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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野 (원영모)의 서재입니다.

어린이 동화 씨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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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野
작품등록일 :
2017.08.08 10:01
최근연재일 :
2017.08.20 16:27
연재수 :
6 회
조회수 :
669
추천수 :
8
글자수 :
33,732

작성
17.08.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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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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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자전거

DUMMY

(따르릉 따르릉)

“비키세요, 비켜요!”

오늘도 철호는 자전거 타는 꿈을 꾼다. 지난겨울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타본지 반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꿈속에서 만난다.

자전거를 탈 때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던 철호다. 그랬던 자전거를 아버지가 중고로 팔면서 탈 기회가 없어진 철호는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다. 모든 놀이가 재미없다. 꿈속에서나마 자전거를 신나게 타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1년 전 자전거가 귀할 때다. 철호는 읍내 중학교로 통학하는 형이 있다. 철호는 초등학교 2학년이고 형은 중학교 1학년이다. 중학교가 있는 이십 리 길 읍내로 통학하려면 자전거가 있어야 했다. 형이 중학교에 합격되자마자 아버지는 자전거부터 구해 오셨다.

자전거포에 얘기해서 중고 자전거를 겨우 사 오셨는데, 쌀장사가 끌던 자전거인지 뒤에 짐 싣는 칸이 어마하게 큰 어른용 자전거다. 안장은 아예 높낮이 조절이 안 되는 고정 형이다. 그래도 철호가 사는 마을에서는 유일한 자전거다. 그런 자전거를 직접 아버지가 타고 오시면서 의기양양하게 아들들을 불러서 타 보라한다. 우선 중학생인 형부터다.

“야! 철수야! 한번 올라가봐.”

“아버지! 저는 못타는데유?”

“아버지가 뒤에서 잡아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올라가 봐라.”

형이 자전거에 올라타니 그런대로 균형이 잡힌다. 아버지가 뒤에서 몇 번을 잡아주었는데 금방 배운다. 나중에는 아버지가 손을 놨는데도 혼자서 탈 정도다. 그러나 철호는 이날 자전거를 만져만 봤다. 너무 높아서 올라타지도 못했다. 하기야 형을 태우려고 사온 것이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철호야! 너는 좀 더 큰 다음에 타야겠다.”

“아버지! 제가 얼마나 커야 되유? 형만큼 커야 되는 거유?”

“아니, 조금만 더 커서 안장이 여기까지 닿으면 되지 않겠나?”

그러면서 철호의 가슴을 가리킨다.

그날 이후로 철호는 가끔 마당에 세워놓은 자전거에 가서 키를 재본다. 그렇게 1년이 지나 형이 겨울방학으로 집에서 놀고 있을 때다. 그날도 철호는 자전거에 키를 재보고 아직도 가슴이 닿으려면 주먹만큼은 차이가 나는 것 같아서 시무룩하니 돌아서던 참이다. 형이 그런 모습을 보고 부른다.

“야! 철호야! 일루 와봐.”

“왜? 형!”

“여기 위에 한번 올라가봐!”

“어? 나는 아직 키가 안 되는데, 올라가도 돼?”

“그래, 내가 잡아주고 있을 테니 한번 타봐라!”

철호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올라탔다. 그러나 역시 턱도 안 된다. 안장에 올라탔지만 발이 페달에 닿지를 않는다. 웬만하면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라도 타겠지만 도저히 불가능하다.

“철호야! 내려와라. 안 되겠다.”

기대를 잔뜩 갖고 올라갔는데 발바닥이 허공만 헤젓다가 내려오려니 심통이 더 났다. 그 모습이 안 되어 보였는지 형이 시범을 보인다.

“한번 이렇게 타봐!”

자전거 안장 밑으로 한쪽 다리를 질러서 반대편 페달을 밟고 타는 방법이다. 좀 부자연스럽지만 키가 작은 아이에게 통하는 방법이다.

“우와! 형! 내가 한번 해볼게!”

형이 보여준 대로 두 손은 핸들을 잡고 안장 밑으로 페달을 밟으니 된다. 뒤에서 형이 잡아주면서 밀어준다. 철호는 있는 힘껏 씰룩거리면서 페달을 밟는다. 옆구리가 안장에 치여서 신경 쓰이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열심히 배운다. 자꾸 한 쪽으로 쏠리면서 기울어진다. 그래도 철호는 신났다. 여러 번 넘어지고 하면서도 결국은 혼자서 탈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철호야, 우리 한번 도로로 나가서 타볼래!”

