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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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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영
작품등록일 :
2016.02.01 08:54
최근연재일 :
2016.02.04 12: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9,074
추천수 :
183
글자수 :
22,173

작성
16.02.03 09:00
조회
990
추천
21
글자
8쪽

5화 쓰레기 게임-4

DUMMY

[5화]




“으음.”

세호가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돌로 된 천장이었다.

“여긴 뭐지?”

그는 몸을 일으키고 주위를 둘러봤다.

돌을 깎아 만든 반구 형태의 방 안이었다.

촛농이 떨어지지 않는 촛불이 방을 밝히고 있었다.

구석에 자신이 누워 있던 침대가 있고, 옷장이나 책상 등의 가구도 주위에 보였다. 전혀 세련되지 않았고, 대충 나무를 깎아서 만든 것처럼 투박했다.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세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뭔가 지금 상황이 이상한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클클클, 드디어 일어났는가?”

그때 웬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문 앞에 마법사처럼 검은색 로브를 입은 노인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누구시죠?”

“클클, 난 위대하신 마왕, ‘에를쾨니히’ 님의 종복인 대마법사 ‘레러’일세. 그대가 깨어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지.”

“요즘 시대에 웬 마법사?”

세호의 의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마법사라 자칭한 레러는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긴 ‘안더렌벨트’라는 세계일세. 자네는 에를쾨니히 님께 선택받은 존재로서, 오랜 조정 끝에 태어났지. 자네는 지금부터…….”

“아, 귀찮아.”

이 세상이나 마법사란 노인에 대한 의문은 이상할 정도로 금세 사라졌다.

그보다 어조의 높낮이 없이 기계처럼 일정한 톤으로 이야기하는 노인의 설명이 더 신경 쓰였다. 가만히 듣고 있기에는 너무나 지루했다.

“끝까지 들어야 하나?”

“그래서……뜻을 받들어……해야 하네.”

빨리 이야기가 끝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자마자 노인의 말소리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말의 마침표를 찍더니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뭐지? 그냥 나가면 되나?”

세호는 노인을 내버려두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잠겼나?”

세호가 노인을 돌아보자 역시나 그가 듣기만 해도 졸음이 몰려오는 어조로 설명을 시작했다.

“자네는 힘을 선택해야 하네.”

파파팟!

노인이 손짓하자 허공에서 밝은 빛이 나타나다니 이윽고 거대한 화면이 나타났다.

“자네에게 힘을 빌려주고, 직접 현현(顯現)하여 자네를 도와줄 수호령(守護靈)을 선택하시게.”

나타난 화면에는 수많은 목록이 있었다.

그림이 있고, 하단에 이름이 적혀 있는 카드 형태였다.

대부분 천사나 악마의 형태로서, 세호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몇몇 보였다.

문제는 목록 대부분이 빨간색 X가 그어져 있었다. ‘사용불가’란 문구도 함께 붙어 있었다. 다른 사람이 사용 중이라는 설명도 첨부되어 있었다.

“흐음, 쓸만한 게 없네. 으응?”

목록을 훑어보던 세호의 머릿속에 갑작스레 설명이 떠올랐다.

마땅한 수호령이 없으면 직접 제작도 가능하다.

하지만 스탯이 랜덤이다. 한 번 만들면 교체가 불가능하고, 무조건 선택해야 한다.

바꾸려면 계정을 삭제하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

“정말 무시무시하군. 근데 계정이 뭐였더라? 들어본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세호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자 의문은 또다시 눈 녹듯 바로 사라졌다.

“미카엘? 이런 게 남아 있었어?”

미사용 수호령으로 정렬하자 눈에 띄는 이름이 보였다. 누군가가 사용하지 않을 리 없는 유명한 대천사였다.

세호는 주저 없이 불꽃 속에서 검을 들고 있는 위풍당당한 천사를 선택했다.

“호오, 강대한 힘을 가진 자로군.”

노인은 전혀 감흥이 없는 어투로 말했다.

“그러면 스킬을 선택하게. 스킬은 신탁, 강신, 초환, 이렇게 세 분류에서……선택하는 걸세.”

세호가 쏘아보자 노인은 이번에도 눈 깜빡일 사이에 설명을 끝냈다. 몇 배속으로 빠르게 재생한 것 같은 속도였다.

“뭐가 이렇게 많아?”

수호령에서 스킬 목록으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스킬은 수백 개가 넘어 읽는 것만으로도 지칠 지경이다.

문제는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건 총 여섯 개가 고작이란 사실이다.

