리 집안의 다른 모든 사람들 처럼 라디오컴퍼스의 공학자로서의 자랑스러운 인생을 살아가라는 뜻이였다. 그렇지만...."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렇지만... 넌 그걸..."


"네, 알겠습니다. 괜찮아요. 저도 어른이니까요. 다 컸어요. 아버지 도움 필요 없어요."


기분 나빠진듯, 얼굴을 찡그린 채로 아버지의 말을 빠르게 쏘아붙이는 말로 끊고는, PJ127은 먼저 다른 사람들과 인사하고 있는 다른 사서들을 따라간다.


"...어리석은 녀석..."


그걸 보고는 PJ678은 한심하다는 듯이 내뱉고는, 테이블에 올려놨던 위스키잔을 다시 들어서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마신다. 그러고는 잠시동안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더니만, 밖으로 나간다.




대충 이런 대화를 약 4시간 전에 나누었었다. 물론 4시간 전에 말했던 것처럼 지금 PJ127은 이렇게나 힘든 사서일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는다.


“어..?”


화면에 메시지가 뜬다. 아마 마지막 자료가 확실히 처리된 듯하겠거니.. .하고 메시지를 눌러 보자,


“수고하셨고, 다음 부터는 조금 더 열심히 하세요.”


라고 아직 까지 근무 중이고, 지금 도서관에 남은 유일한 사서인 PJ127의 마지막 자료를 감수했을 어떤 감수조 사서의 메시지가 화면에 뜬다.


“하하.... 그럼 퇴근하자...”


그러고는, 혼자만 남아있던 방에서 빠져나가는 PJ127이였다. 연휴 마지막 날에 한 건 결국 망해버린 행사와 초과근무. 그렇지만, 충분히 괜찮았다고 생각된 하루였다.


작가의말

뭐, 더이상 부담 없으니, 원래 가려고 했던 대로 내용도 변경!! 늘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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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절취선------------- ----------------------------- 15.01.26 89 1 1쪽
23 Short circuit -4 +1 13.11.27 215 1 6쪽
» chap 1. 사서 +1 13.11.26 280 4 8쪽
21 chap 1. 사서 13.11.25 217 4 11쪽
20 chap 1. 사서 +1 13.11.23 238 4 9쪽
19 Short circuit -3 +4 13.11.22 240 3 7쪽
18 chap 1. 사서 13.11.21 221 3 7쪽
17 chap 1. 사서 +1 13.11.20 190 2 7쪽
16 chap 1. 사서 13.11.19 101 2 7쪽
15 chap 1. 사서 13.11.18 124 2 7쪽
14 chap 1. 사서 13.11.16 135 2 7쪽
13 Short circuit -2 +1 13.11.15 185 4 7쪽
12 chap 1. 사서 13.11.14 197 6 7쪽
11 chap 1. 사서 +1 13.11.13 252 4 7쪽
10 chap 1. 사서 13.11.12 232 5 7쪽
9 chap 1. 사서 +1 13.11.11 173 4 7쪽
8 chap 1. 사서 13.11.05 300 3 6쪽
7 Short circuit -1 +2 13.11.02 286 4 6쪽
6 chap 1. 사서 13.10.25 358 5 8쪽
5 chap 1. 사서 13.10.21 323 14 7쪽
4 chap 1. 사서 13.10.14 651 6 7쪽
3 chap 1. 사서 +1 13.10.13 971 9 8쪽
2 chap 1. 사서 13.10.06 310 3 6쪽
1 chap 1. 사서 +1 13.10.06 567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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