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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inn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을 굴복시킨 영웅(반동북공정 시리즈 1- 중원무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Yourinn
작품등록일 :
2021.06.15 14:38
최근연재일 :
2022.03.04 20:01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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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3
추천수 :
96
글자수 :
326,978

작성
21.06.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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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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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4쪽

포효하는 늑대

DUMMY

쏟아지는 화살비 속에서도 정령의 부장 중 한 명이 일부 정령의 병사들과 함께 겨우 대오를 갖추고

훈족의 기마대에 맞서며 분전하려 했으나

최선봉에 서서 돌진하는 묵돌에 의해 단칼에 나가 떨어져 버렸고,


이후 훈의 군사들이 거침없이 자신들이 몰려 있던 곳으로 쇄도하자

여전히 대오를 갖추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던 정령의 병사들은 결국 뿔뿔이 흩어지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요행히 말 위에 올라탈 수 있었던 병사들이었고,

미처 말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었던 병사들은

여지없이 돌진하는 훈족 기마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한 번 승기를 잡은 훈족의 추격은 집요했다.


상대에게 절대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고삐를 늦추지 않고 맹렬하게 따라 잡는 훈족 기마대의 추격을 피하느라

더위와 갈증에 지친 정령 병사들의 희생은 계속 커져만 갔고,


정령의 군사들은 말의 피를 나누어 마셔가며 겨우 고비사막을 벗어날 수 있었다.



가까스로 훈군의 추격을 뿌리친 후

군사들을 수습해 보니 정령의 군대는 거의 삼중 일 이상의 병력을 잃어 버린 후였다.


또한 무사한 군사들조차 사막에서의 심한 탈수 현상으로 인해

기력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그에 못지 않은 피해였다.



단 한 번의 전투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정령군은 더 이상 진군하지 못한 채

안전한 곳에 진을 친 후 향후 전투를 모색하고 되었고,

맹렬한 추격전으로 피로해진 훈군 역시 길목에 진을 치고

정령군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묵돌이 이끄는 부대가 정령군을 대파했다는 소식을 전령으로부터 전해 들은

훈의 본진에서는 한결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묵돌이 이끄는 군사들은 훈의 주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북방의 정령이 남쪽으로 밀려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혹 서쪽의 월지나, 특히 동쪽의 동호가 치고 들어올까 염려되어

본대를 움직이지 못한 채 정령군을 맞이해야 했던 위기 상황에서

태자 묵돌이 별동대를 이끌고 정령의 군대에 맞서겠다고 자청한 것이었다.


훈 본진에서의 전투를 대비하기 위한 병력 외에

묵돌에게 돌아갈 수 있는 병사는 겨우 5천에 불과했고,

이에 비해 훈족 못지 않게 거친 유목민 정령이 기회를 노리며 오래 전부터 조련한 병력은 3만이 넘는 대군이었기에,


다들 묵돌이 이끄는 별동대가 본진에서 제대로 방비 태세를 갖출 때까지만

정령군을 저지해 주는 정도만으로도 그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단지 선봉에서 시간을 끌어 주는 정도만을 기대했던 묵돌의 별동대에게서

전혀 기대치 않았던 큰 승전보가 들려 오는 것이 아닌가.


북쪽의 훨씬 추운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 정령군을 다소 익숙하지 못한 고비사막으로 끌어들일 경우

승산이 있을 것이란 묵돌의 생각은 적중했다.


묵돌은 또한 별동대에 불과했던 자신의 부대를 주력으로 오인하도록

일부러 많은 깃발을 꽂고 이동할 때에도 대오를 넓게 해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정령군을 기만했다.


