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윤조 님의 서재입니다.

악의 사용법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공포·미스테리

윤조
작품등록일 :
2018.04.09 13:57
최근연재일 :
2018.08.01 13:03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31,549
추천수 :
502
글자수 :
219,724

작성
18.04.26 21:00
조회
494
추천
10
글자
8쪽

20. 천사의 수술 (20) 복수

DUMMY

20. 복수


시신은 한 마디로 매우 참혹했다. 눈썹 바로 위에서 시작해 뒤통수의 후두골 부위까지 타원형을 그리며 열린 두개골. 하지만 이번엔 뇌의 어느 부분도 가져가지 않았다. 대신 신체 여러 부위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드러냈다. 너덜너덜 해질 만큼 찔린 오른 손, 양손으로 동시에 찌른 듯 양방향의 자상이 남은 복부, 잘릴 듯 잘리지 않은 성기······

“ 넌 진짜 누구냐···?”

쓰레기 더미 위에 쭈그리고 앉아 뚫어져라 사체를 보던 규혁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미 분노의 수준을 넘어서 그의 머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는 정말 범인이 누군지 궁금했다. 사람을 상대로 이 정도의 분풀이를 할 수 있다면,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유사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충분히 살해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한편, 얼마나 울분에 차면 이렇게 잔혹해질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겼다. 대체··· 어떤 일을 당했던 걸까? 그는 박득근의 과거를 낱낱이 파헤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이 자가 범인의 타깃임이 분명했다. 그러다 문득 피해자가 TF팀에서 뽑아놓은 소아성범죄자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얼른 장갑을 벗고, 점퍼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 선배, 빨리 와줘야겠어요.”

통화를 하는 규혁의 시야에, 방송국 차량이 진입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 다시 분노의 게이지가 차올랐다.


유쾌한 ‘제이슨 므라즈’의 목소리로 가득한 혜란의 차량이 강변북로를 쌩쌩 달리고 있다. 그의 노래가 끝나자 라디오에서 긴급 속보가 들려왔다. 혜란은 본능적으로 오디오의 볼륨을 높였다.

‘ 긴급 속보입니다. 오늘 새벽 낙원동 인근 오피스텔 근처에서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피해자의 두개골이 열린 것으로 보아, 경찰에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뇌 실종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되었다고 판단하고, 촉각을 세워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피해자에게는 특이점이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뇌뿐만 아니라 복부에도 심한 자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 내에서는 범인이 폭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외부 심리 전문가들의 우려에 대해·········’


“ 낙원동···? 에이, 특종을 놓쳤네.”

혜란은 어제 갔던 낙원동을 떠올리며, 아쉬워 핸들을 툭툭 내리쳤다. 그러다 그녀는 자신에게 지랄 발광은 떨었지만, 시니컬한 매력을 물씬 풍기던 규혁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 그나저나··· 어느 인간 또 거품 물겠군.”


감식반 차량이 이미 빠진 뒤였지만, 낙원동 사건 현장은 아직 번잡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노란 폴리스라인이 쳐진 곳까지 와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시신은 이미 국과수로 떠난 뒤였다. 뒤늦게 도착한 지영이 노란 경계선을 손으로 들어올리고, 사체 발견 현장 안으로 들어왔다.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던 규혁과 상민이 지영을 쳐다봤다.

“ 오다가 들으니까 생식기랑 복부에 자상이 심하다면서요? 한결같이 뇌만 건드리던 놈이 왜 이렇게까지 한 걸까요?”

“ 이 피해자가 진짜 목표였겠지. 아님······ 살인에 중독됐거나. 하여튼 뭔가 상황이 바뀐 건 분명해. 감정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도 확실하고···”

규혁의 설명에 상민은 사체가 있던 자리를 다시 돌아보고 말했다.

“ 근데, 왠지 사체를 다급하게 처리한 느낌이 강해.”

“ 분노 때문에 뭔가를 놓친 걸까요?”

지영이 물었다.

“ 수사하다보면 그 이유도 알게 되겠지. 그보다··· 이번 사건에서 먼젓번 사건과 가장 크게 다른 점 못 찾겠어?”

규혁은 휴대폰으로 찍은 피해자의 사체 사진 여러 장을 지영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집중해 사진을 살펴보던 지영은 피해자의 얼굴 부분을 확대했다. 빳빳하게 굳은 얼굴에 굵게 패인 주름이 피해자의 나이를 짐작케 했다.

“ 예상했던 대상이 아니네요? 우리 리스트엔 이 나이대의 전과자는 없었어요. 신원은 나왔나요?”

