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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野 (원영모)의 서재입니다.

한 여름 밤의 情事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중·단편

雪野
작품등록일 :
2017.08.06 22:02
최근연재일 :
2017.08.06 22:17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244
추천수 :
6
글자수 :
19,401

작성
17.08.06 22:15
조회
115
추천
1
글자
10쪽

수수깡 속에서 밀희

DUMMY

살며시 들키지 않도록 수수깡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처음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분명 젊은 년하고 나이 먹은 놈 인듯한데 자세히 안 보인다. 더구나 두 년 놈이 서로 겹쳐있으니 남자 등짝만 크게 보일 뿐이다. 한참을 들여다보면서 교성을 듣다보니 재근이 어미도 은근히 아래쪽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낀다.

남자가 크게 요동을 치고서야 돌아눕는데, 그때야 안이 훤히 보인다. 남자의 축 늘어진 물건까지 자세히 보인다.

‘헉! 뭐야? 옥분이 어미하고, 이장 아냐?’

‘아니 저 사람들은 서로 5촌 관계로 당숙일 텐데?’

‘그나저나 정말 진하게 놀고 있었네, 저 땀 좀 봐. 으이구 내 팔자야.’

재근이 어미는 머리가 혼란스럽다. 방금 본 것을 모른 척 하자니 배알이 꼴리고, 그렇다고 동네사방에 퍼트렸다가는 저 두 사람은 인생 끝나는 것 아닌가.

사실 재근이 어미도 강대창의 인물에 홀딱 반해서 여러 번 추파를 던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눈치를 보아하니 다른 년들하고는 잘 노는 것 같은데, 유독 본인한테는 거리를 두고 지냈다. 은근히 시샘도 나는 참인데, 오늘 제대로 걸렸다. 다른 년도 아니고 제 종질부하고 놀다니,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나무 주우러 가던 것은 까맣게 잊고, 그 길로 집에 와서는 남편한테 방금 보고 온 것을 다 까발린다. 보면서 아래가 축축했었다는 얘기만 빼고는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중계라도 하듯이 오히려 살까지 부쳐서 떠들어 댄다. 역시 동네 수다쟁이다. 남편한테 신나서 떠들더니 옆집 갑순이 어미를 붙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벌린다. 그러면서 비밀이니 갑순이 어미만 알고 있으란다.

결국 금녀하고, 강대창이 집에 와서 땀 씻고 한차례 낮잠을 즐기고 있던 그 시간에, 비밀이라며 너만 알고 있으라고 한 사건은 저녁 어스름한 때가 되어서 어지간한 마을사람들은 다 알게 되었다. 좋은 소식은 기어가도 나쁜 소식은 날아간다고, 하룻밤을 지난 다음 날에는 당사자인 두 집만 모르고 마을 전체에 퍼졌다.

결국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동네 어르신이고 아낙네들은 동네 창피하니 두 년 놈을 마을에서 쫓아내야한다고 두 사람만 모였다하면 떠들어 댔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나 두 집 식구가 있을 때에는 수군대다가도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기만 했지 무어라 말을 못하고 있었다.

사실 마을 어르신들이야 두 년 놈이 유부남, 유부녀로 서로 붙어 지냈다는 것만으로는 당사자 집안이 알아서 할 일이지, 딱히 나서서 무어라 할 처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당숙으로 5촌 관계인 유부남, 유부녀가 만나서 상피(相避)를 했다니, 동네가 창피한 일이다. 더구나 소화리에는 예전부터 강씨 집안이 대대로 내려오는 집성촌이 있는 곳이다. 강씨 집안으로써도 모종의 결단을 내려서라도 엄하게 다스려야겠다고 논하는 참이다.

그런데, 마을 어르신이야 당연히 미풍양속을 거슬린 사건이니 그런다하더라도 아낙네들이 더 극성으로 두 년 놈을 쫓아내야 한다는 데에는 속사정이 있었다. 남자들은 모르는 속마음이다.

금녀와 강대창이 붙어 다녔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마음속으로 불편한 여인네들이 많았다. 잘 못 하다가는 강대창하고 관계한 사실이 들통 날 판이다. 둘 만 아는 비밀이지만 세상사 모르는 일이다. 여자야 당연히 발뺌한다고 하지만 구설수에 오르는 자체가 두렵다. 강대창이란 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이 참에 아예 마을 밖으로 멀리 내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고 앞장서서 무어라 말은 못하고, 모였다 하면 그저 남들 얘기하듯이 상피(相避)한 두 사람을 동네에 그냥 들 수는 없지 않냐하며 여론몰이 할 뿐이다.

그 중에 제일 답답한 사람이 금녀 손위 동서인 형식이 어미다. 강대창이 말 한 번 뻥긋 잘 못 놀렸다가는 본인도 망신살이 칠판이다. 조용히 금녀에게 딴 곳으로 이사 가라고 넌지시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금녀의 집에 찾아갔다.

사실 형식이 어미 입장에서는 조용히 한 사람이라도 떠나면 마을이 안정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금녀가 본인과 강대창하고 그렇고 그런 관계였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한 상태다. 처음에는 조용히 타이르면서 말을 건넸다.

“동생, 요즘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아.”

“어? 무슨 소문인데요?”

시치미 뚝 떼는 금녀가 밉살스럽지만 돌려서 말을 한다.

“누가 그러더라고 동생하고 당숙님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예? 무슨 소리에요? 누가 그래요?”

깜짝 놀란 금녀는 가슴이 뛰는 것을 억제하며, 혹시 동서가 공연히 샘이 나서 저러나 했다. 그러나 형식이 어미로부터 나오는 말은 그것이 아니다. 며칠 전 수수깡더미 속에서 정사(情事)하는 것을 수다쟁이인 재근이 어미가 다 보았다는 것이다.

