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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사이버 펑크 속 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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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5.15 19:05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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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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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359

작성
24.05.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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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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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사이버 펑크 속 기사가 되었다!-행운

DUMMY

행운




12층 개척 마을.

로그는 태연히 그곳을 거닐었다. 무기 하나 없이 백팩 하나 달랑 매고 혼자 움직이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모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로그는 개척 마을의 넓이가 생각 이상으로 넓다는 것을 알았다. 로그는 그런 개척 마을의 중앙 도로를 지나서 곧장 바리케이드로 향했다.

밖은 아직 대낮이었고, 제대로 된 크롤러라면 지금 사냥 중일 테니까.


미궁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를 확인한 로그는 일단 사냥을 통해 돈도 벌 겸 곧장 바리케이드에 도착하니 그곳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통일된 일색의 아머 중 두 기가 서 있었고, 그 뒤로 탑승하지 않은 아머들이 도열해 있었다. 비상시에 바리케이드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전력.

수십 기의 아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말은 이곳을 지키는 수비대 중 상당수가 아머를 다루는 기사라는 이야기였다.


로그가 다가가자 수비대 중 한 명이 다가왔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얼마 전 폭탄 목걸이를 찬 채로 이곳을 지날 때 샬롯 일행과 인사를 나눴던 이였으니까.


로그는 굳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신분증을 꺼냈다. 이미 미궁 크롤러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배워 왔다.


로그가 신분증을 내밀자 상대가 그것을 받아서 흘끔 확인해 보고는 물었다.


“혼자야?”


로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머도 없고, 아킬라도 없이 12층에서 사냥이 가능하겠어?”

“얼른 문이나 열어.”


로그의 퉁명스러운 대꾸에 피식 웃은 그가 옆으로 물러나며 말했다.


“살아서 보자고.”


패드에 신분증을 가져다 댄 사내가 손짓하자 바리케이드의 문이 열렸다.


로그가 문을 나가자 수비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아머도 없이 사냥한다고? 게다가 번듯한 무기도 없잖아.”

“그럼 난 죽는다에 1만 크론.”

“나도 죽는다에 1만 크론.”


다들 죽는다에 걸고 있을 때 한 사내만이 다른 곳에 걸었다.


“살아 돌아 온다에 10만 크론.”


로그에게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살아서 보자고 했던 입구를 지키던 자.


“돈 좀 만지겠네.”


마음을 곱게 쓰면 복이 오는 법.


로그는 12층 개척 마을에서 뿜어내는 조명을 등진 채 걸음을 옮겼다.


12층 개척 마을에서 멀어진 로그는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어둠 속에서도 다른 불빛 없이도 주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확인한 부분이었다. 로그는 그렇게 주위를 살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야는 확보되었고, 청각도 충분했다.


<형제여!>

“왜?”

<다 잊어버린 것 같은데 마력의 활용법은 단순히 몸의 움직임을 강화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닐세.>

“응?”

<영력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힘이나 그 또한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힘.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네.>

“예를 들면?”


로그는 마력에 대해서 인지하고 그걸 이용해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었다


<단순히 몸을 강화하는 것은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지. 자네가 비록 마법사는 아니지만, 이미 초월을 한 몸. 그에 어울리는 힘을 써야 하지 않겠나?>


로그는 뺨을 긁적였다. 가장 원시적인 이라는 말에 원시인이 된 기분이었다. 하긴 지금 자신은 이제 마력을 인지했다. 걸음마를 내딛는 아기처럼 마력에 대한 훈련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신검 에스테라를 쓸 수 없으니 새로운 힘이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돼?”

<마력이란 또 하나의 감각이지. 오감을 닫고 마력에 익숙해져 봐.>


로그는 그 말에 눈을 감았다. 귀를 닫는 것은 무리였지만, 다행히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지 큰 소음은 없었다. 그렇기에 로그는 다른 감각 대신 마력에 집중했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로그가 지금까지 본 마력은 메간 그리드의 보디가드인 사내가 아머를 사용할 때였다. 그제야 자신의 몸에 깃들어 있는 마력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오감을 닫고 보니 마치 또 하나의 감각이 눈을 뜬다. 그것은 신비로운 감각이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눈을 뜬 것처럼 명확하게 주위를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도도하게 흐르는 마력의 흐름.

