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iark 님의 서재입니다.

해리포터와 나와

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Niark
작품등록일 :
2020.10.09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2 21:43
연재수 :
169 회
조회수 :
40,682
추천수 :
925
글자수 :
2,010,077

작성
23.10.12 00:29
조회
86
추천
2
글자
25쪽

불사조 기사단 - 제32장 미스터리부서

DUMMY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 해리는 곧바로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생각을 정리하려 애썼다. 하지만 생각이 정리가 될 리 없었다. 온갖 불길한 생각과 이상한 생각들이 뒤섞인 해리의 머릿속은 마치 커다란 소용돌이처럼 생각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가 납치된 이유는 뻔해. 스네이프가 나를 노리기 위한 인질.


하지만 어떻게 헤르미온느를 노렸을까.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사귀고 있는 건 호그와트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 이므로 해리에게 헤르미온느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어떻게’ 해리가 작년 9월 학기초에 한 것과 마찬가지로 포트키를 설치했냐는 것이었다. 누가 설치했는지 확인해야 헤르미온느가 어디로 날아갔는지를 알 수 있다.


만약 헤르미온느가 스네이프나 퍼시에게 끌려갔다면, 그에 대응할 수 있을까-


헤르미온느는 나와 달라.


순간이동도, 어떤 대응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리!”


해리가 멍하니 느릿느릿하게 머리를 굴리려 노력하는 사이에 짝 소리와 함께 론이 해리의 시선에 나타났다. 론은 해리의 바로 앞에서 박수를 치며 해리를 깨우고 있었다.


“해리! 정신 차려!”

“아- 으.. 으응..”


해리가 서서히 주변이 시야에 돌아오는 걸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새하얗게 질려있던 시야가 천천히 돌아와 흐릿하게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내.. 내가 얼마나 정신을 못 차렸니?”

“오래 되지 않았어. 몇 분 정도야.”

“누군가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알리러 갔니?”


해리가 정신을 집중하려 애쓰며 론에게 물었다.


“라벤더가 갔어. 해리, 덤블도어 교수님께 알려야...”

“그럴거야.”


해리가 한숨을 한번 내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도비! 잠시만 와 줘!”


해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펑 소리가 나며 도비가 나타났다.


“해리 포터! 무슨 일인가요?”

“자꾸 무언가를 부탁해서 미안해, 도비. 플루가루를 한 움큼만 줄 수 있니?”

“문제없어요!”


도비가 대답과 동시에 펑 소리를 내며 사라지고 다시 펑 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여기 있어요, 해리 포터!”

“고마워, 도비.”


해리가 도비가 내미는 플루가루 주머니를 받고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친구를 돕는 건 기쁜 일이에요! 하지만 도비는 이제 가 봐야 해요. 호그와트의 벽난로가 밤새 꺼지지 않도록 돌봐야 하거든요!”


도비가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펑 소리를 내며 사라져 버렸다. 해리는 억지웃음을 풀고 그리핀도르 기숙사 휴게실의 벽난로 앞으로 가서 플루가루를 한 움큼 집어서 벽난로에 던졌다.


“교장 선생님!”


해리의 외침에 불꽃이 에메랄드빛으로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다가 누군가가 빙글빙글 돌며 나타났다.


“해리, 무슨 일이니?”


덤블도어 교수의 머리는 길다란 수염을 벽난로에 늘어뜨린 채로 나타나서 해리를 응시했다. 그는 약간 놀란 듯 하면서도 뭔가 체념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헤르미온느가 납치됐어요. 누군가가 그 애의 가방을 포트키로 만들었어요.”


해리의 말에 덤블도어 교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알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니?”

“제가 말포이를 만나고 오는 동안에 있었던 일이니까 길어야 이십분 정도일 거예요.”

“...해리, 어느 정도 예상 했겠지만, 나는 이 일을 도울 수 없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해리가 무언가 반발하려 했지만, 덤블도어 교수는 그를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오늘 네가 겪어야 할 일을 마치고 오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테니, 일이 끝나면 꼭 호그와트로 돌아 오거라. 그리고 그레인저양을 구할 수 있는 힌트는, 아무래도 말포이 군이 가지고 있을게다.”

“말포이가... 범인 인가요?”

