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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잘 숨겨지지 않은 골방

녹색 그림자

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시두김태은
작품등록일 :
2012.11.10 16:12
최근연재일 :
2014.01.29 03:32
연재수 :
4 회
조회수 :
323,984
추천수 :
2,699
글자수 :
16,406

작성
09.05.21 18:42
조회
14,634
추천
38
글자
8쪽

녹색 그림자 - 001 -

DUMMY

- 1 -


                                              - 이아시스(iasis) 외전


"이야아앗호오오! 나 대학 붙었다!"

나루는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방바닥을 굴렀다 뛰었다 한바탕 소란을 벌였다.

이젠 암울하고 비실거리던 고3생활을 마감하고 빛나는 대한민국의 건장한 대학생이 되었다.

싱글벙글하며 다시 한 번 컴퓨터 화면 확인,


『 수험번호 : Ya153056 성명 : 유나루

축하합니다! 계륵대학교 게임음악공학과 2035년도 전형에 최종합격하셨습니다.

등록안내 (파일첨부) 』


"나도 이젠 대학생인 것이지. 으흐흐흐."

나루는 컴퓨터 화면을 바꿔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신호음이 울리더니 컴퓨터 전체화면에 평범한 대한민국 아줌마의 얼굴이 나타났다.

[나루구나, 얼굴이 좋아 보이네. 무슨 일이니?]

나루는 즉시 프린트해둔 합격통지서를 화면에 대고 흔들었다.

"짠! 엄마의 자랑스러운 막내아들 대학합격 했어요!"

엄마의 얼굴은 금세 환한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다.

[어머나! 나루야, 해냈구나. 우리 장한 아들!]

엄마가 화면에 직접 뽀뽀를 하시는지 화면은 온통 엄마의 입술로 가득 찼다. 나루는 흠칫 놀라며 살짝 얼굴을 뒤로 뺐다. 그러나 그런 기색은 절대 보일 수 없었다. 나루의 얼굴에는 오로지 천사 같은 아들의 표정만 존재해야 했다.

"헤헤, 아빠는 어디 계세요?"

[으음, 네 아빠 샌프란시스코 지점장이랑 간단한 차만 드시겠다고 가셨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구나. 이 인간, 또 장기 두고 있는 게야. 쯧, 미국에서도 장기는 꼭 둬야한다나. 네 소식을 알면 무척 기뻐할 텐데 말야. 오시면 꼭 꼭 전해주마. 아니 직접 전화를 걸게 하시는 게 좋겠구나.

"아빠가 더 좋아하실 거 같아요."

[그러게 말이다. 그나저나 네 형은 뭐하니?]

순간 나루 얼굴에 난색이 떠올랐다.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표정. 엄마는 나루의 표정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또 네 형이 협박을 한 모양이구나. 괜찮으니까 사실대로 말해.]

"…그게요."

난감해하는 나루의 얼굴, 그러나 엄마는 화면 뒤에 살짝 뻗어있는 나루의 손을 볼 수 없었다. 화면은 아주 천천히 각도를 바꾸어 어딘가를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는…….

엄마의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

[말할 필요 없다. 다 보이는구나. 또 캡슐인가 뭔가에 들어가 있는 거 보니 게임 삼매경이구나. 어휴, 내가 못 살아! 일본만 같아도 당장 뛰어가겠는데, 아휴, 속상해! 오늘 저녁 집에 들어갈 테니까 각오하라고 전해!]

"…어, 엄마?"

[끊는다.]

찰칵, 화면에는 엄마의 모습이 사라지고 다시 원래의 화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나루의 입가는 이미 귀 옆까지 찢어지고 있었다.

'나이스!'

나루는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캡슐 안에 들어가 있는 형을 보며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좀 많이 혼나겠는걸. 흐흐흐'


4살이 더 많은 형, 머리는 명석하게 타고나서 이미 조기코스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논문은 쓰지도 않고 저렇게 가상현실 게임에 매달려 있다. 밥 먹고 화장실가고 잠자는 시간 제외하면 항상 저 캡슐 안에 들어가 있다.

