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로만 생활하다가 올해 9월 처음으로 글이라는 것을 써봤습니다.
처음엔 나름대로 쉽고 재밌었습니다. 밤새 고민한 끝에 만들어낸 세계관과 재미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지금도 매혹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당월의 연참대전이 끝나고 점점 글의 양이 늘어나면서 부담감이 배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바둑의 대국을 처음 시작할 때는 넓어 보이던 판이, 점점 진행되면서 미어터지는 것 같다고 할까요. 글 한 편 한 편이 살얼음을 걷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99화에 이른 지금, 솔직히 말해서 더 이상 작품을 진행시킬 자신이 없습니다.
문제는 글을 쓰는 본인 스스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겁니다. 아니, 작품 자체는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소설의 끝이 어떻게 쓰여질지 매우 궁금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 현 상황에서 더 이상의 바둑돌을 올려놓는게 버겁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여기에 무언가를 더 써서 작품을 망치는 것이 두려운 것 같습니다. 아무리 봐도 저의 글쓰는 실력은 이 작품을 완결시킬만큼 대단하지 않습니다. 1화부터 99화까지 읽어본 결과, 제가 비평이라는 글을 썼다는게 부끄러울만큼 엉망입니다. 이런 식으로 소설을 완결낼 수는 없겠죠.
게다가 작품에 무언가 더 쓰는게 무섭다보니 아무래도 타성적으로 글을 쓰게 되고, 그만큼 써놓고도 후회가 많이 됩니다. 특히 독자분들꼐 죄송하더군요. 기껏 1화부터 달려오셨는데 점점 재미없는 글만 쓰여지니 말입니다. 시간만 날리시고 하차하신 분도 많이 계실겁니다.
과연 이런 글을 계속 써야할지 의문입니다. 쉬고 나중에 쓴다고 더 필력이 좋아지지도 않을거구요. 도대체 왜 이런 감당 못할 일을 저질렀는지, 이제는 제 작품 자체에 미안해지네요. 더 좋은 작가를 만났으면 어땠을까요...
심야부터 답답함을 느껴서 한담에 글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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