상대의 병력을 착각한 정령군은

그 주변 지형이 그러한 많은 병력들이 들키지 않고 숨을 수 있는 곳이 전혀 아니었던 관계로

여지없이 훈족 군대의 매복에 걸려들었고,


고비사막을 벗어나서야 자신들이 훈의 본진이 아니라 선봉 정도의 군사들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묵돌의 기만술에 큰 타격을 입긴 했지만

그 수가 아직도 훨씬 우세였던 정령군은 묵돌의 군대와 다시 일전을 겨루기 위해

이를 갈며 군사들을 재정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즈음 훈군 역시 처음보다 이미 그 수가 크게 불어 있었다.



“형님들! 이 기환이가 왔소이다.”

승전보를 접하고 자신감을 얻은 두만 선우가 본진에 있던 아들 기환에게

태자 묵돌을 도우라고 지원군을 보내온 것이었다.


“오! 그래 마침 잘 와 주었구나. 그런데 지금 선우께서 계신 곳은 괜찮으냐.”

“걱정 마시오. 지금 방비가 다 잘 되어 있소이다.

형님이 정령을 대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동호나 월지놈들도 함부로 대들지 못하는 것 같소.”


거의 손실이 없는 별동대 5천에다, 묵돌의 승리로 여유가 생긴 본진에서 보내온 지원병력 5천을 더해

훈족의 군대는 이제 1만이 넘는 군세가 되었다.


또한 전쟁에서는 무엇보다 사기가 중요하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대군을 격파하고 지원병까지 가세한 훈족의 군대는

먼 곳에 와서 뜻하지 않은 대패를 당한 정령군에 비해 지금 사기가 충천하다.


유리한 지형에 진을 펼친 채 정령군이 본진으로 가는 길목을 견제하고 있었지만,

이제 정령군과 정면으로 맞붙어도 해볼만한 정도가 되었다고 판단한 묵돌군은 새로이 병력을 보강하자마자

주저 없이 정령의 군대와 결전을 벌이기 위해 초원으로 나아갔다.


패배의 충격을 수습한 정령군 역시 묵돌의 군대를 향해 전진했고,

양 군사들은 초원 한 가운데서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늑대들의 사투가 바야흐로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이제 잔꾀 같은 것은 그만 부리고 당당하게 한 번 겨루어 보자!”

“나 역시 바라던 바다!”

초원에서의 예상치 못한 매복에 걸려 참패를 당했던 정령의 지휘관이 승부를 걸어오자

묵돌 또한 마다하지 않았다.


“그 전에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너희들은 우리와 원수진 일이 없으니 그만 물러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다들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건 내가 네 놈에게 할 소리다. 이번에는 기어코 네 놈을 베어 주마!”

저번과는 달리 정령의 지휘관이 먼저 묵돌에게 돌진했다.

“어림 없는 소리!”

양군 한 가운데서 두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들이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령의 지휘관은 지난 번의 결투 역시도 상대를 유인하기 위한

묵돌의 허장성세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것 같이 불을 튀기는 듯했던 두 장수의 싸움에서

이번에는 갈수록 밀리는 쪽은 자신이 아닌가.


강력하고 날카로운 묵돌의 창술에 의외로 자신들의 지휘관이 위태해 보이자

보다 못한 정령군의 부장 한 명이 가세했다.


“얼마든지 오너라. 다 상대해 주마!”

정령 최고의 무장 두 명과 일전을 겨루는 데도

묵돌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고,

오히려 묵돌이 휘두르는 칼날에 쩔쩔매는 쪽은 정령측 두 장수들이었다.


이대로 기세에서 밀릴 수는 없었기에 또 다른 장수가 나섰으나

일말의 상황도 달라지지가 않은 채로 묵돌의 창검이 사방을 향해 번뜩이고 있었다.


내노라하는 아군의 장수들이 저렇게 떼로 덤벼도 끄덕 않는 묵돌의 무용에 정령군은 아연실색할 정도가 될 지경이었으나

이번에는 훈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묵돌의 호위 무사 려군이었다.

단신으로 세 명의 무장과 맞서고 있던 묵돌의 옆에서 려군이 돌진하며 날렵하게 쌍검을 휘두르자

묵돌을 상대하기도 버거웠던 정령의 부장 한 명이 여지없이 말에서 떨어졌다.



