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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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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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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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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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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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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연합군의 반격

DUMMY

“미안하다. 려군아. 나 때문에 네가 고생이 많구나.”

부상병들이 있는 막사에는 묵돌의 호위 무사 려군도 있었다.

기환을 이중 삼중으로 포위한 정령의 군대와 고군분투하다 그만 어깨에 심한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아니오. 형님.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오.”

졸지에 장수직을 박탈당하고 부상병들 수발이나 드는 신세로 전락했건만,

자신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는 부하들을 보니 기환은 심한 자책감이 들었다.


부상병 막사를 찾은 둘째 형 호거가 옷 속에 감추고 있던 술병을 꺼내 기환에게 권했다.

“그러길래 형님이 명하는 대로 따르면 될 것이지 뭘 그렇게 나서는 게냐.”

기환은 아무런 대꾸도 못한 채 호거가 권하는 위로주를 벌컥대고 마셨다.


“너 혹시 묵돌 형님을 원망하고 있는 것은 아니더냐.”

“아니올시다. 목이 달아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것을 내 어찌 형님을 원망하겠소.”

평소에는 관대했으나 군사를 부릴 때만큼은 엄격하기 그지 없는 묵돌의 성정을 생각하면

그만한 처분도 심한 것이라 할 수 없었다.


“알긴 아는구나. 형님이 화가 단단히 나신 것 같으니 앞으로 자중하고 있거라.”

“말해 무엇하겠소. 호거 형님, 묵돌 형님께 이 기환이가 정말 많이 후회하고 있다고 꼭 좀 전해 주시오.”

“그래 알았다. 이 녀석아.”

짜증을 내며 막사를 나서는 호거 뒤에서 기환은 부상당한 려군과 함께 마냥 술병을 들이키고 있었다.



정령군이 큰 타격을 입고 자신들의 근거지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묵돌은 군사를 물리지 않고 계속 요지마다 병사들을 배치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형님, 정령이 저번에 크게 패했으니 이제 그만 군사를 물려도 되지 않겠소이까.”


전장터에 계속 머무는 것은 인력이나 물자를 소모하는 부담을 주는 것이었기에,

호거가 그렇게 건의했지만 묵돌의 생각은 달랐다.


“나도 그러고 싶다만, 이번 전투가 이대로 끝날 것 같지가 않구나.

저번에는 우리의 매복술에 걸려 패배한 것은 맞으나 저 자들의 기세가 그것 한 번 만으로 꺾이지는 않을 것이야.”

묵돌의 말을 가만히 듣고 보니

호거 역시도 북쪽의 저 괄괄한 부족인 정령이 패배를 그대로 용인하고 잠자코 있을 것 같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호거야. 네 날래고 영민한 병사들을 골라 북쪽의 정세를 한 번 알아 보거라.

필시 무슨 움직임이 있을 것이야. 회군하는 것은 그 다음에 판단하도록 하자.”

“알았소이다.”


호거가 정탐꾼들을 풀어 보니 곧 엄청난 소식이 들려왔다.

묵돌의 예측대로 정령군이 다시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군대가 어이없이 훈족의 별동대에게 대패를 당하고 수 많은 군사들만 잃은 채로 회군하자,

대노한 정령왕은 지휘관을 서인으로 강등시킨 후

남아 있는 병력을 있는 대로 긁어 모아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남하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 전투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은 정령측에서 무려 4만이나 되는 대군을 다시 동원했다는 것이다.

훈족의 군대에게 그 많은 병사를 잃은 정령군이 저런 병력을 동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없었건만, 달리 이유가 있었다.


알고 보니 정령왕이 같은 북쪽 근방의 견곤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당시 바이칼호를 기준으로 정령보다 더 서쪽의 예니세이 강 상류 유역에 거주하고 있던 견곤(堅昆)은

이후 돌궐과 위구르, 몽골 등 강력한 제국들의 지배와 독립을 반복하며

현재까지 키르키스인으로서 그 정체성을 이어오고 있는 유목 부족이다.



일전 패배의 손실로 혼자 힘으로는 훈족을 제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정령왕이 많은 가축까지 선사하며

훈족을 정벌하고 그 땅과 전리품들을 나누어 갖자고 가까운 견곤왕을 꼬드긴 것이었다.


