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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rk 님의 서재입니다.

해리포터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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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ark
작품등록일 :
2020.10.09 17:39
최근연재일 :
2024.09.06 20:00
연재수 :
191 회
조회수 :
45,986
추천수 :
938
글자수 :
2,159,319

작성
20.10.09 17:44
조회
2,082
추천
27
글자
8쪽

시작 - 제0장 나

DUMMY

대한민국의 어딘가 그리고 작은 원룸의 침대 위에서 뒹굴며 책을 읽고 있는 남자는 자신이 다섯 시간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알면서도 하던 일을 멈추고 있지 않았다. 가끔씩 들어오는 죄책감에 남자는 스마트폰의 불빛으로 현재 시간이 새벽 네 시 반을 넘겼다는 것을 확인 했지만 그의 손에서는 책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밤이 깊은지도 알지 못하는지 책장을 넘기며 옅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는 제법 큰 체격에 다부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늘어지거나, 마르지 않은 몸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의 머리카락은 그의 어머니가 볼 때마다 말하듯이–지저분하게-어중간한 길이로 잘려 있었고, 밤새 신경 쓰지 않아 엉망으로 흐트러진 채였다.


“으하암...”


남자는 책을 잠시 손가락을 끼운 채로 덮으며 늘어지는 하품을 하였다. 남자는 하품을 마치고는 이내 다시 책에 시선을 옮겼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4권>


그가 가장 좋아했고, 아마 앞으로도 가장 좋아할 책 <해리포터> 시리즈는 이미 백번도 더 읽어보았으며 그 증거로 너덜너덜해진 페이지 끝이 번들번들하게 빛나고 있었다.

남자는 오늘이 월요일 새벽이며, 이제 세 시간 반 뒤면 출근을 해야 할 것이고, 한숨도 자지 못해 몽롱한 정신으로 한 업무와 내용에 부장에게 한 소리를 들을게 뻔했다.


그러니까 거기서 멈췄어야지.


남자의 속마음이 말했다. 물론 죽음의 성물 네 권 중 첫 번째 권을 읽고 책을 덮었다면 열한시로 충분히 자고 출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참지 못하고 완결까지 모두 읽어버린 것이다.


남자는 자신이 왜 이렇게 <해리포터> 시리즈에 몰두했는지를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어쩌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이 대한민국에 출판된 날짜인 1999년 11월 몇 달 뒤 2000년 여름에 자신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는 한동안 자신이 중학생이 될 때가 되면 호그와트에서-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에 있는 다른 마법학교라도-자신에게 부엉이를 보내 자신이 마법학교에 입학 할 거라는 착각을 품게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남자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읽고 몇 달간 마법사가 되는 꿈을 꾸었으며, 마치 자신이 그들의 세계에 속해있다는 상상을 해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남자는 자신이 그 세계를 동경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숨기고 있었지만 그 기대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도-혹시 교과과정이 달라서 고등학교부터 입학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살아왔다는 것 까지는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후 남자는 <해리포터와 비밀의방>,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지나 <불사조 기사단>과 <혼혈왕자>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죽음의 성물> 까지도 모두 독파했으며 그 이후에도 백번에 가깝도록 다시 읽으며 세계에 빠져 있었다. 남자는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외우고 있었고 심지어 한창 진행 중이던 중학생 때에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상권을 통째로 외우고 있었다. 그만큼 남자에게는 이 책의 세계가 소중하고, 빠져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의 학창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아니 성인이 되어서도 그의 가장 소중한 책은 언제나 <해리포터>였으며, 남자는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 그는 자신이 마법세계로 가고 싶어 한다는 생각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간혹 만나는 친구들이 물어올 때에는 그 세계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말해주곤 했다.


특히 학창시절에는 자신이 동경하던 ‘그’ 마법세계가 아닌 현실세계가 너무 하잘 것 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세계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으며, 그 때문에 자신이 해야 하는 일들 학업이나 혹은 자신의 방을 청소하거나 교우관계를 나아지게 하는 일 따위를 하찮게 여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남자도 고등학생을 거치며 자신이 평균 또래의 아이들보다 월등히 머리가 좋고 노력에 비해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을 느낀 뒤로는 동경해왔던 마법 세계보다는 못하지만 현실도 제법 재밌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20년, 남자의 나이는 서른셋이 되었으며, 그가 20년 전 꿈꾸었던 해리 포터의 성장과정과는 달랐지만 학업을 마쳤고, 직장을 얻었으며, 그 사이 연애도 몇 번 해 보았다. 영재 소리를 듣던 청소년기의 눈부심은 바랬지만 그럼에도 꽤 나쁘지 않은 직장에서 급여를 받으며 적당한 원룸에서 돈을 모으며 사는 것은 썩 나쁘지 않았다.


물론 그는 여전히 20년 전부터 <해리포터 시리즈>에 매료되어 있었으며, 나이를 먹고 현실과 혼동하진 않았지만 아직도 마법세계를 동경해왔다. 그의 취미생활은 컴퓨터로 가볍게 게임을 하거나, 노래방에 가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것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이 외울 정도로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왔다.


