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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천영
작품등록일 :
2016.02.01 08:54
최근연재일 :
2016.02.04 12: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9,071
추천수 :
183
글자수 :
22,173

작성
16.02.04 12:00
조회
870
추천
19
글자
8쪽

7화 보이지 않는 저격수-2

DUMMY

[7화]




“꽤 할만하던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세호는 밑도 끝도 없는 감평을 내놓았다.

“그거 혹시 인사냐?”

“하하하, 너 바쁘다고 그간 연락도 안 했잖아. 어거지지만 네가 빌려준 거니 감상 정도는 말해줘야지.”

“그걸 꼭 만나자마자 해야겠어?”

상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불평했다.

그는 지금 서울에서 지내고 있었다.

복학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그 사이 공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양질의 교육이나 모임, 세미나 등은 아무래도 부산보다 서울이 기회가 더 많았다.

오늘 만남도 어나더 라이프 게임을 건네받은 후 근 2주가 지난 후였다.

“어쨌든 재밌게 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솔직히 이딴 쓰레기 게임을 왜 줬느냐며 욕먹고 몇 대 맞을 줄 알았거든.”

상인은 불평을 끝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주간 종종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 서로 안부를 묻고, 언제 부산에 내려가니 시간 되면 만나자고 약속을 정하는 게 전부였다. 일부러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만났을 때 하려고 서로 아껴뒀었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게임이 아니니 추천하고 억지로 권해준 상인으로서도 마음이 조마조마했었다.

“뭐야, 설마 때렸겠어? 나 이런 거 좋아하잖아.”

세호는 쓰레기라며 혹평받고 매도를 받는 작품일수록 명작 못지않은 기대를 한다. 과연 얼마만큼 망작인지 직접 체험해보고, 그 허접함에 감탄하는 이상한 취미가 있었다.

“그래서 그 게임을 추천해준 거 아냐?”

“하하, 그렇긴 해.”

상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인정했다.

“그보다 우선 밥부터 먹자. 기차 시간 놓칠까 봐 아침도 안 먹고 나왔더니 배고파 죽겠네.”

“그럴까? 나도 막 운동하고 난 뒤라 배고프긴 하네.”

둘은 적당한 곳을 찾아 대학가를 돌아다니다가 돼지국밥집으로 들어갔다. 비좁은 식당이었으나, 맛이 좋고 양이 푸짐하여 예전부터 자주 가던 곳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웬 운동?”

빈자리에 앉아 주문을 마치곤 상인이 의아하단 표정으로 물었다.

“검도 다시 시작했어.”

“예전에 지루하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었지. 근데 요즘 검술에 부쩍 흥미가 생겼거든.”

세호는 씨익 웃으며 가방을 가리켰다.

“요기 안에 있는 놈 때문에.”

“혹시 PGP? 게임? 정말 마음에 든 모양이네.”

“욕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런데 묘하게 중독성이 있네. 첫날부터 게임 꿈을 꿀 정도니까.”

“꿈?”

상인은 눈매를 좁히며 되물었다.

“응. 뭐, 중요한 부분에서 튕겼지만.”

세호는 게임을 시작한 당일 꿨던 꿈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이후로도 몇 번 게임 꿈을 꾸긴 했지만, 모두 첫날만큼 선명하진 않았다.

“첫날에 꿈이라.”

“왜? 무슨 문제 있어?”

조용히 감탄하는 상인을 보며 세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아니야. 참 열심히 게임 했구나 싶어서.”

“미리 말하는데 폐인 짓은 안 했어. 많아 봐야 하루에 대여섯 시간 정도야.”

“충분히 많이 하는데?”

“백수치고는 적당히 하는 편이지. 적어도 밤은 안 새니까.”

“하하, 넌 잠에 있어서만큼은 타협이 없으니까.”

숙면은 세호에게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었다. 하루 여덟 시간은 당연했고, 시험을 앞두고도 수면시간이 여섯 시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어?”

빠르게 나온 국밥을 먹으며 웃으면서 대화를 나눌 때였다.

어느새 식당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벽면에 있는 TV만이 소리를 냈다.

「일명 ‘보이지 않는 저격수’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오늘 오전 11시경, 부산의 자택에 있던 고교생 김 모 군이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김 모 군은…….」

“쯧쯧, 또 살인 사건이야.”

“죽을 놈이 죽었겠지만, 조금 찝찝하네.”

“아냐, 이번엔 죄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데?”