“그건 나도 모르지만 아마 아닐 것 같구나. 우선 그레인저양을 구해야 하지 않니?”

“...알겠습니다. 제대로 된 대답을... 준비해 주셔야 할 거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덤블도어 교수를 확인한 해리가 말을 마치고 곧바로 침실로 돌아가서 투명망토를 접어서 주머니에 집어넣고 서양호랑가시나무 지팡이를 꺼내 품에 집어넣었다. 허리춤에 꽂혀있는 딱총나무 지팡이가 살짝 부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지만, 해리는 무시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해리, 어떻게 할 작정이니?”

“헤르미온느를 구하러 갈 거야. 너까지 오는 건 위험해.”


해리가 론에게 말했다.


“하지만-”

“맥고나걸 교수님이 오시면 모두 말씀드려.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님과도 이야기 했다고 하고.”

“아무리 너라고 해도 혼자 구하러 가는 건 너무 위험해!”

“혼자 갈건 아니야.”


론의 말에 해리가 가슴팍에 붙은 배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선 쓸 수 없으니 나가서 쓸 거야. 시간 없어. 먼저 갈게.”


해리는 그대로 기숙사 휴게실 문을 열고 빠져 나갔다. 해리가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탑을 내려와 중앙계단에 도착하자 반대쪽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해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포터!”


맥고나걸 교수는 머리를 채 풀지도 못하고 잠옷 위에 가디건 하나를 걸친 채로 해리에게 달려왔다. 라벤더 브라운이 뒤에서 그녀를 쫓아오고 있었지만, 숨이 찬건지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에게 먼저 도착했다.


“무슨 일이냐, 대체-”

“대답해드릴 시간 없어요. 자세한건 기숙사 휴게실에 있는 론과 패르바티에게 들어주세요.”


짤막하게 대답한 해리가 맥고나걸 교수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중앙 계단을 내려갔다.


“포터! 무모하게 굴지 마라!”


해리는 멀어지는 맥고나걸 교수의 말을 뒤로 한 채로 중앙계단을 내려왔다. 연회장 앞에 도착한 해리는 마침 적성검사가 끝났는지 쏟아져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투명망토를 뒤집어썼다. 슬리데린 기숙사의 상징인 초록색 안감의 망토를 입은 7학년 학생 한명을 확인한 해리가 투명망토를 뒤집어 쓴 채로 그 뒤를 밟았다.


뒤에서 드디어 끝났다며 잔뜩 즐거운 목소리로 소리치는 프레드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해리는 무시한 채 슬리데린 학생 무리를 따라갔다. 중앙계단을 따라 내려간 슬리데린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며 초가 많이 켜지지 않은 어둑어둑한 복도를 지나 마법의 약 수업을 받는 지하 감옥 쪽으로 향해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몇 번의 갈림길에서 모르는 복도를 지나가자 커다랗고 낡은 지하 감옥이 나왔는데, 아무렇게나 열려 있는 문을 지나 초록색 이끼가 잔뜩 낀 벽 앞에 서더니 암호를 외쳤다.


“흰 데이지!”


암호가 맞았는지 벽이 천천히 갈라지며 사람 서넛은 충분히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구멍이 나타났다. 2학년 때 한번 와 본 때와 거의 달라지지 않은 슬리데린 기숙사의 휴게실을 보며 해리는 곧바로 말포이를 찾았다. 2학년 때와 달리 벽난로와 가깝고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자리에는 다른 학생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고, 가장 구석에 그늘진 자리에 말포이가 앉아 있었다.


말포이는 가장 구석자리에 있는 초록색 1인용 소파에 쪼그리고 몸을 묻어둔 채로 책을 읽고 있었다. 슬리데린의 다른 학생들 중 그 누구도 말포이가 뭘 하던지 관심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해리는 몸을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말포이의 옆으로 다가갔다.


“이봐, 드레이코.”


해리가 낮은 목소리로 말포이에게 말을 걸자 말포이가 화들짝 놀라며 책을 공중으로 던져 버리며 기묘한 비명을 질렀다.


“나야, 해리. 지금은 투명 망토를 입고 있어.”

“아... 음.. 으흠...”


