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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 님의 서재입니다.

악의 사용법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공포·미스테리

윤조
작품등록일 :
2018.04.09 13:57
최근연재일 :
2018.08.01 13:03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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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53
추천수 :
502
글자수 :
219,724

작성
18.04.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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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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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3. 천사의 수술 (13) 치유모임

DUMMY

13. 치유모임


다시금 수사관으로서 마음을 다잡은 지영은 해준을 향해 물었다.

“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언제 출소했지?”

“ 한강변에서 발견된 피해자 배주형은 대구에서 아동 강제추행 문제를 일으켜 2년 복역하고 두 달 전에 출소했어요.”

“ 2년? 그럼 살해당하지 않은 이기완을 제외하면, 역시 3년 안에 일어난 아동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벌어진 살인이네.”

“ 용의자였던 두 피해자가 관련된 미해결 사건도 그 시기에 일어났어요. 각각 2015년과 2016년이요.”

해준이 스크린에 해당 시기의 사건 목록을 띄우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 출소시기를 위주로 정리한 문서를 클릭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 출소시기로 따지면 이상득, 배주형 모두 2018년에 출소했고, 살해당했어요. 이기완만 출소한 지 1년이 됐고, 아직 살아있고요.”


상민은 이기완의 이름이 들리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 그러니까, 이 새끼는 처음부터 그 수술을 할 줄 알았던 놈인 거고, 그 뒤부터는 꼴리는 대로 뇌를 파헤치고, 도려내고 지랄을 했다는 건데··· 이 정도면 완벽한 사이코패스던가, 복수심에 불타는 불쌍한 인간이던가, 아니면 인터넷 유저들 말처럼 덱스터같은 쓰레기 청소부던가···”


팀원들의 회의내용을 분석하던 규혁은 상민을 쳐다봤다. 자신 또한 그처럼 표현하지 않을 뿐, 비슷한 심정이었다. 처음엔 인터넷에 도배된 찬양일색의 댓글들처럼 뭔가 응징을 한다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범인은 사람을 장기 말처럼 갖고 놀다 마음대로 죽이는 금수에 불과했다. 비록 그 자신은 불타오르는 사명감에 흠뻑 빠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규혁은 이 사건이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쁜 놈들을 죽인다는 자기만의 정의감으로 무장한 자들은 늘 더 위험하고, 잡기 힘든 법이니까.


규혁은 다시 회의에 집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해준이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 3년 이내의 아동성범죄 사건과 관련 미해결 사건, 그리고 최근 1년 이내 출소한 자들의 목록을 정리해봤습니다.”

해준의 설명과 함께 스크린은 이름이 빼곡히 담긴 세 장의 긴 문서로 가득 찼다.

“ 피해자 시기와 유형이 좁혀지는 걸로 봐선, 보복이 맞는 것 같아요. 안타깝지만··· 피해자 아동 주변인들을 더 자세히 살펴봐야겠어요.”

목록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지영이 깊은 한숨을 내리쉬며,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목록에 있는 피해자 중에, 그 치유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어?”

리스트 체크를 하던 규혁이 해준에게 물었다. 잠깐 보고 자료를 들춰보던 해준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 아동성범죄 미해결 사건 목록에 있었어요. 딱 한 가족··· 서울에 사는 그 교사 부부요. 우리의 두 번째 피해자가 용의자였던 사건의······”


팀원들 모두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사건은 정말이지 용납하기 힘든 사건이었다. 사실 지영은 사건의 전말을 알고부터는 차라리 피해자가 잘 죽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2016년, 피해 아동인 다섯 살 민지는 어린이 집에서 원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민지의 엄마는 아이를 목욕시키다 아이가 아랫도리를 아파하는 것을 알아챘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으니 처음엔 겁을 내며 숨기만 하던 아이가, ‘원장 삼촌이 만졌어요.’라는 등의 의심이 갈만한 여러 정황들을 자신의 언어로 얘기했다. 화들짝 놀란 부모는 병원에 가서 확인을 했고, 그 결과 아이의 처녀막이 손실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정액도 남아 있었다. 분노한 부모는 원장을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 검찰 조사를 거쳤지만, 영장 발부가 되지 않아 이사장의 DNA를 검사할 수 없었다. 당연히 아이의 몸에서 나온 정액 DNA와 대조할 수도 없었고, 답답해 찾아간 경찰서에선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며 그들을 회피했다. 그리고··· 그 원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아 멀쩡히 계속 어린이 집을 운영하던 중에, 이번 사건으로 뇌가 모두 사라진 채 살해당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자, 2016년 강남구에서 일어난 미해결 사건의 용의자였던 젊은 원장의 주변사람들을 조사하던 해준은 그의 큰 아버지가 서울 고등검찰청 차장검사였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아냈다.