워낙 유명한 가상현실 게임이라서 나루의 친구들 중에도 저 게임하는 애들이 있지만 저 정도로 폐인수준은 아니다. 부모님 몰래 휴학이라도 해놓은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성격이라도 좀 좋으면 그나마 봐줄만할 텐데 그것도 아니다. 원래부터도 성격이 멍멍이 죽사발 씹어 드실 정도였는데 저 게임을 하고서부턴 그게 더 심해졌다. 부모님이 사업성격상 집을 자주 비우는 상황에선, 동생이 아니라 그저 빨래하고 밥하고 청소하는 노예일 뿐이다.

나루의 입장에서는 그저 저 캡슐 안에 들어가 계셔주는 것이 집안의 안녕과 평화를 보존할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었다. 적어도 조용하지 않은가.


드디어 형이 캡슐에서 몸을 일으켰다.

언제나처럼 형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제대로 씻지도 않아서 얼굴색이 말이 아니다. 수염도 까실까실하게 자라있었고 머리는 감지 않아 그저 떡이라고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무협소설에서 자주 접하던 장면, 폐관수련하고 나온 무술자의 모습이 딱 저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다른 것은 무술자는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겠지만, 형은 그저 배고파서 본능적으로 뛰쳐나온 좀비의 눈빛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 꾸미고 다닐 땐 준수한 모습이었지만 게임을 하고서부터 저렇게 변했다. 게임이 사람을 저렇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왠지 형을 통해서 부정적인 모습을 더 목격하게 되는 나루였다.

저런 주제가 논술에 출제되었으면 심사위원들을 눈물을 흘리며 감동받았을만한 답안을 제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형, 나 대학 붙었어."

나루는 씨익 웃어보였다. 오늘은 수동적인 자세에서 조금 능동적으로 움직여도 될 것 같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형은 나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야, 배고파. 라면 끓여."

그럼 그렇지. 만약 저기서 형이 축하해주며 호들갑을 떨었다면, 캡슐이 사람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뻔했다.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닌 모양이다. 다행인건가.

나루는 부엌에 가서 익숙한 동작으로 라면하나를 꺼내 끓였다. 입에서 노래가 흥얼흥얼 흘러나온다. 어쨌든 기쁜 날이니 무엇이든 즐거웠다.

거실에서 티비 소리가 나는 걸보니, 형이 또 게임뉴스를 보는 모양이다. 유일하게 보는 프로그램이니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라면은 그쪽으로 갖다줘야할 듯싶다.

"에이, 라면에 계란 넣지 말라고 했잖아! 너 바보냐?"

형이 버럭 내지르는 소리에 나루는 라면을 들고 다시 부엌으로 와야 했다.

라면을 새로 삶기 위해 물을 냄비에 부으면서 나루는 그 물에 손을 씻어버렸다. 자주 해왔던 일이라서 망설임도 뭐도 없었다. 나루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물에 라면을 끓였다. 자고로 음식은 손맛이라고 했던가.

형은 고맙다는 소리도 없이 허겁지겁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시선은 여전히 티비에 고정이 되어 있다. -게임 폐인은 이런 것이다-의 살아있는 현장이다. 나중에 졸업논문으로 이것을 주제로 써보는 건 어떨까하고 생각해본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능동적인 공격을 던질 때가 되었다.

"형, 근데 말야."

"이 새끼가! 티비볼 때 말시키지 말랬지? 중요한 업데이트 뉴스인데 몇 마디 놓쳤잖아!"

다 좋은데 라면파편이 입에서 튀는 건 정말 참기 힘들다. 나루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또박또박 말했다.

"저녁에 엄마 오신대."

"이 새끼가 정말…… 뭐?"

나루는 아예 득의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저녁에 엄마 오신대. 엄청 화나셨어. 난 한마디도 안했는데 형 게임한 거 아시던데?"

순간 정신없이 라면을 들이켜던 형의 손이 뚝 멎었다. 입에 마악 집어넣었던 면발이 힘없이 냄비로 다시 곤두박질친다. 형의 손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보아 제대로 한 방 먹인 것 같다. 그저 통쾌하다.



                                                      ... 090509 (Ps 37:5) 漫邪




항상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익숙치않은 글의 타입...
항상 도전하는 정신으로 무장해왔지만, 왠지 코드가 잘 맞지 않는 것 같네요.
그래도 해보겠습니다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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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녹색 그림자 - 프롤로그 - +35 09.05.21 20,021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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