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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마음으로

귀농 후 여배우와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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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
작품등록일 :
2024.09.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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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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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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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0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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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피로야 물럿거랏! 방울토마토

DUMMY

3화 – 피로야 물럿거랏! 방울토마토


바삭바삭한 봄 햇살이 기분 좋다.


“으랏차!”


나는 꾸부정한 허리를 펴며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에 하는 육체노동이라 피곤했다.

그래도 이 고통이 내겐 행복이었다.

밭을 가꾸고 작물을 키워낸다는 게 생각 이상으로 보람 있었으니까.


“아이고! 디다, 디! 김 장군! 힘이 어찌 그리 좋누? 이 땡볕에 내도록 밭일해도 하나도 지치지를 않어. 역시 왕족의 후손이라 그런가. 아하하!”


장덕수 이장님은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껄껄 웃으셨다.

하긴 이장님께서 쉬엄쉬엄 일하는 동안 나는 한숨도 안 돌리고 밭을 맸으니까 말이다.


“생각보다 재밌네요. 여기에 제가 심은 작물이 자란다고 생각하니 막 설레고 그럽니다!”

“아주 좋아! 훌륭해! 자고로 남자는 농사의 기쁨을 알아야 세상을 아는 법이야!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쌀밥이 그냥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거든. 농민들의 땀내 나는 노고를 알고 매 끼니를 감사하며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그렇게 농사를 잘 알아야 자식 농사도 건실하게 잘 짓는 법이야!”


목덜미에 두른 수건으로 땀을 닦던 이장님은 이내 트럭에서 포대를 한 자루 끌고 오셨다.


“이장님, 그건 뭔가요?”

“감자야. 심어서 번식할 수 있도록 잘라놓은 거라 바로 땅에 꽂으면 돼. 처음에는 감자만 한 농작물이 없어. 맛있지, 배부르지, 잘 자라지. 최고야, 최고!”


이장님은 연신 엄지를 휘두르셨다.

감사하게도 뜻밖의 감자를 얻게 되어 나 또한 몹시 감사했다.


“자, 그럼, 심어 보자고!”


포대에서 감자를 쏟고선 이장님은 감자를 심기 좋게 자르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잊지 않고 체크 해야 할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내 눈에만 보이는 밭의 상태창이었다.


텃밭에 새로운 작물이 준비되었습니다!]

[이번 작물: 피로야 물럿거랏! 방울토마토]

[효능: 한 알 섭취 시 10시간 숙면을 취한 것과 같은 개운함을 선사 합니다]

[재배 조건: 마을 주민 한 사람을 집에 6시간 머무르게 하세요]

[현재 재배 완료까지 달성률: 33%]


이장님이 여기 두 시간 정도 머물렀을 때 완성도는 33%.

달성까지 이제 1/3 정도 다다랐다.


두근두근 설레기 시작했다.

정말로 100%를 채우면 모든 피로를 싹 사라지게 하는 마법의 방울토마토가 자라는 걸까.


“다 심었다. 좋았어! 이제 우리 사람이 할 일은 다 마쳤어. 남은 건 시간에 맡기는 것뿐이지.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잖여.”


일을 끝마친 이장님은 목장갑을 벗으셨다.

개운한 얼굴로 땀을 닦으시는데 정말로 할 일을 다 마치신 듯 보였다.


불안한 마음에 나는 안내창을 확인했다.


[현재 재배 완료까지 달성률: 81%]


남은 달성률 포인트는 19%

시간으로 환산하자면 68분 정도다.


앞으로 대략 한 시간 정도만 버티면 되는데 일이 끝나 버렸다.

그리고 하필이면 이장님은 슬슬 떠나보려는 눈치셨다.


“할 일도 다 마쳤으니 이만 가볼까. 아, 내 다 알어, 요즘 젊은 친구들은 눈치 없이 처음 보는 사람이 집에 눌러앉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 다 안다고. 암 알고말고. 나 그렇게 눈치 없는 늙은이 아니야. 이래 봬도 항상 영하게, MZ 하게 살려고 얼마나 공부하는데. 허허허! 그려, 그려. 나는 이만 가볼 테니 쉬고 있게. 멀리 나오지 말어~”


이런, 큰일이다!

이대로 이장님이 떠나버리신다면 지금까지 채웠던 달성률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조금만 더 머물러 주신다면 피로야 물럿거랏! 방울토마토가 맺히는데!


다 된 밥에 코 빠트리고 공든 탑이 무너지려는 순간이다.

나는 어떻게든 이장님으르 붙들어 매야 했다.


“이, 이장님!”

“에잉? 왜 그려?”

“저, 감자도 나눠주시고 궂은일도 도와주셨는데 이대로 보내드리긴 아쉬워서요. 아니, 제가 못 보냅니다! 시원한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시죠.”

“아유, 괜찮어! 막 이사 와서 정리도 안 되고 어수선할 텐데 내가 괜히 방해하면 안 되지.”

“이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진 모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땀방울을 흘린 남자들끼린 전우애가 싹 튼다고요. 우정의 의미로 냉커피 한 잔 꼭 나누고 싶습니다.”

