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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野 (원영모)의 서재입니다.

한 여름 밤의 情事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중·단편

雪野
작품등록일 :
2017.08.06 22:02
최근연재일 :
2017.08.06 22:17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242
추천수 :
6
글자수 :
19,401

작성
17.08.06 22:07
조회
507
추천
2
글자
8쪽

아닌 밤중에 날벼락

DUMMY

‘이런 죽일 년이 있나? 지 년이 붙어 지랄을 했으면 어디 가서 콱 뒤지기나 할 것이지 엄한 나를 왜 끄집어내서 이 사단을 만드는 거야.’

제식이 엄마는 눈덩이고 어디고 얼굴은 시퍼렇게 멍들어 씩씩대며 아랫마을 옥분이 집으로 가는 중이다. 옥분이 어미를 족쳐서 사생결단을 해서라도 어제 밤에 남편한테 받은 오해를 풀어야한다.

날도 더워서 대청마루에 모기장 쳐놓고 한쪽 구석에서 자식 놈들하고 조용히 자고 있는데, 어디서 술을 먹고 오는지 거나하게 취한 남편이라는 작자가 모기장도 쳐 올리지 않고 대뜸 발길질로 걷어찬다.

잠결에 대문소리가 나서 남편이려니 생각하며 알아서 들어와 자겠지 했는데, 느닷없이 옆구리를 채인 제식이 엄마는 놀래서 기겁하며 일어났다. 이게 뭔 일인가 정신도 차리기 전에 또다시 발길질이 날아온다. 그 바람에 모기장을 묶어 놓은 줄이 끊어지면서 한 쪽으로 쏠리고 제식이 엄마는 졸지에 모기장에 갇힌 꼴이 되었다.

맞은 옆구리에서 쉿 소리 나게 쓰러지면서도 도대체 왜 맞아야 하는지 이유를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러도 저 인간한테 맞을 일이 없다. 그동안 없는 살림에도 알뜰살뜰 모으면서 살고 있지 않았나. 그런데 다짜고짜 말도 없이 발길질이니 환장할 노릇이다.

“제식이 아버지요!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술을 쳐 먹었으면 좋게 잘 일이지, 왜 잘 자는 여편네를 때리는 게요?”

그 통에 잠자던 아이들도 놀래서 앉아있다.

“너 이년, 아이들이 깼으니 조용히 따라와!”

런닝에 고쟁이 차림으로 자다 말고 엉겁결에 따라 나서는데, 발길질 당한 옆구리가 욱신거린다. 뒷마당으로 가자마자 손찌검이 올라오는 순간, 얼른 손목을 잡아챘다.

“도대체 뭔 일이에요? 왜 이러는 거요?”

“야! 이 년아! 너 저 아랫마을 상철이 애비하고 붙어먹었다며? 네가 잘 알 텐데 뭔 말이 많아!”

그러면서 다짜고짜 주먹질이다.

“아이고, 사람 잡네! 야 이놈아 어디서 뭔 말을 듣고 개 난리야?”

“뭐야! 개 난리? 네 년이 그 놈하고 붙었었다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데, 뭔 개수작이야? 도대체 얼마나 붙어 다녔으면 그런 소문이 나냐?”

밤새 얻어터지면서 들은 얘기는 그렇다.

아랫마을 옥분이 어미 년인 박금녀가 제 당숙인 강대창이라는 놈과 상피(相避)붙어서 지랄 떨다가 동네 수다쟁이로 유명한 재근이 어미한테 들켰는데, 동네 어르신이고 아낙네들이 몰려가서 동네 창피하니 내 쫓아야 한다고 잡도리를 쳤더니만 한다는 말이 어느 누구도 붙었고, 동네 년들 이년 저년 그놈하고 안한 년들이 없는데 왜 저만 같고 그러나면서 올라온 이름에 제식이 엄마도 있었던 모양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께도 유분수지, 그년하고 원수진 일도 없는데 이게 웬 말이냐? 아무리 그런 일이 없었다고 큰소리도 쳐보고 사정을 해도, 한번 뒤집힌 남편은 아예 귓구멍을 막아놓은 상태다.

“이년아! 그래 어디 할 짓거리가 없어서 남편 몰래 배 맞추고 다녔어! 네년이 그래도 지금 할 말이 있냐?”

“제식이 아버지요, 뭔가 오해에요, 나는 그 작자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내가 뭐를 했다는 게요.”

