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을 말하기 전에 밑에 글을 보니 뭔가 여성 작가나 여주에 대한 논란이 커진 거 같더군요. 왠지 저도 그에 대해 원인이 있는 거 같아 맘이 좋지는 않더랍니다. 별로 그런 불씨 같은 것은 별로 뿌릴 생각이 없었는데.
거기에 대해서 깊게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론 전 남성 작가로서 여주 소설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남성 작가의 여주이니 그다지 많은 독자들의 취향에 맞을 만한 부류는 아닐 테죠. 어느 쪽이냐면 마이너한 쪽일 것입니다.
취향은 어쩔 수 없죠. 취향도 아닌 글을 억지로 읽어야 할 의무, 억지로 읽게 할 권리 같은 것은 저희들에게 없으니까요. 그래도 역시 저로 한정해 말한다면 사람인지라 마이너로 외면받으면 맘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글을 읽고 취향이 아니니까 중간에 끊고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남자니까 공감이 안될 여주는 처음부터 사양이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저도 남자여서인지 bl장르 같은 것은 처음부터 손을 데지 않으니까요.
다만 남성 작가니까 쓰는 소설의 여주는 어차피 황일 거라느니, 여주 소설 따위 전개상 역하렘물이 되는 거 아니냐느니 하는 고정관념으로 처음부터 외면받는다면 이건 역시나 눈물이 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겠습니다.
쓰는 넘이 남자니까 여주가 좀 선머슴스럽달까 성별만 여자가 될 수도 있겠고, 전개가 사나이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전개가 꼭 이런 식으로 갈 거라고, 예를 들면 결국 역하렘일 거라는 식으로 스토리나 전개방식에서부터 고정관념을 가지는 분들이 있다면 눈물이 나겠죠.
그런 류의 의견을 보면 좀 부당한 의견일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쓴 글을 보고 다 읽고 나서 그런 소릴 하라고 하소연하고 싶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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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의 논쟁에 대한 제 개인적인 감상은 이렇습니다. 원래 이런 글을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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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원래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위에 말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고, 인간종족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반지의 제왕 같은 이야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보통 판타지 소설을 보면 여러 종족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종족들이 서로 대립하는 경우가 나오는데 크게 빛의 종족, 어둠의 종족 하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꼭 유치하게 대놓고 빛의 종족, 어둠의 종족 하는 식으로 명칭하지는 않더라도 대립구조상 그렇게 보이는 양분법을 사용하는 경우는 많은 거 같더군요. 고전이라고 할만한 장르 소설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소위 '빛의 종족' 또는 '빛의 진영'이라 할만한 부류에서 보면 인간이란 종족은 꼭 그쪽으로 들어가는 거 같더군요. 꼭 인간이란 종족이 빛이라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중립적 존재로서 빛의 진영에 기울어지는 패턴까지 생각하면 거의 절대적인 거 같더랍니다.
그리고 다른 빛의 종족, 보통 예로 들면 엘프나 드워프 같은 경우를 봅시다. 인간이란 종족은 그들과 사소한 부분에서, 때로는 격하게 다투는 경우도 많지만 끝까지 가면 결국 중요한 국면에 서로 협력해 싸우고 사이가 좋아진다는 패턴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습니다.
요즘에 와서는 개인적인 취향이랄까 심리적으로는 이런 전개가 유치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설정하는 거 자체가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설정하는지 그것은 작가 자유니까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생각하는 것은 왜 소위 말하는 '어둠의 종족', 그러니까 고블린이나 오크 등의 명백히 인간과 다른 외견의 종족들을 악이라고만 하는 것일까? 인간과 대립하는 입장이라고 무조건 악이라고만 놓는 것은 설정은 아니지 않나?
또한 은근슬쩍 엘프나 드워프 같은 선함이나 빛을 상징하는 종족과 인간종족이 친근해져가는 것을 빌미로 인간이라는 종의 선함이나 정당성을 강조하는 거 같은 것만 나오는 것도 뭔가 아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인간이어도 상관없지만, 꼭 인간에게 정당성이나 정의, 회개의 가능성 등을 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했던 것이죠. 그런 점에서 소위 말하는 선한 신들이 인간을 편애하는 거 같은 설정들만 판치는 거 같은 분위기도 맘에 들지는 않더라는 것이죠.
주인공이 인간이더라도, 아니 오히려 인간인 편이 더 좋으려나요? 인간 종족이 다른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어둠의 종족'처럼 다른 모든 종족들을 핍박하는 사악한 악역으로 나와서 그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다, 나중에 완결에서 정당한 심판을 받고 멸망해버리는 결말의 장르 소설도 있어도 될 법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는 요즘 뭔가 맘에 안 든다는 것이죠. 인간종족을 중심으로 놓으면 약하면 약한대로 피해자 또는 약자의 논리로, 강하면 강한대로 어떻게든 인간 종족을 '결과적 선역'으로만 놓는 거 같은 느낌이 맘에 들지 않는달까요?
아니 '선역'이라는 것은 표현상 좀 그렇겠군요. 좀 더 구체적으론 편애적인 느낌이겠지요. 이야기를 진행할 때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식으로 인간종족을 편애하는 분위기가 없는 소설이 있나 싶은 것이었습니다.
…있으려나?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족으로 말하자면 인간들끼리의 이야기만을 다룬 소설도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식의 느낌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복전쟁 같은 것을 다룰 때의 이야기인데 내가 남을 침략하면 위대한 영토확장사업이고, 남이 나를 침략하면 가증스런 침략자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느낌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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