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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野 (원영모)의 서재입니다.

어린이 동화 씨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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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野
작품등록일 :
2017.08.08 10:01
최근연재일 :
2017.08.20 16:27
연재수 :
6 회
조회수 :
668
추천수 :
8
글자수 :
33,732

작성
17.08.20 16:26
조회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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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소나기

DUMMY

“삐약 삐약” “삐약~ 삐~앾”

어느 봄날 영수가 학교 수업마치고 집에 오니 마당에서 병아리 때가 종종대고 있습니다.

둘러매고 있던 가방을 마루에 벗어던지면서 엄마를 찾습니다. 얼마나 급했으면 신고 있던 고무신 한 짝은 마당에서 뒹굴고 다른 한 짝은 마루위에서 대롱거리네요.

“엄마! 엄마!”

숨넘어가듯 외치는 아들 목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뻔히 알고 있는 엄마는 부엌에서 하던 일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안방 문부터 열어 제치고 엄마를 찾던 영수는 부엌에서 나는 인기척을 듣고서야 부엌문을 열어봅니다.

“엄마! 엄마!”

“엄마 안 죽었다. 왜?”

“저기 병아리 우리거야?”

“그럼, 우리거지.”

“우와, 엄마! 그러면 내가 키워도 되는 거지? 내가 키울거야. 그런데 엄마, 병아리는 뭐 먹여야 돼?”

“요기 좁쌀 갔다가 살살 뿌려줘라. 너무 만지면 안 돼요.”

영수는 엄마가 준 좁쌀 종기그릇을 들고 마당으로 달려갑니다.

며칠 전부터 엄마한테 사 달라고 졸랐지만, 시큰둥하게 이렇다 말씀이 없으셔서 포기한 상태였거든요.

사실 부모님도 병아리 키워서 나중에 자식들 몸보신 해줄까도 생각했었어요. 그러나 아이들이 지금이야 병아리가 예쁘니깐 키우겠지만 좀 더 크면 제대로 돌보기도 힘들 테고, 뭐니 해도 고생해서 키운 닭을 잡는다는 것이,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았었습니다. 그래도 저렇게 키우고 싶어 하니 오늘 큰맘 먹고 시장에서 10마리를 사왔습니다.

일요일, 영수 아버지는 뒤 텃밭 옆에 닭장을 만들었어요. 나중에 커서도 충분히 활동 할 수 있도록 넓게 만듭니다. 시장에 가서 철망까지 사갖고 와서 울타리는 물론 지붕까지 덮었습니다.

문짝도 헌 문짝을 구해서 제대로 만들었어요.

이제부터 키우는 것은 영수와 동생 정수 몫입니다. 굳이 키우는 책임을 쥐어주지 않아도 형제는 학교만 갔다 오면 닭장부터 찾아갔어요. 병아리를 보기만 해도 즐거웠어요.

텃밭에서 자란 푸성귀를 잘게 다져서 뿌려줍니다.

“얘야, 영수야! 우리가 먹을 채소를 다 따면 어떻게 하니?”

“엄마! 그러면 어떻게 해? 병아리도 먹어야 하잖아.”

“그러지 말고, 네가 학교 끝나고 올 때 시장 들려서 버리는 잎파랑이를 주워 와라.”

“그래요? 그거 먹여도 돼요?”

“그리고, 정수하고 같이 나가서 개구리 많이 잡아와라.”

“어? 개구리는 왜?”

“으응 푸성귀하고 같이 잘게 다져서 병아리 주면 좋을 거다.”


영수는 부랴부랴 빈 분유통에 구멍을 내어 철사로 들통을 만들어서, 2살 터울인 2학년 동생을 데리고 들판으로 나갑니다.

영수는 작대기를 들고, 동생은 깡통을 들고 갑니다. 동생이 따라오면서 여간 궁금한 것이 아니에요.

“형아! 개구리 잡아 뭐하게? 산채로 잡는 거 아냐?”

가끔 심심할 때 개구리를 산채로 잡아서 꽁무니에 보릿대로 바람을 집어넣는 장난을 했었거든요. 배가 남산같이 부풀어 오른 채 기어가는 개구리를 보면서 배꼽을 잡고 웃던 일이 생각난 모양입니다.

그런데 한두 마리도 아니고 깡통 가득 잡을 기세입니다.

작대기로 논두렁을 휘저으면서 개구리를 찾아보는데. 논두렁에는 개구리가 천지이지만 잽싸게 논으로 뛰어 들어가니 잡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한번만 점프해도 논으로 직행해서 유유히 헤엄치며 가는 개구리를 바라만 볼 뿐입니다.

영수는 요령이 생겨서 작대기를 세워서 살살 앞만 보고 걷습니다. 일광욕하러 나왔는지 논두렁에서 멍 때리는 개구리는 여지없이 작대기 세례를 받았어요.