말포이가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떨어진 책을 줍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기숙사 휴게실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해리는 말포이를 따라서 슬리데린 기숙사 휴게실에서 나와 바깥으로 빠져 나왔다. 말포이는 누가 없는지 확인하며 지하 감옥을 빠져나와서 마법의 약 수업을 하는 교실로 가는 중간의 빈 교실로 들어갔다. 해리도 주변에 누군가 없는 걸 확인하고 투명망토의 모자를 벗었다.


“놀라서 죽을 뻔 했네. 무슨 일이야? 해리.”

“네가 알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헤르미온느가 사라졌어.”

“어... 그런데?”

“그냥 사라진 게 아니고 포트키로 사라졌어.”


해리가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네가 힌트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하셨어.”

“내가?”


말포이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마 납치한 사람이 스네이프일 거야. 그럼 너희 아버지도 알지 않을까?”

“무슨 소린지 알겠어.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말포이는 곧바로 교실을 나가더니 5분정도 뒤에 다시 돌아왔다.


“스네이프가 그레인저를 데리고 간 거라면, 네 말처럼 알고계신다기 보다는 아버지도 따라 가셨을 거야.”

“아마 그렇겠지.”

“아버지가 어디로 갔는지를 물어보면 돼.”


말포이가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작은 책 하나를 꺼냈다.


“아버지 몰래 산거야.”


말포이가 책을 펼치고 다른 페이지를 폈다 접었다를 몇 번 반복하더니 중간 페이지를 펼쳤다. 말포이가 펼친 페이지에 검고 작은 구멍이 생기고 점점 커져서 주먹하나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변했다. 구멍 안쪽은 어딘가와 연결이 되어 있는지 널찍해 보이는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화려하게 장식된 벽난로와 고급스러운 목재바닥이 보이는 그곳은 분명 말포이가의 저택이 분명했다.


“페들런!”


말포이가 거실을 향해 외치자, 펑 소리와 함께 거실에 꼬마 집요정 한명이 나타났다. 페들런은 도비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였지만 크리처 보다는 훨씬 젊어 보이는 집요정이였는데, 예전의 도비가 그랬듯이 엄청나게 낡고 해진 천조각을 기워 입고 있었고 몹시 피곤해 보였다. 다만 머리털은 가지런하고, 몸가짐이 꼿꼿해서 두 집요정보다 훨씬 집사에 가까워 보였다.


“네, 네. 작은 주인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버지는 집에 있어?”


말포이의 질문에 페들런이 커다란 눈을 좌우로 움직이더니 대답했다.


“어- 아뇨, 주인님은 집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 대답에 말포이가 거보라는 듯이 해리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럼 어디로 가셨지?”

“주인님은 마법부로 가셨습니다.”

“마법부? 마법부 어느 부서?”

“그것까지는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페들런이 말했다.


“뭔가 들은 건 없어?”

“죄송합니다, 작은 주인님. 저는 외부인이 있을 때에는 주인님의 행동을 누설할 수 없습니다.”

“괜찮아. 그냥 말 해.”


말포이의 명령에 페들런이 머뭇머뭇 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주인님은 세베루스 스네이프님과 이야기 중에 ‘미스터리 부서’로 합류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좋아, 그거야!”


말포이의 말에 페들런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해리, 들었지?”

“고마워, 드레이코. 난 바로 가볼게.”

“아버지는 공격하지 마!”


말포이의 말에 해리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투명망토의 모자를 뒤집어 쓴 채로 호그와트 바깥으로 나갔다. 정문을 열고 나오는 동안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본 노리스 부인이 털을 곤두세운 채 갸르릉 거리는 소리는 내고 필치에게 돌아가긴 했지만, 해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호그와트에서 나왔다.


호그와트의 정원을 지나 순간이동이 불가능한 구간을 벗어나자마자 해리가 투명망토를 벗어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한번 심호흡을 한 뒤 벽난로들이 줄지어 늘어선 마법부의 광장을 떠올리며 몸을 휙 돌렸다. 곧 펑 소리와 함께 좁은 고무관을 통과하는 기분을 느끼며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짧다면 짧지만 꽤 오랫동안 이동한 해리는 다행히 아프거나 어딘가 사라진 곳 없이 마법부의 벽난로들이 설치된 광장 한가운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두 개의 벽난로를 제외한 다른 벽난로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고, 두 개의 벽난로도 불꽃을 돌본지 시간이 좀 지났는지 위태위태하게 성인 남성의 주먹정도의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해리는 잠시 서서 머리를 최대한 식히려고 노력한 뒤 가슴에 달린 불사조 기사의 배지에 지팡이를 가져다 대고 두 번 톡톡 쳤다. 그러자 배지에서 붉은색과 황금색 가루가 쏟아져 나오더니 네모나게 정렬하고 글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양피지처럼 꾸며진 서류는 불사조 기사단의 명단이 되어 해리 앞에 반짝이고 있었다.