“ 지문 인식 중일거야. 이 사람이 소아성애범죄로 형을 살았던 적이 있다면 금세 결과가 나오겠지.”

규혁은 지영이 돌려준 휴대폰을 재킷에 넣으며 말했다. 상민이 근처를 돌아봤다.

“ 여긴 CCTV 사각지대고······ 근처 CCTV는 아직 회수 전이지?”

“ 네. 이제부터 시작해야죠.”

“ 제가 가지러 갈게요. 어제 배주형 관할서에서 가져온 거랑 비교해봐야겠어요. 같은 차량이 잡혔을 수도 있잖아요.”

지영이 나섰다. 지영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옆 건물과 주변 위치 등을 파악하며 말했다.

“ 이 아파트랑, 저기 도로 끝에 있는 건물, 그리고 이 건물로 들어오는 주변 도로에 설치된 CCTV 확인하면 되겠네요.”

“ 가져가서 해준이랑 같이 해.”

“ 넵!”

규혁의 지시에 지영은 부러 장난스럽게 경례를 하며, 기운차게 대답했다. 규혁은 옅은 미소를 띠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지영을 바라봤다. 상민은 그런 규혁을 보고 킥킥 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두 남자 모두 무겁게 내리누르는 중압감을 견디는 중이었다. 규혁의 눈이 현장의 곳곳을 담았다. 그의 눈 속에 참혹한 범죄현장이 맺히고, 또 맺혔다.


자신이 주도하다시피 했던 사건의 특종을 놓친 혜란은 보도국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좀 전의 속보를 확인했다. 뉴스 영상을 반복해 보던 혜란이 점점 모니터 앞으로 다가갔다. 열심히 사건에 대해 보도 중인 리포터의 등 뒤로, 눈에 익은 건물이 들어왔다. 그녀의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졌다.

“ 응? 여기는······”

어제 저녁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낙원동에 갔던 혜란은 진우와 마주쳤던 일을 떠올렸다. 친구와의 약속이 어긋난 줄 알고 그를 뒤따라갔던 그녀는 분명히 지금 뉴스 영상에 나오는 그 건물 앞에 진우가 서 있던 것을 기억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건물의 주소를 확인하는 듯 했고, 그 후에도 한동안 건물 앞을 서성였다. 혜란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뇌를 파헤치는 연쇄 살인······ 이 사람은 신경외과의···”

하지만 진우의 온화한 얼굴이 떠오르자, 그녀는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 에이, 설마~ 아니겠지. 이 사람이 뭐 때문에~?”


그녀는 최근 자신이 범죄관련 서적과 사례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미심쩍은 마음을 털어내고 취재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다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 만약······ 정말이라면···? 내가 이 사람에 대해 뭐라도 아는 게 있나···?’

“ 팩트만 생각하자··· 김혜란!”

고민 끝에 혼잣말을 중얼거린 그녀는 가방에서 규혁의 명함을 찾아 들었다. 뭐가 어쨌든 상황은 충분히 의심해봄직 했다. 그녀가 결심을 굳히고, 규혁의 전화번호를 누르는데, 촬영기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혜란을 불렀다.

“ 오기자, 취재 가야지. 빨리 나와!”

“ 네! 지금 가요~~”

혜란은 아쉬운 표정으로 규혁의 전화번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지만 재차 촬영기자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그 부름에 답하고, 명함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 네! 갑니다! 넌, 좀 이따 보자.”

