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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천영
작품등록일 :
2016.02.01 08:54
최근연재일 :
2016.02.04 12: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9,078
추천수 :
183
글자수 :
22,173

작성
16.02.03 09:00
조회
902
추천
21
글자
8쪽

6화 보이지 않는 저격수-1

DUMMY

[6화]




“크, 크흐흐흐.”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 안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손에는 휴대용 게임기 PGP가 쥐여 있었다.

순위가 나열된 화면의 중앙에는 30이라는 숫자와 남자의 닉네임이 적혀 있었다.

“이걸 잃을 순 없지.”

남자는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TV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의문의 살인마에 대한 특집 방송이었다.

방송은 지금껏 있었던 사건을 정리했다.

범인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최근 몇 주 사이 강력 사건이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 통계가 과연 일명 ‘보이지 않는 저격수’와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살인마의 효과를 긍정해야 하는지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다.

“그래, 인정해라. 긍정해라. 범죄는 공포로 줄어드는 거다.”

쿡쿡 웃는 남자의 얼굴에는 섬뜩한 광기(狂氣)가 감돌고 있었다.

“크큭.”

남자는 TV와 게임기의 전원을 모두 껐다.

이어서 편하게 의자에 앉곤 눈을 감았다.

“추적.”

나지막한 중얼거림과 함께 남자의 눈가가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추적’은 시전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스킬이다.

평상시 그는 이 스킬을 범죄자를 찾는데 사용했다.

하지만 매주 금요일은 달랐다.

그의 이능(異能)은 랭킹 30위부터 주어진다.

반대로 말하자면 30위에서 내려오는 순간, 그는 다시 순위를 되찾을 때까지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범죄자들을 처단할 능력을 얻었다. 그 힘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랭킹을 올리는 것이지만, 랭킹 산정 방식을 모르니 어떻게 순위를 상승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상위 랭커를 죽이는 방법도 있지만, 그들 역시 이능을 가지고 있을 터. 괜히 건드리다가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은 사양하고 싶다.

그래서 그는 상위가 아니라 하위 랭커를 찾았다.

그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31위 인근의 랭커들이었다.

찾고 난 뒤에 남자가 할 일은 그들이 더 높은 순위로 오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의 다른 스킬들을 사용하면 손쉬운 일이었다. 어떤 일을 일으켜도 사람들은 그의 존재조차 알아채지 못한다.

이제 사망이나 실종은 남자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었다.

“찾았다.”

음산한 미소와 함께 남자가 눈을 떴다.

그는 책상 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켜고, 메모 어플을 실행했다. 거기엔 앞으로 처리할 범죄자들의 목록이 있었다. 추적 스킬로 그들의 신상은 이미 파악을 끝낸 상태였다.

새로운 메모 탭에 범죄자와는 다른 정보가 적혔다. 31부터 40까지의 숫자와 지역명이었다.

“나는 세상을 정화한다. 정화의 불길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힘과 사상에 도취한 채 그는 멍하니 중얼거리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사전 작업을 끝낸 후, 그는 사람들에게서 눈에 띄지 않도록 깨끗이 몸을 씻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PGP를 넣은 가방을 챙기고, 몇 번이나 제대로 넣었는지 확인하곤 현관으로 나와 신발을 신었다.

자동인식센서로 현관의 불이 켜지고, 거울에는 남자의 모습이 비쳤다. 30대 초반의 다소 초췌하지만 평범한 인상의 사람이 가방을 메고 서 있었다.

“그들의 희생은 정화된 세상의 초석이 될지니.”

마치 경건한 의식이라도 치르러 나가는 듯, 그는 거울을 보곤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가 찾아갔던 랭킹 31위의 사람들을 떠올렸고, 지금 찾아갈 31위도 떠올렸다.

미안한 감정은 없었다.

그저 세상을 위해서라며 자신의 행위를 포장했다.

자신은 옳은 일을 하고 있으며, 그들은 부득이하게 희생됐을 뿐이라 여겼다.

“큭큭, 순교자에겐 애도를, 범죄자에겐 신의 화살을.”

묵념을 끝내고, 남자는 기괴하게 웃으며 집을 나섰다.