[ 불사조 기사단 ]


- 알버스 덤블도어

- 애버포스 덤블도어

- 앨러스터 무디

- 미네르바 맥고나걸

- 시리우스 블랙

- 리무스 루핀

- 루베우스 해그리드

- 데달루스 디글

- 엘피어스 도지

- 스터지스 포드모어

- 아라벨라 피그



해리는 덤블도어 교수가 알려준 대로 불사조 기사단 이라는 제목 아래의 빈 공간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빛 가루들이 해리의 손바닥에 달라붙어서 손바닥 모양이 되더니 한 번 밝은 빛을 내고 가루들이 한군데로 모여서 작은 구체로 변했다.


덤블도어 교수는 명단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면 불사조 기사단들을 소집할 수 있다고 했고, 소집 할 때에 소집 위치나 목적을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전달 할 수 있다고 했었다. 해리는 목을 한번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납치되었습니다. 마법부의 미스터리부서입니다. 가능하다면...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해리가 말을 마치고 구슬을 지팡이로 톡 치자 환한 빛을 내며 물방울이 터지듯 터지고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해리는 메시지가 모두에게 전달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마법부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해리가 기사단들에게 도움 받고 싶은 부분은 스네이프나 퍼시와 싸우는 부분이 아니었다. 싸움이 끝나고 뒤의 후속처리와 헤르미온느의 구출을 부탁하고 싶었다.


스네이프를 단죄 하는 건 해리의 몫이니까.


해리는 지하 9층에 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검정 일색의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걸어 들어갔다. 1분정도 걸어간 해리는 지팡이를 뽑아들고 복도의 끝에 있는 방에 들어섰다. 방은 책에서 봤던 것과 똑같이 다섯 개의 문이 일정한 간격으로 둘러싸고 있었는데, 해리는 망설임 없이 지팡이로 가장 왼쪽 문에 마법으로 숫자 1을 표시 한 뒤 문을 열었다.


첫 번째 방은 죽음의 방 이였다. 죽음의 방은 책에서 설명한 대로 검은색 베일이 드리워진 거대한 아치문이 커다란 바위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 외에는 텅 빈 공간 속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해리는 다시 문을 닫으려 했다. 문을 닫기 직전, 해리는 방 안에 있는 거대한 아치문이 해리를 노려본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의문에 대해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문은 닫힘과 동시에 찰칵 소리를 내더니 방의 벽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세탁기의 중심에 서 있는 기분을 느끼며 잠시 기다린 해리는 벽의 회전이 멈추자 역시 가장 왼쪽의 문에 숫자 2를 표시하고, 문을 열었다.


두 번째 방은 뇌의 방이었다. 방에는 뇌가 둥둥 떠 있는 커다란 초록색 수조가 있었는데 해리는 그것이 뇌 라기 보다는 뇌 모양의 생물이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물론, 이 방도 해리가 전에 끌려왔던 방도 아니고 아무도 없는 것 같았으므로 바로 문을 닫았다.


세 번째 방은 문이 잠긴 방이었다. 그 방 안에는 사랑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열리지 않는 방으로 스네이프가 들어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곧바로 그 오른쪽의 네 번째 방을 열었다.

네 번째 방은 시간의 방이었는데, 시간의 방에도 시간을 돌리는 시계들이 늘어서 있는 서랍들과 기묘한 형태의 유리병이 잔뜩 세워져있는 서랍들이 늘어서 있었다. 다양한 모양의 시계들은 제각기 다른 속도로 째깍거리며 제멋대로의 시각을 표시하고 있었다. 해리는 시간의 방 끝으로 가서 예언의 방을 열었다.


