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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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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6.04.16 23:31
최근연재일 :
2017.03.19 01:53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43,844
추천수 :
528
글자수 :
687,446

작성
16.05.0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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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추천
6
글자
17쪽

낮 -18

DUMMY

[오후 19시 40분]


최 교수가 운전하는 차에 탄 단청은 어린아이 같은 심정으로 차창 밖을 바라봤다. 마치 여행을 가는 것처럼 마음이 설렌다. 운전 중인 최 교수가 다 큰 아이라며 놀렸지만 상관없었다.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와 회색빛으로 변한 하늘, ‘투둑투둑’ 유리창을 때리는 빗줄기에도 우울하지 않다.


“무당집 가는 게 그렇게 좋은가?”


최 교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뒷자리를 돌아다본다. 단청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참, 아무튼 갔다 오면 좀 늦을 텐데? 괜찮겠나?”


“아주 괜찮아요. 오히려 좋은 걸요.”


“그런데 이렇게 다 큰 처자가 모르는 사람을 너무 잘 따르는 것 아닌가?”


최 교수의 말에 단청은 일부러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신부님과 함께 라면 괜찮아요.”


단청은 잔뜩 들떠 있었다. 갑자기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다. 최 교수의 사람 좋은 웃음소리가 좋다. 구수한 목소리, 시원시원한 입담, 은연중에도 그녀를 챙겨주는 마음씨는 푸근하게 느껴졌다.


장건호 신부님 역시 좋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파문 등 여러 가지로 툴툴거렸던 사람인데, 고맙게도 로사리오 반지까지 주셨다. 또 겪어보니 확실히 좋은 사람으로 여겨진다. 보기보다 조용하고 사려가 깊은 신부님이다. 반면, 뒷좌석 바로 옆에 앉은 이동진이라는 사람은 도통 속내를 모르겠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차는 꽉 막힌 퇴근길 정체를 피해, 북쪽으로 올라갔다. 강변북로를 벗어나 자유로에 진입하니 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단청의 물음에 운전하던 최 교수가 답한다.


“벽제로 가지. 거기 용하다는 무당이 있어서 말이야.”


“머네요. 그런데 식사들은 하셨어요?”


밥 먹었냐는 물음에 장 신부님이 파안대소를 터트린다. 최 교수가 어이가 없다는 듯 이쪽을 돌아다본다.


“왜 배고파?”


“조금요.”


“내가 김밥 몇 줄 사왔는데, 줘?”


“네!”


최 교수는 고개를 파묻고 발밑에 놓아둔 서류 가방을 꺼낸다. 가방 안에는 책 몇 권과 우산, 그리고 알루미늄 호일에 싼 김밥 세 줄이 들어 있다. 교수님은 호일 째 단청에게 넘겨주며 걱정 어린 말씀을 잊지 않으신다.


“다 먹으면 혼나!”


“제가 돼지인 줄 아세요?”


갑자기 식욕이 돋는다. 김밥 집에서 산 싸구려 김밥이 무척이나 맛나 보인다. 하나를 집어 입안에 쏘옥 넣으니 그게 꿀맛이다. 단청은 김밥을 한 번에 두 개나 집어 입에 넣었다. 입안에 가득한 밥 알갱이가 달콤하다. 병원에서는 하루 종일 굶어도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허기가 밀려온다.


“아이고, 좀 천천히 먹어!”


최 교수가 차 밑에서 물병을 꺼내 뒤쪽으로 건네준다. 물을 꼴깍 삼키며 단청은 다시 김밥을 집어먹었다. 그래, 이 맛이고 이 분위기다. 그녀가 원했던 것들이다. 최 교수님이 이젠 아예 어린아이를 대하듯 말을 놨지만, 그게 오히려 고맙다.


이제까지 자신을 이렇게 배려해준 사람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에게 어떤 무엇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니다. 사람 좋은 푸근한 시골의 정취가 느껴졌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막연히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다는 들뜬 마음에, 감성적으로 변한 건지도 모르겠다.


무당집이 있다는 벽제가 먼 곳은 아니라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갈 곳은 못됐다. 그나마 차가 막히지 않아 다행이다. 단청은 앞좌석으로 고개를 빼고 교수님께 물었다.


“그런데 무당집에는 왜 가요? 정말 점치러 가는 거예요?”


“점을 치러 가기 보다는, 점을 치는 무당의 신을 만나러 가는 게지.”


“그게 무슨 소리죠?”


그녀의 물음에 최 교수는 무당에 대해 설명했다.