“내가 그래서 그런데, 동생, 아무 말 말고 조용히 동네에서 떠나야겠다. 마을 어르신이고 여편네들이 그냥 두지 않겠다고 난리야.”

그러자 금녀는 돌변했다.

“형님, 저는 못 떠나요. 왜 저만 갖고 그러세요?”

“엉? 그게 무슨 소리야.”

“형님도 당숙님하고 했잖아요. 제가 모를 줄 아세요? 이 마을에 번지르르한 년 치고 당숙하고 안 붙은 년 있으면 나와 보라하세요? 제가 다 알아요.”

순간 형식이 어미는 앞이 캄캄해졌다. 절대 비밀이라고 한 것이 어떻게 금녀의 입에서 튀어나오나. 그 뿐인가? 금녀의 입에서는 마을 웬만한 아낙네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형식이 어미도 몰랐던 일이다. 사실 형식이 어미는 금녀의 행각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금녀는 저도 좋아서 수수깡더미 까지 가서 그런 행위를 한 것 아닌가. 그러나 형식이 어미는 몇 년 전에 집에서 강제로 당했을 뿐이다. 창피해서 말도 못하고 끙끙 대면서도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봐 왔는데, 금녀의 말을 들어보니 청천벼락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나는 강제로 당한 것이라고 말을 해 본들 누가 믿겠는가? 전부 똑같이 남자 맛에 허덕이던 여편네로 취급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에 지금 앞에 있는 금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를 어찌하나?’

형식이 어미는 말 한번 잘 못했다가 오히려 봉변을 당한 기분으로 집으로 오는 길에, 마을 아낙네들은 만났다. 금녀가 떠들던 여인네들의 목록에 없는 여인들이다.

‘그렇지 이 여편네들이면 떳떳하겠다.’

‘이 여자들이 떠들면 저도 창피해서 물러나겠지?’

그러면서 동네 창피해서 방금 금녀를 만나고 오는 길인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면서 여인네들의 분기(憤氣)를 키웠다. 그러자 그중 나이 먹은 여편네가 주동이 되어 금녀의 집에 몰려갔다.

“옥분이 엄마, 나와 봐!”

분기탱천해서 노발대발 동네 창피하니 마을을 떠나라고 악다구니 써댔더니, 한다는 말이 형식이 어미한테 했던 말을 그대로 떠들어댄다.

“나만 붙었냐? 00엄마, 00엄마 ···, 다 붙었는데 왜 나만 갖고 그래요?”

이게 뭔 일이냐, 한 년이 동네 흐려놓았다고, 몰매를 주려고 찾아 왔는데, 마을 여편네 이름을 거론하며 똑같이 강대창하고 붙었다는 말이다. 찾아갔던 여인들은 아연실색하면서 못 들은 척 집에 와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일이 아니다. 강대창 미꾸라지 한 놈이 온 마을을 갈보 집으로 만든 것이다.

이날부터 밤안개 퍼지듯이 누구네 엄마가 어떻고, 누구네 색시가 그랬다 하더라 하는 말이 금녀와 강대창의 사건에 한데 묶여서 모락모락 온 동네에 퍼졌다.

밤사이에 안녕이라고, 이름이 거론된 집안은 돌아가며 쌍코피 터졌다. 마누라가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금녀와 강대창의 실상이 낱낱이 파헤쳐진 마당에 소용없다. 맨손으로 하늘을 가리겠다고 우기는 쪽이 더 낳을 판이다.

제식이 어미가 지난밤에 남편이라는 작자한테 그렇게 두들겨 맞은 것도 그런 이유다. 억울하다고 하소연 해 본들 엎질러진 물 주워 담기다. 그래서 지금 소문의 발상지를 찾아서 씩씩대며 찾아가는 길이다.

“옥분이 엄마! 집에 있나?”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 난리를 치고 온 동네가 떠들썩한데도 석호는 아직도 세상모르고 밭에서 일만 하고 있다. 노심초사 불안한 마음으로 부엌에서 막 아침 설거지를 하고 있던 금녀는 또 어느 년이 시비를 걸려고 찾아왔나하고 삐죽이 내다 봤다. 윗마을 제식이 어미다. 얼굴은 밤새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말을 안 해도 알만하다. 금녀가 거론했던 인물 중 한명이다. 순간 몸이 경직된다. 분명히 따지러 온 것이다.

“제식이 어머니 오셨어요?”

“옥분이 엄마, 아니 금녀! 너 나하고 무슨 원수진 일 있다고 거짓말을 퍼뜨리는 거야? 네년이 화냥질하다가 들켰으면 조용히 죽을 일이지 왜 엄한 사람을 끌어드려.”

간밤에 당한 것을 생각하면 당장에 머리채라도 뜯고 싶지만 일단은 자초지종이라도 듣고 싶어서 엄포를 놨다.

“아니, 제식이 어머니요, 거짓말이라니요? 저는 들은 얘기 그대로 한 거 에요. 따지려면 강대창 그 사람한테 따지세요. 그 사람하고 예전에 붙었다면서요.”

이제 금녀는 막가는 인생 같다. 미안하다든지, 잘 못 말했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큰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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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소화리에 남은 아낙네들.... 17.08.06 99 1 4쪽
» 수수깡 속에서 밀희 17.08.06 116 1 10쪽
4 남편이 아니면 누구? 17.08.06 158 0 7쪽
3 한 여름 밤의 情事 17.08.06 150 1 8쪽
2 애 간장 녹이는 여인 17.08.06 214 1 8쪽
1 아닌 밤중에 날벼락 17.08.06 50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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