예언의 방에는 수많은 예언 구슬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는데, 스네이프가 딱히 예언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해리는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해 루모스 주문을 발사해 복도 끝까지 불빛을 보내서 스네이프가 없다는 걸 확인 한 뒤 다시 원래의 방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방은 작은 검은 방을 거쳐서 행성들이 가득찬 방으로 빠져나왔다. 완전한 암흑 속에 빠진 해리는 몸이 떠오르며 주변이 조금씩 밝아지는 게 보였다. 해리는 이 방이 어째서 둥둥 뜬 느낌이 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행성의 방은 사실상 작은 우주였다.


숨을 쉬거나 움직이는데 지장도 없고 태양풍이나 방사선 같은 부분이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중력도 없고, 밤하늘 바로 중앙에 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발아래에 그를 증명하듯이 커다란 달이 가깝게 떠 있었다. 해리는 이곳에 스네이프가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헤엄을 치듯 몸을 틀어서 뒤로 진압주문을 발사해 그 반동으로 방에서 빠져나왔다.


해리는 모든 방에 표식이 새겨진 것을 보고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다시 모든 방을 들어가 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들어갔던 죽음의 방을 한 바퀴 돌아보고 베일 아래에 있는 아치문 가까이 가본 해리는 아치문 안에서 무언가 대화 소리가 들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 이런 와서는 안 되는 자가 근처에 있군.”

“...누구지?”


작게 속삭이듯 들리는 소리에 해리가 어디선가 분명히 들어봤다는 확신을 느끼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다행이 곧바로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고드릭 그리핀도르! 당신이였군요!”

“이크, 목소리가 들렸군. 잊어버리게-”


그리핀도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사라져 버렸다. 해리는 아치문이 죽음의 대기실에서 만난 관리자인 고드릭 그리핀도르와 연결이 되어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다시 대기 방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뇌의 방에 다시 돌아온 해리는 거의 작은 수영장 수준으로 커다란 수조가 다섯 개를 모두 살피며 방의 끝까지 걸어갔다. 뇌를 굳이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마지막 수조를 지나간 해리는 맞은편 벽에 작은 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문들은 일반적으로 집에서 쓰는 문들보다 훨씬 컸던 앞의 문보다 작았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오갈 정도의 크기는 되었다. 문은 네 개가 있었는데, 이를 발견할 수 없었던 이유는 벽과 똑같이 어두운 남색으로 칠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리는 그들 중 하나에 스네이프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심호흡을 한번 한 해리가 지팡이를 꽉 쥐고 가장 왼쪽에 있는 문을 열자 어두운 파란색의 석재가 잔뜩 깔린 방이 나타났다. 해리는 이 방이 스네이프가 자신을 납치했던 방과 거의 완전하게 같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방에 들어서려고 발을 내딛은 해리는 발밑의 석재에 글자가 양각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꿈의 방]


해리는 이곳이 뇌가 가진 기능들 중 특별한 부분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바깥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방은 ‘감정의 방’ 이였고, 붉은색 석재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방의 문을 연 해리는 이곳이 스네이프가 해리를 납치한 그 방이라는 사실을 확신 할 수 있었다.


새까만 석재들이 바닥에 깔리고 기둥과 천장까지 새까맣게 물든 방은 횃불이 없었다면 행성이 있던 방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어둠으로 물들었을 것 같았다. 문 앞의 석제에 양각된 곳에는 ‘기억의 방’ 이라고 적혀 있었다.


해리는 그제야 스네이프가 미스터리부서에서 그것도 왜 이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스네이프가 원하는 건 정확하게 해리의 혼이 아니라, 해리의 기억이었다. 해리는 지팡이를 살짝 튕기며 루모스 주문을 개량해 수십 개의 반딧불처럼 해리 주변을 맴돌게 만들었다. 불빛들은 하나의 루모스일 때보다 밝기는 작았지만, 해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으므로 천천히 퍼지며 주변을 밝히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


불빛들이 천천히 밝히던 감정의 방 안쪽에서 사람의 윤곽이 보였다. 길고 구불구불한 머리를 늘어뜨리고 파자마를 입은 채 의자에 묶여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멀리서 봐도 헤르미온느였다. 해리는 경계심을 잔뜩 높이며 한발자국씩 헤르미온느에게 다가갔다. 곧, 헤르미온느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가 되자 사방에서 주문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프로테고-옥티마!”


