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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 님의 서재입니다.

악의 사용법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공포·미스테리

윤조
작품등록일 :
2018.04.09 13:57
최근연재일 :
2018.08.01 13:03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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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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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
글자수 :
219,724

작성
18.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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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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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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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6. 천사의 수술 (16) 진실

DUMMY

16회. 진실


“ 도둑이야!! 저 사람 좀 잡아 주세요!!”

해준은 한국대학교 의대를 다니고 있는 피해자 아동의 사촌오빠에게 알리바이를 확인하고 돌아가던 중이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울까 하여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던 차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가게에서 후다닥 튀어나와 해준을 밀치고 전력질주를 했다. 그리고 뒤이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생으로 보이는 남성이 다리를 쩔뚝이며 밖으로 나와 소리를 질렀다. 해준은 곧 상황을 알아채고, 앞서 뛰어간 남자를 뒤쫓았다. 해준은 골목길을 몇 차례 돈 끝에야 막다른 길에서 그와 마주할 수 있었다. 겁에 질린 남자는 스위스제 아미 나이프를 꺼내 해준을 위협했다.

“ 넌 뭐야 이 새끼야?!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


양손으로 허벅지를 집고 헉헉대던 해준은 서서히 숨을 고르고 허리를 폈다. 그는 고개를 으쓱하며 점퍼를 내려, 안주머니에서 서울시 경찰청 소속이라고 적힌 신분증을 꺼냈다.

“ 흉악범죄 TF팀이라고 들어봤어?”

사내가 주위를 경계하며 고개를 젓자, 해준은 피식 웃으며 설명했다.

“ 천사의 수술, 이 사건은 알고 있지? 뇌가 통째로 사라지는 희대의 살인사건.”

남자가 설마 하는 표정을 짓자, 해준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서서히 그에게 다가가며 부추겼다.

“ 와서, 찔러. 그래야 내가 정당방위로 널 쏘지. 안 그래도 범인이 안 잡혀 짜증이 턱밑까지 찼거든. 총이라도 쏘면 좀 풀리지 않을까?”

해준이 안전핀을 뽑으며, 그의 앞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갔다. 남자는 칼을 들고 벌벌 떨다, 결국 편의점에서 훔친 돈을 꺼내 바닥에 툭 던졌다.

“ 다, 다가오지 마. 그게 다야.”

“ 야, 도둑을 그냥 보내면 내 가오가 살겠냐?”

해준의 말에 망설이던 사내는 어떤 결심이 섰는지, 나이프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해준을 밀치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았다. 그가 떠나자 해준은 바닥에 떨어진 돈을 집어 들고, 배를 잡고 웃었다. 권총을 다시 허리춤에 넣던 해준은 자신을 경찰의 길로 이끈 그 날을 떠올렸다. 그는 단 한 번도 경찰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앞길 창창한 공대생이었다.


“ 흉악범죄 TF팀이라고 들어봤어?”

성인 두 남자에게 심하게 두들겨 맞은 해준은 거의 실신할 지경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가늘게 뜬 눈 사이로 잔다르크 같은 그녀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날 해준은 어머니의 수술비용을 마련해 대전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그는 시간만 나면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다. 친구들은 곱상한 부잣집 도령처럼 생긴 해준이 학점 관리와 돈을 버는 데만 치중하자, 있는 놈이 더 무섭다며 ‘돈독 오른 미소년’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돈을 모으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풍기는 외모와는 다르게 그는 단 한 번도 풍족하게 자라지 못했다. 그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난했다. 어려서부터 판잣집에서 자란 그는 중학생이 되자 좋은 머리를 밑천삼아 과외를 시작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는 엄마와 단 둘이 살 수 있는 작은 빌라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학 3학년 시절,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엄마를 위해 2년치 과외비를 선불로 받았다. 하지만 서울역에서부터 돈 냄새를 맡은 도둑 2명이 그에게 들러붙었다. 그는 수차례 깨지고 얻어맞으면서도 돈이 든 가방을 놓을 수 없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그렇게 두들겨 맞고 있을 때, 정의의 기사처럼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순식간에 성인 두 남자를 묵사발로 만들었고, 자랑스럽게 그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말해주었다. 서울 경찰청의 흉악범죄 TF팀 소속이라고.


