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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c 님의 서재입니다.

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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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c
작품등록일 :
2024.02.10 17:45
최근연재일 :
2024.04.05 09:30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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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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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0
글자수 :
279,775

작성
24.03.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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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
11쪽

39화. 유창호 회장

DUMMY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던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 이변이 발생하고 말았다.


여야 대통령 후보 지지율 차이가 1% 미만으로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야당 후보 쪽에 악재가 터지고 말았다.


유럽에서 유학 중인 야당 후보의 막내아들이 뺑소니 음주운전 사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횡단보도를 건너던 남자가 막내아들 차에 치여 사망까지 한 중대 범죄였다.


선거를 두 달 남겨둔 야당으로서 최악의 악재였다.


이 일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박빙이던 지지율이 여당 후보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그동안 관망하던 중도층 표심이 여당 후보로 돌아서면서 지지율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졌다.


야당으로서는 이를 뒤집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었다. 아직 대선까지 두 달이 남았지만, 대세는 여당 후보로 완전히 넘어간 분위기였다.




*

범호 그룹 유창호 회장의 청담동 저택 서재.


대선 지지율과 그에 관련한 내용을 보고 받은 유창호 회장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지지율이 17%나 벌어졌군.”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질 것 같습니다.”


김석진 비서실장이 말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던 판이 엉뚱한 곳에서 깨져버렸군.”

“알아보니 이전에도 음주운전 이력이 있었습니다.”

“아들놈이 아비 앞길을 제대로 망쳐 버렸군.”

“...”

“그래서 김 후보 쪽은 어때?”

“측근들 얘기로는 대선이 끝나면 정계를 은퇴하실 모양입니다.”

“쯧쯧. 어디를 가나 자식놈이 문제야.”


죽은 유민태를 말하는 것 같아 김 실장은 대꾸하지 않았다.


“이기명이라는 놈은?”

“아무래도 필리핀으로 밀항을 한 것 같습니다.”

“...”

“현재 필리핀 쪽 인맥을 총동원해서 이기명을 찾고 있습니다.”

“김 실장.”

“네.”

“찾으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해.”


돌려 말했지만, 죽이라는 뜻이었다.


언론에 알려진 것 말고도 여러 정황상 유민태가 저지른 다른 범죄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만약 이기명의 입에서 그런 것들이 까발려지면 범호의 이미지는 회복 불가능하게 된다.


“네.”

“그리고 그놈을 한번 만나야겠어.”

“강태식 형사 말입니까?”

“그래.”

“언제로 할까요?”

“병원에 가는 날이 언제지?”

“모레 금요일입니다.”

“그때가 좋겠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데려와.”

“네.”




**

목요일.

나인은 정기적으로 받는 머리 검사 때문에 월차를 냈는데, 오 반장이 금요일까지 그냥 쉬라고 했다.


이참에 주말까지 쉬면서 바람이라도 세고 오라고 했는데, 특혜라면 특혜고 편애라면 편애였지만, 이를 가지고 뭐라 하는 형사들은 없었다.


3팀 형사들은 시샘이나 질투는커녕 한 일주일 정도 휴가를 주라고 건의하기까지 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이번 조상범과 김태상 검거는 막내의 실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막내 강태식 형사가 자신의 공을 최대한 줄이고 3팀 형사들 실적으로 보고서를 올렸다. 이러니 3팀 형사들이 막내 강태식 형사를 안 이뻐할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머리 검사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의사가 걱정하는 점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기억. 즉 기억상실에 있었는데, 나인은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 같다는 말로 적당히 둘러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 강태식 형사님 맞으시죠.

“네. 그런데 누구...?”

- 범호 그룹 유창호 회장님을 모시는 김석진 비서실장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유창호 회장이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나인이 예상한 것보다 조금 빠르기는 했지만, 빨라서 나쁠 건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 회장님께서 한번 보고 싶어 하십니다.

“저를요?”


나인은 일부러 모른 척했다.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떠보기 위해.


- 돌아가신 유민태 도련님과 만나신 적 있더군요.

“네. 몇 번 만났습니다.”

- 그리고 8년 전에 화재사고로 돌아가신 강만혁 변호사님의 아들이시고요.”


뒷조사를 이미 끝낸 모양이었다.


“그렇습니다.”

- 회장님이 강 형사를 만나고 싶은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라면 만나죠.”

- 내일 시간이 어떨까요?