“그런데 왜 그런 소문이 온 동네에 쫘악 퍼졌냐? 네년이 얼마나 꼬리를 치고 다녔으면 그런 소문이 나!”

사실 얻어터지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강대창이라는 놈을 한번쯤은 품고 싶었던 생각이 전혀 없지는 않았음을 들킨 기분이다. 그렇다고 정말 배꼽이라도 한번 맞췄었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겠다. 어디서 그런 황당한 소문을 듣고 와서는 마누라를 오뉴월 개 패듯이 하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마음속에 한번 품었던 남정네 때문에 맞아 죽을 판이다.


작은 시골마을에 아랫마을 윗마을 해봐야 고작 50여 가구가 산자락에 고즈넉하게 모여서 농사나 짓고 사는 순박한 동네다. 딱 한명 강대창만 빼 놓으면 이웃사촌 간에 허물없이 대문도 활짝 열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강대창, 나이는 이제 사십이 갓 넘으면서 자식이 다섯이나 되는 위인이다. 키도 훤칠하고 생긴 것도 남자다우면서 얼굴이 반듯하게 잘 생겼다. 이곳 소화리 촌구석에서 농사짓고 살아서 그렇지 대처(大處)로 나가면 분명 사장님 소리 들으면서 살 놈이다.

이번 사건으로 빼도 박도 못하고 패륜아(悖倫兒)가 되었지만 입담도 좋고 용모도 준수한데다가 직책이 이장인지라 마을 어른들부터 신뢰를 쌓고 있었던 위인이었다. 그러면서도 아낙네들로부터는 상종하기에 떨떠름하고 경계대상 1호였다.

이장이니 만큼 평상시에도 자연스레 마을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야 당연할진데, 집안의 가장인 남정네를 만나는 것보다 여인네를 더 즐겨 찾았다. 그중에는 은근히 추파를 던지는 아녀자도 없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생긴 대로 논다고 농사지으면서도 틈만 생기면 동네 여인네들에게 수작부리는 재미로 사는 놈이다.

그렇다고 온 동네 여인네들한테 전부 집적댄 것은 아니다. 상판이 그래도 받쳐주고 농을 걸어도 은근히 받아주는 여편네 중에서도 젊은 아낙을 골랐다. 하지만 할 말 있고 못할 말이 있듯이 남녀 간의 일, 특히 정분난 일을 당사자들이 함구하면 세상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더구나 한 동네에서 유부남 유부녀가 정을 통하려면 보통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니, 상철이 아비인 강대창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소문낼 여인네는 아무도 없었다.


한데 이번 사건으로 누구네 엄마도 했고, 누구도 그랬다 하면서 작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놨다. 마을 사람들이 쉬쉬하는 통에 당사자인 제식이 아비가 하루 이틀 늦게 알았을 뿐이지 온 동네에 벌써 소문이 쫘악 퍼져서 이제는 지나가는 개도 알고 있을 정도니, 마을 이 집 저 집에서 밤이고 낮이고 입에 올랐던 여인네들은 제 명에 죽기 힘들 판이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강대창의 끊임없는 탐욕 때문이었다. 본인들이 밝히지 못해서 그렇지 소화리에서 좀 예쁘다하는 여자들치고 강대창의 마수에서 벗어난 사람이 많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원하던 원치 않던 간에 강대창의 마음에 한번 꽂혔다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자빠뜨렸다. 문 열고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은근히 마음 한편에 비워놓은 자리를 용케도 찾아드는 강대창을 밀어내지 못한 숙맥들이다.

그런 강대창이 종질부(從姪婦)인 박금녀를 보면서는 늘 마음이 무거웠다.

종질인 강석호는 열 살 아래인데다가 어릴 적부터 보아왔던 처지인지라, 늘 아끼고 돌봐주는 관계였다. 그런데 금녀를 결혼식 날 보면서부터 강대창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잘 빠진 몸매도 몸매이지만 얼굴이 예쁘다기보다는 은근히 색(色)을 좋아하는 유형이다. 강대창이 제일 좋아하는 몸매이고, 자신 있게 수작을 부릴 수 있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인 여인네치고 강대창의 마수에 안 넘어간 여인이 없었다.

그래도 당숙인 처지에 다른 아녀자처럼 대할 수도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보니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 무거운 것이 아니다. 종질부만 아니었으면 벌써 사단을 냈어도 뭔가 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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