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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지그
작품등록일 :
2013.10.06 01:20
최근연재일 :
2015.01.26 03:07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652
추천수 :
101
글자수 :
73,470

작성
13.11.11 03:03
조회
173
추천
4
글자
7쪽

chap 1. 사서

DUMMY

AD 1004. 7. 21. OT129의 방.


양다리는 가늘게 떨리고 입술은 바르르 떨면서 말 조차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의자 기둥에 묶인 양팔은 힘을 완전히 잃은 채로 늘어져 있다. OT129의 앞의 테이블에는 OT129더러 마시라고 물이 한 컵 놓여있긴 하지만, 이게 입으로 제대로 들어간 적은 거의 없고, 대체로 대답이 늦어지거나, 아니면 대답을 거부할 시에 거의 코나 귀, 아니면 상처가 난 부위로 들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숨을 쉬고 있고, 아직 말은 하고 있는 것만 빼면 시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상태다.


“다음 질문입니다.”


잠시간, 약 3분의 휴식을 끝내고, KJ214가 나지막하게 말을 꺼낸다.


“우우...으...뭐...뭐를...”


완벽하게 힘이 빠진 건지, 그래도 어느정도 말 자체에 앞뒤도 있고, 제대로 된 말을 했던 게 몇 분 전인데, 지금은 제대로 된 말은 커녕, 신음소리가 반쯤 섞인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고 있는 OT129다. 마지막 질문을 하기도 전에 죽지나 않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뭐, 마지막 질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답에 따라서는요,”


반 쯤 정신이 나간 눈으로 침과 땀만 뻘뻘 흘려대면서 KJ214만 노려보던 OT129의 얼굴에 비로소 약간의 화색이 돈다.


“그...그러면 어서 질문을...”


꼴 사납다. 순간적으로 KJ214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KJ214도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건 아니다. 이 일 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병자로 만들어 왔었다. 그리고 항상 이 때 즈음까지 오게 되면 분명히 지나친 고문과 폭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이렇게 고문에 못 이겨서 물어보는 모든 것을 어서 대답하고 죽든 안 죽든 간에 일단 끝내고 보려는 녀석도 나온다. 자신이 왜 이런 꼴을 당하는 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말이다.


“...”


“으...우...”


“좋아요. 마지막 질문을 하겠습니다만... 뭐, 경우에 따라서라고 했습니다만, 일단은 마지막 질문일겁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KJ214 본인의 귀에 꽂아놓은 통신기의 버튼을 살짝 누르고는, SC001을 부른다.


“네 네, 부르셨어요?”


척 봐도 취했다. 그냥 제어용이라지만, 너무 많은 양을 줘버렸다... 라고 생각하고는,


“너 지금 어디에 있지? 당장 이쪽으로 복귀해.”


“음, 여기, 그러니까 좀 먼데에 있어서요... 그러니까, 지금 캐리어고, 셔틀이고 아무것도 없어서요, 그러니까...”


“몇 분이나 걸릴 것 같은데?”


“한 5분 쯤...”


“충분해. 빨리 복귀해.”


SC001은 말하자면 망나니다. 나이는 아직 20살도 안된 풋내기 중에 풋내기지만, 그의 인생은 이미 충분히 세상의 더럽다고 하면 더럽다고 할 모든 것들에 충분히 노출이 되어있다. 아마 어떠한 이유든 간에 KJ214, 그리고 SC001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소속 되어있는 ‘교정소’의 안에 있는 녀석인 만큼, 이 곳에 들어오기 전의 녀석의 인생은 KJ214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어두웠을 것이다.


물론 KJ214도 상당히 어두운 인생을 거쳐왔던 남자이기에, 충분히 SC001을 이해 할 수가 있다.


“저.... 저... 질문은.....”


여전히 질문하기 만을 기다리고 있는 OT129를 보고는, 잠시 커피 잔을 들어서 한 모금을 마신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알 수 없게 생긴 흰 색 막대기를 하나 꺼내고는 OT129의 팔과 의자의 기둥에 묶여져서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수갑에 작게 나 있는 홈에다가 끼운다.


그러자, 단단하게 묶여서 풀리지 않을 것 만 같던 수갑이 이내 툭 소리를 내면서 방바닥으로 떨어진다. 즉, 이제 OT129는 움직이고자 하면 충분히 움직일 수도 있고, 눈 앞에 있는 KJ214에게 한 방 먹이고 이 방에서 도망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


지나친 고문으로 인해서 힘이 빠져버린 건지, 어차피 도망쳐 봤자 소용이 없을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OT129는 그저 바람 빠진 풍선마냥 자리에서 힘 없이 앉아만 있다.


