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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 님의 서재입니다.

악의 사용법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공포·미스테리

윤조
작품등록일 :
2018.04.09 13:57
최근연재일 :
2018.08.01 13:03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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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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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
글자수 :
219,724

작성
18.06.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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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4. 갑질이 부른 비극 (1) 뜻밖의 자살

DUMMY

1. 뜻밖의 자살



비탈진 길에 위치한 구산동의 한 원룸. 가벼운 외출복 차림의 진욱이 투덜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는 듯, 그는 연신 휴대전화를 다시 누르길 반복한다.

“ 아, 진짜.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는 거야. 같이 병원 가자고 월차까지 내랬으면서···”

4층 401호 문 앞에 선 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푹 쑤셔 넣고, 헉헉 거리는 숨을 진정시키며 초인종을 누른다.


빈 방에 벨소리가 울린다. 다섯 평 남짓한 원룸엔 싱글 침대와 책상이 나란히 놓여 있고, 맞은편엔 세탁기가 딸린 작은 싱크대가 서있다. 책상 위엔 진욱에게 안겨 웃음꽃을 피운 여성의 사진이 든 액자가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옆에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휴대폰이 부재중 전화 표시를 나타내며 깜빡이다 멈춘다. 잠시 후, “삐삐”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화장실 문 왼쪽에 위치한 현관문이 열린다. 진욱이다.

“ 아, 김신아! 내가 전화를 몇 번이나······”


1초면 화장실을 제외하고 모두 둘러 볼 수 있는 좁은 원룸.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순간, 짜증이 배어 있던 진욱의 얼굴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깃든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휴대폰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책상으로 향한다. 그는 책상으로 발을 옮겼다가 그 위에 놓인 ‘유서’를 발견하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 자리에 멈춰 선다.

“ 이게 무슨······? 신아야! 김신아!!”


그는 다급히 화장실로 가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좁은 원룸은 순식간에 피 비린내로 가득 찼다. 진욱의 눈에 손목을 그은 채 쓰러져 있는 신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왼쪽 손은 깊숙한 대야에 반쯤 걸쳐 있었다. 대야의 3분의 2쯤 고인 붉은 액체가 피가 섞인 물인지, 피 자체인지 알 수 없었다. 진욱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녀의 오른쪽 손을 잡았다. 차디찬 그녀의 손에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하늘이 무너진 듯 주저앉았다.


“ 아, 카라멜마끼아또는 시럽 두 번 추가해 주세요.”

규혁이 경찰청 앞 단골 커피숍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그 때 등 뒤에서 걱정을 가장한 깐족거림이 들려왔다.

“ 그러나 당뇨 걸린다니까요. 늙어서 부인 고생시키지 마시고, 지금부터 조절 좀 하세요.”

규혁의 양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을 한 사람을 향해 쏘아붙였다.

“ 맘대로 남의 미래 망쳐놓지 말고, 니 미래나 신경 쓰지 그래?”


규혁은 커피도 챙기지 않고 휙 밖으로 나가 버렸다. 지영은 벙찐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 뭐야, 뭐 저렇게 유치해?”

“ 아메리카노 세 잔, 시럽 추가한 카라멜마끼아또 한 잔 나왔습니다.”

커피숍 직원이 음료가 나왔다고 안내하며, 지영에게 커피 트레이를 내밀었다. 지영은 음료를 받아들고, 다소 어색한 미소를 띠며 물었다.

“ 계산은 다··· 된 거죠?”


“띵” 소리를 내며 경찰청 4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인상을 쓴 채 팔짱을 끼고 선 규혁과 커피 트레이를 든 지영이 앞 다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지영은 한 발 앞선 그의 뒤를 바짝 쫓아가며, 구시렁대기 시작했다.

“ 그 봐요~ 먼저 가도 결국 같이 올 걸. 남자가 치사하게~”

규혁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멈춰 섰다가, 그녀의 페이스에 말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던 길을 계속 갔다.