하지만 해리는 이미 최악의 사태를 염두 해 두고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여덟 개의 네모난 프로테고 마법을 흩뿌려 주문들을 막아냈다.


“이걸 막아?”

“제기랄, 더 강해졌어!”


퍼시와 케드릭으로 생각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가 재빨리 지팡이로 주문을 날렸지만 두 사람도 기둥 뒤에 숨어 주문을 막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해리의 등 뒤로 붉은색 주문과 흰색 주문이 맹렬한 기세로 날아 들어왔다.


해리는 지팡이를 휘둘러 장애마법을 넓은 파장형태로 변화시키고 성질을 바꿔 주문을 느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중력 마법을 이용해 공중에 트랩을 만들자, 주문들이 느릿느릿 멋대로 휘어지며 천장과 바닥에 쾅 소리를 내고 부딪치고 사라져 버렸다.


“스네이프! 나와!”

“거절하지.”


스네이프의 매끄러운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해리가 곧바로 기절 주문을 날렸다. 그러나 스네이프도 대응하고 있었기 때문에 프로테고 마법으로 해리의 기절 주문을 가볍게 막아냈다.


“계속 공격해! 아무리 뛰어나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이번엔 루시우스 말포이로 생각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말처럼 해리는 계속해서 날아오는 주문을 막고, 튕겨내고 피해냈지만 간혹 아슬아슬하게 해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주문들이 생기고 있었다.


“녀석도 지쳤어! 몰아붙여!”


퍼시의 목소리와 함께 해리에게 네 방향에서 동시에 주문이 날아들었다. 해리는 숨을 몰아쉬며 지팡이를 휘둘러 프로테고 마법을 판 모양으로 네 방향에 둘러 주문을 막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지팡이를 빙글빙글 돌리며 다음 주문을 날렸다.


“저게 뭐야!”


케드릭이 당황스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해리가 날린 공격은 기억의 방 안에 있는 네 명의 성인 마법사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형태였기 때문이었다.


빙글빙글 지팡이를 돌린 해리의 주문은 발사되지 않고 지팡이의 끝에 맺히더니 허공에 밝은 붉은색의 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원은 천천히 쪼개지더니 열 개가 넘는 주문의 고리로 변하고, 해리가 지팡이를 튕겨내자 지팡이에서 벗어나 매끄러운 호를 그리며 네 명에게 나뉘어 날아갔다.


“프로테고!”


프로테고 마법을 사용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소용없었다. 해리의 주문은 한명에 3개씩.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두 개면 방어 마법을 완벽히 부수고 세 번째 주문이 그대로 적중하는 형태의 주문의 고리. 해리가 다수에게 둘러 싸여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고민한 결과가 주문 자체의 변형 이였다. 해리가 다수에게 대응하기 위해 이 형태로 주문을 가공하는데 한 달 반이 걸렸다. 그만큼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막을 수 없는 주문. 물론 방어마법을 사용하고 뒤로 피했다면 마지막 주문을 피할 수 있었겠지만, 처음 당하는 상대는 그것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으윽-”


네 명 모두 무장 해제 주문에 정확히 적중하는 것을 확인한 해리가 지팡이를 다시 휘둘렀다.


“아씨오-올.”


해리의 주문에 네 사람의 지팡이가 해리에게로 날아들었다.


“끝났다.”


해리가 냉랭하게 말했다.


“헤르미온느를 데려가기 전에,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정말... 작은 덤블도어 그 자체로군.”


루시우스 말포이가 자리에 주저앉은 채 말했다.


“도저히 못 당하겠어.”

“그러게요.”


퍼시가 말했다.


“보험이 없었다면 당신이 말한 대로 이대로 끝날 뻔 했네요. 세베루스.”

“...뭐?”


해리가 퍼시를 바라보는 순간 기억의 방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주문 십 수개가 쏟아져 날아왔다.


“제-길....”


해리가 곧바로 방어 주문을 펼쳤지만 주문이 너무 많았다. 방어마법이 하나 둘 깨지더니 네 장 모두 깨지고 몸을 굴려 주문을 피하는 해리에게 붉은색 주문이 적중했다.


“반갑네, 자네가 포터 군이지?”


