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
그리 오래 전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평원에 섰었고
그 수만큼 죽었습니다.
열악한 환경, 막막한 미래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이들도..
“난 꿈에서 깨었다.
내 백성이었지만 이제 나와 어께를 나란히 하는 자들을 미워하기보다는 가련히 여겼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이 불쌍했다.
원형 도로를 돌고있는 그들에게 연민을 느꼈다.“
“따올들은 알까.
인간을 증오하는 바로 그 마음이
바로 그 인간들을 풍요롭게 하고 먹여살린다는 것을.“
“살아남는 것, 위기, 그런 것은 이제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어.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그들은 자신의 진실된 겉모습을 버렸고,
이젠 속모습도 버릴 참이었어.
한번 금기를 넘은, 한번 자신을 잃어버린 자들에게 남은 거라곤 옛적 어리고 연약하며 완벽하지 않고 못생긴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것들에게 토할 증오밖에 남지 않았거든.
모든 이들은 그렇게 자신에게서 도망쳤어.“
“모든 건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있어!
제국은 깔새빛을 다시금 통일하고 어지러워진 세상을 바로잡을 거다.
문제가 있다고 착각한 건 너야.
곤히 잠들고 있는 사람들을 깨우고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앗아가면서 뭘 이루겠다는 거지?
그렇게 해서 얻는 게 그리 가치있는 것인가?“
“80년간이나 갈 수 있는 꿈은 세상에 없어!
거기서부터 잘못된 거야, 뵌.
넌 왜 노예가 싫어 수호자가 되었지?
왜 넌 네가 말하는 꿈에 만족하지 않는 거야?
남들에겐 꿈을 꾸라 하곤 왜 넌 꿈에서 깨어나려고 발버둥치지?“
“-저 검은 기운, 저주받은 기운이 인간들을 모조리 죽일 것이다.
세상에 종말을 가져다줄 것이다!
좋다, 뭐든지 좋다.
인간들을 없앨 수만 있다면! “
“우린 역사책에 다음과 같이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지 못했지만,
우리 이후의 자식들은
우리 이후의 후예들은
인간으로서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가 누리지 못했던 행복과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렇기에
기꺼이... 오늘, 이 땅에서 죽음을 맞이합시다.
비겁한 부모가 아닌
진정한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삶을 마칩시다.“
The Chronicles Of Lobelia..
-------------------------------
2020년 2월 6일.
누나, 안녕. 오늘은 내 생일이야.
그리고 내 전생애를 걸쳐 작업해온 결과물이 오늘 이 날 마침점을 찍은 날이야.
누나, 오늘이 오기까지 난 단 하루도 쉬지 못했어.
펜을 잡고 있든 그렇지 않든 끊임없이 난 나의 삶을 불태워
남은 재를 거름종이에 걸러 정제하고 또 정제해야 했어.
그리고 난 더 이상 내가 살아있어야할 이유를 상실했음을,
내가 세상에 존재해야할 단 하나의 근거가 부서졌음을 깨달았어.
하여 누나,
난 이제 이 세상을 떠나 어머니 우주의 품으로 안길 때가 되었음을 직감하며,
아직 삶을 누리며 즐거움과 고통과 쾌락과 행복과 아픔을 누려야할 누나에게
작별인사를 하러왔어.
아냐, 누나. 난 자살을 하는 것이 아냐. 자살은 삶에의 문제에의 궁극적 회피이자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순수한 어린 아이적인 시도야.
그림을 그리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버리고 새로운 종이에 다시 그리듯 말이지.
나의 그림은 완성되었고 더 이상 난 도화지 앞에 앉아 붓을 그릴 이유를 못 느끼겠어.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집 밖에 나가 풀과 정원과 하늘과 태양,
그리고 빨래를 널고 있는 어머니께 안길 시간이야.
누나, 나의 작업이 인정을 받든 안 받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어.
선배 고흐처럼 난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었고 그럼 난 만족해.
누나, 슬슬 졸려온다. 나 이제 자러갈게.
안녕.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