최대한 끌어 모은 정령의 병력 2만5천에다 견곤의 지원병 1만5천을 합세한

4만의 연합군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곧바로 남하를 개시하려 하고 있었다.



이전보다 더 많은 대군이 밀려온다는 소식에 다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는 마당에

갑자기 묵돌이 호방하게 웃음을 터뜨리지 않는가.


“정령왕이 자기 화를 못 다스리고 지금 큰 실수를 하고 있구나!”

이 위기 상황에 무슨 소린지 모두들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이유는 전쟁이 시작된 지 얼마 후에 밝혀졌다.



묵돌은 4만의 연합군 앞에 1만의 훈족 군사들을 이끌고 당당히 맞섰다.


“네 이놈! 네가 묵돌이냐!”

“그렇소이다. 그런데 정령왕께서 어찌 이런 곳까지 납시었소이까.”

“네 놈이 저번에는 요행히 잔꾀를 부려 넘겼는지는 모르겠다만,

너 같이 어린 놈이 나설 데가 아니니 네 아비 두만을 나오라 하거라! “


격노한 정령왕이 일갈에도 묵돌은 여유만만하기 그지 없었다.

“정령왕께서 이렇게 직접 찾아 주시니 감개무량이나,

우리 선우께서는 바쁘신 분이라 이런 하찮은 일에까지 관여치 않소이다.”

“뭐야! 누가 나가서 당장 저 놈을 베어버려라!”


정령측도 대책 없이 온 것이 아니었다.

묵돌의 무공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정령왕이 특별히 가려 뽑은 장수가 묵돌을 향해 달려 들었다.


엄청난 덩치에다 무시무시한 인상까지

멀리서 보기에도 보통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상대가 정령군측 진영에서 튀어나와 묵돌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마치 지옥에서 온 사자 같은 맹수가 자신을 향해 바로 가까이까지 다가 오는 데도

묵돌은 유심히 노려만 볼뿐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느 순간 묵돌의 손에 놓여 있던 활에서 눈깜짝할 사이 화살이 상대를 향해 날라갔다.


안면으로 정확하게 날아온 화살을 피하며 상대는 움찔하며 균형을 잃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돌진하는 상대의 속력을 줄여 놓은 다음 묵돌 역시 그를 향해 말을 달렸다.


곧 정령의 장수와 묵돌의 창날이 부딪치는 소리가 온 초원에 울려 퍼졌고,

양측 군사들은 숨을 죽이고 두 장수의 대결을 목도하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냐!”

“뭐야!”

다시 한번 두 장수의 창날이 부딪쳤고,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상대였건만 묵돌은 전혀 밀리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힘은 쓸만하다만 내 상대가 못되니 그만 돌아가라!”

“네 놈을 지옥으로 보내주마!”

곧이어 격노한 상대가 다시 묵돌을 향해 자신의 창을 휘두르자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묵돌과 정령의 장수간에 근접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묵돌의 말은 단순한 호언장담이 아니었다.

묵돌의 무예는 전혀 흐트럼이 없었다.


아무리 힘이 천하장사라고 한들,

사람인 이상 날카로운 무기에 베이거나 찔리면 결과는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상대의 공격을 받아낸 묵돌이 연이어 정곡을 찌르는 현란한 창술로 급소에 일격을 가하자

그 무시무시한 정령의 장수가 치명상을 입고 그대로 말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지옥에서 온 사자는 다시 지옥으로 돌아갔고,

엄청난 혈투가 예상되었던 그 대결은

어떠한 상대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리고 힘과 예리함을 겸비한 묵돌의 무공으로 말미암아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묵돌을 겨냥해 데리고 온 천하장사가 채 몇 합도 되지 않아 나가 떨어지자

정령왕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저런 식으로는 도저히 묵돌을 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묵돌은 지옥에서 온 사자를 다시 지옥으로 돌려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상대 장수를 쓰러뜨린 묵돌이 바로 그 자리에서

어느새 다시 손에 쥐어져 있던 활과 화살로 이번에는 정령왕이 있는 곳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가.


“오-“

일순간 양군 진영 모두에서 군사들이 놀라움으로 탄성을 질렀다.

