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상으로는 대략 절대왕정 시대와 닮은 판타지 배경입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왕은 왕국의 세력을 결집하는 데에 성공하지만 전통적으로 위세를 떨치던 교황의 영향력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교황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컸던 이유는 신화처럼 내려오는 전설 때문이었습니다. 과거 융성했던 고대제국이 ‘이블리스’란 존재에게 멸망할 위기에 처했을 적, 한 예언자가 이블리스를 물리치고 세상을 구해냈다는 이야기죠. 이 때 대제국의 후예들은 예언자에게 신에게 맹종하겠다는 서약을 하게 되고,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와 함께 서약이 계승돼 후대의 왕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던 거죠.
왕은 이 전설에 하자가 있음을 밝히라는 명령을 내리고, 교황 몰래 역사 연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왕립 고고학 아카데미의 일원인 소녀입니다. 이 소녀는 이미 아카데미에서 명성을 얻은 자기 오라버니만큼 이름을 남기고 싶다며 열심히 역사 연구를 합니다. 특히 쇠락 과정이 불분명한 고대 제국의 몰락사에 관심을 기울였죠.
어느날 그녀는 고대제국의 유물을 발견하고, 취급을 잘못해 신비한 빛에 휘말리게 됩니다. 눈을 뜬 순간, 그녀는 고대제국의 말기에 이동 수단으로 쓰였다는 비공정 갑판 위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위기에 처합니다.
거기서 떨어지려는 소녀를 한 남자가 구해줍니다. 남자는 쾌활한 성격이었고 고대제국 사람 치고는 생각이 유연한 편이었습니다. 약간 괴짜같은 기질이 있었긴 하지만요.
소녀는 어쩌다 유물을 조사하다가 고대제국 시대에 오게 된 건지 고민하지만 그리 생각을 깊이 하지는 못하게 됐습니다. 비적들이 비공정을 하이재킹한 탓이죠. 비적들은 몸값이 나가는 승객만 살리고 나머지는 처분하려 했고, 소녀는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그때, 남자는 소녀에게 가문의 문장을 빌려주고 자신은 그녀의 심복인 척합니다. 그리고 그는 주인의 몸값을 구할 때까지 손가락 하나 대지 말라면서 다른 승객들의 몸값보다 10배는 높은 액수를 부릅니다. 비적들은 소녀가 정말로 귀빈인가 싶어서 손을 대지 않았고, 소녀는 무사히 살아남게 됐죠.
그런데 왠지 가문의 문장을 보니 좀 이상한 겁니다. 남자의 가문은 분명 제국의 집정관을 배출하는 명문이고, 그 일원들의 이름은 세세하게 역사서에 적혀 있거든요. 근데 소녀는 남자의 이름을 역사서에서 본 기억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소녀는 고대 제국의 환상에서 벗어나 본래 세계로 돌아옵니다.
소녀는 이 날을 계기로, 분명히 역사에 기록되어야 함에도 기록되지 않은 자의 행적을 좇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교황청에서 파견된 정체불명의 조직들에게 추격당하고, 왕국의 근위대 대장의 도움을 받습니다.
근위대 대장은 '현재 왕권이 교회의 계시에 의해 성립되었고, 고로 왕은 교권에 따라야 한다'는 교황청의 주장을 뒤집을 근거를 찾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소녀는 교황청의 방해를 뿌리치며 기록에서 지워진 자를 탐구합니다.
....가 홀수권 내용.
짝수권 내용은 이렇습니다.
제국을 멸망시킨 사내는 바로 비공정에서 소녀를 구해낸 남자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국을 멸망시킨 이블리스와 같은 존재지만 허구적인 존재죠.
제국이 멸망할 무렵 예언자는 이블리스를 포획합니다. 이블리스가 제국을 멸망시킨 과거를 없애기 위해 제국이 사용하는 금단의 비술, 기록말살형에 처했습니다. 이 때문에 역사 속에서는 실제 이블리스와 반대의 행동을 하는 왜곡된 역사 속 인물이 생겨나는데, 그게 바로 짝수권의 주인공이란 것이죠.
참고로 홀수권의 여주인공이 유물을 찾을 때마다 짝수권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이때마다 짝수권 주인공이 허구의 역사 속에서 활동하는 환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뭔 저주인지 모르겠지만, 짝수권 주인공의 끝은 언제나 좋게 끝나지 않습니다. 의혹도 남기고요.
다만 홀수권의 여주인공이 제대로 된 단서를 모을수록, 짝수권의 주인공 이야기 또한 비교적 정상적으로 흘러갑니다.
학생일 적 술에 취해서 집에 돌아와 끄적거리고 남은 노트에 적힌 구상안이 저렇더군요. 술김에 쓴 아이디어라서 그런지 본인에게도 낯선 아이디어였고, 덕분에 아웃라인도 못 잡고 소재만 연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죠. 다만 술 취한 자신이 쓴 아이디어가 의외로 도전정신을 자극하길래 언젠가 이야기를 직접 써보려고요.
여러분 생각에는 이 소재는 어떻게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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