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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신독
작성
03.01.17 12:27
조회
637

공운은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신독을 바라보았다.

- 어떤가?

- 우리에게 유리합니다. 다행히도 저들은 관도에만 매복을 해 놨더군요. 자개봉 정상은 사

람이 없었습니다.

- 음...언제 출발할 건가?

- 한 시진 후면, 동이 트며 안개가 자욱해질 겁니다. 공기가 습습한걸 보니, 틀림없군요. 그

때쯤 되면 밤을 세우며 교대로 매복을 서던 저들도 긴장이 풀릴 겁니다. 안개가 최절정에

달할 때 자개봉을 타도록 하지요.

신독은 암청색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침을 묻힌 손가락을 허공에 올려 놓았다. 아침의 안개

는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이 정도면 삼장 앞의 물체도 식별하지 못한다. 적들에겐 최악의

조건이고 자개봉 지세에 익숙한 자신에겐 최상의 조건.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너무 잘 풀리고 있다. 자개봉 관도를 물샐

틈없이 막을 정도의 인물이 과연 이렇게 쉽게 빈틈을 노출시키는 것일까.

지금은 망설일 여유도 없었다. 결정은 내려졌으니 남은 것은 결행이다.

신독은 주먹을 쥐고 결의를 높여갔다.

'잘못되면....내가 책임진다.'

문득, 사공운이 신독의 생각을 깨뜨렸다.

- 그런데...묻고 싶은 게 있네.

- 말씀하십시오.

- 무기가 없고, 전에 권만으로 적을 상대하는 걸 보니 박투술만 익혔나?

신독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좀 있으면 생사를 나눌 동지...감출 것이 없다.

- 실은 박투만 익힌 것이 아닙니다. 연혼사(延魂絲)를 익혔지요.

- 연혼사! 방원 10장을 모두 휩쓴다는 그것 말인가?

- 예....공력의 소모가 심해서 10성을 모두 사용한 그 위력은 아주 위급한 때만 씁니다. 이런

안개낀 날에 원거리 공격으로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면 효과적이죠.

사공운은 신독을 다시 보았다. 연혼사는 천잠사와 강철을 꼬아 만든 실을 이용하는 무공이

었다. 한가닥부터 수백가닥까지...날카롭기는 검보다도, 대량살상으로는 폭탄보다도 무섭다는

그것이다. 실에 공력을 싣기도 어렵거니와 그것을 비검술처럼 사용하는 것이 연혼사의 장점

이자 난점이라 익힌 이가 별로 없다는 무서운 무공이었다.

격의 시간이 다가오자, 사공운은 용설아를 등짐에 메고 몸을 움직였다. 큰 무리는 없었다.

공력을 8성 밖에 회복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소천대검식의 의형만변만 사용하면

공력의 소모를 최소한도로 막을 수 있으니 신독에게만 짐을 지우진 않을 듯 싶었다.

신독은 등짐의 다리를 떼어내며 용설아를 등짐과 사공운의 몸에 단단히 묶어 주었다.

- 용소저, 만일 적에게 포위되더라도 사대협과 제가 앞뒤로 막고 돌격한다면, 쉽게 우리를

막을 자는 강호에 별로 없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용설아는 감사의 눈으로 신독을 보았다. 그동안 이 낯선 청년에게 얼마나 도움을 받았던가.

물기 젖은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

- 사대협, 자개봉의 왼쪽 턱밑을 보면 직벽에 가까운 통로가 보일 것입니다. 범인이 보면

오를 수 없는 곳이겠지만 실은 곳곳에 디딜 곳과 버틸 곳이 산재해 있습니다. 제가 앞장을

설테니, 저의 경로만 따라 오시면 됩니다. 소리를 최대한 죽이십시오. 사대협의 장기 중 하

나가 신법이니, 마음 놓고 오르겠습니다.

- 알겠네.

신독은 목을 좌우로 틀고 어깨를 뒤로 힘껏 제쳤다. 그가 몸을 틀 때마다 관절이 부딪치는

우둑하는 소리가 나왔다. 몸을 푸는 것일까. 하류배나 하는 몸풀기인데. 재밌군.

사공운을 보며 신독은 쑥스러운 듯 말했다.

- 바위를 타기 전에 몸을 이렇게 푸는 것이 버릇인지라....죄송합니다.

- 하하. 죄송할게 무언가. 그렇게 다양한 관절을 꺾는게 신기할 뿐이네.

- 하하...자,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제 뒤로 이장 간격을 유지하세요. 자개봉 밑에 도착할 때 쯤이면 안개가

최고조에 이를 것입니다.

이미 안개는 스멀스멀 피어올라 욱욱 거리고 있었다. 신독의 뒤를 따라 경공을 펼치며 사공

운은 한가닥 불안을 감출 수 없었다.

'저 친구의 이목을 속일 정도의 고수가 있다면....'

자개봉에 접어들자 신독은 망설임없이 바위를 오르기 시작했다. 경쾌한 몸놀림, 반드시 팔다

리 중 세 곳을 바위에 얹고 나머지 하나를 이용해 전진한다. 바위에 얹은 세 곳은 탄력을

주어 몸을 앞으로 밀어준다. 벽호공도 아니건만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운신이었다.

