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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천영
작품등록일 :
2016.02.01 08:54
최근연재일 :
2016.02.04 12: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9,072
추천수 :
183
글자수 :
22,173

작성
16.02.02 09:00
조회
1,322
추천
25
글자
8쪽

3화 쓰레기 게임-2

DUMMY

[3화]




“이야, 오랜만이다.”

“그래, 제대 축하한다.”

두 청년은 반가운 마음으로 맥주잔을 부딪쳤다.

대학교 앞이며 저녁 시간임에도 술집은 한산했다.

“내년에는 어쩌나 싶었는데,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구세호는 맞은편의 친구, 차상인의 존재가 너무나 반가웠다.

“나야말로 다행이지. 난 너 군대에 말뚝 박은 줄 알았거든.”

“설마. 등록금하고 생활비 벌 겸 아르바이트 삼아서 좀 더 복무한 것뿐이야.”

세호는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얼마 전 전역을 하고 3학년 복학을 앞뒀지만, 다른 동기들은 이미 4학년, 취업과 진학을 앞둔 졸업반이었다.

그는 전문하사 제도를 선택해 병장으로 복무기간이 끝낸 뒤, 하사 계급의 직업군인으로서 1년 넘게 더 복무했다.

덕분에 넉넉히 돈을 모았지만, 대신 다른 동기들보다 2년 뒤처지게 되었다.

후배들과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으니, 당장 몇 개월 후 복학하면 아는 사람이 없다. 앞으로 학창 생활이 막막해진 참이었으나, 다행히 상인이 있었다.

취업과 졸업 준비에 중간고사까지 겹쳐 아무도 세호와 어울려주지 않아 침울해졌을 때, 상인이 연락해온 것이다.

“근데 넌 취직하지 않았었어? 학교 그만둔 줄 알았는데.”

“하아, 그랬었지.”

상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힘이 빠진 모습으로 단번에 맥주잔을 비웠다.

“무슨 일 있었어?”

상인은 전공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꿈을 좇았었다.

게임을 좋아해 혼자 공부하고, 인디 게임을 만들더니 결국 졸업도 하기 전에 회사에 취직까지 하게 되었다.

세호는 상인에게서 작지만, 분위기도 괜찮고, 대우도 좋은 회사라고 들었다. 그랬기에 세호와 같은 학년으로 복학한다는 상인의 선택이 의외였다.

“설마 잘렸어?”

“아냐.”

상인은 고개를 절래 젓더니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망했어.”

“뭐?”

“망하고 딴 회사에 먹힌 지 몇 개월 됐어. 다행히 고용승계는 하던데, 나한텐 적어도 학사 졸업장은 가지고 오라더라.”

마음이 답답한지 상인은 다시 채워진 맥주를 쭉 들이켰다.

“자리는 보장해준다지만, 정말 그럴까? 2년이나 공백이 있는데?”

“…….”

세호는 마땅히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다. 빈말로도 괜찮다고, 잘 될 거라고 얘기하지 못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내 일이니까 그렇게 마음 쓸 것 없어.”

“그래, 힘내라. 이것밖에 해줄 말이 없네.”

“하하, 괜찮아. 정 안 되면 다른 회사에 들어가지 뭐.”

둘은 잔을 부딪치고 맥주를 마시며 서서히 취기를 올렸다. 서로 군대와 회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풀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너도 취직하려면 스펙을 만들어야 해. 지금도 늦었다니까?”

“그런 얘긴 됐어. 벌써 스트레스받기 싫어.”

세호는 손으로 귀를 막고 과장되게 고개를 흔들더니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

“그보다 뭐 재밌는 거 없어?”

그는 복학을 몇 개월 앞둔 시기에 전역했다.

더 길게 복무하며 돈을 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취업 전선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 놓고 놀고 싶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다들 취업과 졸업 준비에 바빴다. 심지어 상인마저 실력이 녹슬면 안 된다며 바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재미? 재미있는 이야기?”

세호의 의도를 다르게 이해했는지, 상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엄지손가락으로 등 뒤 벽에 걸려 있는 TV를 가리켰다.

“저런 거?”