“좋습니다.”

- 그럼, 내일 저희 쪽에서 차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요. 시간과 약속 장소만 알려주시면 알아서 찾아가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회장님을 만나는 건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죠.”


통화를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가 왔다.


내일 오후 네 시, 대한 병원 지하 2층 주차장으로 오면 된다는 문자였다.


“대한 병원이라.”


유창호 회장이 무슨 말을 할지 내심 기대가 되는 나인이었다.




**

올해 1월.

유창호 회장은 대한 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았다.


몇 년 전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는데, 그룹 경영에 손을 놓을 수 없어서 수술 대신 약물치료로 이를 대체했었다. 그러다 올 1월에 심장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수술하게 됐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다만, 현재의 몸 상태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유 회장은 그룹 경영에서 잠시 물러났고, 윤 회장의 최측근이자 친구인 민수영 범호 금융 사장이 임시회장으로 그룹 경영을 맡게 됐다.


그리고 금요일 오늘.

유 회장은 심장 수술의 경과와 몇 가지 검사를 위해 대한 병원에 다시 입원하게 됐다.




나인은 약속 시각보다 10분 일찍 대한 병원에 도착했다.


지하 2층 주차장으로 내려오자, 주차요원 한 명이 수신호로 나인의 차를 안쪽 VIP 전용 주차 칸으로 인도했다.


나인은 그 VIP 전용 자리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강태식 형사님?”


미리 대기하고 있던 남자가 물었다.


“네.”

“김석진 비서실장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나이는 50대 초반쯤 되어 보였다.


깔끔하고 단정한 옷차림에 흐트러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의 남자였다.


“가시죠. 회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네.”


나인은 김 비서실장을 따라 VIP 병동으로 향했다.


VIP 병동이라 그런지 보안이 철저해서 일반인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핸드폰을 비롯한 소지품을 모두 맡기고 몸수색까지 마친 후에야 병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강만혁 변호사의 아들이라고?”


나인이 들어오자, 유 회장은 인사조차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렇습니다.”

“민태는 왜 만났지?”


상대를 압도하는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분위기까지.


대한민국 거대 그룹의 총수다운 포스를 아낌없이 뿜어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윤 회장의 압도적인 포스에 주눅이 들 테지만, 나인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아니, 나인이 마음먹고 살기를 뿜어내면 심장이 좋지 않은 윤 회장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었다. 경찰이라 형사라 참고 있을 뿐이었다.


나인은 소파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앉으라고 한 적이 없는데.”

“문제가 됩니까?”


주눅은커녕 너무나도 당당한 나인의 모습에 유 회장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이놈 뭐지?’


지금껏 수많은 사람을 만나본 유 회장이다.


말 몇 마디와 표정 그리고 행동만 봐도 어떤 인간인지 알 수 있는데, 앞에 앉아있는 강태식 형사는 좀처럼 예측이 되지 않았다.


“유민태 사장님을 왜 만났는지 물으셨죠?”

“그래.”

“물어볼 게 있어서 만났습니다.”

“?”

“8년 전, 저희 부모님을 죽인 범인과 그 배후에 대해 아는지 물어봤습니다.”

“그 사고는...”

“평범한 화재사고라고 말씀하실 거면 그만두시죠.”


유 회장의 말을 자르며 나인이 말했다.


“부모님은 화재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하셨습니다. 화재는 그 살인을 감추기 위한 위장이었고요.”

“...”


나인은 유 회장의 얼굴을 살피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도 부모님의 죽음이 살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경찰 윗선에서 압력이 들어왔죠. 단순 화재사고로 종결지으라는. 하지만 담당 형사는 압력에 굴하지 않았고 그 덕에 누명을 쓰고 경찰 옷을 벗어야 했죠.”


유 회장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무리하면서까지 살인사건을 단순 화재사고로 종결지으라고 압력을 넣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했죠. 범호 그룹 고위층에서 손을 썼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민태는 뭐라 하던가?”

“당시 유 사장님은 미국 LA지사에 근무하고 있어 모른다고...”

“그래서 죽였나? 민태를?”


나인의 말을 끊고 갑자기 훅 들어오는 유 회장이었다.


나인은 당황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저는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


나인의 말과 표정에 유 회장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확실히 보통 놈은 아니군.’


강태식 형사.

지금껏 유 회장이 상대한 인간들과는 어딘지 모르게 결이 다른 느낌이었다.