'마치 말이 달리는 것 같군. 흠...나도 가볼까.'

기를 해 유령신법을 펼쳐 소리 없이 신독을 따르는 사공운. 공기의 잔물결도 일으킴 없이

유유히 신독을 따른다. 뒤돌아 보던 신독의 얼굴에 감탄의 표정이 서린다.

한식경 정도 오르니, 자개봉의 턱밑이다. 이 덮개 바위만 오르면 자개봉의 정상. 신독은 숨

을 몰아쉬었다. 아직까지 적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간밤에 정찰을 했건만 뒤통수

를 간질이는 이 불길한 예감은 무엇일까.

안개는 이미 짙어져 절정에 달해 있었다. 육안으로는 삼장을 뚫어볼 수 없고 그들같은 무공

의 고수도 오장 이상은 볼 수 없었다. 자연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 사대협, 제가 먼저 오를 것입니다. 웬지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만약 제가 먼저 오른

후 적들과 대치하는 소리가 들리면 사대협은 이대로 자개봉을 비잉 돌아 서북 방향으로 내

려 가십시오. 그 방향으로 가다보면, 고사목(枯死木) 군락을 만나실 겁니다. 그 가운데에

있는 둘레가 가장 큰 고사목의 꼭대기에 가십시오. 사냥꾼들이 가끔 쉬어가는 공간이 있습

니다. 그 곳에서 만나기로 하지요.

- 하지만...

- 이 곳에선 저의 판단과 지시에 따르겠다는 약속을 잊으셨습니까! 냉정하십시오.

사공운은 입안이 바짝 타는 듯 했다. 만일의 경우 신독 자신이 미끼가 되어 주겠다는 말이

었다. 사공운에게도 자개봉 위에 적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고수가 은신해 있다면....

- 더 이상 고민할 시간이 없습니다. 적의 공격을 받게 되면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하는 겁니

다.....꼭 다시 만날 것입니다.

마지막 전음을 끝으로 신독은 몸을 날렸다.


Comment ' 10

  • 작성자
    Lv.96 무적
    작성일
    03.01.17 12:44
    No. 1

    오늘도 어김없이 강호정담을 지키고 있던 보람이 있네요^^
    과연 신독의 운명은... 두둥!!

    근데 말보다는 산양(바위에서 잘 뛰어다니는... )더 좋지 않을까요?
    말이 바위를 타는것은 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3.01.17 12:50
    No. 2

    헤헤...말이 달릴 때 세발은 땅에 나머지 한 발은 방향타로...
    그렇게 달리지요...그래서 말같다고 한 검다...^^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무적
    작성일
    03.01.17 12:52
    No. 3

    아하~
    말이 달릴때 그렇게 달리는군요^^
    처음알았습니다~

    정보와 교육의 산실 고!무림
    아... 정말 좋은곳이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草影 ▩
    작성일
    03.01.17 12:53
    No. 4

    아....잘배운 연참신공까진 좋았는데.....절단신공마저 배웠다니!!!!...ㅜㅡ;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새벽)
    작성일
    03.01.17 13:14
    No. 5

    말은 달릴때 한발은 땅에,,,나머지는 모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호접몽
    작성일
    03.01.17 13:46
    No. 6

    이야...드디어 혈전이다..마왕하고 싸울때 천기신복이 등장한다는데...(마왕이 한 얘기니까 혹시반간지계?)정말 너무 재미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2 천상유혼
    작성일
    03.01.17 14:54
    No. 7

    오타 발견 !!!!!

    습습----> 축축 또는 무겁다 라는 표현을 쓰시는게 옳은듯 ^_^

    근데 재미 있네요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3.01.17 15:06
    No. 8

    엌!! 이런걸 꼬집는 분이 계시다뉘...
    (작가들이 단어 지적 받으면 이런 뜨끔한 기분이 드는 건가...ㅡㅡ; )

    \'습습하다\'는 원래는 사내답고 활발하다...또는 산들바람이 분다는 뜻이지요....
    저는 습기(濕氣)를 강조하기 위해서 습습이라 두 번 사용한 건디...ㅠㅠ
    쫌 이상헌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草影 ▩
    작성일
    03.01.17 15:13
    No. 9

    음...신독님두 이젠 별 수 없이 작가의 길로 들어서셔야겠군요. ^^
    혹시 초우님이 신독님 때문에 호위무사 안올리시는 것은....아니겠죠? ^^^;;;; (이간계...인가?)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3.01.17 15:23
    No. 10

    헤.....아적 뭔가 파팍하는 게 없어서리...ㅡㅡㅋ
    (글쓰고 싶은 맘 없다고 하믄 거짓부렁이지유...ㅡㅡ)

    초영님두 이변투 끝나면 글 한 편 쓰세요...
    유장이란 두 글자가 초영님만큼 어울리는 분이 없습니다.
    아마 단정하면서 정감넘치는 글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런걸 반간계라고 합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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