“불안하니깐 형이 뒤에서 잡아 줘야해!”

“알았어, 나가 보자.”

처음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배우다가 도로로 나와서 탄다.

형은 뒤에서 계속 잡았다 말았다 하면서 쫓아오고 있다. 씰룩거리면서 잘도 탄다.

그런데 겨울이라 길 위에 약간 살얼음이 끼었는지 갑자기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으아악! 어이쿠!”

“철호야, 안 다쳤냐?”

뒤에서 쫓아오던 형도 놀라고 동생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두꺼운 옷 때문에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무릎이 아프다. 그래도 다시 탄다. 이렇게 자전거를 탄다는 것만으로도 신이난다.

“형! 나 잘 타지?”

“그래, 그래! 너 나이에 자전거 타는 아이는 없을 걸?”


제대로 안장위에 앉아서 타는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생이 자전거를 탈 수 있었던 것은 큰 자랑이다.

철호는 겨울방학 내내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휘졌고 다닌다. 또래 친구들은 뒤에서 쫓아오면서 저희들도 한번 타 보자고 야단이다.

“철호야! 나도 한번 타 보자!”

“너희들은 못타. 이게 아무나 탈 수 있는 게 아냐.”

“야! 너도 타잖아, 한번만 타 보자, 여기 왕 구슬 줄 테니 한번만.”

왕 구슬 준다는 말에 철호는 슬쩍 구슬을 보았다. 알록달록 꽃무늬가 들어있는 최고의 구슬이다. 평상시에 갖고 싶어 하던 구슬이다.

“그럼, 너만 한번 타봐, 구슬은 이리 주고.”

그러나 들고 있기에도 힘든 자전거를 철호가 타는 것처럼 해본들 낑낑 댈 뿐이다.

뒤에서 아무리 잡아줘도 함께 넘어진다. 집채만 한 자전거를 잡아주기에는 키가 너무 작다.

애지중지하던 구슬까지 상납하며 타려는 친구는 애가 탄다.

“야! 왜 안 되지? 잘 잡아 줘봐.”

철호도 구슬을 받은 죄가 있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한번 타보게 싶었지만 역부족이다.

“야야! 안 되겠다. 자전거 부셔진단 말이야. 이제 내려와.”

“에이, 너는 되는데, 왜? 나는 안 되는 거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타냐? 네 형이 가르쳐줘서 그렇지?”

“하하하 내가 그랬지, 이게 아무나 탈수 없다고. 야야! 비켜.”

한껏 으스대며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달린다. 아이들도 덩달아 신나서 뛰지만 못 쫓아온다.

철호는 한참을 달리다 세워서 뒤를 바라본다. 쫓아오는 아이들이 있어야 더 재미가 있다. 손 한번 높이 들었다가 다시 출발이다. 자전거를 타는 철호나 뒤쫓아 달리는 아이들이나 모두가 즐겁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봄이 되면서 더 이상 자전거로 폼 잡는 것을 못하게 된다.

가족이 읍내로 이사하면서 필요 없는 자전거를 파셨다. 매일 같이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던 것을 못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보다도 자전거 타는 매력에 푹 빠진 철호는 시름에 빠졌다. 잠을 자도 자전거 타는 꿈을 꾼다. 형처럼 안장에 앉아서 달리다가 하늘로 날기도 한다. 꿈이지만 너무 신난다. 다른 놀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시시해서다. 남들이 다 하는 놀이는 하고 싶지도 않다. 또래 아이들이 선망의 눈으로 보는 앞에서 멋지게 자전거를 타고 싶다. 이제는 가랑이 사이로 타는 것이 아니라, 형처럼 안장에 앉아서 멋있게 타고 싶다.

그렇게 자전거만 보면 타고 싶다는 욕망이 솟아오르던 여름철이다. 읍내로 이사 온 집이 00초등학교 후문 인근이다. 이 후문 바로 앞에 학용품도 팔고 술도 파는 구멍가게가 있다.

하루는 이 가게 앞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어른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지난겨울에 탔던 자전거보다 한층 가볍고 날렵해 보인다.

