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요. 대다수의 판타지 무협 소설에 대한 불만이나 짜증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왜 이렇게 재미없고 유치한가 라는 질문의 대답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혹은 좋게좋게 “취향” 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금강 님이 논단에서 쓰신 글인데(어떤 소설을 대상으로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군요) 소설에서 무조건 나쁜놈들을 우르르 등장시키면 작가는 아주 편하다고 했지요. 시비를 걸고, 투닥거리고, 쌈박질을 하고, 그 여파로 더 이상한 놈들이 몰려나오고... 페이지가 술술 넘어갑니다.
그런 종류의 글도 어떤 특수한 종류의 재미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취향은 아니지요. 주인공을 제외한(사실 주인공도 거기서 거기지만) 다른 인물들은 도저히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보기 힘든 그런 글, 요컨대 악역은 그저 악역이니까 아무 이유없이 찌질대고 멍청한 짓을 할 뿐이고 깐죽거리다가 주인공한테 개박살 나는 그런 글들이요.
오채지 작가님의 신작 “십만대적검” 을 저는 “품위 있는 무협” 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주인공이요? 어찌 보면 전형적인 주인공의 像이지만 분명 개성이 있습니다. 무림초행길에 만나는 마두는? 크헤헤 웃으며 주인공을 깔보다가 주먹 한 방에 목이 달아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도와준 묘령의 소저는? 도대체 가정교육을 판타지로 받으시고 개념없는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최대의 시련이라 할 수 있는 무림협회(?) 가입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인간군상들도 그 자리에 맞는 성격과 행동을 보여줍니다.
인물의 성격을 극단적으로, 단순히 설정하는게 어쩌면 글을 쓰는데 편할 수도 있고 통쾌한 재미를 주는데 용이할지도 모릅니다. 취향이라고 말한다면 대답할 말이 궁색하지만 무협이 무협으로서 무협적 재미를 주려면 최소한의 리얼리티를 갖춰야 된다는 게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리고 십만대적검은 충분히 현실적이며 또한 무협적입니다.
기대가 큽니다. 여러분도 함께 지켜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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