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노사
작 가 : 담인
출판사: 현재 문피아 자유연재란(무협)
참으로 재미난 글이란 무엇일까? 그건 알 수 없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고 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글은 내 눈을 즐겁게 만드는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글은 바로, 현재 문피아 자유연재(무협)란에서 연재되고 있는 '담인'님의 << 노사 >>이다.
"노사"는 매우 특이한 글이다. 현재 장르를 지배하고 있는 먼치킨이 주인공이 아니다. 그렇다고 멋지고 잘 생긴 젊은이나, 나이 어린 천재 아이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노사"는 그 제목에 걸맞게 시작하는 점이, '왕 노인' 즉, 노인이다.
'왕 노인'은 아들을 잃었다. '왕 노인'은 아들의 죽음에 분노했다. 하지만 분노했을 뿐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왕 노인'은 무공의 고수가 아니고 그는 그냥 촌부일 뿐, 강호가 뭔지도, 관심도 없는 사람이었다.
어찌되었든 '왕 노인'은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삶의 희망을 잃었고 아들을 죽인 곳에 가서 죽으려고 했다. 그게 이 << 노사 >> 라는 글의 도입부다.
어찌보면 특이할 것이 없는 도입부다. 아들의 죽음. 그리고 그 부모의 절망. 낙심. 좌절. 무협에서 보면 흔히 나와 어쩌면 진부해 보일지도 모르는 그런 시작점이다.
하지만...... < 노사 >는 달랐다.
흔한 형태란 무엇인가? 달리 보면 그만큼 많이 쓰였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 전개 구조가 탄탄하고 좋다는 것을 뜻했다. 단지 너무 많이 쓰여 진부해 보일 뿐.
< 노사 >가 그 진부함을 벗어나기 위해 취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왕 노인'이 무공을 못하는 촌부라는 점이고. 또하나는 읽는 내내 나를 즐겁게 만든 이유인 '담인'님의 뛰어난 필력이었다.
추천을 거의 쓰지 않는 내가 일부러 로그인을 하게 만들어 이렇게 추천의 글을 쓰게 만큼 가장 결정적인 이유. 그건 < 노사 >가 정말 멋진 글이기 때문이다.
일 예를 들면,
"보면 모르겠나? 이 늙은이, 자살하러 왔어. 일부러 자네 손에 죽으러 왔단 말일세."
"무슨 말인가?"
"늙은이를 보라고. 눈물만 안 흘리지 온몸으로 울고 있잖나. 살 의지가 없는 늙은이를 베어봤자 저녁 술맛만 떨어지지. 그냥 쫓아 버려."
이 대사는 '왕 노인'이 죽으러, 맹호방이라는 곳을 찾아 갔을 때, 맹호방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맹호방 무사 둘의 대화이다.
단지 위의 대사를 보고 뭐가 멋지지? 라고 말을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 노사 >를 쭉 읽으면 저 대사가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수 있다.
실제 '왕 노인'은 저 상태에서 울고 있지 않았다. 작가는 조금도 '왕 노인'이 울고 있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아주 담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맹호방의 무사 사의 대화를 통해 '왕 노인'이 지금 얼마나 슬픈지, 울고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다른 멋진 문구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담인'이라는 작가는 대화속에 그 장면을 녹여 넣은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적절하게.
여기서 아주 적절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표현은 많다. 좋은 문구도 많다. 하지만 정작 글을 쓸때,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아니다. 그것들을 얼마나 적절하게 써먹을 수 있느냐이다.
이런 면에서 '담인'이라는 작가는 아주 뛰어난 연출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은 저 장면 뿐만이 아니라 < 노사 >를 읽는내내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좋은 글...... 멋진 글...... 대단한 글......
최소한 내가 보기에는 < 노사 >는 그런 글이다. 충분히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글.
사족 : 내가 < 노사 >에 대해 추천을 하는 또다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담인'이라는 작가가 너무 제멋대로 글을 연재해서이다. < 노사 >라는 글을 아주 즐겁고 재미나게 보는 사람이 있으니 보다 힘을 가지고 글을 연재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렇게 추천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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