“무당은 신 내림을 받지. 신 내림이 뭔지는 알고 있나?”


“네.”


“그 신 내림을 받은 무당에게는 등급이 정해져있어. 신들에도 소위 계급이 있다는 뜻일세.”


“신들에게 계급이 있다고요?”


단청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최 교수는 가방 안에서 A4 용지 한 장을 건넨다. 종이에는 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맨 꼭대기에 옥황(玉皇), 천황(天皇), 옥제(玉帝)상제란 글자가 쓰여 있다. 그 중간에 장군신(將軍神)과 조상신(祖上神)등이 있고, 맨 아래에 기괴한 모습의 짐승들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게 다 뭐죠?”


“간단한 거야. 그건 신들의 족보라 할 수 있지.”


“족보는 또 뭐에요?”


이번에는 장 신부님이 물음에 답한다.


“귀하신 몸이 있으면 천한 상것들도 있는 법.”


장 신부님의 대답에 최 교수가 옆으로 눈을 흘긴다.


“하여간 말씀하시는 꼬락서니하고. 상것이 뭐여. 상것이!”


단청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면, 지금 찾아가는 무당은 등급이 뭐죠?”


“가보면 알게 되겠지. 어차피 몇 군데 더 돌 테니까 보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 테고 말이야.”


최 교수의 짤막한 대답에 단청은 들고 있는 프린터 물을 살폈다. 이왕지사 제대로 하고 싶다. 무엇을 제대로 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 교수님 말대로 두고 보면 알 일이다.



벽제에 도착하고서도 차는 한참이나 산으로 들어갔다. 아스팔트 도로가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시작되자, 차가 심하게 흔들린다. 단청은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산과 나무들을 살폈다. 기분 탓인지, 아니면 무당을 찾아간다는 소리를 들어서인지 안개에 휩싸인 초목이 신비하게 느껴진다.


차는 작은 마을에 멈춰 섰다. 차 문을 열고 내려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가슴 속이 뻥 뚫릴 듯 상쾌한 공기다. 단청은 이곳이 의외로 외진 곳은 아님을 깨달았다. 길 앞쪽에 모텔과 영양탕 집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멀리 펜션 비슷한 건물도 보인다. 그리고 환한 가로등 불빛 사이로 절임을 알려주는 만(卍)자 표시가 보인다.


“저 곳인가요?”


“그려. 척 봐도 사이비야.”


절을 응시하던 최 교수의 말에 단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그걸 아나요?”


“그건 나중에 설명해 줌세. 일단 내가 자네에게 질문을 하나 하지.”


최 교수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진지하게 묻는다.


“자네 여기 왜 따라왔나?”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가 단청은 흠칫 몸을 떨었다. 그 질문이 아니다. 최 교수는 차 한쪽에 멀뚱히 서 있는 이동진을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자네는 다른 종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언뜻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다. 이들은 무당에게 점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연구를 하러 왔다.


“참된 종교인이라면 자신이 믿는 종교 뿐 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종교 역시 존중해 주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나름 열심히 생각해서 말했는데, 최 교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제부터는 말을 아끼게. 또한 보는 것을 그대로 보지 말며 듣지도 말고, 생각하지도 말아. 그냥 에포케라고 여겨.”


에포케(epoche: 과학적 객관주의), 판단 정지란 뜻이다. 현상학적으로 객관주의를 내포한 이 말은 이해할 수 없거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상을 목격할 때 ‘그것’ 자체를 괄호 안에 넣어 두고 판단을 보류하는 것을 말한다. 섣불리 판단하는 것보다 괄호 안에 넣어두고 판단을 보류하는 일이 덜 위험하다는 사고방식에서 출발한 관념이기도 하다.


“판단이라는 것 자체는 위험한 거야. 판단하지 말고 오직 보게. 보고 그리고 나중에 판단해. 그래도 내키지 않으면 차 안에 있고.”


“아니에요. 저도 보고 싶어요.”


단청은 마음을 굳게 먹고 최 교수를 응시했다. 그에게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혼자 차안에 처 박혀 있기는 싫었다.


“좋아. 그럼 가도록 하지. 그리고 하나 더, 자네 연기 좀 하나?”


연기를 할 줄 아느냐는 물음에 단청은 멍하니 장 신부님을 돌아봤다. 신부님은 피식 웃다가 무당집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오후 21시 00분]


단청은 장 신부님과 최 교수, 이동진을 따라 절로 향했다. 조그마한 오솔길이 잘 다듬어져 있고, 그 주위로 화초가 자라있다. 담벼락 한쪽에는 드문드문 항아리가 보였는데, 덩굴 비슷한 식물이 고즈넉하게 자리했다. 그나마 비가 그쳐서 다행이다. 단청은 마음을 가다듬고 절 안으로 들어갔다.