“ 괜찮아요?”

잔다르크 같은 그녀가 해준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목에 걸린 신분증이 찰랑 흔들리며 이름이 보였다. ‘차지영’. 그는 그 날 부로 경찰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그녀는 그의 가슴 속으로 불쑥 들어왔다.


띠롱, 띠롱···

문자 알림음이 추억에 잠겼던 해준을 일깨웠다. 확인하니, 지영이었다. 해준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 잘하면 배주형이 어떻게 납치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CCTV잔뜩 가져간다. 미리 잘 챙겨 먹고 있어. 뜨거운 밤을 보내야 할 것 같으니~’

‘ 뜨거운 밤’이라는 문구를 본 해준은 키득거렸다. 정말 재밌는 여자였다. 해준은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디지털 포렌직으로 채용됐다. 카이스트 출신이 지원을 했다는 사실에 면접관들은 매우 놀라워했다. 그런데 그는 다시 한 번 면접관들을 놀라게 했다. 지원자가 조건을 붙인 것이다. 반드시 ‘흉악범죄 TF팀’에 들어가게 해달라는 것. 그는 당연히 TF팀에 배정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그녀가 없었다. 그녀 때문에 경찰이 된 그는 이직을 해야 하는가를 두고 하루하루 고민했다. 그런데 한 달 후, 마치 로맨스 영화에서처럼 그녀가 해준 앞에 나타났다.

“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TF팀에 합류하게 된 차지영입니다.”

해준은 홍조 띤 얼굴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기뻤다. 한 남자로서,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휘경은 덩굴나무가 천장을 휘감은 국과수 야외 휴게소 벤치에 앉아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불어온 벚꽃 잎이 그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 기분 좋은데. 니가 먼저 전화를 다 주고.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건가···?”

휘경의 전화 속 상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휘경에게 말했다.

“ 휘경아··· 묻고 싶은 게 있어.”

휘경은 이미 상대가 무슨 말을 할 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른 척 하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진우야.”

“ 혹시··· 너니?”

창백해진 안색에 눈을 질끈 감고, 용기를 내어 말하는 진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휘경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다시 물었다.

“ 뭐가?”


S병원 신경외과 의국은 이런 저런 의학서적과 각종 논문, 쌓아놓은 옷가지와 신발들로 어수선했다. 진우는 의국 구석에 마련된 작은 소파에 몸을 묻고 통화를 하고 있었다.

“ 알고 있잖아. 내가 뭘 묻고 있는지···”

“ 글쎄, 널 그리워하는 게 누구냐고 묻는 거면 맞고.” 진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휘경의 목소리는 마냥 다정하기만 했다. 진우는 더욱 괴로워졌다. 그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

“ 제발··· 장난하고 싶은 마음 아냐.”


“ 장난 아닌데···”

자못 서운해진 휘경은 마음을 다스리려 벤치에 일어나 좌우를 오가며 전화를 받았다. 진우는 이제는 간절한 목소리로 휘경에게 매달렸다.

“ 부탁할게. 네가 맞다면······ 멈춰 줘. 제발.”

떨리는 진우의 목소리에 휘경은 아마도 진우가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뻐근해졌다. 진우에게 전화를 받은 이후 한결같이 미소를 잃지 않던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규혁의 빨간 람보르기니가 검시소 정문에 들어서더니, 시속 30km를 유지하며 왼쪽 직각으로 꺾어 단번에 주차를 마쳤다. 빠른 걸음으로 검시소 건물로 향하던 규혁은 야외 휴게소에서 서성이는 휘경을 발견하고는 발길을 옮겼다. 휘경과의 거리가 좁아졌을 때, 규혁은 다소 격양된 휘경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그것뿐이야?”