기타 여러 전력에 있어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늑대 무리들의 싸움에는

대장 늑대들끼리의 결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묵돌의 분전으로 사기 충천한 훈족의 군대가 먼저 정령군을 향해 돌진했다.


선봉에 선 묵돌과 려군이 이끄는 결사대 못지 않게

후위에서 좌우익을 이끌고 있던 묵돌의 아우 호거와 기환 역시 그 무용이 가히 일당 백이었다.


그 날 정령군은 그나마 갖고 있던 수적인 우세를 전혀 살리지 못한 채

훈족의 군대의 거센 공세에 후퇴를 거듭하며 초원 저편으로 계속 밀려났다.


해가 기울 때까지 몇 번이나 전투가 이어졌지만,

정령군의 어떤 장수도 선두에 서서 돌진하는 묵돌의 위력을 당해낼 수 없었고, 군사들의 희생만 커졌다.


훈족의 본진을 공략하는 것은 고사하고

선봉인 묵돌의 부대마저 도저히 싸워 이길 수 없음을 알게 된 정령군은 결국 어두워질 무렵

전투를 중단하고 퇴각하고야 말았다.


겨우 별동대 5천으로 시작한 묵돌의 군대가 3만이나 되는 정령의 대군을 물리친 것이었다.


진나라에게 하남을 빼앗긴 후 의기소침했던 훈족에게 그것은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통쾌한 승리였다.



그러나 정령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빼앗은 말과 병장기 등 각종 전리품들을 손에 넣고 진지로 돌아오는 묵돌에게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지원병을 데리고 합세한 아우 기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기환이 사라진 것을 알고 다들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해 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환의 부관 중 한 명이 헐레벌떡 초원 저편에서 나타났다.


기환이 정령군에게 포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뒤늦게 합류한 기환이 태자 묵돌과 함께 큰 활약을 했던 둘째 형 호거 못지 않은 공을 세워 보겠다고

후퇴하는 정령군을 향해 혼자 돌진하다

그만 정령군에게 중과부적으로 몰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즉시 려군과 함께 기환을 구하러 갈 것이니, 다른 장수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

“형님. 너무 위험합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호거를 비롯한 제장들도 모두 나서려 했지만, 묵돌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되면 시각이 지체될 것이야.

려군과 내가 일단 기환이를 구해 올 것이니

호거 너는 나머지 군사들을 이끌고 내가 일러두는 곳까지 나와 있거라.”


묵돌은 가장 날랜 병사 2백기만을 이끌고 전력을 다해 말을 달렸다.


기환의 부관이 이르는 곳으로 쉬지 않고 도달해 보니

수 십 기의 군사들만 남은 기환이 바위 암석들이 솟아 오른 곳 위에서

족히 천기가 넘는 정령군에게 포위되어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지 않은가.


그나마 용케 피신한 험한 지형에 의지하지 않았다면 벌써 몰살을 당하거나 포로가 되었을 것이다.


꼼짝없이 죽음을 앞둔 것만 같았던 기환의 병사들 앞으로 갑자기 한쪽 길이 뚫리고 있었다.


형님이자 태자인 묵돌이었다.

태자 묵돌과 려군이 이끄는 결사대가 정령 군사의 뒤쪽에서 닥치는 대로 치고 베고 하며 길을 열자,

기환은 마지막 힘을 다해 병사들과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급작스런 기습에 잠시 당황하며 길을 열어 주게 되었지만 묵돌이 직접 온 것을 알게 된 정령군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투에서는 패배했다 해도 훈족의 태자인 묵돌과 그 아우인 기환을 잡기만 하면 얼마든지 그것을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까스로 사지에서 아우 기환을 구한 후 본대로 퇴각하는 묵돌 결사대의 뒤를 필사적으로 추격하기 시작했다.