“일주문 하나 없구먼. 이래가지고 절이랍시고 앉아 있으니 원.”


최 교수가 혀를 차댄다. 일주문(一柱門)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일심(一心)으로 진정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마음에서 일주문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절이라면 반드시 존재했을 일주문이 이곳에는 없다. 아까 최 교수가 사이비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무당집 안으로 들어서니 문 앞부터 범상치 않다. 고풍스러운 나무문 뒤로 잘 꾸며진 실내 정원이 보이고, 한쪽에는 고급 승용차까지 주차되어 있다. 고급스러운 별장과도 같은 기와집의 모습은 밖과 영 딴판이었다.


“여기가 어디에요?”


“들어가 보면 알아.”


고급스러운 것은 둘째 치고, 마당에 주렁주렁 매달린 알 수 없는 붉은 천을 바라보며 단청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자, 최 교수가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린다. 정원을 가로질러 마루 쪽으로 들어가자 웬 하얀 한복을 입은 여인이 마중 나온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여인의 물음에 최 교수가 난데없이 통곡을 해댄다.


“아이고! 우리 딸내미가 죽을병에 걸렸습니다. 좀 살려주십시오!”


보는 사람이 다 민망해질 정도로 기막힌 그의 연기에 여인은 잠시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더니, 기다리란 말과 함께 안쪽으로 사라져버린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여인이 공손하게 고개를 조아린다.


“안으로 드시랍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최 교수는 연신 허리를 숙이다, 단청과 동진에게 슬쩍 눈치를 준다. 그러자 동진이 냉큼 머리를 조아린다. 단청 역시 얼떨결에 머리를 숙였다. 여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난생 처음 보는 이상한 물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린아이마냥 신기해하는 그녀에게 최 교수가 조용한 목소리로 주의를 준다.


“자네도 알다시피 여긴 무당 집이라네. 잠자코 보기만 하게.”


“······.”


“동진이도 마찬가지!”


장 신부님 옆에 서 있던 이동진이 어깨를 한번 으쓱한다. 최 교수와 일행은 조심스럽게 실내로 들어갔다. 고풍스러운 원목 마룻바닥이 너무도 깨끗해서 발을 딛기가 미안할 정도다. 일행을 안내한 여인은 친근하게 미소를 지으며 한쪽 문을 가리킨다.


“신녀(神女)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창호지로 마감된 멋들어진 한옥 문을 열자, 10평 남직한 커다란 방이 일행을 맞는다. 방 여기저기에 사천왕상을 그린 족자가 걸려있고, 그 아래로는 부적 같은 종이들이 얼기설기 붙어 있다. 천장에는 붉은 수실을 매단 향로 등이 보이고 제단으로 보이는 곳에는 무당이 제를 올릴 때 쓰는 각종 무구(巫具)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그 앞쪽 커다란 상 맞은편에 50대 후반의 여인이 하얀 한복을 입고 앉아 있다.


“딸애가 아프다고?”


여인의 입에서 거칠고 탁한 음성이 들려오자, 최 교수는 대뜸 그 앞에 앉아 고개를 조아린다.


“아이고. 신녀님! 우리 은지가 죽게 생겼어요. 몇 달 전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병원에서도 모른 데지?”


신녀의 물음에 최 교수는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이고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정말 용하십니다!”


그의 그런 모습에 한쪽에 서 있던 장 신부님이 쓴웃음을 짓는다. 단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수님께 그런 딸이 있었는지 정말 몰랐다. 딸의 병명을 병원에서도 모른다니, 단청은 교수님을 돕고 싶었다. 딸 아이 이름이 은지라고 했던가? 내일 아침 일찍 딸애를 데리고 병원에 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물론 지금은 가만히 있기로 했다.


“딸내미는 서른을 못 넘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우리 딸이 열여덟 살이니까, 12년도 채 못산다는 말입니까? 아이고, 우리 불쌍한 은지야!”


그가 허탈한 표정으로 통곡을 해대자, 신녀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단청은 실소를 머금었지만, 티내지 않도록 표정을 단속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지.”


“정말이요? 정말 우리 은지를 살릴 방법이 있단 말입니까?”