‘완전히 눈에 초점이 나갔군.’


눈에 초점이 나갔다. 더 큰 저항이 있을 거라고 보고, 주머니에 들어있는 여분의 수갑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KJ214의 오른손이 주머니에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KJ214의 입이 열린다.


“일단 댁의 죄목은, 뭐 납득이 가든 안 가든 간에 국가 반역죄입니다. 아주 큰 중죄죠.”


“그니까 왜....”


자기 입으로 그 이유를 신나게 말해놓고도 모르는 거 보면 정신이 완전히 나간 듯 싶다.


“그건 OT129씨가 극비 정보 자료실에서 허락 되지 않은 정보를 열람 했기 때문입니다. 열람한 정보는 제 245번과 제 1204번. 이러한 죄목이기에, 지금 당신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선택권입니다. 잘 듣고 선택해 주십시오.”


사실 둘 다 말 만 다르지 완전히 똑같은 의미나 다름 없지만.


“하나는 추방입니다. 2달에 한 번 씩 라디오 컴퍼스 최 하부의 쓰레기 처리장이 열리면서 라디오 컴퍼스 내의 폐기물들을 배출해 낼 때, 당신을 3달분의 식량과 최소한의 생필품과 함께 셔틀에 태운 다음에 지구로 영구 추방을 하는 겁니다.”


OT129의 얼굴 표정이 살짝 떨린다. 분명히 싫다고 한 거다. 그 표정을 보고는, KJ214는 다음 선택지를 말한다.


“그 다음은... 아까 궁금해 하셨던 셧아웃입니다만...”


잠시 옆에 놓여있던 고문용 물을 한 모금.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자세한 건 말해도 소용이 없겠지만.”


잠시 고민하는 듯 한 표정이, 완전히 초점을 잃은 OT129의 얼굴위에 넌지시 내비쳐진다. 그리고,


“그럼, 셔.... 셧아웃으로...”


말이 끝나자, KJ214가 왼쪽 주머니에서 작은 리모컨 하나를 꺼낸다.


“그러면, 결정 난 거군요. 부디 다음 생에도 위대한 아그네스 님의 축복이 있기를”


그러고는 리모컨의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으가악!!”


OT129의 온 얼굴에 있는 핏줄이 빨갛게 서고는, 이내 부풀어 오른 다음에 터져버린다. 터진 머리에서 솓구친 피가 사방에 흩어지고, KJ214의 옷도 약간 적신다.


모든 것이 끝이났다. 이제 KJ214에게 남아있는 일은 퇴근 하고, 교정소로 복귀, 그리고 다음 행선지로 가서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저 로봇처럼 말이다.


작가의말

일단 고문편(...)은 끝. 다음 화는 고문편 후일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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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절취선------------- ----------------------------- 15.01.26 89 1 1쪽
23 Short circuit -4 +1 13.11.27 215 1 6쪽
22 chap 1. 사서 +1 13.11.26 280 4 8쪽
21 chap 1. 사서 13.11.25 217 4 11쪽
20 chap 1. 사서 +1 13.11.23 238 4 9쪽
19 Short circuit -3 +4 13.11.22 240 3 7쪽
18 chap 1. 사서 13.11.21 221 3 7쪽
17 chap 1. 사서 +1 13.11.20 190 2 7쪽
16 chap 1. 사서 13.11.19 101 2 7쪽
15 chap 1. 사서 13.11.18 124 2 7쪽
14 chap 1. 사서 13.11.16 135 2 7쪽
13 Short circuit -2 +1 13.11.15 185 4 7쪽
12 chap 1. 사서 13.11.14 197 6 7쪽
11 chap 1. 사서 +1 13.11.13 252 4 7쪽
10 chap 1. 사서 13.11.12 232 5 7쪽
» chap 1. 사서 +1 13.11.11 174 4 7쪽
8 chap 1. 사서 13.11.05 300 3 6쪽
7 Short circuit -1 +2 13.11.02 286 4 6쪽
6 chap 1. 사서 13.10.25 358 5 8쪽
5 chap 1. 사서 13.10.21 323 14 7쪽
4 chap 1. 사서 13.10.14 651 6 7쪽
3 chap 1. 사서 +1 13.10.13 971 9 8쪽
2 chap 1. 사서 13.10.06 310 3 6쪽
1 chap 1. 사서 +1 13.10.06 567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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