주로 술집에선 스포츠나 가요 프로그램을 트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특이하게도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이번에도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살인 용의로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최근 연쇄살인으로 사회가 떠들썩한 사건이었다.

“또 죽었어?”

세호는 깜짝 놀라며 긴급 속보에 귀를 기울였다.

「마찬가지로 피해자는 무언가에 관통된 것처럼 가슴에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경찰은 아직도 살해 방식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의문투성이인 사건이었다.

살해 장소는 제각각 달랐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사건이 일어났다가, 며칠 뒤에는 부산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이어서는 강원에서 일어나는 등 정체불명의 범인은 전국을 무대로 돌아다녔다.

살해대상은 대개 범죄자, 그중에서도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지명수배를 받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범인은 언제나 경찰에 앞서 범죄자를 찾아 처단했다.

피해자 간의 공통점은 범죄자란 사실이 전부다. 다른 유관성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동일범의 소행이라 확신하는 이유는 바로 특이한 살해 방식 때문이었다.

피해자는 모두 가슴에 똑같은 상처를 입고 사망했다.

그리고 살해 장소도 일정하지 않았다.

자택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붐비는 번화가에서도 사건이 일어났다.

멀쩡히 길을 걷던 사람이 발작이라도 일으키는 듯 갑자기 쓰러졌다. 주위 사람들이 놀라 돌아보니 가슴엔 예의 그 상처를 입고 죽어 있더라, 라는 제보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저격이라도 한 것 같지만, 총상도 아니고, 소리도 없으며, 흔적도 남지 않았다.

마치 마법 같은 초자연적인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무슨 게임이나 만화 같은 사건이지 않아?”

“악인을 타겟으로 한 의문의 살인이라. 무슨 신 같은 존재가 초능력이라도 준 걸까? 어디선가 본 만화 같네. 이제 범인을 쫓는 탐정이라도 나올 차례겠지?”

상인의 물음에 진지하게 뉴스를 보던 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농담처럼 감상을 말했다.

사회 분위기를 어둡게 만드는 사건이었지만, 세호에겐 자기 일이 아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근데 재밌기는커녕 오싹하기만 하잖아. 이런 거 말고. 나 복학하려면 아직 많이 남았잖아.”

“한참 남았지.”

“그러니까. 그 사이 뭐 재밌게 놀 수 있는 거 없을까?”

“게임이나 하지?”

상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대답하며 가방을 뒤졌다.

“에휴, 역시 넌 게임이야?”

세호는 하사로 복무할 때 부대 내에 있는 독신자 숙소를 이용했다. 덕분에 집세를 절약할 수 있었지만, 시내와 멀리 떨어진 관계로 근무 시간이 끝나면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게임을 가까이했다.

“게임은 지겹도록 많이 했어.”

“원래 혼자 놀기의 진수는 게임 아니겠어?”

상인은 세호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방에서 꺼낸 물건을 건넸다.

“어나더 라이프? PGP용 게임이네?”

PGP(Portable Game Player)는 발매된 지 1년가량 된 휴대용 게임기다. 주로 PC로 게임을 해온 세호는 보유하지 않은 게임기였다.

“나 PGP 없는데?”

“하나 사면 되지. 모아둔 돈이 좀 있지 않아?”

“그렇다고 게임 하나 하자고 사기는 좀…….”

고민하던 세호는 무언가를 깨닫곤 예리한 눈매로 상인을 노려봤다.

“나 게임 안 한다고 했잖아.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네.”

“그거 해봐. 완전 망작이거든.”

상인은 세호의 말을 무시하며 하고 싶은 말을 이었다.

“망작? 명작을 잘못 말한 게 아니고?”

“응. 우주 망작인데 꽤 할만하거든.”

“우주 명작을 추천해도 모자랄 판에……, 어라? 이거 포장도 안 뜯은 새것이잖아.”

“가져가져. 제대 축하 선물로 줄게. 널 위해 준비했어.”

“웃기네. 실수로 두 개 샀다가, 중고로 팔리지도 않아서 나한테 처분하려는 건 아니고?”

“오늘 술맛 참 좋다.”

세호의 예리한 질문에 상인은 못 들은 척 맥주를 마시며 딴청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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