그 마력의 흐름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던 로그가 손을 휘저었다. 주변의 마력이 그 손짓을 따라 마치 물살이 갈라지는 것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다.


로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새로운 감각과 시각이 합쳐져 보이지 않던 마력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주먹을 쥐어 본 로그는 그 마력이 마치 모래나 물처럼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인지했다.


<순수한 마력은 그런 식으로는 다룰 수 없어. 선명한 의념을 담아야만 그 마력이 형제의 의념을 따라 움직일 걸세.>

“의념?”

<의념이란 개개인이 쌓아온 지식과 경험, 그가 가진 의지, 그가 갖고자 하는 염원을 통괄하는 표현일세. 즉, 형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담은 개념이지. 그 의념을 제대로 인지하고 담아낼 수 있어야 순수한 마력이 의념을 따라 움직일 걸세. 그것이 마력을 다루는 자들이 가진 힘이지.>


로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게임 설정집을 아무리 대충 읽었다지만, 저런 개념은 처음 듣는 것이었다.


“어쩌라는 거야?”

<간단히 말하자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하나의 바람이라고 생각하게.>

“염원이라는 건가?”

<그래. 일생을 바쳐 간절히 바라야 하네.>


로그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일생을 바쳐서 간절히 바란 게 뭐가 있을까?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예쁜 아내, 그 모든 것을 원했다. 누구나 원하는 그런 삶. 그러나 지금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바뀌었다.


돌아간다. 그리고 돌아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로그는 손목을 쓰다듬었다.

자신이 쓰는 무기는 신검 에스테라. 신검 페라곤을 얻은 후에도 검을 쓸 터.


로그는 손날을 만들어 휘둘러 보았다. 지상에서 신검 에스테라를 휘둘러 보았기에 벤다는 느낌을 안다. 그렇게 손날을 휘둘러 베어 본다.

그렇게 몇 번 손을 휘두르고 있으려니 묘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 몸의 주인 로그의 기억. 그의 몸에 새겨진 기억.

기억이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휘두르는 손길의 매서움이 달라졌다.


사악.


허공에 흐르던 마력이 반으로 갈린다.


“어?”


처음으로 순수 마력이 반응했다. 로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게임 속의 캐릭터일 뿐이라고 여겼던 로그.

그의 일대기가 머릿속을 휘젓는다.


마경의 숲에서 태어난 잿빛 늑대 일족의 소년. 미궁에서 튀어나온 괴물의 손에 여동생을 잃고 복수를 위해 나섰던 소년.

신검 에스테라의 선택을 받아 용사가 된 소년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그의 모든 기억이 풀려나온 것은 아니었다. 신검 에스테라를 만나기 전까지의 기억.


신검 에스테라를 만나기 전부터 검을 들고 미궁으로 뛰어들어 싸웠던 로그의 소년 시절 기억. 그 기억을 찾는 것만으로 로그의 손길이 달라졌다.


<아주 조금이지만, 의념을 담아냈군.>


로그가 손을 바라보다가 주먹을 꾹 쥐었다.

의념이라는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알겠다.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돌아가는 것. 그걸 위해서라면 미궁의 모든 괴물을 죽여버리고 싶은 로그의 의념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하나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대신 소년의 기억을 받아들였더니 작은 부작용이 있었다. 미친 듯이 괴물을 잡아 죽이고 싶어졌다.


로그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 미궁 속 괴물들을 찾기 시작했다. 마력이 좋은 점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거리까지도 탐색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로그는 마력 감지를 펼친 채 따라서 달렸다.

그렇게 달린 로그의 눈에 어슬렁거리는 사마귀를 닮은 괴물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처음 떨어졌을 때 보았던 사마귀. 전차를 떠올릴 정도로 커다란 놈이었는데 로그는 그를 향해 달려들며 아머를 작동시켰다.


철컥. 철컥.


사마귀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로그는 이미 땅을 박찼다. 훌쩍 날아오르듯 뛰어오른 로그의 무릎이 그대로 사마귀의 턱을 후려쳤다.


콰앙!


사마귀의 고개가 뒤로 휙 젖혀졌을 때 로그는 그 목을 손으로 잡고 크게 회전하며 비틀었다.


콰드득.


