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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野 (원영모)의 서재입니다.

어린이 동화 씨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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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野
작품등록일 :
2017.08.08 10:01
최근연재일 :
2017.08.20 16:27
연재수 :
6 회
조회수 :
667
추천수 :
8
글자수 :
33,732

작성
17.08.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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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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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누에의 꿈

DUMMY

누에의 꿈


커다란 뽕나무 가지에 두 마리의 누에나방이 살고 있어요. 이제 막 고치를 뚫고 태어난 누에나방입니다. 두 달 전 어느 봄날, 알에서 깨어나 누에나방이 되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큰 기적입니다. 기어 다니던 몸에 날개가 생겼거든요.

그러나 정작 날개를 활짝 펴서 날고 싶어도 날 수가 없어요. 누에나방은 태생적으로 날개가 있어도 날개의 역할을 못하게 되어 있어요. 인간에게 좋은 선물을 주는 것으로 끝난답니다. 나비처럼 훨훨 날고 싶은데 그 자리에서 맴돌다 죽어요.


두 마리의 엄마나방과 아빠나방은 짝짓기를 하면서 못 다한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태어날 자식들 중에서 나비처럼 아니면 다른 나방들처럼이라도 세상 밖으로 훨훨 날아갈 후손이 생길 것이라 믿으며 죽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면서 뽕나무에서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앙상한 가지마다 파란 새싹이 돋으면서 커다란 잎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잎들이 커지기도 전에 가지에는 또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에 어미 누에나방이 꿈을 안고 숨겨놓은 알에서 개미누에(갓 나온 어린누에를 개미누에라고 부릅니다)가 깨어나고 있어요. 하나 둘 깨어나는 개미누에는 형제가 수백 명이 넘도록 많아요.

제일먼저 깨어난 첫째가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아 등을 쭉 피면서 기지개를 켜는데 크기가 겨우 3mm되는 쌀알 반 토막 정도입니다. 이어서 깨어난 둘째, 셋째···. 형제 모두가 첫째와 고만고만한 크기입니다.

알에서 나온 개미누에는 엄마누에가 먹었던 뽕잎을 찾아 떠납니다. 그래도 제일 먼저 깨어난 첫째가 그중 앞장서서 오르고 있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둘째, 셋째, 넷째···. 차례대로 줄을 서서 올라갑니다.

첫째는 제일 꼭대기로 올라가야 따뜻한 햇볕도 많이 쬐일 수 있고 부드러운 뽕잎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부지런히 올라갑니다.

사실은 높은 곳에 올라가야 더 멀리 더 높게 날아갈 것이라는 꿈을 꿨었거든요. 지난여름이 지나고 추운 겨울에도 알속에 있으면서 꾸었던 꿈입니다. 그래서 첫째는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날고 싶었어요. 지금은 날개가 없지만 언젠가는 날개가 생겨서 날 수 있다는 믿음은 변화가 없습니다.


이제 막 싹이 튼 뽕잎은 모든 것이 부드러워 높은 곳이나 낮은 곳이나 별반 차이는 없습니다. 그래도 첫째는 나중에 깨어날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가까운 곳은 남겨두고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올라가는데 너무 힘이 듭니다. 아까 만났던 갈림길에서 작은 가지로 올라갔으면 벌써 지금쯤 뽕잎을 먹고 있으며 쉬고 있었을 것입니다. 셋째가 투덜대며 첫째한테 묻습니다.

“형! 그냥 아무 곳이나 빨리 가자. 배고파!”

“셋째야, 힘이 들어도 좀 더 올라가야해, 네 밑으로 동생들이 수백 명이 넘는데 우리가 먼저 차지하고 있으면 동생들은 어떻게 하라고? 우리가 먼저 태어났으니 동생들 먹을거리는 남기고 올라가야지.”

동생들은 첫째형의 말에 묵묵히 따라서 올라갑니다. 형의 말이 맡거든요. 드디어 하루 종일 기어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하는 곳까지 왔습니다. 저 밑에서는 벌써 뽕잎을 먹기 시작한 동생들도 있습니다. 형제는 그제야 허기진 배를 움켜쥐며 허겁지겁 뽕잎을 갉아 먹습니다.

3일 동안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이제는 졸리기 시작합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운명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어린누에들은 한평생 4번의 잠을 잡니다.

한번 잘 때마다 한 살을 먹는데, 새해에는 새 옷을 입듯이 잠을 자고 일어나면 허물을 벗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답니다.

하루를 꼼짝도 않고 잠만 자면서 꿈을 꿉니다.

첫째는 어른이 되어 훨훨 나는 꿈을 꾸면서 잠자면서도 꿈틀대고 있네요.

둘째는 어른이 되기 전에 집을 짓는 꿈을 꾸네요. 멋진 실로 만든 집입니다.