보도국을 바삐 나서는 김혜란 기자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의 사용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5/19~ ] 연재 일정 안내입니다. +2 18.05.19 446 0 -
공지 매일 저녁 9시에 연재됩니다. 18.04.11 536 0 -
63 [8/1~] 연재일정 안내입니다. +1 18.08.01 312 1 1쪽
62 61. 갑질이 부른 비극 (8) 한恨 18.07.28 273 3 8쪽
61 60. 갑질이 부른 비극 (7) 새로운 인물 +1 18.07.25 293 3 8쪽
60 59. 갑질이 부른 비극 (6) 미지의 세계 +2 18.07.14 379 3 8쪽
59 58. 갑질이 부른 비극 (5) 후안무치 18.07.11 396 4 8쪽
58 57. 갑질이 부른 비극 (4) 마녀라 불린 여자 +2 18.07.07 368 5 8쪽
57 56. 갑질이 부른 비극 (3) 표리부동 18.07.04 313 5 8쪽
56 55. 갑질이 부른 비극 (2) 타살의 정황 18.06.30 319 5 7쪽
55 54. 갑질이 부른 비극 (1) 뜻밖의 자살 18.06.27 364 5 9쪽
54 53.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8) 진실 +2 18.06.23 411 4 9쪽
53 52.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7) 신출귀몰 +4 18.06.20 398 6 8쪽
52 51.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6) 살의의 원인 18.06.16 390 6 8쪽
51 50.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5) 격투 18.06.13 347 5 8쪽
50 49.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4) 두 남자 +2 18.06.09 436 6 7쪽
49 48.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3) 제 3의 인물 +2 18.06.06 412 5 8쪽
48 47.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2) 막장 드라마 +4 18.06.02 376 6 7쪽
47 46.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1) 체포 +2 18.05.30 405 6 8쪽
46 45.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0) 불길한 예감 +2 18.05.26 404 6 8쪽
45 44.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9) 그 놈 +4 18.05.23 440 7 7쪽
44 43.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8) 지키는 자 vs 지켜보는 자 +4 18.05.19 522 6 8쪽
43 42.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7) 타로카드 +4 18.05.18 490 9 8쪽
42 41.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6) 그 여자, 연희 +2 18.05.17 449 9 9쪽
41 40.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5) 스페이드 무늬 +2 18.05.16 488 8 8쪽
40 39.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4) 그 여자 18.05.15 467 7 7쪽
39 38.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3) 타살(打殺) +4 18.05.14 460 7 7쪽
38 37.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2) 미워도 다시 한 번 18.05.13 478 7 8쪽
37 36. 집착이라는 이름의 욕망 (1) 만남 +2 18.05.12 487 7 8쪽
36 35. 천사의 수술 (35) 안개 +2 18.05.11 475 7 10쪽
35 34. 천사의 수술 (34) 무혐의 +2 18.05.10 463 7 8쪽
34 33. 천사의 수술 (33) 무너지는 정황 +4 18.05.09 476 8 9쪽
33 32. 천사의 수술 (32) 퀵배송 +2 18.05.08 479 7 7쪽
32 31. 천사의 수술 (31) 휘경과 진우 +2 18.05.07 523 8 8쪽
31 30. 천사의 수술 (30) 짙은 혐의 +2 18.05.06 487 7 9쪽
30 29. 천사의 수술 (29) 공범 18.05.05 515 8 8쪽
29 28. 천사의 수술 (28) 형사의 감 +2 18.05.04 500 8 8쪽
28 27. 천사의 수술 (27) 서글픈 인생 18.05.03 476 8 8쪽
27 26. 천사의 수술 (26) 목격자 18.05.02 488 9 9쪽
26 25. 천사의 수술 (25) 인터뷰 요청 +2 18.05.01 525 9 9쪽
25 24. 천사의 수술 (24) 후회 +2 18.04.30 523 7 7쪽
24 23. 천사의 수술 (23) 용의자 18.04.29 473 7 8쪽
23 22. 천사의 수술 (22) 비명소리 18.04.28 499 10 8쪽
22 21. 천사의 수술 (21) 귀신이 곡할 노릇 +4 18.04.27 529 10 8쪽
» 20. 천사의 수술 (20) 복수 18.04.26 495 10 8쪽
20 19. 천사의 수술 (19) 진짜 타깃 +2 18.04.25 535 10 8쪽
19 18. 천사의 수술 (18) 호랑이 굴 +2 18.04.24 549 10 8쪽
18 17. 천사의 수술 (17) 아브락사스 +2 18.04.23 556 11 8쪽
17 16. 천사의 수술 (16) 진실 +2 18.04.22 544 10 9쪽
16 15. 천사의 수술 (15) 범행장소 +2 18.04.21 539 10 8쪽
15 14. 천사의 수술 (14) 열혈기자 김혜란 +6 18.04.20 632 11 10쪽
14 13. 천사의 수술 (13) 치유모임 +4 18.04.19 605 10 8쪽
13 12. 천사의 수술 (12) 댓글 여론 +4 18.04.18 559 9 9쪽
12 11. 천사의 수술 (11) 한강변의 사체 +2 18.04.17 557 9 8쪽
11 10. 천사의 수술 (10) 아픈 과거, 영지 +2 18.04.16 567 9 9쪽
10 9. 천사의 수술 (9) 불길한 예감 +4 18.04.15 561 10 8쪽
9 8. 천사의 수술 (8) 조롱 II +2 18.04.14 565 13 8쪽
8 7. 천사의 수술 (7) 조롱 I +2 18.04.13 562 11 9쪽
7 6. 천사의 수술 (6) 언론 플레이 +2 18.04.12 592 12 9쪽
6 5. 천사의 수술 (5) 인성 +2 18.04.11 641 1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