사마귀가 제대로 반응도 못 하고 머리가 뜯겼다. 로그가 바닥에 내려서자 잠시 후에 사마귀의 거체가 옆으로 쓰러졌다.


쿵.


로그는 쓰러진 사마귀의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그 머리를 툭 옆으로 던졌다.


“그래. 이거지.”


고작 12층.

초월에 이른 몸은 그 자체로 흉기였다.

아머를 입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체 수복이 가능한 아머를 입고 있으면 적어도 안에 입고 있는 옷이 찢어지거나 상하지 않을 테니까.


로그는 사마귀의 앞발을 뜯어냈다. 삐죽삐죽 튀어나온 가시가 달린 앞발은 길이만 1.5미터가 넘었다. 로그는 그걸 이리저리 휘둘러보았다.


찌이익.


잘 제련된 검이 아니라 깔끔한 맛이 없었다. 허공이 베이는 것이 아니라 찢겨 나갔다. 몇 번 휘둘러 감을 익힌 로그가 그대로 사마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

단숨에 가슴을 가른 로그는 그 안을 마력으로 더듬었다. 하트는 없었다.


로그는 입맛을 다시고는 SP 추출기를 사마귀의 시체에 꽂았다. 원래는 신검 에스테라로 베면 SP를 따로 추출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흡수가 됐다.

그 SP를 나눠 검을 강화하고 육신을 강화했다.

그런데 지금은 신검 에스테라를 쓰지 못하니 이렇게 SP를 직접 추출해야 했다.

지상으로 나가 신검 에스테라에게 주거나 직접 흡수해도 되지만, 이런 저층에서 얻을 수 있는 SP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


로그는 SP 추출기를 백팩에 넣고는 사마귀 앞발을 대검처럼 든 채 걸음을 옮겼다.

그냥 맨손으로도 죽일 수 있지만, 에스테라의 말처럼 의념이라는 것을 갈고 닦으려면 베는 연습이 필요했다.


로그는 걸음을 옮기며 사마귀 앞발을 휘둘렀다.


찌이익.





쿠웅!


조금 전까지 싸우던 사마귀 형 괴물 맨타스의 시체를 보며 샬롯이 긴 숨을 내쉬었다.


“캡. 맨타스 세 마리는 무리야. 탄도 다 썼어.”


마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첸. 뭐 나온 것 있어?”

“대박! 하트가 하나 나왔어!”

“진짜?”


샬롯이 얼른 그쪽으로 달려갔다. 맨타스의 가슴에서 두 주먹을 합친 것처럼 커다란 붉은 보석이 첸의 아머, 재규어의 손에 들려 있었다.

마크도 다가와 하트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행운의 여신 발레리아가 요즘 우리 보고 미소 짓는 것 같다.”

“캡. 촌스럽게 행운의 여신 타령은.”


첸이 하트에 묻은 핏물을 닦아내며 답했다.


“샬롯. 캡 말이 틀린 것 하나 없어. 내가 저번에 발레리아 신전에 헌금해서 이런 대박이 터진 거야.”

“대박은 그때 난민이 대박이었지. 그 돈으로 헌금한 거 아니야?”


첸이 그 말에 키득거렸다.


“그럼. 원래 굴러온 행운이 행운을 부르는 거야. 행운의 재투자. 그런 느낌이지.”

“재투자는 지랄.”


샬롯이 한 마디 투덜거렸지만, 그들은 곧 서로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뭐 좋은 일 있나 봐?”


불쑥 들려온 목소리에 샬롯이 웃으며 답했다.


“하트가 나왔어. 대박이지?”


전투가 끝나고 긴장이 풀린 상황에서 불쑥 들려온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답했던 샬롯이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뒤를 향해 겨눴다.

아머나 아킬라의 소리가 없이 불쑥 들렸기에 무심결에 답했지만, 이곳은 미궁이다. 하트 같은 돈이 될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크롤러들끼리 싸움도 불사한다.

샬롯이 어둠 속을 겨누자 마크가 아머의 헬멧을 쓰며 돌아섰다. 마크의 탱킹형 아머 프라드의 헤드에 달린 라이트가 어둠을 밝혔다.


그곳에는 코스튬 용 아머를 입은 한 사내가 맨타스의 앞발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샬롯이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뭐야? 이 병신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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