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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천영
작품등록일 :
2016.02.01 08:54
최근연재일 :
2016.02.04 12: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9,077
추천수 :
183
글자수 :
22,173

작성
16.02.02 09:00
조회
1,088
추천
19
글자
8쪽

4화 쓰레기 게임-3

DUMMY

[4화]




어나더 라이프.

한국의 마라소프트에서 제작한 게임이다.

흔하지 않은 국산 콘솔 게임으로서 발매 당시에는 주목을 받았었다.

액션 RPG를 기본으로 여러 장르가 섞였으며, 싱글은 물론 멀티 플레이까지 가능하다. 그래픽과 타격감도 뛰어났고, 세계관도 치밀했다.

그래서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내용물은 기대와는 완전 딴판의 물건이었다.

이해할 수 없고 상식적이지 않은 게임 시스템은 모든 게이머의 마음을 돌리게 하였다.

그 어떤 곳에도 호의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혹평 일색의 기사가 난무했고,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순식간에 대중에게서 잊힌 게임이 되어버렸다.

‘이런 게임을 아직도 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세호는 신기하단 표정으로 모니터의 화면을 바라봤다.

그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상인에게서 반강제로 건네받은 게임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최근 게시물은 없었다. 대부분이 몇 개월 전, 발매 당시의 기사와 포스팅 등이었다.

모든 게시글은 ‘그래픽은 좋았다’라는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혹평이 아닌 글이 없었다.

그래픽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기획에 소홀하면 이런 게임이 나온다며 잘못된 게임의 예시로 언급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완전히 망한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놀랍게도 어나더 라이프는 아직 죽지 않았다.

게임 홈페이지는 최근까지 잘 운영되고 있었고, 공지사항도 꼬박꼬박 올라오고 있다. 멀티 플레이를 위한 서버도 잘 돌아가고 있었다.

자유게시판도 없고, 관련 팬 카페도 없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하고 있는지, 반응은 어떤지 찾아볼 수는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서버 유지비는 나오나?”

게임 판매량은 망했다.

멀티 플레이는 무료이고, 유료 아이템 등 수익 모델도 없다.

그럼에도 회사가 살아있고, 게임 서비스가 유지되고 있단 사실은 놀랍고 신기한 일이었다.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겠지.’

피식 웃으며 세호는 컴퓨터에서 시선을 돌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박스를 바라봤다.

조금 전 택배로 도착한 따끈따끈한 물건이었다.

박스의 포장을 뜯자 휴대용 게임기인 PGP가 나왔다.

“흐음, 역시 폰보다 게임 할 맛은 나겠는걸.”

세호는 PGP를 손에 쥐고 버튼을 눌러보고, 아날로그 스틱도 돌려 보면서 작게 감탄했다.

억지로 받긴 했지만, 세호도 어나더 라이프란 게임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사방에서 우주 망작이라며 비판이 자자하자 대체 얼마나 재미가 없을지 기대가 생긴 것이다.

어차피 군자금도 아직 넉넉하겠다, 나중에 다른 게임도 하면 손해는 안 보겠다는 생각으로 PGP를 주문했다.

‘여행 다니거나 할 때 잘 쓰이겠군.’

짧은 감평을 끝내고 세호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어나더 라이프 패키지를 집어 들었다. 앞면에는 로고와 함께 표지 그림이 있었고, 뒷면에는 홍보 문구와 스크린 샷 등이 있었다.

“이렇게 보면 꽤 재미있어 보이는데.”

PGP에 어나더 라이프 게임 팩을 삽입한 뒤, 그는 침대 위로 올라가 편하게 엎드렸다. 충전 케이블을 연결해 배터리가 방전되어 게임의 흐름을 끊을 일도 미리 차단했다.

“그럼, 얼마나 망작인지 한 번 해볼까?”

묘한 기대를 하며 세호는 게임을 시작했다.

“역시. 시작부터 사람 귀찮게 만드는군.”

그는 시작하자마자 게임기를 내려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멀티 플레이를 하려면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 계정은 게임상에선 만들 수 없다. 어나더 라이프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물론 싱글 플레이만 한다면 계정이 꼭 필요하진 않다.

어차피 랭킹 100위 안에 들어야만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다. 100위 밖의 플레이어는 싱글 플레이만 가능하다.