셋째는 아직도 뽕잎을 먹는 꿈을 꾸면서 더 빨리 자라고 싶어 하네요.


아침이 되어 기지개를 펴면서 서로 보았을 때 놀라워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몰라보게 자랐거든요. 크기도 자랐지만 그보다도 그동안 입고 있던 허물을 벗으면서 새롭게 태어난 기분입니다.

잠자느라 배고팠던 것을 보충이나 하듯이 또다시 열심히 먹습니다. 이제는 뽕잎을 이곳저곳으로 갈아타며 맛있는 것을 골라 먹는 재미도 생겼습니다.

첫째가 둘째, 셋째를 부릅니다.

“얘들아! 오늘은 저쪽 남쪽으로 가보자. 저곳이 좀 더 싱싱하고 부드러워 보여.”

이제는 옮기는 속도도 좀 더 빨라졌습니다. 처음 올라 올 때를 생각하면 반나절은 갈 거리인데 이제는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어요. 그렇게 이틀간을 부지런히 먹으니 몸이 커지면서 뚱뚱해지는 것 같고 이제 또다시 잠을 자야 합니다.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이제는 몸의 변화를 알고 있기에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점점 어른스러워 보이는 것이 대견합니다. 이제는 세살(3령)누에가 되었거든요.

그래도 형제들은 함께 다녔습니다. 아직은 서로 떨어져 있기에 겁나기도 하지만, 함께 노력해서 뽕잎을 갉아먹을 때의 쾌감이 있거든요. 첫째가 말합니다.

“야! 오늘은 여기 이놈을 먹어보자.”

“그래! 형, 누가 더 많이 해치우는지 시합하자!”

둘째, 셋째도 신이 났습니다. 배고파 먹지만 그만큼 줄어드는 뽕잎을 보면서 꼭 땅 따먹기 시합하는 것 같거든요. 정신없이 부드러운 잎만 먹다보면 예쁜 모양의 뼈대만 남은 뽕잎이 남아요. 예술가는 아니면서도 스스로 터득한 기술입니다. 이제는 먹는 것에만 힘쓰는 것이 아니고 나름 작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밤하늘을 보면서 작은 별, 큰 별도 만들어보고, 달 모양도 만듭니다. 어느 때는 좀 더 힘든 작업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본 따서 만들기도 합니다. 혼자서는 외롭고 힘들지만 형제가 함께하니 재미도 있으면서 무언가 만들었다는 성취감까지 느껴집니다.

그렇게 3일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품을 만들다 보니 또다시 쉬어야 합니다. 이제 하루 동안 자고나면 네 살(4령)누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새 아침이 되면서 첫째가 동생들을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합니다.

“이제부터는 우리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으니 각자 알아서 살아야 한다. 몸과 정신을 튼튼히 가꾸어서 앞으로 일어나야 할 일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충분히 먹어야하니 각자 넓은 곳으로 떠나라.”

첫째의 엄하고 진지한 말이 떨어지자마자 셋째가 의아해서 묻는다.

“형! 그러면 우리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거야?”

“아니지, 언젠가 어른이 되어서 지금의 우리가 아닌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날 것이다. 그때까지는 주어진 역할을 훌륭히 해야 한다.”

“그 역할이 뭐야?”

이제는 둘째가 묻는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임무가 있단다. 집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세상 밖으로 날아갈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거다.”

“아니? 형! 우리는 지금 겨우 이렇게 걷지도 못하면서 기어 다닐 뿐인데, 어떻게 하늘로 날아다닐 수 있어?”

그러면서 셋째가 몸을 꿈틀대면서 기고 있는 자신의 몸을 보여준다.

“이제 한 살만 더 먹으면, 각자가 직접 집을 짓고 살아야 한다. 고치라고 하는 집인데 그 곳에서 참고 기다리면 너희들은 지금의 모습에서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로 태어난다.”

“그러면 우리도 저기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되는 거야?”

셋째는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로 마침 근처 꽃밭에 앉아 있는 횐 나비를 보면서 묻습니다.

“동생들아! 우리도 저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닐 수 있단다. 꿈을 갖아라. 그것보다 우리는 더 소중한 것을 갖고 있다. 오직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권리이고 능력이란다. 그 능력을 보여 주었을 때 비로소 우리의 꿈도 실현되고, 우리가 만든 집(고치)으로 인간들은 예쁜 비단을 만든다. 그들이 입는 옷 중에 제일 좋은 옷이란다. 긍지와 희망을 갖고 출발하자!”


