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15,107
추천수 :
717
글자수 :
402,771

작성
22.12.26 08:30
조회
93
추천
4
글자
12쪽

56화

DUMMY

한편 로안은 엘레니아와 함께 마을의 대장간을 찾았다.

혹시나 대장장이 드워프도 이 검을 알고 있을까 했지만, 헛걸음이었다.


“잘 모르겠군.”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 검이 보통 검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겠네.”

“······.”

“하지만 수도의 그랜드 마스터라면 이 검의 비밀을 알지도 모르겠군.”

“그랜드 마스터?”

“유일무이한 대장장이를 말하는 걸세, 이 나라는 공화국이지만, 그랜드 마스터가 이 나라를 지탱한다고 보면 되지.”


예상 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로써 더욱 수도로 향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로안은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끝으로 돌아서 나왔다. 이 나라를 상징하는 최고의 대장장이를 뜻하는 그랜드 마스터는 국경을 폐쇄한 이후로 나오질 않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루이나의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일단 돌아가도록 하죠. 저녁이 다가오네요.”

“그러네요. 저녁 늦게 가면 들핀이 화낼 수도 있겠어요.”


로안은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선술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도 시끌벅적한 것이 여기는 조용해질 날이 없을 것 같았다.

벌써 들핀과 다른 드워프들은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로안을 발견했다.


“여길세! 일로 오게나 로안!”


들핀이 크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들핀을 발견한 로안은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남은 자리에 앉았다.


“꽤 늦었구만 그래?”

“죄송합니다. 잠시 알아볼 것이 있어서 늦었습니다.”

“죄송은 무슨 이렇게 자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 것이 다행이지. 자 방값은 자네들이 치러줬으니 음식값은 우리에게 맡겨주게나.”


들핀이 자기 가슴을 텅텅 치며 호기롭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로안은 빙그레 웃고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옆을 보는데 어색한 공기가 감도는 것이 느껴졌다.

로안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가레스게에 물어보았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예? 아···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화들짝 놀라 당황하는 가레스의 모습에 분명 무슨 일이 있었다는 촉이 왔지만, 구태여 캐묻지 않았다.

위험한 일도 아닌 것 같았고, 괜히 더 물어보면 분위기를 망칠 것 같았기 때문에 로안은 화제를 돌려 다른 이야기를 했다.


“수도까지는 며칠 정도 걸립니까?”

“글쎄 한 3일 정도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도착할 수 있을 걸세.”

“그렇군요.”


로안이 고개를 끄덕이던 중에 차례대로 음식이 등장했다.

에스티제오르에선 볼 수 없었던 드워프들만의 전통음식이었다.

불을 상징하는 드워프인 만큼 화끈한 불을 이용한 요리가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또한 매운 양념을 통한 불맛을 내는데 노력한 흔적들이 보였다.

마치 사천요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매콤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우와···”


놀란 것은 로안 뿐이 아니었다. 엘레니아 역시 음식 앞에서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고, 왕궁의 고급 음식을 다 먹어본 루이나였지만, 이런 드워프의 전통음식을 먹어본 기억은 없었다.


“자자, 어서 들도록 하지. 이 술과 함께 먹으면 아주 그냥 그날은 죽었다고 보면 된다네.”


그가 품속에서 술을 꺼내 들었다. 금이 간 도자기에 담긴 술은 누가 봐도 오래 숙성됐음을 말해주었다.


“한 잔 받도록 하게나.”


들핀은 각각 잔에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

아까울 법도 한데, 그는 거침없이 잔 끝까지 차도록 따라주었다.

들핀에게 술이란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나누고 싶을 때 먹는 것이었다.


“자, 모두 함께 잔을 들도록 하지!”


마지막까지 술을 돌리고 들핀이 잔을 들어 올렸다.

로안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잔을 들어 올려 보였다.


“고맙네! 자네들은 우리 드워프들의 생명의 은인일세! 이 잔은 은인을 위해 돌리는 술잔일세!”


그가 크게 외침과 동시에 잔을 들이켰다. 로안 또한 마찬가지로 들핀이 술잔을 털어 넣음과 동시에 술을 한 번에 마셨다.

식도가 타들어 갈 것 같은 화끈함이 느껴졌지만, 그건 순간일 뿐 그 후로 속이 후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가?”

“대단히 좋은 술이로군요.”

