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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野 (원영모)의 서재입니다.

어린이 동화 씨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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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野
작품등록일 :
2017.08.08 10:01
최근연재일 :
2017.08.20 16:27
연재수 :
6 회
조회수 :
670
추천수 :
8
글자수 :
33,732

작성
17.08.08 10:29
조회
132
추천
1
글자
13쪽

우산 파는 소년

DUMMY

“김영철”

“···”

“김영철은 오늘도 안 나왔어요?”

선생님이 영철이 책상 쪽을 보면서 묻습니다.

“네!”

“선생님! 오늘도 비 오려나 봐요.”

아이들이 키득거리면서 영철이가 안 오는 이유를 빗대어 말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 치고는 말하는 폼이 여간 영악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비만 오면 영철은 의례히 학교를 안 나왔거든요.

처음에는 반 친구들도 몰랐었습니다. 집안에 사정이 있거나 어디 아파서 안 나오는 줄 알았어요. 학년 초 봄에는 가끔 안 나왔지만 여름이 다가오면서 자주 결석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꼭 비 오는 날만 결석합니다. 오전에는 멀쩡한 하늘이 오후에 비가 올 경우에도 영철이 책상은 비어있었습니다. 오늘도 하늘은 쾌청한데 영철이가 보이지 않자 당연히 비 올 것이라고 떠들어 대는 반 친구들입니다.

아이들이 <비가 올 것이다, 안 올 것이다> 서로 내기를 하면서 떠들썩할 때 영철은 심통이 잔뜩 난 표정을 하고 우산 도매상으로 터덜대면서 걷고 있습니다.

‘저렇게 하늘에 구름하나 없이 맑은데 비는 무슨 비?’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영철에게 할머니가 한 말이 영 미심쩍었지만 틀린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얘야, 오늘도 비가 오려나보다. 허리가 이렇게 찌뿌듯한걸 보면 분명히 비가 올기다.”

책가방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일어나서 다락방 항아리에 보관한 돈을 갖고 나온 것이 좀 전입니다. 지난번에 사 갖고 온 우산은 어제 다 팔았거든요. 한번 사오는 양이 겨우 30개라서 요즘에는 금방 떨어집니다.

그것도 영철이가 지고올수 있는 최고의 양입니다. 무게도 무겁지 만 부피가 커서 영철이 몸집으로는 비닐우산 30개를 짊어져도 뒤에서 사람이 안 보일 정도입니다. 커다란 비닐봉지가 저절로 걸어가는 모양새이거든요.

도매상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 금방인데 한 푼이라도 아껴야하기에 영철은 타박타박 걸어갑니다. 차비를 벌려면 비닐우산을 3개는 팔아야 겨우 되거든요. 왕복이면 6개는 팔아야 합니다. 그럴 것 같으면 아예 장사를 안 하는 것이 났습니다. 하루에 잘 팔아야 10개가 될까 말까하는데 차비로 다 날릴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영철은 지금 한 시간째 걸어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 햇볕을 받으며 우산을 사러 가고 있는 중이에요. 오직 할머니의 아픈 허리만을 믿고 말입니다.


영철은 할머니하고 둘이서 삽니다. 부모님은 어렸을 적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부모님 사진을 봐야 어떻게 생기셨는지 알 뿐이지 전혀 기억나는 것은 없습니다. 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엄마의 체취도 가물가물합니다.

영철이를 할머니 집에 맡겨놓고 매일 새벽마다 도매시장에서 야채를 사다가 동네 이곳저곳 다니면서 리어카장사를 하던 부모님이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마치고 돌아오시던 길에 뺑소니 차량에 치였습니다. 바로 병원에 갔으면 살았을 텐데, 너무 늦어서 두 분이 다 돌아가셨어요.

나중에 뺑소니 차량은 잡혀서 운전기사는 벌을 받았지만, 보상을 한 푼도 못 받았답니다. 영철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모르고 할머니와 살다가, 초등학교 들어가서야 알았어요. 다른 아이들은 전부 젊은 엄마와 왔는데, 영철이만 할머니를 모시고 갔었거든요.

그때에 다른 엄마들이 수근 대며 하는 소리를 들어서 알았어요. 그래도 영철은 잘 모르는 부모보다 지금 곁에서 돌봐주시는 할머니가 너무 좋습니다. 언제나 영철이 편을 들어주시거든요. 할머니는 영철이가 사 달라는 것은 전부 사주셨어요. 그러나 할머니의 사정을 뻔히 알기에 사 달라는 것이 사실은 없었어요. 그래도 영철은 언제든지 필요하면 할머니가 해 주실 것이라 늘 마음속으로 믿고 있어요.


그러시던 할머니가 식당 허드렛일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왔는데 2년 전에 무거운 짐을 들다가 허리를 다치고는 이제 아무런 일도 못하셔서 안타깝습니다. 방 하나와 부엌이 달려있는 판자 집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손자 밥해주는 것이 하루의 일과입니다.