게다가 초반에는 신탁에 해당하는 스킬 세 개만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 강신에 두 개, 초환에 한 개의 스킬은 좀 더 성장해야 사용할 수 있었다.

이것도 한 번 선택하면 변경 불가였다. 앞으로 게임 전개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는데 처음부터 스킬 트리를 선택해야 했다.

“게임? 이거 게임이었나? 게임이 뭐였지?”

세호는 갑자기 떠오른 한 단어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무시하곤 대충 스킬을 선택했다.

“신탁에는 화염, 검술, 방어를 선택하고, 강신에는…….”

파앗!

모든 선택을 끝마치자 화면이 사라졌다.

그 자리엔 불꽃을 다루며 검을 든 천사, 미카엘이 나타났다. 미카엘은 세호를 보더니 그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세호가 마주 손을 잡아 악수하자 미카엘은 불꽃으로 변하더니 세호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계약이 성립되었네. 자넨 대천사 미카엘의 계약자로서 그의 힘을……할 수 있을 걸세.”

장황하게 설명하려던 노인이 순식간에 말을 마쳤다.

이번에는 슬쩍 시선을 주는 것만으로 스킵이 가능했다.

“흐음.”

세호는 자신의 몸을 살폈다.

이전의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넘쳤다.

그리고 심장에서 미지의 따뜻한 기운이 꿈틀거렸다.

기운을 인지하는 순간 ‘마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어디, 시험해 볼까?”

세호는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화르륵, 파앙!

그러자 왼손에는 불길이, 오른손에는 빛의 검이 나타났다. 육체의 능력이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의 마력이 떨어지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그 수치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후후.”

세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불꽃과 검을 없앴다. 마력의 소모가 멈췄고, 천천히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

“재미있겠는데.”

딸깍!

세호가 문고리를 잡자 이번에는 부드럽게 돌아갔다.

방 안에서의 볼일이 끝나 이제부터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럼, 나가볼까?”

끼이익!

문이 열리고 빛이 환히 비췄다.

그리고 세호의 의식도 새하얘졌다.

어딘가로 몸이 끌려가며 이 공간 안에서 밖으로 튕겨져나감을 느꼈다.


“으음?”

세호가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자취방의 천장이었다.

“여긴 내 방이지?”

부스스한 눈빛으로 몸을 일으키곤 주위를 둘러봤다.

익숙한 원룸이었다.

창밖에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고, 환한 빛이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현실 세계였다.

“어, 음, 그러니까…….”

세호는 멍해지는 머리를 붙잡고 기억을 되살렸다.

아주 자세히 생생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그래도 얼마 전 봤던 영화처럼 대략의 흐름과 인상 깊은 장면은 금방 떠올랐다.

“꿈?”

그 광경은 낯설지 않았다.

비록 작은 액정 너머였지만, 그가 직접 체험했던 일이다.

“게임 꿈?”

세호의 시선이 머리맡에 놓인 게임기로 향했다.

그가 꿨던 꿈인 게임을 처음 시작했던 장면이었다.

눈을 떴던 장소는 게임상의 아지트였고, 레러는 게임 진행을 도와주던 NPC였다.

무슨 배경 설명을 줄줄 하길래 귀찮아서 스킵하고 넘어갔던 부분도 꿈에서 그대로 재현했다.

게다가 꿈속의 세호가 중얼거렸던 말들은 실제 세호가 게임을 하면서 중얼거렸던 말들과 거의 흡사했다.

게임을 하던 모습과 게임의 내용이 서로 섞여서 꿈으로 나타난 것이다.

자세히 꿈을 떠올리자 당시의 상황이 조금씩 선명하게 그려졌다.

눈앞에 수호령이 나타나 계약을 맺고, 그의 힘을 빌려 이적(異蹟)을 행하던 모습이 있었다. 특히 불꽃을 다루고, 검을 만들어낸 장면은 지금이라도 당장 할 수 있을 것처럼 생생했다.

인간을 넘어선 강력한 힘을 지니고, 꿈속의 세호는 아지트 밖으로 나갔다.

이제 몬스터 등을 상대하며 그 힘을 발휘할 차례였다.

그런데 꿈은 거기서 끊어졌다.

“게임 꿈인데, 팅겼어?”

가장 중요한 순간에 꿈이 멈췄다.

마치 메모리가 부족해 게임이 강제종료 된 기분이었다.

“하, 하하하.”

세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게 뭔 개꿈이냐?”

그저 열심히 게임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세호는 꿈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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