진우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다만 휴대폰이 가늘게 떨리는 그의 숨소리를 전해줄 뿐이었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휘경은 피식 웃으며 조소하듯 말했다.

“ 대단하다, 오진우. 내가 너를 위해서 살인까지 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그것도 그렇게 끔찍한 짓을··· 내가, 왜?”

“ ······ 넌··· 나를 사랑하니까.”

결국 진우가 자신의 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자, 휘경의 눈가는 금방 눈물이 차올라 그렁해졌다.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던 휘경이 용기를 내 진우에게 물었다.

“ 넌··· 넌 어떤데?”

진우의 대답을 기다리던 휘경은 눈물을 뚝 떨어뜨리며 뒤돌아서다, 앞에 서 있는 규혁을 보고 놀라 그대로 멈춰 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8 hi***
    작성일
    18.04.22 23:10
    No. 1

    윤조 작가님~ 등장인물이 많은데, 번외편이나 작가의 말에 인물소개도 같은 거 한번쯤 올려주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큰 사건 끝나는 지점쯤에 줄거리 중간리뷰를 해주셔도 미스터리물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사건 그림을 그리기 쉬울 거 같아요~ (스윽...오지랖 파라솔 접는 중)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윤조
    작성일
    18.04.24 20:37
    No. 2

    좋은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
    번외편은 '천사의 수술'이 끝나고,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기 전 준비해 볼까 합니다.
    작가의 말에 인물 소개할 생각은 아예 못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유용한 사용법 배웁니다. ^^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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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7) 신출귀몰 +4 18.06.20 398 6 8쪽
52 51.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6) 살의의 원인 18.06.16 390 6 8쪽
51 50.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5) 격투 18.06.13 347 5 8쪽
50 49.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4) 두 남자 +2 18.06.09 436 6 7쪽
49 48.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3) 제 3의 인물 +2 18.06.06 412 5 8쪽
48 47.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2) 막장 드라마 +4 18.06.02 376 6 7쪽
47 46.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1) 체포 +2 18.05.30 405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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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9) 그 놈 +4 18.05.23 440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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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천사의 수술 (29) 공범 18.05.05 515 8 8쪽
29 28. 천사의 수술 (28) 형사의 감 +2 18.05.04 500 8 8쪽
28 27. 천사의 수술 (27) 서글픈 인생 18.05.03 476 8 8쪽
27 26. 천사의 수술 (26) 목격자 18.05.02 488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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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천사의 수술 (20) 복수 18.04.26 495 10 8쪽
20 19. 천사의 수술 (19) 진짜 타깃 +2 18.04.25 535 10 8쪽
19 18. 천사의 수술 (18) 호랑이 굴 +2 18.04.24 549 10 8쪽
18 17. 천사의 수술 (17) 아브락사스 +2 18.04.23 556 11 8쪽
» 16. 천사의 수술 (16) 진실 +2 18.04.22 545 10 9쪽
16 15. 천사의 수술 (15) 범행장소 +2 18.04.21 539 10 8쪽
15 14. 천사의 수술 (14) 열혈기자 김혜란 +6 18.04.20 632 11 10쪽
14 13. 천사의 수술 (13) 치유모임 +4 18.04.19 605 10 8쪽
13 12. 천사의 수술 (12) 댓글 여론 +4 18.04.18 559 9 9쪽
12 11. 천사의 수술 (11) 한강변의 사체 +2 18.04.17 557 9 8쪽
11 10. 천사의 수술 (10) 아픈 과거, 영지 +2 18.04.16 567 9 9쪽
10 9. 천사의 수술 (9) 불길한 예감 +4 18.04.15 561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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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 천사의 수술 (6) 언론 플레이 +2 18.04.12 592 12 9쪽
6 5. 천사의 수술 (5) 인성 +2 18.04.11 641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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