모든 면에서 유 회장은 갑이고 강태식 형사는 하찮은 을에 해당했다. 그런데 전혀 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 더 묻지.”

“네.”

“자네 말대로 강만혁 변호사가 살해당한 거라면, 범인은 누군가?”

“알아보고 있습니다.”

“증거는?”

“없습니다.”

“물증도 없이 추측만으로...”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유 회장의 말을 자르며 나인이 말했다.


“뭐?”

“부모님을 살해한 범인을 찾으면 죽일 생각입니다. 제 손으로. 그게 회장님이라도 말입니다.”

“이것 봐요!”


잠자코 듣고 있던 김석진 비서실장이 발끈해 한마디 했다.


유 회장이 손을 들자 김 실장은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닫았다.


“거래를 하지.”

“거래요?”

“내 아들을 죽인 이기명을 내 앞에 데려와. 그러면 모든 진실을 말해주지.”


나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난감했다. 그 이기명 실장이 이미 나인의 손에 죽었으니.


“왜 자신 없나?”


나인이 뜸을 들이자, 유 회장이 말했다.


“아닙니다. 거래 응하겠습니다.”


설령 이기명을 데려온다고 해도 진실을 말해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거래에 응하겠다고 말한 이유는 유 회장과의 만남을 유지한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기대하지.”

“많은 걸 기대하셔도 될 겁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나인이 말했다.


유 회장은 그런 나인을 말없이 바라봤다.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소파에서 일어나며 나인이 말했다.


오늘 만남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은 그저 탐색전 정도? 유 회장이 어떤 인물인지 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강 형사.”

“네.”

“무서운 게 없는 건가? 아니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가?”


유 회장이 물었다.


“전자입니다. 제가 무서운 게 없거든요.”


나인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묵례하고 그대로 병실을 나갔다.


“허...”


황당하다 못해 당황스러운 유 회장이었다.


경찰청장도 자신 앞에서는 쩔쩔매는데, 형사 나부랭이가 한마디도 지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김석진 비서실장이 물었다.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8년이나 지난 일을 들쑤시고 다니게 할 수는 없지.”

“제가 손을 쓰겠습니다.”

“적당히 경고 정도만 해.”

“알겠습니다.”

“무서운 게 없다. 그놈 참.”


유 회장은 강태식 형사가 어떻게 나올지 내심 궁금해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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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범호그룹 장녀 유지선 +3 24.04.04 1,088 3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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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화. 김석진 비서실장(1) +6 24.04.02 1,268 33 11쪽
49 49화. GX 엔터(5) +3 24.04.01 1,361 38 11쪽
48 48화. GX 엔터(4) +6 24.03.31 1,421 35 12쪽
47 47화. GX 엔터(3) +2 24.03.30 1,477 35 11쪽
46 46화. GX 엔터(2) +3 24.03.29 1,533 34 11쪽
45 45화. GX 엔터(1) +4 24.03.28 1,656 36 12쪽
44 44화. 엘라 vs 강태식 +3 24.03.27 1,668 33 13쪽
43 43화. 정직 +5 24.03.26 1,681 35 12쪽
42 42화. 서유복 감찰팀장 +6 24.03.25 1,686 35 12쪽
41 41화. 족구 +4 24.03.24 1,718 38 12쪽
40 40화. 부산 +5 24.03.23 1,800 37 12쪽
» 39화. 유창호 회장 +5 24.03.22 1,849 45 11쪽
38 38화. 사기꾼 조상범 +8 24.03.21 1,906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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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엘라(2) +6 24.03.19 2,013 48 11쪽
35 35화. 엘라(1) +6 24.03.18 2,084 45 12쪽
34 34화. 서퍼 +9 24.03.17 2,146 45 12쪽
33 33화. 판결은 사형(2) +6 24.03.16 2,141 59 12쪽
32 32화. 판결은 사형(1) +8 24.03.15 2,158 51 12쪽
31 31화. 살악귀(2) +6 24.03.14 2,150 52 13쪽
30 30화. 살악귀(1) +7 24.03.13 2,153 40 12쪽
29 29화. 사이코패스 +5 24.03.12 2,147 44 11쪽
28 28화. 범호의 후계자 +5 24.03.11 2,178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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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이기명 실장 +4 24.03.09 2,177 40 13쪽
25 25화. 김광수 비서 +7 24.03.08 2,191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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