“아니, 자네···”


내 간곡한 요청에 이장님의 눈빛이 달라졌다.

매니저 일을 하며 사람들만 수만 명 만나보며 배운 바로 알 수 있다.

이장님은 감동을 씨게 먹은 것이다.


“크흣. 요즘 같이 늙은이들 하찮게 보는 세상에 이렇게 말해주는 젊은이가 다 있나. 할 일이나 하고 떠나는 게 도리라 생각했는데 정말 괜찮은가?”

“물론이죠! 아버지뻘 되는 분께 도움을 받아놓고 그냥 보내는 건 사람된 도리가 아니죠.”


나는 이장님을 마루에 앉히고 부채를 쥐여드렸다.


“선풍기가 없다 보니 이걸로 잠시 열이라도 식히시죠.”

“선풍기 같은 거 없어도 돼. 요즘 사람들은 다들 편하려고만 해서 탈이야!”


다시 기운을 차린 이장님은 게으른 현세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셨다.

그 연설을 들으며 나는 물을 끓였다.

고된 노동을 마치고 마시는 커피는 당연히 달달한 믹스 커피 아니겠나.


뜨거운 물에 커피와 설탕과 프림을 적절히 녹인 뒤 얼음으로 차갑게 식힌다.

같이 내놓을 과자가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요즘 세상이 편해진 거지 좋아진 건 아니거든! 뭐든 다 기계로 하려고 그래!”

“하하하. 맞습니다. 커피 드시죠.”

“어흠! 고맙네. 잘 마시지!”


달고 시원한 냉커피로 타는 목마름을 적신 이장님.

열기가 식자 괜히 민망하신 눈치다.


“내가 또 흥분했지? 미안허이. 자꾸 고집스럽게 내 생각만 이야기하는 것 같어.”

“아뇨! 저는 오히려 더 듣고 싶은걸요!”

“정말인가?!”


나는 밭 위로 떠오르는 안내창을 보았다.


[현재 재배 완료까지 달성률: 90%]


앞으로 36분.

간신히 다가온 골인을 위하여 이장님을 좀 더 붙잡아 두어야 한다.


“이 격변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 오신 어르신들의 지혜를 듣는 것이 얼마나 영광인데요. 이런 건 돈 내고 들어야 합니다. 가만있어봐, 메모장이 어딨지?”

“아유! 이 사람이 진짜! 왜 이래?! 무슨 메모야, 메모는!”

“아닙니다! 인생의 선배님께서 알려주시는 통찰력인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는 없죠.”

“됐어, 됐어. 그냥 시대에 뒤떨어진 노친네 혼잣말을···”


이장님은 손사래 치지만 솔직히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었다.

은근히 바라시고 계셨다.

내 액션에 기분이 좋아지신 이장님은 이야기를 더 이어가셨다.


현 세태에 관한 이장님 나름의 분석을 들으면서도 나는 밭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위에 떠오른 안내창의 달성률은 조금씩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현재 재배 완료까지 달성률: 97%]


“아, 그러니까! 요즘 시대에는 철학이 없어요, 철학이!”


[현재 재배 완료까지 달성률: 98%]


“먹고 사는 거?! 물론 중요하지!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야! 내가 조상님을 모시긴 하지만 성경에서 그러더라고.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현재 재배 완료까지 달성률: 99%]


“그러니 사람은 먹고사는 거 말고도 더 큰 뜻을 품고 이루어야 한다~ 이 말이야. 그치, 우리 김 장군?”


이장님은 이야기에 심취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귀 기울일 겨를이 없었다.

대신 온 관심이 밭에 쏠려있었다.


그야,


[현재 재배 완료까지 달성률: 100%]


밭의 퀘스트를 완성했으니까.


[축하드립니다!]

[미션을 완수하셨습니다!]

[언제든 피로야 물럿거랏! 방울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레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저 환상의 마법 방울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다니.

왠지 동심마저 부푸는 기분이었다.


때마침 이장님도 슬슬 일어나시려는 눈치였다.


“어이구, 어이구! 생각보다 너무 오래 머물렀구만! 이젠 진짜 가봐야겠어.”

“참 아쉽습니다. 모처럼 좋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사실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전부 기억하진 못한다.

하지만 나는 미간을 좁히고 눈썹을 살짝 굽힌 채 정말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우리 김 장군이랑 더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참 아쉬워. 근데 이제 진짜 들어가 봐야제. 다 늙어서 밥이라도 제때 얻어먹으려면 안사람 심기 안 건드리는 게 최고거든! 하하하!”


이장님은 껄껄 웃으며 마루에서 일어나셨다.

나는 정중히 두 손을 모은 채 이장님을 마중했다.


“아, 나오지 말어! 들어가, 들어가!”

“가시는 거 보고 들어가겠습니다.”


솔직히 마음은 이미 밭에 가 있었다.

얼른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사람이 그래선 안 된다.

날 위해 다 퍼주고 일손도 도와주신 데다 미션 달성도 도와주셨는데 이제 볼일 없다고 팽, 뱉어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들어가래두!”

“하하하! 조심히 가십쇼!”