잡기 시작한지 1시간도 안되어서 깡통에 가득합니다.


“형아! 개구리를 왜 이렇게 많이 잡아?”

“으응, 이따가 병아리 줄 거야.”

“뭐? 병아리가 개구리도 먹어?”

“그래, 엄마가 개구리 많이 잡아 오랬어.”


개구리 사체들은 못 쓰는 냄비에 넣어서 푸욱 삶아요. 역겨운 냄새는 아니지만 개구리라고 생각하니 구수하면서도 이상합니다. 이것을 잘게 다진 다음 푸성귀와 함께 섞어서 모이통에 넣어주면, 병아리들은 잘게 다진 개구리를 어느 것보다도 맛있게 먹습니다.

어미닭을 흉내 내듯이 가끔은 발가락으로 모이통을 휘저으면서 개구리 조각만을 쪼아 먹습니다.

쪼아 먹는 병아리가 그렇게 예쁘고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꼭 엄마가 자식들에게 밥상 차려놓고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모습과 같아요.

동생이 그런 모습을 보면서 형한테 한마디 합니다.

“형아! 우리가 잡은 개구리를 잘 먹으니깐 귀엽다. 그지? 엄마도 우리가 밥 맛있게 먹으면 좋아하겠다.”

“그래, 우리도 엄마가 차려주신 밥을 맛있게 먹어야지.”


영수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꼭 시장에 들려서 푸성귀를 주워옵니다. 손에 쥐어본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병아리 먹이기에는 충분하거든요.

집에 오면 이제는 동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깡통을 들고 앞서 나갑니다.

형제들의 고생으로 개구리 다진 것을 먹은 병아리는 금방 포동포동하게 살이 올랐어요.


보리가 익어가는 어느 늦은 봄날입니다.

그날도 형제는 개구리 잡으러 갔습니다. 이날은 00저수지 가까이까지 좀 멀리 갔습니다.

그동안 많이 잡은 탓인지 개구리가 눈에 띄게 안 보여요. 전날은 또 논두렁에서 잡고 있는 형제를 보고 논 주인이 호통을 치면서 쫓아오신 적도 있었습니다.

“야! 이놈들아 저리가지 못해! 논두렁 무너지잖아! 다시는 여기로 오지 마 이놈들아!”

아무래도 좁은 논두렁을 걷다보면 흙이 무너져 내리기도 합니다. 한참 논에 물을 대고 있는데 논둑이 무너지면 큰일이거든요.

그래서 택한 것이 민가에서 좀 멀리 떨어진 산자락 00저수지 인근까지 갔습니다. 주위는 온통 노랗게 여물어가는 보리밭이에요. 개구리가 자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도망칠 곳이 없는 관계로 발견만 하면 놓치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개구리도 대부분이 참개구리로 손바닥만 합니다.

한참 개구리를 잡고 있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소나기에 우박까지 함께 내리는데 우박이 어린 아기 주먹만 합니다.

얼굴을 때리는 소나기도 문제이지만 우박에 맞으면 돌멩이로 맞는 것 같았습니다.

“형! 어떻게 해, 너무 아파! 아~앙 아~앙!”

머리를 손으로 감싸면서 어쩔 줄 모르면서 아파하는 동생이 안쓰럽습니다.

아프기는 영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빨리 반소매 셔츠를 벗어서 동생 머리를 감싸 주면서 보리밭 사이로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우선 동생을 눕히고 그 위에 보릿대를 엎어줍니다.

동생을 챙기느라 본인이 아픈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굵은 소나기와 우박은 영수의 머리에 사정없이 때립니다. 동생을 다 챙기고 나서야 영수도 누우면서 옆에 있는 보릿대를 쓸어 덮습니다. 등짝에는 아직도 우박이 쏟아집니다. 참으면서 귀 기울여 듣습니다.

“촤르륵 따르륵 촤~악 촤~악”

형제를 호되게 때리던 소나기와 우박이 이제는 보리밭 때리는 소리만이 들립니다.

보리밭에 누워서 굴러가는 우박을 바라보지만 대충 덮은 등에는 아직도 우박이 세차게 때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동생이 걱정입니다.

“정수야! 괜찮으냐?”

“엉, 이제는 아프지 않아.”

잠시 후 소나기도 지나가고 쏟아지던 우박도 멈췄습니다. 형제는 옷이고 뭐고 완전 흙투성이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네요.

영수는 동생을 감싸주느라 셔츠까지 벗어 주었기에 위에는 런닝구 하나만 입고 있었어요. 그 위에 보리 이삭이 잔뜩 붙어있습니다.