“살인마 무서워서 밖에 돌아다니질 못하겠어.”

식당의 손님들은 다들 수저를 멈추고 TV 뉴스에 시선을 집중했다. 일행끼리 소곤거리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부산이면 여기 어디잖아.”

세호도 국밥을 뜨던 수저를 멈췄다.

자료화면으로 나온 학교 영상은 모자이크로 가려졌지만 어딘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가 복학 예정인 금정대학교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저기 어딘지 알겠다. 여기서 버스 타면 열 정거장도 안 걸릴걸.”

“뭘 그리 놀라? 그 살인마는 전국구로 활동한다니까 여기도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겠지.”

마주 앉은 상인은 태연하게 수저를 들었다.

그는 서울에서 기거하고 있으니 근처에 요즘 떠들썩한 연쇄살인마 사건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TV를 힐끗 본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하단 표정을 지었다.

뉴스는 여전히 살해 방법과 용의자의 정체에 대해 의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아무런 범죄 경력도 없는 학생이었다.

범죄자만을 타겟으로 삼던 의문의 살인마가 최근에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눈을 돌렸다.

무차별 살인으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범죄자를 향한 단죄는 그만두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은 비율이 극단적으로 낮았다.

이젠 대체 무슨 기준으로 살인을 일삼는지도 의문이었다.

「다음 뉴스입니다. 어젯밤 10시경에 발생한 산사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TV 뉴스는 살인마에 대한 보도를 마치고, 최근 자주 발생하는 자연재해와 원인불명의 사고로 넘어갔다.

그제야 사람들은 다소 목소리를 높여 다시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범죄자 신상을 숨겨도 귀신같이 찾아내서 죽인다지?”

“죄를 징벌하는 신의 사자 같은 거 아냐?”

“무슨 말도 안 되는 판타지 얘기야.”

“신의 사자라면 천사?”

“평범한 사람도 죽이는데 천사일 리가. 악마겠지.”

뉴스에 나온 학교가 어딘지 다들 알고 있어서일까?

식당 손님들은 눈에 띄게 불안해했다.

“설마 다음 목표가 나는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을 해소코자 세호는 농담 삼아 말을 꺼냈다.

그리고 말을 끝내자마자 자신이 실수했단 걸 깨달았다.

사건은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났다. 살인마가 근처에 있는 셈이다.

세호의 중얼거림을 들은 사람들은 한순간에 오싹해지며 긴장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주위 사람들은 물론이고, 말을 꺼낸 세호조차도 전혀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은 말이었다.

“에이, 걱정하지 마. 지금의 넌 아닐 거야.”

안심시키려는 것이지만, 왠지 상인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지금?”

“응. 범죄자가 대상이라잖아. 혹시 너 나 몰래 뭐 죄지은 거라도 있어?”

“그 얘기였어?”

상인의 말뜻을 이해하곤 세호는 절래 고개를 저었다.

“평범한 사람도 살해당했다니까 별로 마음이 놓이진 않네.”

“우리나라 인구가 몇 명인데. 로또 걸리는 게 더 쉬워.”

“몇천만분의 일이라도 내가 걸리면 100%가 된단 말이지. 근처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니까 괜히 걱정되네.”

“후후, 걱정하지 마. 아직은 괜찮을 거야. 아직은.”

상인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둘은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와 인근의 카페로 들어갔다.

“넌 전직 군인이잖아. 살인마가 덤벼들더라도 군인정신으로 어떻게 못 해?”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며 상인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세호에게 물었다.

“난 이미 전역한 예비역 민간인이거든. 그리고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 전직 군인이지. 너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넌 간부였잖아.”

“알바였거든요.”

티격태격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다소간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했다.

주문했던 커피가 나오자 둘의 대화에서 살인마에 대한 주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화제에 오른 것은 아까 짧게 얘기를 나눴던 게임, 어나더 라이프였다.

“그런데 게임에서 뭘 느꼈길래 재미없다고 하던 검도를 다시 시작했을까?”

“어떤 스킬 때문인데.”

세호는 PGP를 꺼내고 게임을 실행시켰다. 익숙한 아바타가 아지트에서 대기하고 있는 화면이 보였다.

“볼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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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쓰레기 게임-2 +2 16.02.02 1,322 25 8쪽
2 2화 쓰레기 게임-1 +3 16.02.01 1,772 36 8쪽
1 1화 프롤로그 +3 16.02.01 2,115 4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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