다행이 해리가 맞은 주문은 기절 주문이 아니라 무장해제 주문이었고, 주문의 위력이 너무 약해서 해리가 날아가기는커녕 해리를 잠시 밀어내고 지팡이를 떨어뜨리게 만드는데 그쳤다. 하지만 어쨌든 적중한 주문에 해리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딱총나무 지팡이와 왼손에 들고 있던 네 개의 지팡이를 모두 떨어뜨린 채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버렸다.


“처음 보는군, 우리 딸애가 신세를 졌다고 하던데.”


해리에게 주문을 날린 나이든 마법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마법사는 땅딸막한 키에 넓은 얼굴을 가지고 수염을 풍성하게 기르고 있었는데, 얼굴과 달리 몸은 몹시 야윈 건지 사람이 초라해 보였다. 허리도 굽고 초라해 보이는 그 노인을 해리는 그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포드 엄브릿지 라고 한다네. 딸애가 누군지는 기억하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해리포터와 나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1 혼혈왕자 - 제14장 코넬리우스 퍼지의 최악의 일주일 +3 24.02.11 58 2 15쪽
140 혼혈왕자 - 제13장 에크리즈디드의 부탁 +4 24.02.04 60 2 19쪽
139 혼혈왕자 - 제12장 아즈카반 +3 24.01.28 76 3 23쪽
138 혼혈왕자 - 제11장 세 가지 예언 +2 24.01.22 71 2 19쪽
137 혼혈왕자 - 제10장 상처입은 켄타우로스 +2 24.01.18 70 2 21쪽
136 혼혈왕자 - 제9장 소망의 거울 +2 24.01.06 75 3 21쪽
135 혼혈왕자 - 제8장 마법부 습격 +3 23.12.25 86 4 21쪽
134 혼혈왕자 - 제7장 리타 스키터와 해리 포터 +4 23.12.17 85 3 15쪽
133 혼혈왕자 - 제6장 플럼리 벤터 +2 23.12.08 82 2 18쪽
132 혼혈왕자 - 제5장 새 학기 +1 23.11.30 81 1 23쪽
131 혼혈왕자 - 제4장 노스 엄버사우스로드 교전 +1 23.11.25 78 3 15쪽
130 혼혈왕자 - 제3장 새 지팡이 +2 23.11.20 79 3 18쪽
129 혼혈왕자 - 제2장 안녕, 더즐리 +1 23.11.16 94 1 20쪽
128 혼혈왕자 - 제1장 프리벳가4번지 수색 +1 23.11.09 138 3 17쪽
127 불사조 기사단 - 제36장 장례식 +2 23.10.23 113 3 25쪽
126 불사조 기사단 - 제35장 알버스 덤블도어의 유산 +2 23.10.20 110 2 27쪽
125 불사조 기사단 - 제34장 덤블도어의 편지 +1 23.10.17 96 4 22쪽
124 불사조 기사단 - 제33장 기사단 첫 전투 +3 23.10.15 99 3 24쪽
» 불사조 기사단 - 제32장 미스터리부서 +1 23.10.12 87 2 25쪽
122 불사조 기사단 - 제31장 O.W.L 시험 +1 23.10.09 97 2 38쪽
121 불사조 기사단 - 제30장 올리밴더씨의 일지 +1 23.10.07 92 3 22쪽
120 불사조 기사단 - 제29장 기사 서임 +1 23.10.02 92 3 29쪽
119 불사조 기사단 - 제28장 말포이의 치료 +3 23.09.24 104 5 22쪽
118 불사조 기사단 - 제27장 파이 정원 +1 23.09.19 91 2 20쪽
117 불사조 기사단 - 제26장 탈출 +1 23.09.14 88 3 21쪽
116 불사조 기사단 - 제25장 루핀 부부의 결혼식 +1 23.09.11 99 2 23쪽
115 불사조 기사단 - 제24장 최소단위의 진동하는 뒤집힌 끈 형태의 마법 소립자 +1 23.09.08 100 3 22쪽
114 불사조 기사단 - 제23장 그리핀도르의 방 +1 23.09.05 100 2 22쪽
113 불사조 기사단 - 제22장 호그와트 수색 +2 23.08.31 119 3 25쪽
112 불사조 기사단 - 제21장 덤블도어가(家) +1 23.08.27 160 3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