싱글 플레이만 해서 어떻게 랭킹을 올리는지에 대한 문제는 있었지만, 굳이 지금 당장 계정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처럼 보인다.

싱글 플레이에는 지장이 없으니 나중에 계정을 만들어도 된다는 식으로 게임에서 표시된다.

하지만 여기서 함정이 있다.

멀티 플레이의 아바타는 싱글 플레이의 아바타와 연동된다. 헌데 랭킹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계정이 없으니 멀티 플레이에 접속할 수 없다.

새로 계정을 만들면 이전에 키운 아바타는 삭제되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랭킹도 초기화된다.

이 사실을 모르는 플레이어는 나중에 뒤통수를 맞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한 계정당 하나의 아바타, 세이브 불가, 게임 플레이 중 한 번 죽으면 아바타와 계정이 바로 삭제되는 시스템이다. 플레이어는 죽을 때마다 새로 계정을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원성이 자자했고, 수정 요구도 많았으나 제작사는 요지부동이었다.

마치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만 게임을 하라는 것 같았다.

게임이 악평을 받으며 망하는 것도 자업자득이었다.

‘왠지 일부러 귀찮게 만들어서 아무나 게임을 못 하게 하려는 것 같단 말이야.’

계정 생성을 마친 후, 세호는 다시 침대 위로 복귀하여 게임을 재개했다.

“어? 어허?”

세호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갔다.

처음에는 의외로 재미를 느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게임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면 넘어갈 만한 부분들이었다.

그러다가 점점 몰입하여 웃음을 지을 여유마저 사라졌다.

싱글 플레이에서도 한 번 사망하면 아바타 및 계정까지 삭제되어 처음부터 진행해야 한다.

그 불편함이 긴장감으로 작용했다.

던전에선 예상치 못한 함정이 가득했다. 마을이라고 긴장을 풀 수 없었다. 뜬금없이 경비병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소매치기가 돈을 털어가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을지 모르기에 언제나 신중하게 조작해야 했다.

“으랴아아아!”

허리가 뻐근해지자 세호는 잠시 게임기를 내려놓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몸을 쭉 뻗어 가볍게 스트레칭했다.

“어라, 뭐야? 벌써?”

시간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랐다.

배송된 PGP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한 건 막 정오가 넘었을 무렵이다.

그런데 지금은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저녁 식사마저 잊은 채 정신없이 게임에 몰두한 것이다.

“시간 참 빠르네.”

게임기와 시계를 번갈아 바라보던 세호는 고민을 끝냈다.

어나더 라이프는 세이브 기능이 없다. 종료했던 자리에서 계속 시작하는 기능도 없다. 대기 기능도 없다.

무조건 지정된 아지트로 돌아와서 게임을 종료해야 한다.

만약 아지트가 아닌 곳에서 종료했을 경우 다시 게임을 시작할 때까지 해당 장소에서 무방비하게 계속 서 있는다. 소지품을 도둑맞을 위험은 물론이거니와 누군가에게 공격당해 캐릭터가 사망할 수도 있다.

다행히 세호는 아직 아지트 인근에서 돌아다녔기에 다시 귀환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말 바보 같은 설정이네.’

게임을 종료한 후, 세호는 미련을 끊고 게임기의 전원을 껐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잠은 푹 자야 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었다. 게임을 더 하고 싶은 유혹을 꼭 참았다.

‘그래도 할만하단 말이야.’

원룸 특유의 비좁은 화장실 겸 욕실에서 샤워하며 그는 조금 전까지 열중했던 게임을 떠올렸다.

‘혹평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과연 시스템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게임 자체의 재미는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몰입도가 상당했다.

이 정도라면 소수의 마니아층에는 충분히 어필할 만했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묻혔다는 사실은 조금 의아했다.

‘이른바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란 걸까?’

샤워를 끝낸 세호는 머리를 말린 후 바로 침대에 몸을 뉘었다.

“하아, 갑자기 왜 이러지?”

게임을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쌩쌩했는데, 게임을 종료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몸이 피로해졌다. 온몸에 힘이 빠져 축 늘어졌고, 머리도 무거웠으며, 절로 눈이 감겼다.

종일 게임만 했을 뿐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피로감이었다.

“모르겠다, 자자.”

그는 본능을 애써 거스르려고 하지 않았다.

침대에 누운 채로 그는 곧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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