“ 아이는 이후에도 숨고, 자해를 하는 등의 이상 증세를 보였데요. 그러다 그 가족은 이사했어요. 현재 은평구에 살고 있고요.”

해준이 규혁에게 주소를 건네며 말했다. 규혁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이형사, 배주형이 저질렀던 범죄의 피해자, 그리고 1년 이내에 출소한 자들의 피해자 모두 최근 근황 확인하고, 그 주변인물 중에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거나, 의대를 다니거나 중태한 사람들 있는지 모두 낱낱이 조사해서 각자 할당량 정해 이메일로 보내. 피해자들 혹은 그 주변 인물들이 서로 간에 연락을 취한 흔적이 있는지 모든 데이터 확인해 보고, 그리고 상민 선배······”

규혁은 상민에게 말을 하려다 말고, 지영을 쳐다봤다.

“ 아, 아니에요. 차지영, 넌 나랑 같이 그 교사 부부 만나러 가자.”

규혁이 상민을 보며 이어 말했다.

“ 그리고 선배는 피해자들이 저질렀던 범죄와 상관없이 그들의 원한관계 확인해서 주변 인물들 알리바이 조사해 주세요.”

사무실을 나서는 규혁과 지영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문득 피해자의 사체 사진을 떠올린 규혁은 어쩌면 이 사회가, 이 나라의 법이 상처 받은 누군가를 피 냄새에 중독된 야차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북한산이 훤히 내다보이는 아파트였다. 탁 트인 아파트 전경과는 다르게 지영은 단지 내로 들어선 이후부터 체기라도 있는 듯 명치가 걸리고 답답했다. 사전에 전화로 약속을 잡고, 오는 내내 질문할 내용들을 준비했지만 역시 지영은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었다. 결국 그녀는 주차장에서 미적거리다 규혁에게 한 차례 쓴 소리를 들었다.


“ 사람 속도 모르고, 저런 말미잘 같은 팀장.”

지영은 구시렁거리며 규혁을 따라 나섰다. 이윽고 두 사람은 찢긴 가슴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던 가족이 살고 있는 집 앞에 도착했다.

‘ 도대체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하지···?’

사실 지영은 흉악범죄 TF팀에 들어오고부터 온갖 끔찍한 사건들을 다뤄왔다. 그러면서 대담해지기도 했고, 두려움과 맞서는 방법도 배웠으며, 가끔 필요할 땐 뻔뻔해지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그런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규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 앞의 초인종을 눌렀다.

“ 아, 팀장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지영은 눈을 부라리며, 규혁을 째려봤다.

“ 눈, 깔아.”

규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영을 쏘아보며 말했다. 잠시 후, 안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문이 열렸다.


“ 어서 오세요.”