“그렇지? 내 평생을 갖고 다니는 술일세. 나와 인생을 함께했다고 봐도 좋은 술이지!”

“대단한 술이 맞군요.”


로안이 작게 감탄했다.


“칭찬해 주어 고맙네. 자네들이 왜 수도까지 가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우리는 자네가 큰일을 하기 위해 가는 것으로 보였네.”

“그렇게 큰일도 아닙니다.”


로안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있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말하지 않은 것이다.


“자네의 검을 보면 알 수 있네. 그랜드 마스터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검은 세상에 잘 나타나지 않네. 그게 세상에 나타난 것이면 아마 이 세상에 환란이 닥쳐왔다는 뜻이지.”


들핀의 눈동자에 로안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그는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 나라에 명운이 다한 줄만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오랜만이었네.”


그가 자기 잔에 술을 한 잔 더 채웠다.


“부디 젊은 영웅이여 이 나라를 구해주기를 바라네···”


들핀이 술잔을 내려놓으려 하는 순간에 그만 잔을 놓치고 말았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들핀의 머리가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그가 가진 술병은 넘어져 남은 술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들핀! 이봐 들핀!”


옆에 있던 드너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들핀의 움직이지 않는 어깨를 흔들었다.

죽은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 수명이 짧다는 것을 느꼈어도, 이렇게 두 눈으로 마주하니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갈 줄 누가 알았겠나, 아마 본인을 제외한 다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로안···”

“이게 이들의 현실인가 봅니다···”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야겠어요. 그는 이렇게 죽을 드워프가 아니었어요···”


드너스와 클라프는 죽은 친구를 등에 업고 선술집을 빠져나갔다.

로안의 일행들도 그의 뒤를 지키며 그를 따랐고, 오르막길을 오르고 올라서 생전에 그가 좋아했던 그 자리에 묻어주었다.


“자네가 좋아했던 곳일세. 항상 이곳에 오면 모든 게 보인다는 것이 엊그제 같더군··· 혼자 먼저 가니 섭섭하더군··· 자네는 얼마나 외롭겠나. 나나 클라프나 같이 뒤따라갈 터이니 조금만 참게···”


로안은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그를 추모하였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의 열정과 웃음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힘이 되어주고 웃음이 되어 주었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엘레니아나 다른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로안과 느끼는 바가 거의 비슷할 것이다. 그들 모두 고개를 숙여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미안하구나. 일이 갑자기 이렇게 되어 버려서. 아무래도 녀석은 자기가 죽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나 보더구나··· 들핀 그 녀석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들의 나라를 잘 부탁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이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그냥 무시하기에는 이제 짊어진 뜻과 의지가 무거웠다.

로안은 반드시 이 일을 해결하겠노라. 다짐하였다.


*


길을 떠났다.

드너스와 클라프는 친구의 곁에 있겠다며 지도와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확실하게 주변의 공기가 무거웠다.

아픈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의 칼에 심장이 꿰뚫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수명이 짧은 것이었다. 어떤 원리로 그렇게 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원리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침음을 삼킨 가레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앞으로 반나절입니다. 해가 지기 전까지는 수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거워진 분위기에 조금 숨통이 트이는 대답이었다.

수도까지 가는데 꽤 강행군이었다. 3일을 예상했던 들핀과는 달리 로안이 소요한 시간은 가레스의 계산을 포함하면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걸렸다.

거의 절반이라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가레스가 예상했던 시간대로 반나절이 조금 넘어 수도가 보였다.


“수도입니다.”


가레스는 잠시 마차를 멈춰 세웠다.


그 말을 들은 엘레니아와 루이나가 마차에서 나와 수도를 지켜보았다. 높은 언덕을 내려가야 했는데, 내려가기 전 보이는 수도에 모래 폭풍이 들이닥치던 중이었다.


“가려면 모래폭풍이 지나고 나서 가야 할 것 같은데요?”

“그렇겠네요. 잠시 이곳에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레스의 말을 로안이 받았다. 로안은 지체할 것 없이 자리를 펴고 휴식을 준비하였다. 이곳까지 쉴 새 없이 오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수도를 들어가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체력을 아껴놔야 다음을 대비할 수 있었다.


“모래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조금 쉬도록 해요.”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엘레니아는 로안의 옆의 나무에 등을 기대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이는 로안 역시 마찬가지로 눈을 감고 잠시 체력을 회복했다.