원래라면 오늘도 <혼혈왕자>를 읽고 잠을 청해야 했지만, 책에 취해 한권만 더, 한권만 더 라고 자신을 다독이며 읽은 결과가 이것이었다. 결국 삼십분이 더 흘러서야 ‘19년 뒤’ 라는 에필로그까지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책을 덮은 시간은 새벽 다섯 시가 되었다. 날은 아직 밝아오지 않았지만 그는 곧 떠오를 해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차피 잠을 자는 것은 틀렸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이대로 출근을 할 생각이었다.


“으아아아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한 번 더 한 남자가 기지개를 쭉 펴고 책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는 책이 무언가 달라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


남자의 눈에는 그가 방금 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책에서 페이지가 한 장 늘어난 것이 들어왔다. 보통이라면 알아 챌 수 없는 페이지겠지만, 남자가 가진 책은 너무 손때를 타 반질반질하게 빛나는 것에 비해서 마지막 장은 유난이 매끄럽고, 노란 색으로 은은히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책을 펼쳐서 마지막장을 보았다. 마지막장은 마치 새로 인쇄한 종이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웠으며 앞장들의 색깔과 달리 어두운 노란색의 종이였다.


“...양피지?”


남자가 페이지의 재질을 알아차린 것은 좋았지만, 양피지에 적힌 내용은 딱히 환영하지 않는 눈치였다. 새로 생긴 양피지 페이지에는 오직 커다란 네모 칸만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책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길쭉한 네모 칸을 가로로 길게 늘어뜨려 보았다.

마치 스마트폰의 가로 칸처럼 늘어진 책의 페이지는 구식 텔레비전의 전원을 넣은 것처럼 약간의 노이즈와 함께 켜졌다. 헉 하고 놀라는 사이 화면은 마치 영화가 줌 인 되듯 천천히 커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이런 장면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지만 이 장면을 수 없이 상상해 보았었다. 며칠 전에도 남자의 머릿속에는 이런 장면이 한번쯤 지나갔다. 이건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해리가 사용한 톰 리들의 일기장과 똑같은 장면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남자는 자신이 어떤 세계에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발을 들이는지도 모르는 채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고 갈망하던 마법세계로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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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에필로그2 – 12년 뒤 24.09.06 18 0 10쪽
190 에필로그1 – 6개월 뒤 24.09.05 25 0 10쪽
189 죽음의 성물 - 제35장 안녕, 위저딩 월드 24.09.04 25 0 13쪽
188 죽음의 성물 - 제34장 두 번의 결혼식 24.09.03 25 0 18쪽
187 죽음의 성물 - 제33장 끝에 선 자 24.09.02 18 0 13쪽
186 죽음의 성물 - 제32장 위대한 용과 꼬마 집요정 24.09.01 19 0 14쪽
185 죽음의 성물 - 제31장 마지막 조력자 24.08.31 18 0 15쪽
184 죽음의 성물 - 제30장 에키르의 정체 24.08.30 21 0 16쪽
183 죽음의 성물 - 제29장 뜻밖의 재회 24.08.29 19 0 20쪽
182 죽음의 성물 - 제28장 죽음과의 조우 24.08.28 23 0 13쪽
181 죽음의 성물 - 제27장 미자의 돌 24.08.27 19 0 16쪽
180 죽음의 성물 - 제26장 폭풍전야(3) 24.08.26 17 0 13쪽
179 죽음의 성물 - 제25장 폭풍전야(2) 24.08.25 21 0 12쪽
178 죽음의 성물 - 제24장 시리우스의 생각 +1 24.08.06 23 1 11쪽
177 죽음의 성물 - 제23장 폭풍전야(1) +1 24.07.23 28 1 21쪽
176 죽음의 성물 - 제22장 기댈 곳 +1 24.07.20 25 1 15쪽
175 죽음의 성물 - 제21장 용들의 융합체 +1 24.07.16 28 1 15쪽
174 죽음의 성물 - 제20장 망자들 +1 24.07.12 30 1 13쪽
173 죽음의 성물 - 제19장 황금 냄비와 황금 잔과 침식하는 죽음을 피하는 약 +1 24.07.06 31 1 20쪽
172 죽음의 성물 - 제18장 주머니의 해답 +1 24.07.04 29 1 12쪽
171 죽음의 성물 - 제17장 위대한 용 코벤티나 +1 24.07.02 44 2 22쪽
170 죽음의 성물 - 제16장 도둑질 +2 24.06.28 40 2 16쪽
169 죽음의 성물 - 제15장 글랜 다이어와 윙키 +1 24.06.22 36 1 15쪽
168 죽음의 성물 - 제14장 성탄절 파티 +1 24.06.17 38 2 16쪽
167 죽음의 성물 - 제13장 진짜 세 형제 이야기 +1 24.06.13 37 3 15쪽
166 죽음의 성물 - 제12장 시간제한 +1 24.06.09 42 2 13쪽
165 죽음의 성물 - 제11장 위대한 용 +1 24.06.06 41 2 12쪽
164 죽음의 성물 - 제10장 호그와트 도서관 금지구역 +1 24.06.04 40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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