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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사이버 펑크 속 기사가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SF

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5.15 19:05
최근연재일 :
2024.05.28 19: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040
추천수 :
109
글자수 :
89,359

작성
24.05.15 19:09
조회
259
추천
11
글자
8쪽

사이버 펑크 속 기사가 되었다!-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선우는 우산을 펼쳐 현관 앞에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찌나 비가 쏟아지는지 우산을 쓰고 왔음에도 전신이 흠뻑 젖었다.

가볍게 옷을 털고 있으려니 불쑥 수건 하나가 다가왔다.


“비 많이 오나 보다. 얼른 씻고 나와.”


수건으로 머리를 슥슥 털고, 옷에 묻은 물기까지 닦아내고 있으려니 어머니 김정숙 여사가 부엌으로 향했다.

큰 키에 긴 팔. 고등학교 때는 배구 선수였다가 무릎을 다쳐서 은퇴했다고 했다. 운동선수여서 그런지 언제나 파이팅이 넘치시는 분이시다.

등짝 스매시 한 방이면 천국이 보인다.

친구들이 말하는 사춘기? 등짝 스매시 한 방으로 사춘기는 시작도 못 하고 끝났다.

욕실로 간 선우가 샤워기의 따뜻한 물을 맞았다.


“후우.”


비를 맞아서 얼었던 몸이 녹으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후딱 씻고 밖으로 나오니 식탁에 콩나물 국에 고등어 구이를 메인으로 한 저녁이 차려져 있었다. 머리를 가볍게 털고 자리에 앉은 선우의 앞 의자가 당겨지더니 정숙이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


선우는 갓 한 밥에 김을 한 장 올려서 싸 먹었다. 그 모습을 턱을 괸 채 바라보던 정숙이 물었다.


“회사 생활은 할만 하니?”

“일 잘한다고 엄청 칭찬받고 있어요.”

“그래? 대단한데?”

“그러엄. 누구 아들인데.”


정숙이 선우의 대꾸에 풋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먹고 들어가. 엄마 알바 다녀올게.”

“빗길 조심하세요.”

“그래. 게임 좀 적당히 하고.”


선우는 얼른 일어나 정숙의 등을 밀어줬다. 그녀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휘휘 내젓고는 순순히 우산을 챙겨 떠났다.

정숙을 내보낸 선우는 자리에 앉아서 식탁에 놓인 음식을 우걱우걱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맛을 음미한다기보다는 먹어 치우는 쪽에 가까웠다.

삽시간에 먹어치운 그릇들을 싱크대로 가서 씻은 선우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갔다.


정숙이 걱정할까 봐 회사에서는 칭찬받는다고 했지만, 미친 꼴통 사수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그런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는 게임이었다.


선우는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게임에서까지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콘솔 게임을 주로 즐겼다.

그중에서도 스트레스가 팍팍 풀리는 핵 앤 슬래시(Hack and Slash) 게임을 좋아한다.

적들을 쓸어 버리는 게임.


선우가 콘솔기의 전원을 놓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헤드폰까지 쓴 선우는 화면에 떠오르는 게임의 제목을 바라보았다.


8신기 전설.


세계에는 여덟 개의 미궁이 나타났고, 그 미궁을 막기 위해 준비된 8개의 무기를 이용해 싸우는 것이었다. 다만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 신기(神器)라고 불리는 여덟 개의 무기를 들고 싸우는 중에 일정 이상의 적을 해치우면 무기가 전신 갑옷으로 변형하며 합쳐진다.

부스트 모드에 들어가면 적들을 쓸어 버리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궁의 적들을 죽이면 얻는 영력을 무기와 나눠 갖게 되는데 무기는 자동으로 성장하고, 자신의 스탯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진행 방향이 달라지는 게임이었다.

무엇보다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일러스트에 반해서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선우가 골랐던 마경의 숲에 나타난 미궁을 공략하던 신검 에스테라의 주인인 잿빛 머리칼의 미남자가 입는 전신 갑옷은 가장 멋졌다.


검과 합쳐지면 신체 각 부위에서 블레이드를 꺼낼 수 있는데 그 상태로 부스트 모드로 달려나가며 적들을 베어 넘기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었다.

세이브 파일을 여니 그가 지금까지 키운 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훤칠한 키에 잿빛 머리카락의 고독해 보이는 미남자.

게임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그런지 올스탯 100을 넘어 초월까지 3단계 했다.


이미 완성형에 이른 캐릭터. <로그>.

선우가 접속하자 곧 거대한 문 앞에 서 있는 로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6,666층.

최종 보스 구시온이 있는 보스 층.