잔뜩 놀란 최 교수가 커다랗게 외치자, 시녀는 앞에 놓인 쟁반 위 쌀을 어루만지다 슬쩍 운을 뗀다.


“아주 독한 놈이야. 너무도 사악하고 불결해.”


“누, 누가요?”


“자네 딸아이 몸에 달라붙은 귀신!”


“억!”


신녀의 중얼거림에 최 교수는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다. 단청은 몰래 한쪽에 서 있는 장 신부님을 바라봤다. 그 역시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는 사람마냥 얼굴이 애달프다. 단청은 지금 이 순간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방법이 있지! 나한테만 말이야.”


“아이고! 신녀 님 제발 우리 딸 아이 좀 살려주세요!”


연신 최 교수가 애원을 해대자, 신녀는 슬쩍 장부 비슷한 서류들을 꺼내든다.


“워낙 사나운 귀신이 붙었어. 별신굿을 해야 해.”


“별신굿이요?”


최 교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신녀는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그를 쏘아본다.


“보통 놈이 아니라서 그래. 그러니 좀 많이 들어.”


“얼마나요?”


“천 이백 만 내. 그럼 내가 딸아이 병을 말끔히 고쳐 줄게.”


굿 한판 하는데 천 이백 만원을 달란다. 최 교수가 짐짓 인상을 찌푸리자, 신녀는 서늘한 표정을 짓는다.


“딸아이 목숨이 위태로워. 얼마 안 남았어.”


신녀는 쟁반 위의 쌀을 뒤적거리며 음산한 말을 내뱉는다. 그럼에도 최 교수는 안절부절못한다.


“저기 제가 돈이 없어서 그런데 좀 깎아주시면······.”


깎아 달라는 말에 신녀가 괴성을 내지른다. 소리가 얼마나 큰지 곁에 있던 단청은 깜짝 놀랐다.


“지금 돈이 문제야? 이건 생명이 달린 일이야! 어디서 빌려서라도 가져와. 그럼 내가 딸아이 목숨은 꼭 살려줄 테니까!”


신녀의 호통에 최 교수는 잔뜩 찌그러지고 만다.



잠시 후, 무당 집을 나온 최 교수는 장부를 들고 무언가를 끼적이더니, 회심에 찬 미소를 짓는다.


“자, 그럼 다음 집으로 가보실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잇는 그를 바라보며 단청은 괜히 걱정스러워졌다.


“딸아이가 정말 아픈가요?”


“아프긴 뭘 아파. 난 딸 없어.”


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 최 교수를 보며, 단청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그럼, 왜 딸이 있다고 속이셨어요?”


“무당 색깔을 알아보려는 게야.”


“무당 색깔은 또 뭐에요?”


그녀의 질문에 장 신부님이 대신 설명한다.


“무당은 흑무당(黑)과 백무당(百)으로 나뉘네. 흑무당은 돈만 밝히고 사람들을 억압하는데 반해 백무당은 그 반대야. 사실 어딜 가나 그런 문제가 있지만, 무당 쪽은 사람들의 생명과 기도를 들어준다는 입장에서 그 중요도가 높지.”


운전석에 앉은 최 교수가 설명을 이어간다.


“저런 돈만 밝히는 흑무당에게 걸리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이야. 병을 고치는 것은 고사하고, 단물 쭉쭉 빨리고 거지꼴이 되겠지.”


설명을 들으면서도 단청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저런 사기에 넘어가겠는가. 또 신녀라는 작자의 태도는 누가 봐도 사기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너무 어색하지 않은가.


“그런데 정말 사람들이 저런 무당 꾐에 속아 넘어갈까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최 교수는 헛웃음을 터뜨린다.


“콩깍지라는 걸 몰라서 그래.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지. 이성이 마비되고 판단력이 흐려져. 딸 목숨이 경각에 달린 부모라면, 충분히 넘어가고도 남아.”


“그래도 좀······.”


단청이 볼 때 아까 무당의 모습은 상당히 낯설고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그걸 눈치 챈 최 교수가 짐짓 서늘한 눈으로 무당 집을 돌아본다.


“저 무당은 흑무당 축에도 못 껴. 그냥 사기꾼일 뿐이야.”


“제가 알기로 무당은 어느 정도 영험하다고 들었는데, 다 그런 것은 아닌가 보군요.”


“아무튼 다음 집을 가보세. 그럼 방금 그 무당이 왜 사이비인가가 들어 날 테니.”


최 교수는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조수석에 앉은 장 신부님을 바라본다. 그 모습을 발견한 장 신부님은 설레설레 고개만 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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