더 이상 개구리 잡을 상황이 아니라서, 난리 통에 팽개쳤던 깡통을 챙기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또다시 비가 옵니다. 어차피 젖은 옷이지만 그래도 소나기는 피하고 싶어서, 어느 집 대문간 처마 밑으로 들어갔어요. 헌데 툇마루에서 감자를 먹고 계시던 주인 할머니가 형제를 부르십니다.

“얘들아! 거기에 서있지 말고 일루 들어와라.”

엉거주춤 서있는 형제를 연신 불러서 결국 툇마루에 앉았습니다.

“일루 와서 이거라도 먹어라. 방금 삶은 감자라 맛있다. 이렇게 비 오는데 뭐라도 먹었겠냐? 에그 쯧쯧 어린 것들이 불쌍해라.”

그러면서 손수 따뜻한 감자를 한 알씩 손에 쥐어주시는데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십니다.

형제의 모습은 완전 상거지 꼴이거든요. 밥 얻어먹는 깡통은 들었고, 옷은 흙투성이에 검불까지 뒤범벅이 된 폼이 영락없는 비렁뱅이로 보인 것입니다.

삶은 감자를 얻어먹고 잠시 후 소나기가 잦아들자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형아야! 저 할머니는 우리가 거지인줄 알았나봐? 그렇지 형!”

“그래, 할머니 마음씨가 참 좋구나, 빨리 가자 엄마가 걱정하시겠다.”


사실 엄마는 아까 소나기 내릴 때부터 안절부절 이었어요. 소나기도 문제이지만 어디 피할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들판으로 갔으니, 주먹만 한 우박이 쏟아질 때는 여지없이 온 몸에 맞았을 것이거든요. 뒤뜰에 심어놓은 채소가 엉망으로 망가진 것은 물론이고 고추장 항아리 뚜껑이 깨질 때에는 고추장이 아깝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아이들 걱정이 먼저였습니다.

그렇게 조바심이 나서 아이들이 간 쪽을 향해 목을 길게 빼어 기다리고 있는데 완전 거지가 다 된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둘 다 얼굴이고, 머리에 혹이 밤톨처럼 많이 생겼으리라 걱정했었던 것인데,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렇게 고생하며 키운 닭이 씨암탉이 될 무렵 가끔 한 마리씩 없어지곤 합니다.

매일도 아니고 며칠에 한번, 마을 못 된 놈들의 수작인 것 같은데 밝힐 재간이 없습니다.

“이런 우라질 놈들이 있나? 어느 놈인지 밝히기만 해봐라! 손모가지를 확 부러뜨려야지.”

영수 엄마는 닭장을 들여다볼 때마다 얼마 전 형제가 소나기에 흠뻑 젖어서 들어올 때를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집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형이 온 몸을 던져 동생을 위해서 우박을 맞으면서도 참았다 합니다.

영수 머리는 울퉁불퉁 혹이 생겼고, 등은 온통 뻘겋게 멍들어 있었습니다. 주먹만 한 우박을 생으로 맞았으려니 생각하니 아직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 멍 자국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런 사단이 발생된 것이에요.

다 훔쳐가고 4마리만 남아 있을 때입니다.

영수 엄마는 더 이상 못된 놈들의 손에 닭을 넘겨줄 수 없었거든요. 할 수 없이 남은 닭을 잡았습니다.

“이제 막 알 나려고 배 속에 이렇게 알도 많이 생겼구만...”

아이들이 학교 갔다 와서 텅 빈 닭장을 보고 슬퍼할 것을 생각하니, 닭을 잡는 영수 엄마는 도둑놈에게 화풀이 하듯이 손에든 칼에 힘을 주어 내리칩니다.

그날 저녁 영수와 정수는 엄마가 해준 삼계탕을 아무런 말 한마디 못하면서 먹었습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도둑놈이 또 다시 훔쳐갈 것이기 때문에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슬픈 마음은 어쩔 수 없었거든요. 어떻게 키운 닭인데요.

그날 이후 얼마나 지났나, 도둑놈이 잡혔답니다. 동네에서 자취를 하던 젊은 사람 두 명의 짓이래요. 다른 집에서 또다시 닭을 훔치다가 경찰한테 잡혔는데, 영수네 닭도 그놈들이 훔쳐 갔답니다. 엄마의 말로는 경찰서에서 엄한 처벌을 받을 것이랍니다.

그래도 닭장을 쳐다보는 형제의 눈은 슬픕니다.

며칠 후 영수네 닭장에는 또다시 병아리들이 놀고 있어요.

“삐약 삐약” “삐약~ 삐~앾”

영수와 정수는 학교에서 오자마자 깡통 들고 또다시 들판으로 뛰어갑니다.

소나기가 내린들 상관없습니다. 병아리가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을 수 있어서 신날뿐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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