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신성불가침이 아닙니다
당연하죠.
신이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헐레벌떡 뛰어오는 사람들이 항상 있습니다.
“뭐? 그럼 독자가 작가한테 악플 달면서 공격해도 된다는 말이냐? 이게 말이냐 방구냐?”
이상하죠?
이게 이상하지 않다면 당신이 이상한 건데 안타깝게도 제가 당신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순 없네요.
저는 악플을 싫어합니다.
악플을 달아도 된다고 한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 글의 제목에서도 악플을 달아도 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 비슷한 뉘앙스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 위 예시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합니다.
작가는 신성불가침이 아니란 말만 했을 뿐인데,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듭니다.
마치 작가가 신성불가침이어야 한다는 것처럼요.
피해망상증에 걸린 사람과 행태가 비슷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여기 비행기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 와중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후로 그는 비행기 사고가 두려워 비행기를 무서워하고 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대중교통은 문제없이 이용하고 있고, 위험한 레포츠도 거리낌없이 즐깁니다.
비행기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일반 교통사고 확률보다 현저히 낮고, 위험한 레포츠 활동에 비해선 더더욱 낮은데도 말이죠.
이 사람의 인지적 오류가 보이시나요?
여기 또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이 여성은 얼마 전 어두운 골목길에서 강도에게 위협을 당했습니다.
다행히 지나가던 사람에 의해 다치지 않고 위험에서 벗어났습니다.
이후로 그녀는 지나가던 모든 남성을 예비범죄자라 생각합니다.
구해준 사람도 남자였는데 말이죠.
트라우마는 인지오류를 만들어냅니다.
존재하지 않았던 일을 있었던 일이라 생각하고,
낮은 확률로 발생하는 일이 항상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악플러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악플러로 인해 피해 본 작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악플러에게 트라우마를 경험한 작가는 인지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인지오류에 빠진 작가는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거나,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수많은 독자의 비중보다 악플러의 비중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악플러의 영향이 적다면 차단하고 무시하면 되지만,
악플러의 영향이 매우 크다면 작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악플러가 줄 수 있는 영향을 원천봉쇄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즉, 모든 독자들이 자신을 건드릴 수 없도록 만드는 겁니다.
신성불가침입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가능합니다.
작가에 대한 배려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증상이 더 심한 작가도 있습니다.
그 작가에겐 모든 독자가 악플러이자, 예비 악플러인 것이죠.
그래서 독자와의 소통 창구를 차단하고 아무런 교류도 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멀쩡한 독자를 악플러라 생각하는 건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작가 스스로가 나서서 독자를 건드리는 일은 하지 않고,
서로간의 교류가 없으면 오가는 감정도 크지 않기에 일이 커지는 경우는 적습니다.
그런데 증상도 더 심각한데, 그걸 발산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예전엔 많이 보이던 댓글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아예 없지는 않지만, 예전과 비교했을 땐 거의 없는 수준과 비슷합니다.
왜 요즘은 보이지 않을까요?
“잘 보고 간다거나, 건필하라는 댓글 하나만 툭 던져놓는 독자는 예의가 없는 사람이다. 건방지게 그런 댓글을 달 바엔 차라리 달지 말아라.”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신성불가침.
원래는 작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일부 작가는 그것을 넘어서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신성불가침을 방패 삼아 독자에게 휘두릅니다.
자신은 무조건 옳고, 독자는 무조건 틀렸습니다.
모든 독자는 악플러이자, 예비 악플러입니다.
독자가 옳은 말을 하더라도, 무조건 독자가 잘못한 거죠.
[독자] (예시) “두 번째 문단에 ‘햇는데’를 ‘했는데’로 수정해야 할 것 같아요.”
[작가] “내가 오늘 기분이 좀 나쁘다. 어디서 기분 나쁘게 지적질이냐? 나를 기분 나쁘게 했으니 당신한테 짜증 좀 내야겠다.”
[독자] “다른 데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고 왜 나한테 와서 화를 내세요? 오타 하나 언급한 것 뿐인데.”
[작가] “어디서 행패를 부리고 진상짓을 하나? 당신이 먼저 댓글 달면서 지적하지 않았으면 문제 생길 일도 없었다. 댓글 단 당신이 잘못했다. 어디서 알량한 지식으로 훈계하려고 하는가?”
밑에 게시글을 보면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ㅁXXX] 작가가 다른 데서 기분이 나쁜 일이 있었으면 오타 지적만 했을 뿐인 독자에게 짜증을 낼 수 있다.
[정한] 작가가 기분이 나쁘다고 그걸 독자에게 표출하는 건 문제가 아닌가? 기분이 나쁜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 행동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호X] 작가는 진상짓하고 행패부리는 독자에게 대응했을 뿐이다. 독자가 오타 지적 댓글을 달았기 때문에 작가가 반응한 것 뿐이다. 오타 지적 속에는 알량한 지식으로 훈계하는 행태가 담겨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정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왜 무조건 작가를 옹호하며 독자 탓을 하는가?
[호X] 내가 정당한 말을 했는데 왜 발끈하나? 당신은 왜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박을 하는 것인가? 그러니 나도 당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당신이 이해해라.
작가가 기분이 나쁘다고 독자에게 화풀이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작가.
작가는 신이 아닙니다.
작가가 존중받아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독자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독자는 작가의 노예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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