로그가 문을 열기 시작하자 거대한 문이 열리며 그 사이로 진득한 핏빛 안개가 스며 나왔다.


발목까지 잠기는 핏빛 안개. 그리고 앞에는 핏빛 안개 사이로 보이는 해골 무덤들.

그리고 전면에 비치된 해골 계단. 얼마나 많은 이들의 죽음을 쌓아 올린 것인지 보는 것만으로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계단의 끝에 거인이 앉아있었다.


‘8신기 전설’ 중 마경의 숲에 나오는 8미궁의 최종 보스.

이마에 뿔이 난 개 머리의 악마가 턱을 괸 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내 미궁을 아주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구나. 필멸자여.]


로그가 입을 열었다. 낮은 저음의 목소리. 보스 층까지 도달하는 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였다.


“마왕 구시온. 끝을 보자.”

[그럼 증명해 보여라.]


구시온의 손짓 한 번에 핏빛 안개 속의 시체 산에서 시체들이 튀어나와 달려들었다. 몰려오는 적들을 보며 로그가 신검 에스테라를 뽑아 들었다.

미궁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인 영력을 끝까지 먹여 최종 진화시킨 신검 에스테라는 검날 전체가 투명했다. 하지만 로그의 눈에는 그 형체가 보였다.


“기다려라.”


로그의 말을 끝으로 조작 권한이 넘어왔다.

몰려오는 적들. 그들을 향해 마주쳐 달려나간 로그의 검이 그려내는 투명한 궤적에 걸린 적들이 조각나서 우수수 쏟아졌다.


3번의 초월.

최종 진화한 신검 에스테라.


그 둘의 조합에 오랜 시간 미궁의 적들을 상대하면서 손에 익은 플레이는 단숨에 그들을 베어 넘겼다.

호쾌한 플레이.


“죽어랏! 김 대리!”


사수 김 대리를 생각하며 달려들던 놈의 목을 베고, 뒤돌아 휘두르는 검이 상대의 허리를 절단한다.


“백태헌. 이 나쁜 새끼!”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 동기 백태헌의 이름을 부르며 휘두른 검이 상대를 양단한다.


현란한 플레이에 정신없이 빠져 휘두르다 보니 어느새 계단 앞에 이르렀다. 그 뒤로는 오직 적들의 시체뿐. 그 시체의 길을 건너 로그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구시온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일어난 구시온이 커다란 창을 꺼내 들고 솟구쳤다.


콰앙!


첫 번째 일격부터 스치면 죽을 정도로 위험해 보이는 공격.

간단히 피해낸다. 지금까지 게임에 들인 시간이 얼마인데 이 정도도 못 피할까?

반격을 가하지만, 투명검인데도 불구하고 구시온이 잘도 막아냈다.

하지만 하나둘 상처가 쌓여갔다.


구시온의 팔이 두 개 더 튀어나와 무기를 휘두르는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고, 전신에서 무지막지한 마기를 뿜어내는 최종 페이즈로 들어섰을 때 선우는 곧장 ‘검신 합체’ 모드를 펼쳤다.

검이 사라지고 갑옷이 된다. 그 상태에서 시작된 부스트 모드.

무지막지한 연타가 꽂히기 시작한다.


구시온의 갑옷이 부서지고 그의 몸에 상처가 쌓여간다. 그리고 마무리는 높이 솟구쳐 들어올린 발끝에서 튀어나온 칼날이 떨어져 내리는 일격.


반갈죽.


구시온이 반으로 갈라지는 모습을 보며 승리를 확신했다.


“깼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솟구친 외침과 함께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다.


쫘악!


“윽!”


이 맛은 등짝 스매시!

숨이 턱 막혔다.


“적당히 하라고 했지? 지금 몇 시인데 소리를 지르고 있어?”


뒤에서 들리는 정숙 여사의 서슬 퍼런 목소리. 헤드폰을 벗고 뒤돌아보니 허리에 양손을 올린 정숙 여사의 날카로운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알바를 마치고 오신 것을 보면 최소 다섯 시간은 지났다는 이야기.

너무 집중하느라 몰랐다.

정숙 여사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방문을 쾅 닫고 나가셨다. 그때 헤드폰에서 구시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크흐흐흐. 내가 그냥 죽을 줄 알았냐! 절대 희생 주문이다. 뒈져라! 용사여!]


선우가 아직 페이즈가 끝나지 않은 건가 싶어 고개를 돌릴 때 문밖에서 정숙 여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게임이 좋으면! 들어가라! 들어가!”


화면에 밝게 빛이 뿜어져 나와 방을 휘감았고, 모니터가 꺼진 방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작가의말

새롭게 도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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