상당히 먼 거리였는데도 묵돌이 쏜 화살이 상대 진영 가운데 있던 정령왕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호위 무사가 앞을 가로막으며 정령왕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던 묵돌의 화살을 칼로 쳐내 버렸지만,

자신에 대한 묵돌의 도발에 대노한 정령왕은 곧바로 전군에게 돌격 명령을 내렸다.

“전군 돌격하라! 누구든지 묵돌 저 놈을 베는 자에게 내 제일 큰 상금을 내릴 것이야!”


정령의 전군이 자신을 향해 진격하자

말머리를 획 돌리며 묵돌은 다시 자신의 진영으로 급히 되돌아갔다.


무려 4만의 군사들이 밀려들자 중과부적이었던 훈족은 이번에도 그대로 퇴각했다.

그러나 퇴각하는 훈족의 군대의 대오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것을 정령측도 알고 있었고,

이전처럼 훈족의 유인책에 걸려 들지 않기 위해 단단히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


훈족의 군대가 낮은 구릉과 암석이 펼쳐진 지형에 미리 진채를 쳐 놓은 곳까지 후퇴하자

묵돌의 도발에 화가 단단히 나 있었던 정령왕도 섣불리 덤비지 않고

침착하게 일단 훈족의 군대를 포위하는 형세로 견고한 진을 치고 훈족의 군대를 압박했다.


그리고 몇 일간의 대치와 공방이 이어졌다.

훈족의 군대를 수 차례 공격했지만

지형지물을 잘 이용해 훈족의 군대가 쳐 놓은 진지는 빈틈이 없었고, 좀처럼 공략이 되지 않았다.


또한 훈군 진지에서도 이번에는 웬일인지 맞서 싸울 생각도,

그렇다고 별다른 계책도 없이 계속 방어만 하고 있는 형세였다.


뚜렷한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지리한 대치전이 이어지는 경우 불리한 쪽은 원정을 나온 쪽일 수밖에 없다.


싸워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계속 원정나온 자신들의 대군을 한 곳에 붙잡아 두고 있는 것만 해도

훈의 군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 된다.


또 다시 며칠이 지나고

묵돌이 이끄는 훈의 군대가 장기전을 준비하는 줄로 알게 된 정령측에서 이번에는 계책을 꾸미고 있었다.


수적인 우세를 활용해 바로 훈족의 본진을 노리는 것이었다.


4만의 군사 중 1만의 군사를 묵돌을 견제하기 위해 남겨 두고

나머지 3만의 군사를 몰아 바로 훈족의 선우가 있는 곳을 친다는 계획이었다.


훈족의 본진이 공격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필시 묵돌이 구원하러 진채를 나올 것이고,

그 때를 노려 숨겨 놓은 복병으로 묵돌을 잡는다는 계획이었다.


묵돌이 걸려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훈족의 본진은 자신들이 이곳에 묶여 있는 줄만 알고 방심하고 있을 것이니

그곳의 공략만 성공해도 자신들이 승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묵돌 그 놈이야 그 이후에 손을 봐주면 그만이다.


정령측 입장에서는 한 번의 용병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는

실로 절호의 계책이었다.


정령왕은 이 정도면 묵돌이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란 생각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다음 날 양쪽으로 군사를 나누기 위해 견곤의 지휘관을 청했다.



그런데 견곤 측의 막사를 찾은 정령 장수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견곤군의 막사가 텅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정령군 앞에 그 때서야 묵돌이 진채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 이어 이어지는 묵돌의 말 한마디에 그 전쟁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 보시오. 정령왕. 지금 여기서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니오.

공연한 욕심 부리다가 어찌 식솔들을 위태롭게 하시는 게요.

내 붙잡지 않을 것이니 빨리 돌아가기나 하시오.”



묵돌의 말을 들은 정령왕은 뒤통수를 뭔가에 맞은 듯이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이어 찢어질 듯한 소리로 군사들에게 일갈했다.

“지금 즉시 회군하라! 조금이라도 뒤처지는 자는 참할 것이다!”


정령의 군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말머리를 왔던 길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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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포효하는 늑대 +1 21.06.24 378 5 14쪽
2 1부 늑대의 후예들 - 초원의 사투 +3 21.06.23 617 5 14쪽
1 프롤로그 - 토끼의 간 +2 21.06.22 1,364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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