훈군의 결사대는 정령의 병사들이 따라 붙을 때마다 묵돌의 지시에 맞추어

일제히 몸 뒤쪽으로 화살을 날리는 파르티안 궁법으로 그들을 저지했다.


파르티안 궁법이란 말 위에서 상반신을 뒤로 돌리며 후위 정면을 향해 활을 쏘는

북방 유목민족 특유의 기마 전투 기법을 한다.


동방의 호랑이 고구려의 무용총 벽화에도 나오는 장면으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추격하는 상대에게 상당히 위력적인 공세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겨우 2 백여 기에 불과한 훈족의 결사대가 몇 배나 되는 정령군을 그런 식으로 모두 따돌릴 수는 없었고,

어느덧 훈족 결사대의 화살까지 다 떨어지며

결국 정령의 선두에게 따라 잡혀 일전을 겨루어야 했을 때,

다행히 아우 호거가 그곳까지 군사들을 몰고 왔다.


훈족의 본대가 나타나자

그 때서야 정령군은 추격을 멈추고 다시 퇴각했다.



“역시 형님들 밖에 없소이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이 기환이가 정말 끝장나는 줄로만 알았소이다.”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모면한 기환이 흥분해서 떠들어댔으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기환이 너 이 녀석! 지금 그런 말이 나오느냐!”

묵돌은 대노하고 있었고,

뿐만 아니라 평소에 성품이 온순한 둘째 형 호거까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기환이 너는 저 뒤로 가 있거라.”

호거가 조용히 이르자 기환은 묵돌의 눈에 띄지 않게 행렬의 뒤편으로 물러났다.


진영에 도착하자마자 묵돌은 장수들을 모두 소집했다.

“오늘 부로 후퇴하라는 영을 어기고 군을 위태롭게 한 기환의 장수직을 거두고

이번 전투의 모든 논공행상에서 제외시킨다!”


기환은 달리 변명을 늘어 놓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였고,

다른 제장들 역시 묵돌의 처분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못했다.


“태자. 기환이 잘못을 한 것은 사실이오나

지원병을 이끌고 이번 전투에 큰 역할을 하였으니

장군의 직까지 거두시는 것은 달리 생각해 보십시오.”

묵돌의 바로 손아래 아우인 호거가 기환을 구명하기 위하여 나섰지만 묵돌의 결정은 단호했다.


“전장터에서 군령을 어기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 줄 아는가!

내 분명히 진영으로 돌아오라는 명을 내렸건만,

아무렇게나 행동하다가 하마터면 다 이긴 승리를 놓치고 잃지 말아야 할 부하들을 잃을 뻔 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있는가!”

평소 그나마 묵돌에게 격이 없이 조언을 할 수 있었던 호거 역시 더 이상 언급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제장들도 들으라!”

“예. 태자.”

“전쟁에서 지면 그깟 전리품이나 공이 다 무슨 소용이더냐.

공연히 공을 세우려고 군령을 함부로 어기거나

전투가 끝나지 않은 데도 전리품을 차지하려고 손을 대는 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야.

그런 것들은 전쟁이 끝난 후에 다 공평하게 같이 나눌 것이니,

혹여 불만이 있는 자들은 내게 말하라.

내 합당하면 다 알아서 할 것이야! 알아 들었는가!”


추상 같은 묵돌의 엄명에 다들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명심하겠습니다. 태자.”


“정령이 저대로 물러갈 것 같지 않으니 다들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고,

기환은 지금 당장 부상병들이 있는 막사로 가서 그들을 돌보라."


정령의 군대를 대파하고 다소 들떠 있었던 훈족 군대의 진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전장터의 엄중함이 다시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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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연합군의 반격 +1 21.06.25 312 5 12쪽
» 포효하는 늑대 +1 21.06.24 378 5 14쪽
2 1부 늑대의 후예들 - 초원의 사투 +3 21.06.23 615 5 14쪽
1 프롤로그 - 토끼의 간 +2 21.06.22 1,361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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