그러면서 첫째와 동생들은 각자의 꿈을 찾아 더 넓은 곳으로 옮겨갑니다. 그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으로 누구의 안내도 없이 스스로 개척해 나갑니다. 형제도 없이 스스로 별도 만들어보고 구름도 만들면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그렇게 4일간 밤낮으로 일하면서 뽕잎 작품을 만들다가 이제 또다시 깊은 잠에 빠집니다. 이제는 이틀 밤을 잡니다. 그동안 일하느라 못잔 잠을 한꺼번에 잡니다.

잠에서 깼을 때 이제는 어엿한 다섯 살(5령) 누에가 되어있습니다. 마지막 누에로서의 허물을 벗습니다. 매번 놀라운 것은 허물 벗을 때마다 몸무게가 엄청 커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섯 살(5령) 누에는 처음 한 살(개미누에)누에에 비하면 10,000배만하게 몸집이 커졌습니다. 다른 뽕잎으로 옮길 경우에는 이제 두세 번만 움직거려도 갈 수 있습니다. 굳이 나뭇가지까지 내려갈 필요도 없이 바로 다른 잎으로 머리만 쳐들면 옮겨갈 수 있어요. 정말 놀랍도록 커졌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슬픈 소식도 있습니다. 몸집이 커지면서 새들한테 형제들이 잡혀 갑니다. 눈에 쉽게 띄면서 새들의 먹잇감이 되었어요. 어제도 첫째는 바로 옆에서 놀던 다른 동생이 잡혀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검은 물체가 다가오는 순간 얼른 뽕잎 뒤로 숨었는데, 동생은 미처 몰랐었나 봅니다.

“얘들아! 적이다. 숨어라!”

숨으라고 크게 외쳤는데 먹는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못 들었나 봐요. 더 위험하기 전에 집을 만들어서 숨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은 먹으면서 좀 더 힘을 쌓아야합니다. 잠도 안자면서 쉬지 않고 뽕잎을 먹습니다. 집을 만들려면 튼튼한 몸이 되어야 하거든요. 아무리 졸려도 졸지 말고 먹어야 합니다. 여기서 졸린다고 포기하면 지금까지의 긴 여행이 수포로 끝나거든요.

일주일이 접어들면서 성질 급한 누에는 벌써 머리를 흔들면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그동안 온몸에 저장했던 것을 입으로 토해내면서 실을 만듭니다. 머리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입에서 나오는 실로 집(고치)을 만듭니다.

이틀이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로지 그동안 먹은 것을 토해 냅니다. 토해 내지만 예쁜 실입니다. 길게는 1,500m나 되는 엄청나게 긴 실이에요. 이 실로 이틀 밤낮으로 누에고치를 만듭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하얀 집입니다. 토해내는 양만큼 누에는 점점 작아지고 결국은 번데기가 되어 고치가 완성되면서 집안에 갇히게 됩니다.

이제는 보름간의 긴 시간동안 잠을 자면서 탈바꿈할 준비를 합니다. 어른 나방이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요. 좁은 공간속이지만 얼마 후에는 펼쳐질 넓은 세상으로 날아갈 꿈을 꾸면서 혼자만의 긴 여정이 전혀 외롭지 않습니다.

보름동안 세상으로 날아가는 꿈을 꾸다보니 옆구리에 날개가 생겼습니다. 드디어 누에나방이 되어 고치를 뚫고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첫째, 둘째, 셋째 형제들도 차례대로 누에나방이 되어 나왔습니다.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 했습니다. 다행히 첫째가 정신 차리고 부르지 않았으면 정말 모를 뻔 했습니다.

“얘들아! 나야! 너희들 형이다.”

그때서야 목소리를 알아들은 동생들도 자신의 몸을 쳐다보면서 첫째와 똑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와! 형! 우리가 드디어 해 냈어! 이제는 날 수 있는 거야?”

“그래 그럼, 그동안 고생했다. 이제 날아보자!”

드디어 어른이 된 누에나방은 날개가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새로운 세계로 날아갑니다. 그러나 마음은 날고 있는데 몸은 (파닥 파닥) 그 자리에서 맴돌 뿐입니다. 누에나방의 엄마, 아빠가 그랬듯이 짝짓기를 해서 새 생명을 만들어야하거든요. 오랫동안 내려온 누에의 숙명입니다.

첫째 누에나방은 제일 높은 곳에 있었기에 엄마, 아빠나방이 못했던 꿈을 위해 훌쩍 뛰어내립니다. 비록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분은 지금 멀리 훨훨 날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비행입니다.


누에나방이 낳은 알은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면 또 다시 개미누에로 태어나서 엄마, 아빠누에와 똑 같은 삶을 살아가겠지요.

알에서 깨어나 세상으로 날아가는 꿈을 안고 또다시 누에는 고치를 만들 것입니다. 그 고치로 사람들은 멋진 옷을 만들어 입으면서 누에를 생각합니다.

꿈을 잃지 않는 누에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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