그렇게 고요한 시간이 흘러가고 모래 폭풍이 수그러들었다.

그 시간이 지루했던 루이나는 모래 폭풍이 가라앉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모래 폭풍이 사라지고 있어!”


폭풍에 가려졌던 수도의 웅장한 성벽이 드러나며, 이게 수도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폭풍이 사라지고 얼마 있지 않아 로안은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래 폭풍이 거칠게 휩쓸고 지나간 흔적이 듬성듬성 보였다.

특히 수도의 성벽을 지키고 있던 드워프들의 갑옷의 관절 사이사이에 흙이 잔뜩 끼어있었다.


“자네들은···”


드워프들은 인간들을 보고 놀라워했다. 자신들과 다르게 키가 크고 날렵한 체구를 갖고 있었다.

이야기에서나 들어보았던 인간들이 눈에 보이자 그들의 눈빛에 잔뜩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인간들이 이곳엔 무슨 일이지?”


인간이 보이자 드워프들을 이끄는 대장이 찾아왔다.

눈빛과 음성이 매우 차가웠다. 로안은 그 눈빛과 목소리를 마주하며 국경에서 받은 패를 내보였다.


“이건··· 그랜드마스터의 증명서로군··· 그렇다면 자네들이 국경에서 미리 연락한 인간들인가 보군, 나를 따라오도록 하게.”


엄숙한 절차를 예상했지만, 의외로 간단하게 수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모래 폭풍이 지나간 수도의 길엔 인기척이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삭막했다.


“원래 이런 거립니까?”


길을 걷던 로안이 물었다.


“원래라면 그렇지 않았지만, 요즘은 이 모래 폭풍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네.”

“그렇군요. 모래 폭풍이라···”

“수도에 이 폭풍만 없다면 말이야. 참으로 좋을 텐데···”


아쉬워하는 말을 들은 로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모래 폭풍이 불어와도 여전히 아름다운 도시이긴 합니다.”

“하하하, 그렇지! 아름다운 도시네···”


그의 웃음엔 여러 감정이 뒤섞인 듯한 해석하기 어려운 웃음이었다.

분노와 기쁨 그리고 애잔함까지 담겨있는 그 웃음을 그 누구도 해석할 수 없었다.


드워프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 자리에 멈춰 선 로안은 고개를 들어 화려한 궁전 같은 건물을 보았다.

모래 폭풍에도 그 아름다움을 흠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웅장한 건물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아···”

“정말 아름다운 곳이로군요···”


저마다 감상을 내놓았다. 그는 로안의 동료들의 감탄을 엿듣고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게나. 아르바토스 공국의 중심, 불의 성전에 온 것을 말이야!”


작가의말

잘 쉬고 왔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23.01.17 91 0 -
공지 2022. 12. 25 하루쉬다 오겠습니다. 22.12.25 47 0 -
공지 감사합니다. 22.11.21 140 0 -
77 77화 23.01.17 67 3 11쪽
76 76화 23.01.16 55 3 12쪽
75 75화 23.01.15 60 3 12쪽
74 74화 23.01.14 68 4 12쪽
73 73화 23.01.13 78 5 12쪽
72 72화 23.01.12 73 4 12쪽
71 71화 23.01.11 68 5 12쪽
70 70화 23.01.10 60 5 12쪽
69 69화 23.01.09 73 5 12쪽
68 68화 + 공지 23.01.07 83 5 12쪽
67 67화 23.01.06 60 5 11쪽
66 66화 23.01.05 69 5 12쪽
65 65화 23.01.04 79 5 11쪽
64 64화 23.01.03 72 4 11쪽
63 63화 23.01.02 83 4 12쪽
62 62화 23.01.01 94 5 12쪽
61 61화 22.12.31 82 4 11쪽
60 60화 22.12.30 82 5 12쪽
59 59화 22.12.29 80 4 12쪽
58 58화 22.12.28 81 5 12쪽
57 57화 22.12.27 84 5 12쪽
» 56화 22.12.26 94 4 12쪽
55 55화 22.12.24 124 5 11쪽
54 54화 22.12.23 89 5 11쪽
53 53화 22.12.22 99 5 12쪽
52 52화 22.12.21 95 5 12쪽
51 51화 22.12.20 95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