가냘픈 체격의 삼십대 후반 여성이 옅은 미소를 띠며 그 둘을 맞이했다. 그녀의 어깨 뒤로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의 눈빛을 담은 일곱 살 여자 아이가 거실 커튼 안에 숨어 그들을 훔쳐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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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 갑질이 부른 비극 (3) 표리부동 18.07.04 313 5 8쪽
56 55. 갑질이 부른 비극 (2) 타살의 정황 18.06.30 319 5 7쪽
55 54. 갑질이 부른 비극 (1) 뜻밖의 자살 18.06.27 36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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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7) 신출귀몰 +4 18.06.20 398 6 8쪽
52 51.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6) 살의의 원인 18.06.16 390 6 8쪽
51 50.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5) 격투 18.06.13 347 5 8쪽
50 49.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4) 두 남자 +2 18.06.09 436 6 7쪽
49 48.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3) 제 3의 인물 +2 18.06.06 412 5 8쪽
48 47.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2) 막장 드라마 +4 18.06.02 376 6 7쪽
47 46.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1) 체포 +2 18.05.30 405 6 8쪽
46 45.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0) 불길한 예감 +2 18.05.26 404 6 8쪽
45 44.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9) 그 놈 +4 18.05.23 440 7 7쪽
44 43.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8) 지키는 자 vs 지켜보는 자 +4 18.05.19 522 6 8쪽
43 42.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7) 타로카드 +4 18.05.18 490 9 8쪽
42 41.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6) 그 여자, 연희 +2 18.05.17 449 9 9쪽
41 40.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5) 스페이드 무늬 +2 18.05.16 488 8 8쪽
40 39.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4) 그 여자 18.05.15 467 7 7쪽
39 38.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3) 타살(打殺) +4 18.05.14 460 7 7쪽
38 37.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2) 미워도 다시 한 번 18.05.13 478 7 8쪽
37 36.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 만남 +2 18.05.12 487 7 8쪽
36 35. 천사의 수술 (35) 안개 +2 18.05.11 475 7 10쪽
35 34. 천사의 수술 (34) 무혐의 +2 18.05.10 463 7 8쪽
34 33. 천사의 수술 (33) 무너지는 정황 +4 18.05.09 476 8 9쪽
33 32. 천사의 수술 (32) 퀵배송 +2 18.05.08 479 7 7쪽
32 31. 천사의 수술 (31) 휘경과 진우 +2 18.05.07 523 8 8쪽
31 30. 천사의 수술 (30) 짙은 혐의 +2 18.05.06 487 7 9쪽
30 29. 천사의 수술 (29) 공범 18.05.05 515 8 8쪽
29 28. 천사의 수술 (28) 형사의 감 +2 18.05.04 500 8 8쪽
28 27. 천사의 수술 (27) 서글픈 인생 18.05.03 476 8 8쪽
27 26. 천사의 수술 (26) 목격자 18.05.02 488 9 9쪽
26 25. 천사의 수술 (25) 인터뷰 요청 +2 18.05.01 525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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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 천사의 수술 (23) 용의자 18.04.29 473 7 8쪽
23 22. 천사의 수술 (22) 비명소리 18.04.28 499 10 8쪽
22 21. 천사의 수술 (21) 귀신이 곡할 노릇 +4 18.04.27 529 10 8쪽
21 20. 천사의 수술 (20) 복수 18.04.26 495 10 8쪽
20 19. 천사의 수술 (19) 진짜 타깃 +2 18.04.25 535 10 8쪽
19 18. 천사의 수술 (18) 호랑이 굴 +2 18.04.24 549 10 8쪽
18 17. 천사의 수술 (17) 아브락사스 +2 18.04.23 557 11 8쪽
17 16. 천사의 수술 (16) 진실 +2 18.04.22 545 10 9쪽
16 15. 천사의 수술 (15) 범행장소 +2 18.04.21 539 10 8쪽
15 14. 천사의 수술 (14) 열혈기자 김혜란 +6 18.04.20 632 11 10쪽
» 13. 천사의 수술 (13) 치유모임 +4 18.04.19 606 10 8쪽
13 12. 천사의 수술 (12) 댓글 여론 +4 18.04.18 559 9 9쪽
12 11. 천사의 수술 (11) 한강변의 사체 +2 18.04.17 557 9 8쪽
11 10. 천사의 수술 (10) 아픈 과거, 영지 +2 18.04.16 567 9 9쪽
10 9. 천사의 수술 (9) 불길한 예감 +4 18.04.15 561 10 8쪽
9 8. 천사의 수술 (8) 조롱 II +2 18.04.14 565 13 8쪽
8 7. 천사의 수술 (7) 조롱 I +2 18.04.13 562 11 9쪽
7 6. 천사의 수술 (6) 언론 플레이 +2 18.04.12 592 12 9쪽
6 5. 천사의 수술 (5) 인성 +2 18.04.11 641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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