철호는 꿈속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어제 밤에도 신나게 자전거를 타는데 어머니가 깨우는 바람에 힘없이 일어나지 않았나? 철호는 꿈결처럼 무의식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어른들이 술 마시는 동안 잠깐 타고 돌려놓으면 되지 않을까 해서다. 훔치려는 생각은 전혀 아니다. 그저 꿈속처럼 달리고 싶었다.

술 마시던 사람들은 갑자기 웬 꼬마가 세워놓은 자전거를 타고 가니깐 놀래서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자전거 도둑이야! 저 놈 잡아라! 저놈 잡아라!!”

철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냅다 달렸다. 좀 뒤뚱거리기는 했지만 제대로 안장에 앉아서 신나게 달렸다.

읍내에서 제일 넓은 도로라 차량이 가끔 지나간다. 그래서 도로 갓길로 달렸다.

조금 달렸을까? 빗물에 움푹 파인 곳이 있다. 갑자기 나타난 웅덩이에 피할 겨를도 없이 고꾸라지면서 넘어진다. 하필 넘어지면서 오른쪽 비탈로 굴렀는데 저 아래는 논이다.

다행히 호박이 심겨 있어서 호박 넝쿨에 자전거와 함께 걸렸다.

뒤쫓아 오던 어른들은 도둑이라고 쫓아는 왔지만, 호박 넝쿨에 걸려서 허우적거리는 아이가 불쌍했는지, 철호와 자전거를 건져 올리면서 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고 걱정부터 하신다.

“죄송합니다. 자전거가 하도 타고 싶어서 그랬어유.”

“몇 학년이냐?”

“3학년이유” 철호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대답한다.

“하하 그놈 어지간히 자전거 타고 싶었나보구나? 너 말이다. 천천히 이것타고 저기, 한 바퀴 돌아서 아까 우리 술 마시던 곳에 갔다 놔라, 알았냐!”

“네? 감사합니다.”

혼날 줄 알고 주눅이 되어 어깨가 아픈 것도 참으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이게 웬 일이냐?

“하하하 우리는 마저 술 마시러 가세.”

철호는 집에 와서 어머니한테 자랑했다. 꿈에 그리던 자전거를 탔으며 넘어진 얘기까지 무슨 영웅담이나 되는 듯 소상히 떠들어 댔다.

“그러니깐, 철호 네가 자전거 주인한테 아무런 말도 없이 몰래 탔다는 얘기냐?”

“아니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저는 다시 그 자리에 갔다 놓으려고 했어유.”

순간 철호는 자랑하며 떠들던 말이 쏙 들어갔다.

“어떻든 네 마음이야 훔치려고 안했겠지만 그 어른들은 얼마나 놀랬겠니? 그 어른들이 좋으신 분이라 그랬지, 안 그랬으면 너는 도둑놈이라고 경찰서에 잡혀갔다. 알았냐? 다시는 그런 짓 하지마라.”

“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

경찰서 잡혀간다는 말에 놀라서 대답한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네.”

철호는 어깨가 조금 욱신거리지만 차마 말을 못하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한테 혼나기는 했지만 아직도 좀 전의 일을 생각하면 신이 났다. 정말 오랜만에 타 본 자전거다. 꿈속에서 타던 맛하고는 느낌이 다르다.

며칠 지나서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는데 마당에 예쁜 자전거가 세어져 있다.

“엄마! 저 자전거 제거에요?”

“그래, 이제부터는 네 마음대로 신나게 타려무나.”

며칠 전 사건을 들은 아버지는 중고 자전거를 판 것이 후회스러웠고, 큰마음 먹고 월부로 사 놓은 것이란다.

이제는 내 자전거로 마음대로 탈 수 있다. 엉덩이 씰룩거리면서 타지 않아도 된다.

좀 더 힘차게 페달을 밟으면 하늘로 날아갈 듯하다.

그날 저녁 꿈속에서 자전거 타는 꿈이 사라졌다. -끝-


작가의말

누구나 어렸을 적 한번 쯤은 자전거 타는 꿈만 아니라,

하고 싶었던 꿈이 있었겠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냐는 중요하지 않더군요,

꿈을 위해 마음을 쏟다보면 서서히 나도 모르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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