이렇게 사는 것도 영철이가 우산을 팔아서 생긴 돈으로 생활합니다. 영철이가 일을 해야 할머니하고 살 수 있어요. 그러니 비가 오면 영철은 우산을 팔아야합니다. 다행히 판자 집이라 해도 기차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여름날 갑자기 비가 내리면 쏜살같이 역으로 달려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럴 때는 평상시 비올 때의 갑절은 팔 수 있거든요.

오늘처럼 아침에 쾌청한 날 오후에 비가 와야 준비한 우산을 다 팔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분명히 비가 올 것이라는 할머니의 말을 믿고 오늘도 학교 대신에 우산 도매점으로 가는 중입니다.

비닐우산 30개를 사 갖고 돌아 올 때는 모처럼 버스를 탔습니다. 3개를 팔아야 남는 돈으로 차비가 된다 하지만 너무 덮거든요. 30개를 짊어지고 구름하나 없는 땡볕에서 한 시간 넘게 걷기에는 아무래도 중간에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10개씩 다발을 만들어 부엌에 세워났습니다.

언제든지 비만 오면 들고 뛰어 나갈 수 있도록 부엌 출입구 가까운 곳에 세웠습니다. 기름먹인 종이로 비닐우산이 젖지 않도록 곱게 싸놓은 상태입니다. 이제는 비만 오면 됩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비올 기세가 아닙니다. 하늘은 아직도 청청합니다.

“할머니! 비 올 것 같지 않아요.”

“아니다. 조금만 기다려봐라, 분명히 올거야.”

그렇게 잠시 기다리며 스르르 잠이 들어 있었어요.

갑자기 판자 집 지붕위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새 몰려왔는지 하늘이 어둡습니다. 영철은 엉겁결에 부엌으로 뛰어 들어가 우산다발을 들었습니다. 양손에 한 다발씩 20개 입니다. 이런 날은 분명 이것도 부족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한 시간만 이렇게 내리면 금방 다 팔리거든요. 영철은 급한 마음에 양손에 들고 뛰면서 외칩니다.

“우산이요! 우산 있어요!”

우산 파는 영철은 정작 본인은 우산을 안 쓰고 있어요. 그냥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외칩니다. 발에도 신발이 없어요. 빗물에 달리면서 외칩니다.

“우산이요!”

이런 날은 비를 맞아도, 빗물에 발을 담가도 신납니다. 옷이야 햇볕에 말리면 되는 것이고, 고무신은 오히려 이렇게 비 오는 날에는 미끄러워서 달릴 수가 없어요.

사실 내리는 비를 생각 없이 받아들이면 오히려 몸과 마음이 상쾌한 것을 진즉에 깨달았습니다. 우산 없이 비를 맞는 것도 재미있거든요. 하물며 많은 우산을 들으려니 당연히 비를 맞아야 합니다. 그러나 영철은 비를 피하라고 우산을 팝니다.

“우산 있어요!”

금방 한쪽 손에 있던 우산이 다 팔렸습니다. 다른 손에 있던 우산도 다 팔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역시 영철의 예상이 맞았어요. 나머지 한 다발을 갖고 나올 때는 시간이 걸려야 다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열차 도착 시간에 맞춰 기차역에 가야 합니다.

우산을 파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오늘같이 여름 소나기가 퍼부을 때는 처음 몇 분 안에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서 구했는지 금방 손에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밖에 없거든요. 아니면 지나가는 비이라면서 마냥 기다리는 사람만이 남아있어요.

그래도 오늘은 미리 예상을 하고 기다렸기 때문에 바로 빗소리 들리지 마자 뛰어나온 것이 다행입니다.

어떻든 할머니의 허리는 신통방통합니다. 이렇게 쾌청한 날씨에 비가 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거든요. 방송국에서 할머니를 기상 예보관으로 임명하면 좋겠습니다.

결국 열차에서 내리는 손님들한테 준비한 우산을 다 팔고서야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 까지도 비는 그치지 않고 내립니다. 우산도 없이 맨발로 터덜터덜 걸으면서 쏟아지는 빗물을 쳐다보는데, 하나만 있을 때에 우산을 사시던 아저씨의 말이 귓가에 맴 돕니다.

“얘야! 너는 우산을 팔면서 비를 맞고 있냐? 이것을 아저씨한테 팔면 너는 어떻게 하려고?”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반바지에 런닝입니다. 그것도 빗물에 흠뻑 젖어서 몸에 찰싹 붙어있는···. 맨발로 서 있는 소년의 모습에서 그 아저씨는 누구를 생각했을까?