멀리 이장님의 트럭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는 냅다 밭으로 뛰어 돌아왔다.


“후우. 마침내!”


밭 앞에 선 나는 손을 비볐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


“어··· 언제든 수확할 수 있다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일단 미션을 완수하긴 했는데 막상 보상을 어떻게 취하면 되는지 모르겠다.

어쩔 줄 몰라 하며 밭 주위만 맴돌고 있던 그때였다.


[피로야 물럿거랏! 방울토마토를 수확하시겠습니까?]


마침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밭 위에 뜬 안내창은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어떻게 동의하면 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대답해 볼까?


“응! 부탁해!”


그러자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밭이 환한 빛에 둘러싸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빛은 이내 황금빛으로 변해가더니 더욱 아름다운 광채를 뿜어댔다.

온기는 따스했고 고소하게 피어오르는 흙 내음이 황홀했다.


이 비현실적인 체험 속에 완전히 빠져든 나는 입이 벌어진 줄도 모르고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러길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이 밭 한가운데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 빛은 하나의 길쭉하고 우뚝 솟은 형태로 굳어지더니 이내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홑씨처럼 흩어졌다.


그 자리에 남은 건, 한 대의 곧은 방울토마토 줄기였다.


“우와··· 내가 뭘 본 거지?”


눈 뜨고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얼떨떨하면서도 나는 방울토마토 줄기로 걸어 나갔다.

자세히 살펴보니 빨간 방울토마토가 다섯 알 맺혀 있었다.


“동글동글 예쁘다··· 빛깔도 곱고··· 그런데 이게 정말 신기한 방울토마토 맞아?”


밭이 빛에 휘감기는 기적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때, 내 그런 의심에 화라도 내듯 안내창이 떠올랐다.


[피로야 물럿거랏! 방울토마토를 수확하실 수 있습니다]

[효능: 한 알 섭취 시 10시간 숙면을 취한 것과 같은 개운함을 선사 합니다]


“뚫어져라 바라본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먹어보는 수밖에!”


어차피 먹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고민이 길어질 것만 같아 나는 냅다 방울토마토를 입 안에 던져넣었다.


의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밭을 감싸는 따스한 온기를 떠올리면 왠지 안심이었다.


그런 믿음으로 나는 방울토마토를 씹어 삼켰다.

우선 놀란 건 맛이었다.


“와아! 이거 뭐야?! 왜 이렇게 맛있어?!”


아주 달콤하고 풍미는 깊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일반 방울토마토보다 10배 정도는 더 맛좋은.


그러나 이 방울토마토의 위엄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어?! 몸이···?!”


몸이,

무척이나 가벼워졌다.

그 이유를 눈앞에 뜬 신기한 안내창이 알려주고 있었다.


[피로야 물럿거랏! 방울토마토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피로도:61/100] → [피로도: 0/100]


“내 몸 상태도 보여주는 거야?”


한낮 동안 쉬지 않고 밭일하며 쌓인 피로와 근육통이 씻은 듯 사라진 것이다.

어깨결림도, 허리통증도 사라졌다.

살짝 느껴지는 졸음도 사라졌다.


진짜였다.

피로가 사라진다는 방울토마토의 진실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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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후 여배우와 하룻밤을 보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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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나누리 마을 단톡방에 초대되었습니다 NEW +4 9시간 전 277 11 13쪽
20 [피부 등급: A] → [피부 등급: S] +1 24.09.18 564 18 12쪽
19 마을 잔치에 나타난 톱 여배우 24.09.17 751 19 14쪽
18 진짜배기 시골 솥뚜껑 삼겹살 +1 24.09.17 842 17 14쪽
17 톱 여배우와 톱 여가수의 만남 24.09.16 914 18 14쪽
16 손님 10명을 6시간 동안 머물게 하세요 +4 24.09.15 982 21 13쪽
15 왜 나한테 자고 가라고 했어요? 24.09.14 1,085 22 14쪽
14 오빠, 나랑 여기서 카페나 차릴래요? 24.09.13 1,142 22 13쪽
13 너도 우리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라 +1 24.09.12 1,182 21 15쪽
12 관절 염증이 치유되는 뼈가 튼튼! 포도 24.09.11 1,248 22 13쪽
11 톱가수가 집에 찾아왔다 24.09.11 1,395 23 14쪽
10 여배우와 또다시 하룻밤을 24.09.10 1,567 22 14쪽
9 다시 찾아온 여배우 24.09.09 1,504 24 13쪽
8 나는야 마을의 인기쟁이 24.09.08 1,532 22 15쪽
7 식혜 받으러 가자고 +3 24.09.07 1,822 24 13쪽
6 용기 만땅! 체리 +1 24.09.06 1,962 27 14쪽
5 역시 태진 오빠는 좋은 사람이야 24.09.05 2,196 31 14쪽
4 톱 여배우와 하룻밤 24.09.04 2,473 34 13쪽
» 피로야 물럿거랏! 방울토마토 +3 24.09.03 2,050 27 12쪽
2 나누리 마을 회관 +2 24.09.03 2,154 29 15쪽
1 쉬고 싶어서 +2 24.09.03 2,464 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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