“ 그러니까 팀장님이 연애를 못 하는 거예요. 매너가 좋아, 자상하길 해, 그렇다고 유머 감각이 있어, 외모가······ ”


지영은 흠칫 놀란 표정으로 순간 말을 멈췄다. 규혁이 뒤돌아서 ‘이게 정말’ 이라는 표정으로 살벌하게 그녀를 째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곧 가슴에 참을 인자를 새기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지영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하던 말을 마저 끝맺었다.

“ 외모는······ 출중하지. 하여간 저 성질머리, 얼굴값 지대로 한다니까.”


사무실 문이 다시 열리자, 상민은 막 들어오는 지영을 주시했다. 간만의 차로, 커피를 사러 간다던 규혁이 빈손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에 든 커피 트레이를 확인한 상민은 역시나 싶은 표정으로 묘한 웃음을 흘리며 지영에게 물었다.

“ 왜 따로 들어와? 같이 온 거 아냐?”

“ 같이 오긴, 누가 같이 와요?”

지영은 투덜대며, 회의 테이블에 커피 4잔이 든 트레이를 내려놓았다.

상민이 커피 트레이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꺼내며 장난기어린 눈으로 지영을 쳐다봤다.

“ 이걸 니가 샀다고?”

지영은 어깨를 들썩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나오던 해준은 지영을 보고 환한 미소를 날리며 반갑게 인사했다.

“ 선배, 안녕~”


지영은 갑자기 해준에게 저벅저벅 다가가 헤드락을 걸었다.

“ 안녕? 이게 아주 예쁘다, 예쁘다 해주니까 하극상이야, 하극상~!”

그때, 보고서를 말아 만든 기다란 종이뭉치 막대가 지영의 머리 위로 떨어지며, “퍽”소리를 냈다.

“ 아! 씨 누구야~!”

“ 씨? 여기, 걔 말고, 하늘같은 니 선배들 밖에 더 있어?”

규혁이 지영의 옆구리에 끼인 해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말린 종이를 반대로 말아 평평하게 만든 후 테이블 위에 얹어 놓으며 지영을 째려보았다.

“ 누가 누구더러 하극상이래? 똥 뭍은 개도 아니고.”


순간 지영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그만큼 그녀의 팔 힘도 세졌다. 그 속에 끼어 있던 해준은 낑낑거리며 그녀의 헤드락을 풀기 위해 애를 썼으나 역부족이었다. 상민은 킥킥거리며 상황을 지켜보다 지영을 툭 쳤다.

“ 우리 해준이 숨 막히겠다. 적당히 해.”


그제야 지영은 해준이 생각났는지, 얼른 팔의 힘을 풀었다. 해준은 비틀거리면서도 헤죽거리는 얼굴로 테이블에 앉았다. 규혁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해준을 바라보다, 탁자 위의 보고서를 팀원들에게 건넸다.

“ 아까 전화로 말했던 사건이에요?”

규혁이 상민에게 보고서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 어, 좀 전에 해준이가 급하게 정리했어.”

“ 정리하면서 대충 봤는데, 자살이라고 하기엔 이상한 게 좀 많아요.”

언제 지영의 옆구리 속에서 버둥거렸냐는 듯, 해준은 평소와 같은 진지한 자세로 회의에 임했다. 뒤늦게 자리에 앉은 지영은 파일을 스윽 훑어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 마포서요?”

“ 어. 지난 번 사건, 뉴페이스 흔적 좀 찾아보려고 그 지역 CCTV확인하러 갔었거든. 근데 큰 소란이 생겨서··· 들어보니 일리가 있는데, 경찰이 다급히 자살로 처리하려는 것 같아서.”


“ 이럴 경우, 남자친구가 가장 유력한 용의잔데··· 이 사람이 필사적으로 수사해달라는 거보니, 이 사람은 범인이 아닐 확률이 높겠네요?”

지영이 보고서에 얼굴을 묻은 채 테이블에 손가락을 튕기며 물었다.

“ 그 반대일 수도 있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고 의혹을 피하기 위해 그런 걸 수도 있으니까.”

규혁이 나무라듯 지영을 향해 말했다. 지영은 입을 삐죽였지만, 토를 달진 않았다. 상민은 얼른 사건의 미심쩍은 부분을 설명했다.