영철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면서 오늘 번 돈을 만져봅니다. 이 돈으로 쌀도 사고, 할머니가 좋아하실 고등어도 사야합니다. 비록 비를 맞으며 걷고 있지만 마음은 훨훨 나는 기분입니다. 분명 사람들은 이런 영철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할 것 같아요.

‘저 아이는 분명 뭔가 잘못해서 집에서 쫓겨 난거야. 그러니깐 저렇게 맨발로 비를 맞지. 청승 떠는 것도 아니고 저게 뭐냐?’

‘아이고, 어린 자식이 부모도 없나? 처량 맞게 뭐하는 짓이야?’


영철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집에 가는 길에 시장에 들려 간 고등어 한손을 샀습니다. 오늘 같이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은 분명히 할머니는 누워계시기에, 직접 고등어를 구워 드리고 싶거든요.

다시 한 번 하늘을 보면서 이제는 비가 그치기를 바라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천장 이곳저곳에서 빗물이 떨어지고 있어요. 그런데도 할머니는 꼼짝을 못하시고 방 한쪽에 누워계시고 있습니다. 부엌에서 양동이하고 바가지를 갖고 들어와 새는 빗물을 받습니다.

비가 와서 우산을 파는 것은 좋지만, 할머니는 비 오는 날 너무 아파하십니다. 우산을 안 팔아도 좋으니 할머니가 아프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돈을 버는 것보다 할머니가 더 중요하거든요. 영철은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고등어를 맛있게 구워서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며칠 동안은 언제 비가 왔었나 하듯이 하늘이 맑다 못해 쨍쨍합니다. 할머니의 허리도 비 온다는 소식이 없으니 덜 아프신 모양입니다. 영철은 덩달아 오늘도 학교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반 친구들이 실실 웃으면서 떠듭니다.

“우산 장사 영철아! 오늘은 비 안 오나?”

“니는 우산장사가 와 비 맞고 다니나?”

“우산 사이소! 노란우산, 빨간 우산, 찢어진 우산 다 있어요.”

누군가가 영철이가 비 맞으며 우산 파는 모습을 본 모양입니다. 얼굴이 붉어진 영철은 아무 말도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서 못들은 척 했어요. 반장인 혜숙이가 놀리는 친구들을 나무라지 않았으면 아마 울고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리워집니다. 아프신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우산을 팔아야하는 자신이 서글퍼집니다. 아이들이 놀려서 슬픈 것은 절대 아닙니다.

사실 비 오는 날 우산만 팔면 먹고 살기에 부족합니다. 요즘처럼 맑은 날은 기차역 앞에서 구두닦이 하는 형을 도와주고 있거든요. 중학생 정도 되는 형인데, 서로 우산 팔면서 알게 된 형입니다. 영철이가 하는 일은 별거 아닙니다. 근처 다방이나 사무실에 들어가서 구두를 들고 오는 일입니다. 구두 닦을 손님을 찾아야하기 때문에 다방에 들어가자마자 큰소리로 외칩니다.

“구두 닦으세요! 구두 닦으실 분!”

쉬운 일 갖지만 한편으로는 힘들기도 합니다. 나중에 다 닦은 구두를 갖다 드릴 때에 어느 손님 구두인지 정확히 알아야 하거든요. 처음에는 자주 헷갈려서 구두를 엉뚱하게 갔다드려서 혼 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요령이 생겨서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이렇게 도와주면 하루 먹을거리를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받습니다. 맑은 날은 구두 닦는 일을 도와주고,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팔아야 할머니 모시고 살 수 있습니다.


여름 방학을 앞두고 장마가 시작되었어요. 영철은 오늘도 우산을 팔기 위해 학교에는 못 갑니다. 며칠 동안 비가 오다보니 사람들은 의례히 우산을 챙기고 다니기 때문에 우산 파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기차역 앞에서 아무리 서성여도 몇 개 못 팔았어요. 하나라도 더 팔려고 이리저리 비를 맞으며 뛰어다녀도 사는 손님이 없어요. 저녁이 다 되어서 남은 우산을 들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할머니는 더 꼼짝을 못하십니다.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어 하셔요.

방문을 여는데 방바닥에 물이 흥건히 젖어 있습니다. 천장에서는 이제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많은 빗물이 새고 있습니다. 여러 날 오는 비에 지붕이 무너져 내린 것 같아요.

그런 빗물에 할머니는 꼼작도 못하시고 그대로 비를 맞고 계십니다. 영철은 팔던 우산을 할머니 위에 펼쳐드립니다. 하나, 둘, 세 개를 펼쳐서 할머니가 빗물에 맞지 않도록 씌어 드립니다.

영철은 하루 종일 뛰어다녔기에 피곤하기도 하지만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보면서 갑자기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하늘에 계신다는 부모님이 보고 싶어요. 조용히 할머니 옆에 눕습니다. 남은 우산을 옆구리에 꼭 껴안고 비를 맞으며 잡이 듭니다.

-끝-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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