책상 위에는 게임 어나더 라이프의 빈 케이스가 놓여 있었다.


* * *


정오가 가까이 다가온 오전, 검도장에는 두 사람이 서로 죽도를 겨누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머리!”

따악!

절도 있는 기합과 함께 세호의 죽도가 상대의 정수리를 치고 지나갔다. 깔끔한 한판이었다.

“휴우우, 이거 못 당하겠는걸.”

대련이 끝나자 상대편이 머리와 얼굴을 보호하는 호구인 호면을 벗으며 감탄했다.

“아닙니다. 형님이 봐주신 덕분이죠.”

세호도 호면을 벗으며 공손히 대답했다.

“하하, 부정은 안 하겠다만.”

거대한 덩치의 남자는 호쾌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실력이 상당히 괜찮아졌다. 힘이나 속도는 별 차이가 없는데, 동작이 간결해지고, 또 뭐랄까…….”

그는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리하더니 적당한 표현을 찾곤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노련해졌어.”

“그런가요?”

“그럼. 2주 전이었나? 그땐 공백기가 확연하게 느껴졌었거든.”

세호는 대학생이 되고 검도 도장에 다녔었다.

당시에는 아무 무술을 하나 배워보고 싶었고, 자취방에서 가장 가깝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지루하기까지 했다.

한번 시작한 이상 계속 해보자는 마음이 없었다면 며칠 내에 그만뒀을 것이다.

그러다가 군대 입대를 하며 자연스럽게 그만두었다.

그렇게 3년 넘게 쉬었던 검도를 최근에 다시 시작했다.

복학 때까지 집안에 틀어박히는 것보다 운동이라도 하는 게 나았다. 여전히 검도 도장이 자취방에서 가장 가까웠고, 이전에 다녔던 인연도 있었다.

또 어떤 계기 때문에 갑자기 이전에 없던 흥미가 생긴 이유도 있었다.

예전에는 열정은 없어도 꾸준히 했고, 재능도 있었으니 나쁘진 않은 실력이었다.

하지만 2주 전, 오랜만에 검을 잡았을 땐 실력이 형편없었다. 육체 능력은 물론이거니와 검을 휘두르는 감각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요새는 좀 괜찮아졌나요?”

“괜찮아졌다마다. 정말 놀라워.”

그런데 고작 2주 동안 세호의 실력이 부쩍 늘어났다.

선수처럼 많은 시간 동안 운동하는 게 아니었기에 신체 능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건 아니었다.

“수많은 경험을 쌓고 감각을 다듬은 것 같다. 혹시 따로 검을 휘두르기라도 하는 거냐?”

“에이, 그런 거 안 해요. 게임에서 칼질하는 게 전부인걸요.”

세호는 절래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럼 역시 천재 비슷한 것이려나. 재능이 있는 걸? 나 같은 건 순식간에 따라잡겠구나.”

“칭찬해주셔서 고맙긴 한데, 너무 놀리진 마세요. 천재는 형님이시죠.”

상대는 도장을 운영하는 관장이며, 전국대회 우승 경력도 있었다.

농담은 둘째 치더라도, 그런 실력자가 칭찬을 해주자 세호는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하하핫, 그럼 천재끼리 한 번 더 부딪혀볼까?”

“저도 그러고 싶지만…….”

웃으며 거절하려던 세호는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왜? 뭐가 있나?”

“아뇨, 누군가 저를 지켜보는 것 같아서요.”

도장에는 둘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세호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섬뜩해졌다.

“하하, 스토커 같은 사람이 널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럴 리가요.”

착각이라고 여기며 세호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어쨌든 저도 더 하고 싶지만, 약속이 있어서요.”

미안하다고 말한 후, 세호는 간단히 샤워하여 땀을 씻어내고, 찝찝한 기분도 씻어냈다.

“수고하셨습니다. 먼저 실례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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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쓰레기 게임-3 +1 16.02.02 1,089 19 8쪽
3 3화 쓰레기 게임-2 +2 16.02.02 1,323 25 8쪽
2 2화 쓰레기 게임-1 +3 16.02.01 1,773 3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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