“어쨌든, 가장 이상한 건 몇 달 전에 피해자와 절친했던 사람도 자살했다는 거야. 그것도 같은 방식으로···”


규혁과 지영, 해준 모두가 상민을 쳐다봤다. 상민은 눈을 크게 뜨더니 그들에게 되물었다.

“ 어떻게 할까?”

“ 강북서에서 사건 신청서는 받아 온 거죠?”

규혁의 질문에 상민은 오른쪽 눈을 찡끗 감았다 떴다.

“ 당근~!”

“ 그럼, 시작하죠. 선배는 피해자 가족과 애인 만나서 정식으로 수사 진행한다고 알려주시고요, 이 형사는 피해자와 친했다던 사망자, 이 두 사람의 1년 간 디지털 기록 모두 확인해봐. 지영이 넌··· ”

규혁은 부러 뜸을 들이며 지영을 쳐다봤다.

“ 넌 나랑 현장에 가고.”

규혁이 보고서를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영도 입을 삐죽거리며 따라 일어섰다.


작가의말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모두 안전에 유의하시고,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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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8. 갑질이 부른 비극 (5) 후안무치 18.07.11 396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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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 갑질이 부른 비극 (3) 표리부동 18.07.04 313 5 8쪽
56 55. 갑질이 부른 비극 (2) 타살의 정황 18.06.30 319 5 7쪽
» 54. 갑질이 부른 비극 (1) 뜻밖의 자살 18.06.27 365 5 9쪽
54 53.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8) 진실 +2 18.06.23 411 4 9쪽
53 52.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7) 신출귀몰 +4 18.06.20 398 6 8쪽
52 51.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6) 살의의 원인 18.06.16 390 6 8쪽
51 50.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5) 격투 18.06.13 347 5 8쪽
50 49.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4) 두 남자 +2 18.06.09 436 6 7쪽
49 48.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3) 제 3의 인물 +2 18.06.06 412 5 8쪽
48 47.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2) 막장 드라마 +4 18.06.02 376 6 7쪽
47 46.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1) 체포 +2 18.05.30 405 6 8쪽
46 45.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0) 불길한 예감 +2 18.05.26 404 6 8쪽
45 44.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9) 그 놈 +4 18.05.23 440 7 7쪽
44 43.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8) 지키는 자 vs 지켜보는 자 +4 18.05.19 522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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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6) 그 여자, 연희 +2 18.05.17 449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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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4) 그 여자 18.05.15 467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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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 천사의 수술 (31) 휘경과 진우 +2 18.05.07 523 8 8쪽
31 30. 천사의 수술 (30) 짙은 혐의 +2 18.05.06 487 7 9쪽
30 29. 천사의 수술 (29) 공범 18.05.05 515 8 8쪽
29 28. 천사의 수술 (28) 형사의 감 +2 18.05.04 500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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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천사의 수술 (20) 복수 18.04.26 495 10 8쪽
20 19. 천사의 수술 (19) 진짜 타깃 +2 18.04.25 535 10 8쪽
19 18. 천사의 수술 (18) 호랑이 굴 +2 18.04.24 549 10 8쪽
18 17. 천사의 수술 (17) 아브락사스 +2 18.04.23 557 11 8쪽
17 16. 천사의 수술 (16) 진실 +2 18.04.22 545 10 9쪽
16 15. 천사의 수술 (15) 범행장소 +2 18.04.21 539 10 8쪽
15 14. 천사의 수술 (14) 열혈기자 김혜란 +6 18.04.20 632 11 10쪽
14 13. 천사의 수술 (13) 치유모임 +4 18.04.19 606 10 8쪽
13 12. 천사의 수술 (12) 댓글 여론 +4 18.04.18 559 9 9쪽
12 11. 천사의 수술 (11) 한강변의 사체 +2 18.04.17 557 9 8쪽
11 10. 천사의 수술 (10) 아픈 과거, 영지 +2 18.04.16 567 9 9쪽
10 9. 천사의 수술 (9) 불길한 예감 +4 18.04.15 561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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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천사의 수술 (5) 인성 +2 18.04.11 641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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